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4)
얼굴 천재 배우님-124화(124/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4화
다시 프랑스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칸 영화제 말고도 프랑스에서 주최하고 있는 예술 영화제가 몇 곳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칸 영화제에 초청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김보미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도 한참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정말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최서영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나는 이 모든 게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님! 됐어요! 우리 영화가 칸 영화제에 가게 됐다고요!
심지어 최서영 감독은 이와 관련된 소식이 기사로 쏟아지고 있음을 알렸고, 나는 전화를 끊고 서둘러 기사를 확인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수상 가능성은?] [신인 감독, 신인 작가가 일을 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칸 영화제 초청] [한국 영화의 계보를 잇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과연 결과는?] [이시준은 어떻게 시나리오까지 쓰게 됐나? (전문가 심층 분석)] [유럽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프랑스행]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칸 영화제 초청에 온라인 들썩! 영화 어때서?] [한국 개봉을 바라는 팬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궁금하다!]확실히 칸 영화제의 파급력은 컸다.
그저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을 뿐인데 해당 기사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랬으니 실감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진짜 가는구나…. 칸으로….’
그리고 얼마 후.
나는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두 번째 프랑스 방문이었다.
* * *
매년 5월 칸 영화제가 개최되는 칸은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였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도시로 이탈리아와도 상당히 거리가 가까운 편이었다.
다만 파리와의 거리는 생테티엔보다도 멀다고 할 수 있었다.
생테티엔에서 동남부로 쭉 내려오면 닿을 수 있는 곳이 칸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인 만큼 칸의 풍경은 파리나 생테티엔과 사뭇 달랐다.
칸 망들리유 공항에 내려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해안선을 따라 유난히 아름다운 건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건물의 정체가 모두 귀족의 별장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역시 세상에는 부자가 참 많아….’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귀족의 별장 못지않은 5성급 호텔이었다.
“와! 숙소 너무 예쁘다!”
“배우님! 저희 정말 여기서 지내는 거예요?”
“살면서 칸에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호사라니….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배우님!”
이번 스케줄은 영화에 참여한 주요 스태프들이 거의 전부 동행했기 때문에 인원이 꽤 많았다.
그런 까닭에 숙소 문제에 꽤 골치를 앓았는데 다행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그 덕분에 모두가 스위트룸은 아니었지만 5성급 호텔을 쓸 수 있게 됐다.
‘사비를 털어서라도 동행한 스태프들을 전부 5성급 호텔에 데려갔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었는데….’
무척이나 잘된 일이었다.
스태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회사에서 해외 결제가 가능한 법인 카드를 받았으니 생각 있으신 분들은 짐만 풀고 내려와서 칵테일 한잔하기로 해요.”
“네! 배우님!”
“이따 뵙겠습니다!”
스태프들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흩어졌고 그중에는 최서영 감독도 있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평균 연령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신인 감독인 최서영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도록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일부러 그렇게 인원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스케줄에 참여한 스태프들도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촬영 감독 중 한 사람이 조금 나이가 있었는데 현장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렇게 주요 보직에 경력자를 배치하면 전체적으로 어설픈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권위적이지 않은 인물을 고르고 골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
이 또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좋은 결과를 낸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확실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섬세한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회사야.’
때로는 너무 모든 일에 신중하게 접근해 답답하기도 했지만 회사의 이런 부분은 충분히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도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내년은 전속 계약이 만료되는 해였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회사니 당연한 일이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제작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도 했고.’
또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과도 꽤 인연이 깊어졌다.
특히 여경찬과 송진아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었다.
회귀 후 어떻게 이런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는지 놀랍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자 여경찬이 말을 걸어왔다.
“내일부터는 칸 영화제 개막으로 바쁠 텐데 쉬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어요?”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게 휴식이죠. 어차피 방에 있어 봐야 대본만 볼 텐데요. 뭐.”
“하긴 그렇겠네요. 차라리 다 같이 모여서 칵테일이라도 마시는 게 낫겠어요. 수영도 좀 하고.”
“오? 매니저님은 수영을 하려고요?”
“이왕 비싼 호텔에 온 거 즐겨야죠. 저번에 프랑스에 왔을 때는 제대로 못 놀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여경찬, 송진아와는 해외 스케줄이 잡혀도 관광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빨리 귀국해서 휴식 시간을 넉넉하게 주는 게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칸 영화제는 5월 11일부터 5월 22일까지 예정이 돼 있으니 두 사람한테 관광할 시간을 넉넉하게 줘야겠어….’
칸 영화제의 일정은 빡빡하지 않았다.
개막식, 폐막식, 시상식,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상영일만 아니면 모든 스케줄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이 원한다면 프랑스 다른 도시의 관광까지 허락할 생각할 생각이었다.
상영일에 맞춰 꼭 챙겨서 보고 싶은 작품이 몇몇 있었지만.
어차피 이곳에는 여경찬, 송진아가 아니어도 같이 다닐 사람이 많았다.
최서영 감독은 하루도 빠짐없이 영화를 보러 나간다고 했으니 그때그때 동행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두 사람에게 내 의사를 밝혔고 곧장 질문이 돌아왔다.
“정말 그래도 돼요?”
“괜찮으시겠어요?”
어쩐 일인지 여경찬과 송진아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그러더니 화들짝, 놀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볼을 붉혔다.
황급하게 시선을 돌렸지만 나는 이미 그 장면을 목격한 상태였다.
‘어?’
그와 함께 지금까지의 일이 하나둘 퍼즐처럼 맞춰졌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사귀는 건가?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
특히 여경찬은 지나치게 삐걱거리며 송진아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 행동은 단순히 사귀는 사이라는 걸 숨기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면 송진아가 아니라 나를 의식했을 테니까.
‘재밌네. 칸에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인걸?’
이참에 둘 사이를 이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각자의 생각은 조금 더 들어 봐야겠지만, 현재 분위기로만 봐서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두 사람의 질문에 답했다.
“칸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스케줄만 처리하고 나면 거의 모두 자유시간이니까 상관없죠. 두 분 혹시 어디 가고 싶은 데 생각해 둔 곳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저도 딱히….”
“그럼 각자 가고 싶은 곳을 정한 다음 두 분이 같이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낯선 곳에서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하니까.”
“네?”
“둘이요?”
나는 놀라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둘이요.”
그러자 두 사람은 곤란한 듯 각자 중얼거렸다.
“아니…. 둘만 다니는 건 조금 그런데….”
“네. 차라리 배우님도 같이 다녀요.”
두 사람을 이어 주기로 한 만큼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생각해 둔 말이 있었다.
“그럴 수 없죠. 저는 두 분에게 직장 상사나 다름없는 사람인데. 내일 개막식만 끝나고 나면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해요. 저는 최서영 감독님이랑 영화를 보러 다니도록 할게요.”
내가 꽤 단호한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고.
스태프들과 간단히 칵테일을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칸 영화제의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아야 하는 시간이었다.
* * *
칸 영화제의 개막작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와 감독이 한자리에 모여 개막작을 관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개막작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사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개막작은 그 의미만큼이나 비교적 널리 알려진 감독의 작품을 상영하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떠나서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고, 나 또한 오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당연히 오늘 가장 수고를 한 것은 송진아였다.
“배우님. 준비 끝났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스타일리스트님.”
“뭘요. 이번에도 이시후 디자이너님께서 수트를 협찬해 주셔서 제가 따로 할 일이 없었는걸요.”
“그래도 수많은 의상 중에서 이 수트를 골라온 것은 스타일리스트님이잖아요. 수고하셨어요.”
나는 전신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겨서 송진아에게 말을 걸었다.
“스타일리스트님.”
“네?”
지금 이 자리에는 송진아 외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질문을 던지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여경찬은 오늘 영화제에 타고 갈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혹시 내일 매니저님이랑 약속 장소는 정했나요?”
“아…. 아직 얘기를 제대로 못 해 봤는데…. 그건 왜….”
“그냥 혹시 저 때문에 억지로 불편한 자리를 갖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어서요.”
내 말에 송진아가 얼른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뇨! 저는 괜찮아요! 아니! 좋아요!”
“좋아요?”
“어…. 아! 좋은 건 아니고 그냥 괜찮아요! 매니저님이랑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친해지고! 하하하!”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뱉어내는 송진아를 보며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그런 뒤 진지한 표정으로 송진아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내일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얘기 한번 잘해 봐요.”
송진아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좋은 기회’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나는 그런 송진아를 향해서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럼 준비가 끝났으면 출발해 볼까요?”
이제 시작이었다.
레드카펫도, 여경찬과 송진아의 연애 사업도.
얼굴 천재 배우님 12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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