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7)
얼굴 천재 배우님-127화(127/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7화
시준이 수치심을 느끼며 아니샤 블론드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사이.
여경찬과 송진아는 칸에서 멀지 않은 앙티브라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비싼 음식을 앞에 두고도 두 사람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한참 만에 침묵을 깨고 송진아가 입을 열었다.
“우리 어떻게 해? 더 늦기 전에 배우님한테 우리 관계를 밝히는 게 좋지 않을까?”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 두 사람은 이미 사귀고 있는 사이였다.
여경찬이 먼저 송진아를 좋아했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촬영 내내 썸을 타던 두 사람은 생테티엔에 방문했을 때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 상태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준에게는 아직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사내 연애라는 게 주변의 괜한 걱정과 관심을 받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준은 두 사람에게 직속 상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까닭에 연애 사실을 고백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준이 두 사람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시준의 성격상 두 사람의 연애를 말리지 않겠지만.
두 사람이 헤어졌을 때를 생각해 걱정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다.
여경찬과 송진아는 이런 문제로 시준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차일피일 교제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
여경찬이 머리를 싸매며 송진아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냥 확 오늘 말해 버릴까?”
“아니면 아예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다고 하는 건 어때? 배우님이 우리를 밀어주고 싶어 하는 거 같았잖아.”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그런 식으로 배우님을 속이는 게 옳은 일일까 싶네.”
“좀 그렇지? 아아. 어떡해. 이렇게 레스토랑까지 예약해 주는 고마운 분을 속이다니.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시준이 처음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했을 때만 해도 마음이 편했다.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교제 사실을 알린다면 축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비밀 연애를 하며 마음을 졸였던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시준이 두 사람을 밀어주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리저리 두 사람의 마음을 떠보는 시준을 지켜보고 있으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어젯밤의 일을 다시 떠올리면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데이트를 하고 오라며 자신의 등을 떠미는 시준은 정말 행복해 보였으니까.
술자리가 이어지는 내내 시준의 입가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나는 무엇보다도 우리 배우님이 수치사를 당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야.”
“우리 배우님…. 너무 행복해 보였지? 정말 즐거워 보였지?”
“완전. 그래서 레스토랑을 예약해 뒀다고 했을 때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어.”
“아아. 그때라도 말했어야 했는데. 우리 어떡해 정말….”
그렇게 여경찬과 송진아는 초상이라도 난 사람처럼 우울한 표정을 지었고.
레스토랑의 직원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오해했다.
‘그렇게 우리 가게 음식이 맛없나?’
확실히 두 사람의 표정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만큼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 * *
수치심에 한참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는 아니샤 블론드의 작품을 관람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성격상 나로 인해 눈치가 보여서 교제 사실을 고백하지 못한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다시 생각해 봐도 수치스러웠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했으니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입을 열기가 더 힘들었겠지.’
그렇게 내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사이.
주변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 왔고 고개를 들어 보니 영화가 끝이 나 있었다.
최서영 감독이 옆자리에서 기지개를 켜며 입을 열었다.
“아. 영화 진짜 재밌었다. 그래. 이런 게 칸 영화제지. 안 그래요. 배우님?”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최서영 감독의 말에 대답했다.
“네? 네. 그렇네요. 영화 괜찮네요.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최서영 감독이 웃음을 터뜨렸다.
“풉. 설마 배우님 아직도 경찬 씨랑 진아 씨 일 때문에 마음을 쓰고 계신 거예요?”
“네. 머릿속에서 생각이 계속 떠나질 않네요. 무엇보다 두 사람을 곤란하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오늘 솔직하게 상황 설명을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테니. 그나저나 재밌네요.”
“뭐가요?”
“배우님은 누구보다 연애 고수 같은 느낌이거든요. 외모도 외모지만 <황녀님, 동거합시다>에서 배우님이 맡았던 한지훈 역할을 생각해 보면…. 큭큭.”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이 황당했다.
어쩌면 연기를 통해 유사 연애를 경험하며 이런 쪽으로 눈치가 빨라졌다는 착각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연애 고수라는 착각.
하지만 실상 나는….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
회귀 전에도 그랬다.
입대 전 딱 두 번 연애를 해 본 게 전부였다.
애초에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를 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주제에 연애 코치를 하겠다고 나섰다니.
내가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감독님의 말대로 솔직하게 말한다면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겠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시준 씨!”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는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서 있었다.
나는 반갑게 리장드루 메이에르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제가 말했잖아요.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고 휴가차 곧장 달려왔죠.”
“아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매년 칸 영화제에 빠짐없이 참석한다고 했었죠?”
“네. 맞아요. 그나저나…. 오늘 시준 씨의 의상이 무척이나 멋진데요?”
나는 오늘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 선물을 받은 루이비통의 의상을 입고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
어제처럼 레드카펫에 올라 사진을 찍혀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한 복장을 골랐는데.
우연히 아직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의상이 떠올라 스타일링한 것이었다.
“선물을 받고 처음 개시한 옷이었는데 이렇게 리장드루 메이에르한테 착장 인증하게 됐네요. 괜찮나요?”
“네. 훌륭하네요. 의상의 컨셉을 관통하면서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한 완벽한 스타일링이네요. 역시 시준 씨의 안목은 보통이 아니에요.”
“칭찬 감사합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
“저야말로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루이비통의 의상을 입어 줘서 감사하죠. 그나저나 시준 씨의 스타일링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네요. 이 정도라면….”
“네?”
“아닙니다.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서 잠시 생각에 잠겼을 뿐입니다. 어쨌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상영은 토요일이죠?”
“맞아요. 토요일이에요.”
“저도 그날 시준 씨만 괜찮으면 영화를 보러 오겠습니다.”
무척이나 기쁜 소식이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경쟁 부문에 초청이 된 만큼 객석이 텅텅 빌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나와 최서영 감독이 경쟁 부문의 작품은 꼭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처럼.
다른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객석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럽이 자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경쟁 부문의 초청된 다른 작품의 경우에는 감독이나 배우가 세계적으로 이름이 난 인물이었기 때문에 여러 셀럽이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나와 최서영 감독은 신인 중의 신인이었기 때문에 초청할 만한 셀럽이 없었다.
이 부분이 괜히 좀 신경이 쓰였는데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영화를 관람해 준다니 마음이 놓였다.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인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영향력은 그만큼 대단했으니까.
프랑스에 한정한다면 거의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자리를 빛내 준다니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친구가 많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아아.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까?”
“아무래도 저와 최서영 감독님은 세계 영화 업계에서 신인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런 것치고는 여기저기 시준 씨의 이름이 너무나도 많이 언급되던데…. 어쨌든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는 친구들을 모두 불러서 객석에 앉혀 놓겠습니다. 넉넉하게 서른 자리를 비워 두세요.”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유쾌하게 웃으며 약속했고 그렇게 우리는 자리에 서서 한참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일행에 합류했다.
저녁에 상영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술자리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 스태프들은 리장드루 메이에르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스태프들의 입장에서도 리장드루 메이에르와 교류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었다.
* * *
그날 저녁.
여경찬과 송진아가 데이트를 마치고 술자리에 합류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어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라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솔직히 상황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나는 두 사람을 따로 불렀다.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쭈뼛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쉽게 사과의 말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두 분이 이미 사귀는 것도 모르고 괜히 오지랖을 부리고…. 저 때문에 많이 곤란했죠?”
내가 이렇게 사과를 하자 여경찬과 송진아가 화들짝 놀라며 오히려 자신들이 교제 사실을 숨겨서 잘못했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닙니다! 배우님! 저희가 먼저 얘기를 해야 했는데….”
“맞아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사귀는 사이라는 거 어떻게 아신 거예요?”
내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스태프가 모두 알고 있다는 말을 하자 여경찬과 송진아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자신들의 연애가 이런 식으로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가 바보였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며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나는 늦었지만 여경찬과 송진아의 연애를 축하했다.
그렇게 나, 여경찬, 송진아가 다시 술을 마시기 위해 걸음을 옮기자 우리를 발견한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목소리를 높이며 반겼다.
“저기 시준 씨랑 한 쌍의 커플이 오네요!”
그리고 우리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겨우 며칠을 같이 있었던 리장드루 메이에르마저도 여경찬과 송진아가 사귀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다니.
충격이었다.
“진짜 우리만 바보였구나….”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최서영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 전체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상영을 며칠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2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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