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8)
얼굴 천재 배우님-128화(128/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8화
전날부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상영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이미 생테티엔 극장에서 개봉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칸 영화제에서 작품이 상영되는 것은 그 의미가 완전 달랐다.
칸 영화제는 세계인의 평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으니까.
시상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의 영화 상영회가 더욱더 중요했다.
이미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기대 성과를 초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욕심을 내자면 오늘의 상영회에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
이게 그나마 지금의 상황에서 나와 최서영 감독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상영회의 날이 밝았고 미리 준비한 의상을 꺼내 입었다.
두 번째 의상 역시 이시후 디자이너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의상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선물한 의상 중에는 수트가 존재하지 않았다.
칸 영화제에 꼭 수트를 입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쪽을 선호했다.
미리 이시후 디자이너 측과 칸 영화제의 스타일링을 약속해 협찬을 받아 온 상황이기도 했고.
‘그래도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의상을 입지 못하는 게 좀 그렇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상영회에 참석해 주기로 한 상황이라 더욱더 그랬다.
내가 상영회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먼저 호의를 보여 준 친구의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 어떻게든 작은 선물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님! 준비 끝났어요!”
다행히 송진아가 한발 물러나며 이렇게 말했을 때.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 캐리어에 보면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선물한 3개 핀 세트가 있을 거예요.”
“아! 그거 뭔지 알아요! 저번에 룩북 촬영 때 스타일링했던 거 맞죠?”
“네. 맞아요. 그걸 이 의상에 매치하고 싶은데 어울릴까요?”
“오! 괜찮은데요? 잠시만요. 제가 지금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루이비통의 핀을 수트의 깃에 꽂았다.
핀 세 개를 꽂은 것만으로도 수트는 전체적으로 캐주얼한 인상을 풍겼다.
전신 거울로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일링이 나쁘지 않았다.
“너무 좋네요! 그럼 스타일링은 이대로 픽스할까요?”
“네. 그러죠. 이제 우리 대극장으로 이동해요.”
잠시 후 우리는 뤼미에르 대극장에 도착했다.
대극장이라고 보통의 영화관처럼 그냥 유리문을 열고 입장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영화제답게 레드카펫을 밟아야만 대극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시준! 시준!”
“이쪽 한 번만 봐주세요!”
“손 흔들어 주세요!”
“여기입니다! 여기!”
“한마디만 해 주세요!”
기자들의 취재 열기는 상당했다.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하지만 나와 최서영 감독은 이미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한 상태였다.
경쟁 부문의 여러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주인공인 날인 만큼 그 열기가 더욱 뜨거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모두 찍고 긴장된 마음으로 대극장의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2층 객석까지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관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경쟁 부문의 작품을 관람할 때는 이러한 광경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영화 시작 전부터 박수를 보내고 있는 관객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했다.
최서영 감독도 마찬가지인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먼저 정신을 차리고 최서영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감독님.”
“네?”
“가죠.”
“아. 네.”
그렇게 나와 최서영 감독은 지정된 좌석으로 이동하며 관객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그 과정에서 반가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반가움을 표시하자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손으로 세 개의 핀을 가리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눈에 내가 어째서 깃을 따라 핀을 꽂았는지 그 의미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 옆으로는 프랑스의 유명 배우 마리옹 울리엘과 장 비노쉬가 서 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셀럽 친구들을 데려온다더니 그 약속을 지킨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프랑스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배우였다.
두 사람이 출연한 영화는 칸 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는 지오반니 트레비시나 안나 브레슬러와 같은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감독과 배우가 영화 관람을 위해 참석했다.
이 사람들만 전부 모아도 셀럽 숫자가 부족한 게 아닌가 걱정을 했던 게 무색할 만큼 객석이 화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은 당연하게도….
‘주니어 캐시플.’
칸 영화제의 심사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니어 캐시플이었다.
주니어 캐시플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관람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영회의 격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부디 오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나는 이렇게 소망하며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
영화의 상영 내내.
대극장은 처음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를 잊은 것처럼 고요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고 눈물도 흘리는, 그런 종류의 영화가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더 고요함이 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내 영화가 윤세랑의 정체에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객석에서 연속적으로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윤세랑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눈 밝은 관객이라면 이미 중반부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읽어내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관객의 안타까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영화는 마침내 마지막 장면에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탄식을 뱉어내던 관객의 입에서는 경악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 정도의 큰 소리는 아니었다.
애초에 비명은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 수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비명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명은 강태남이 창문을 열고 파이프 렌치를 내리치는 장면에서 가장 커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강태남이 파이프 렌치를 내리칠 때마다 듣기 괴로운 파육음이 울려 퍼졌다.
또한 윤세랑의 것으로 추정이 되는 피가 강태남의 얼굴에 튀었다.
그때 강태남이 입고 있는 명성고의 교복을 가깝게 비추는 장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는 관객과 함께 영화를 지켜보면서 그 사실을 체감했다.
‘이게 극장에서 다른 사람과 영화를 함께 지켜보는 것의 장점이지….’
대화하지 않고 표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하나로 완성된 감정이 뤼미에르 대극장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이 검게 변하더니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타이틀이 떠올랐고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빠! 나 여기 있어!]경악의 눈으로 영화를 지켜보고 있던 관객의 입에서 낮은 감탄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것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희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걸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서영 감독 또한 감동을 느낀 듯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올라가기 시작한 엔딩 크레딧.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며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칸 영화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 기립박수였다.
사실 칸 영화제에서는 기립박수가 굉장히 흔했다.
거의 하나의 행사처럼 굳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경쟁 부문의 영화 중 기립박수를 받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기립박수에는 칸 영화제에 대한 찬사의 의미 또한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감동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객과 마음이 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얘기가 달랐다.
관객들은 하나의 행사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는 중이었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분명 마지막 낮은 감탄사는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그랬기 때문에 나는 감정이 북받쳐 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최서영 감독 또한 여전히 지금의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나와 최서영 감독은 관객 사이를 걸으며 천천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러 사람이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즐거워했다.
“최고였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었어요! 서영!”
“시준! 당신의 연기는 완벽했어요!”
“이번 영화제 최고의 영화예요!”
“훌륭한 작품을 보여 줘서 감사합니다!”
휘파람 소리와 환호성을 뚫고 격려의 말이 쏟아졌다.
그리고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에 박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관객 사이를 걸어서 마침내 리장드루 메이에르 자리에 도착했을 때.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나를 꼭 껴안아 주면서 이야기했다.
“시준 씨 놀라지 말아요. 지금 기립박수가 7분째 이어지고 있어요. 내가 말했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분명 잘될 거라고?”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이야기를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칸 영화제의 기립박수는 5분을 넘지 않았다.
5분을 채워도 충분히 긴 박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7분이라니.
나는 우리의 영화가 이 정도로 많은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더 놀라운 사실은 아직 박수 소리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많은 관객이 자신 쪽으로 와서 인사를 해 주기를 바라고 있어.’
그렇다는 것은 기립박수가 앞으로도 한참 이어질 거라는 뜻이었다.
나는 또 한 번 관객에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메시지가 전달된 게 착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충분해. 정말 더 이상 나는 칸 영화제에 바라는 게 없어.’
리장드루 메이에르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도 4분간 더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나는 그 과정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것은 진심이었다.
칸 영화제는 나에게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선사했다.
내가 배우로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제작사로서 참여한 영화가 생각 이상의 감동을 전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성과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도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생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칸 영화제에는 아직 시상식이 남아 있었고.
기립박수를 받는 동안에 나는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2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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