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9)
얼굴 천재 배우님-129화(129/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9화
“수고하셨습니다! 이시준 배우님! 최서영 감독님!”
르 몽드의 기자, 고티에 푸르니에가 인터뷰의 끝을 알렸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상영회 이후 연일 이런 식의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얼마나 바쁜지 전처럼 여유롭게 영화 한 편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나와 최서영 감독은 인터뷰 시간을 쪼개며 간신히 경쟁 부분의 작품만을 챙겨보고 있었다.
새삼 ‘11분 기립박수’가 얼마나 큰 업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늘도 르 몽드의 기자는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티에 푸르니에는 상당히 파이팅이 넘치는 기자였다.
약간 흥분한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된 상태로 여러 질문을 쏟아 냈다.
프랑스 최고의 신문사 기자는 역시 뭔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경쟁 부문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되면 추가 인터뷰를 해 주기로 한 거 꼭 잊지 말아 주세요!”
고티에 푸르니에는 마지막까지 이런 말을 남겼고 나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르 몽드의 기자가 떠나고 난 뒤 최서영 감독이 입을 열었다.
“매일 꿈만 같네요. 어제 스페인 최고 신문사 엘 문도랑 인터뷰한 것도 놀라웠는데 이번에는 르 몽드라니.”
“그러게요. 저도 얼떨떨하네요. 한국에도 11분 기립박수에 관한 기사가 낫다고 했죠?”
“당일 인터뷰를 했던 기자들이 벌써 소식을 날랐나 보더라고요. 인터넷이 온통 우리 얘기로 도배돼 있어요.”
한국 영화는 이미 여러 차례 칸 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여우주연상, 각본상, 심사위원상,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 황금종려상을 모두 받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개미>조차 기립박수 시간은 8분 정도였다.
8분 또한 충분히 긴 시간이었지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11분에 비한다면 시간이 좀 짧았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일개미>만큼의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여론이 일었다.
다만 나는 수상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 영화 중 <비상사태> 또한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적 있었지만 상을 타지 못했어.’
물론 <비상사태>는 비경쟁 부분의 초청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기립박수 시간이 반드시 수상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기립박수 시간은 그저 현장 관객의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와 최서영 감독 모두 수상에 대한 기대를 한쪽으로 미뤄 둔 상태였다.
그냥 지금의 상황을 즐기자는 게 우리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애초에 소기의 목적을 초과 달성했으니 괜히 수상을 기대하며 조급해할 이유가 없었다.
미래를 낙관하자면 11분 기립박수라는 업적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국내 홍보에 꽤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우리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국내에 개봉할 시 300만에서 500만 정도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예술 영화의 컨셉으로 제작이 진행된 만큼 이 이상의 흥행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칸 영화제에서 11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해도 이 정도가 한계였다.
대중의 호응을 얻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뭐…. 영화의 상영관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에 비한다면 대단한 일이지.’
나는 진심을 이렇게 생각했고 또 언제 오게 될지 모르는 칸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우리의 태도와 다르게 주변에서는 꽤 기대감이 높은 듯했다.
여경찬은 시상식 날 더 좋은 차를 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난리였고 송진아는 준비한 스타일링이 너무 평범한 것 같다며 자책했다.
통역사 또한 나와 최서영 감독에게 미리 수상 소감을 부탁했다.
수상 소감을 미리 받아야 원활한 통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배우님은 통역사님께 수상 소감 전달했어요?”
“아직요. 막상 적으려니까 잘 생각이 안 나서….”
“저도 그렇더라고요. 오늘 밤까지 고민해서 제출해야겠어요.”
“저도 그래야겠네요. 무슨 얘기를 적으면 좋으려나.”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고민하는 사이 다음 인터뷰를 위해 기자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최고 신문사,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였다.
* * *
칸 영화제의 시상식은 폐막식과 함께 진행됐다.
그렇기 때문에 폐막식은 칸 영화제의 진정한 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워낙 여러 번 레드카펫에 섰기 때문인지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수상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것 같았다.
이와 반대로 나와 최서영 감독에 대한 취재 열기는 상영회 때보다도 더 뜨거워진 것 같았다.
확실히 개막식에 비한다면 우리 두 사람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상태였다.
며칠간 세계적인 신문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지막까지 대단하네요.”
“그러게요.”
나와 최서영 감독은 카메라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대화를 나눴다.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레드카펫을 지나쳐 폐막식장에 도착하자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감독과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칸에서 생활하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작품을 직접 관람했기 때문인지 그 면면이 더 화려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만큼은 몇 번을 칸 영화제에 참석해도 적응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사람들 사이에 우리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와 최서영 감독이 그렇게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본격적인 폐막식 행사를 기다렸다.
이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옐로 로즈>라는 작품으로 초청받은 란레 칼리스 감독이었다.
칸 영화제 시작 전부터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는데 상영회의 반응도 상당했다.
기립박수가 이번 칸 영화제의 최장 기록인 16분이나 이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옐로 로즈>는 이곳에서 관람한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다.
‘<84 : 폴로늄>이나 <블랙 인터페이스> 또한 이에 못지않았지만….’
아무래도 황금종려상은 란레 칼리스의 <옐로 로즈>가 받을 것 같았다.
나는 내심 이렇게 확신했고 작년 황금종려상 수상자의 폐막식 인사와 함께 본격적인 칸 영화제 시상식이 시작됐다.
“각본상을 발표하겠습니다! 각본상은 <84 : 폴로늄>의 타일러 하이다르입니다!”
가장 먼저 각본상의 시상식이 있었고 놀랍게도 각본상은 타일러 하이다르의 <84 : 폴로늄>에게 돌아갔다.
비록 황금종려상의 유력 후보치고는 상의 규모가 작았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는 성과였다.
타일러 하이다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처음 초청을 받은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와 최서영 감독처럼 완전한 신인은 아니었지만.
다만 이렇게 된 이상 타일러 하이다르의 <84 : 폴로늄>은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없었다.
칸 영화제는 원칙적으로 중복 수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본상과 심사위원상의 경우에는 심사 위원장의 특별 관면에 따라 최우수 여우주연상이나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다.
어쨌든 그래도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뭐…. 딱히 타일러 하이다르가 황금종려상에 욕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수상 소감을 말하며 울먹거리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확실히 처음 초청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다음으로는 3등 작품상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심사위원상의 발표가 있었다.
심사위원상은 황금종려상이나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에 비한다면 그 위상이 낮았다.
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수준을 높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각본상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본상보다도 의미가 있을 수 있었고.
‘그나마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수상을 노린다면….’
심사위원상이 조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최서영 감독도 별생각이 없다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수상 작품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심사위원상 수상 작품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입니다!”
시상자의 입에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이름이 호명된 것이었다.
나와 최서영 감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최서영 감독이 눈물을 터뜨렸다.
나 또한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아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꼈다.
‘정말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그사이 주변에서는 우리를 향한 축하의 말이 쏟아졌다.
나는 울고 있는 최서영 감독을 위로하기 위해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감독님. 눈물 닦으세요. 수상 소감 말하러 가야죠.”
그러자 최서영 감독이 또 한 번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제가요? 제가 왜요? 배우님이 수상 소감을 하셔야죠.”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손수건을 최서영 감독의 손에 쥐여 줬다.
“감독님이 올라가야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감독은 최서영이잖아요.”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서영 감독이 손수건을 받아들고 눈물을 닦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최서영 감독이 시상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최서영 감독에게는 시상대에 올라갈 자격이 있었다.
애초에 최서영 감독이 아니었다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테니까.
잠시 후.
꽃다발과 함께 트로피를 받아든 최서영 감독의 수상 소감이 시작됐다.
최서영 감독이 수상 소감을 먼저 몇 문장 말하면 통역사가 그것을 다시 프랑스어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옆에 있는 통역사가 수상 소감을 미리 전달해 달라고 할 때만 해도 이런 순간이 정말 찾아올지 몰랐는데 놀랍네요.”
최서영 감독은 가벼운 농담과 함께 긴장을 풀고 본격적으로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의 학생에 불과했습니다. 대학생 신분이었고 같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영화를 찍자고 약속했던 친구가 도망을 간 상황이었죠.
꽤 절망적인 순간. 그 순간에 제 손을 잡아 준 것이 바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시준 배우님이었습니다.
이시준 배우님의 선택을 받지 못했더라면 저는 칸 영화제에 한 줄 이름을 남기게 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라는 역사적인 작품의 감독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모든 것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이시준이라는 영화인의 업적이고 저는 단지 감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자리에 섰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 다른 건 모두 잊어도 이시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반드시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시준 배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끝으로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미리 준비했기 때문인지 최서영 감독은 수상 소감을 비교적 잘 전달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주변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최서영 감독의 수상 소감대로 사람들을 날 기억에 담아 두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로서는 최서영 감독의 수상 소감이 감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가슴 가득 뿌듯함이 차올랐다.
나는 자리로 돌아온 최서영 감독과 가볍게 미소를 주고받았다.
최서영 감독이 트로피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받으세요. 이건 배우님 거잖아요.”
“이게 왜 제 거예요. 감독님 거지. 저는 감독님이 언급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쁩니다.”
“그래도….”
“진심이에요.”
그사이 최우수 여우주연상의 시상식이 진행됐고 그다음으로는 최우수 남자주연상의 차례였다.
그때 또 한 번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이름이 호명됐다.
“최우수 남자주연상의 수상자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이시준입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2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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