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0)
얼굴 천재 배우님-130화(130/200)
얼굴 천재 배우님 130화
심사위원상 수상 작품으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이름이 불렸던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내 이름 세 글자가 호명되는 순간, 모든 소음이 일시에 소거됐고.
나는 그 자리에 한참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은 또 한 번 울음을 터뜨린 최서영 감독이 입을 틀어막고 나를 불렀을 때였다.
“배우님…. 이시준 배우님!”
“네?”
“이제 배우님 차례예요. 수상 소감하고 오셔야죠.”
“아. 네.”
이렇게 대답을 하고 나서야 주변에서 박수와 함께 축하 인사가 쏟아지고 있음을 실감했고.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시상대를 향해 걸었다.
최우수 남우주연상 시상을 맡은 배우, 안나 브레슬러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 앞으로 다가가자 트로피와 함께 꽃다발을 건넸다.
“축하해요. 이시준 배우님.”
이렇게 안나 브레슬러에게 인사를 받을 때.
그제야 수상 소감이 떠올랐고 통역사가 옆에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통역사는 내 옆에 가까이 서서 수상 소감을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나는 통역사에게 조용히 물었다.
“수상 소감 내용을 조금 바꾸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다행히 통역사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저도 <일개미>의 통역사처럼 유명해질지도 모르겠네요. 중간중간 문장만 잘 끊어 주세요.”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뒤 수상 소감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런 뒤 목소리를 가다듬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아 뒀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앞서 최서영 감독님이 저를 칭찬한 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때 저는 정말 연기를 못하는 배우였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숨을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그만큼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남들이 한 번에 할 수 있는 동작을 집에 가서 수백 번씩 반복해야만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는 하나의 동작을 위해 수백 번 반복해 연습하고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수천 번 고민해 연습합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타고난 재능을 저주하지 않습니다. 가장 힘들 때도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했고, 배우로서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연기를 할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나는 이쯤에서 말을 끊었고 통역사가 내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전달하는 동안 주변의 반응을 살폈다.
그 와중에 안나 브레슬러가 흥미로운 듯 눈을 빛내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안나 브레슬러에게 한 차례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지금 꿈을 꾸는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최고가 되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꿈이라는 최고의 보물을 포기하지 않는 가장 멋진 존재니까.
마지막으로 제 꿈을 항상 지지해 준 어머니, 아버지, 형, 친구들, 스태프들, 그리고 우리 시럽 모두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꿈을 품고 살아가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내가 수상 소감을 마치고 시상대에서 내려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자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주니어 캐시플이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수상 소감 기립박수.
이것은 기립박수가 일종의 행사처럼 자리를 잡은 칸 영화제에서도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이 최우수 남우주연상이라면 더욱더 그랬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한번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는 정말 얻은 게 많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11분 기립박수, 심사위원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이 모든 게 단 한 번의 칸 영화제 참석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 * *
칸 영화제의 폐막식 이후로도 우리는 미리 잡아 놓은 인터뷰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사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고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 반응이 들끓었다.
-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실화냐?
-이시준 대단하다ㅋㅋㅋ 백상이랑 청룡에서도 신인상밖에 못 받았는데 단번에ㅋㅋㅋ
-근데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재밌나 봐? 칸에서도 2관왕을 한 거 보면?
-애초에 현장 반응이 뜨거워야 기립박수를 11분이나 받을 수 있음ㅇㅇ
-보니까 외신 반응도 난리더라ㅋㅋㅋ 프랑스에서는 이시준을 두고 당대의 천재라고 극찬ㅋㅋㅋ
-스페인이랑 이탈리아 기사도 미쳤어ㅋㅋㅋ 한 문단에 천재라는 말을 7번이나 반복한 기사도 있음ㅋㅋㅋ
-이 정도면 유럽 전체가 이시준을 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ㅋㅋㅋ
-이시준… 나만 알고 싶었는데 이렇게 수출을 당하는구나….
-근데 이시준 수상 소감에 감동받은 사람은 나뿐이냐?
-나도 감동받았음ㅠㅠㅠ 뭔가 괜히 응원을 받은 것 같은 기분ㅠㅠㅠ
-나는 개인적으로 최서영 수상 소감이 신기했음ㅋㅋㅋ
-그니까ㅋㅋㅋ 이시준은 진짜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 거야ㅋㅋㅋ
-같이 일하는 감독마저도 입덕시키는 이시준 매력….
-주니어 캐시플의 인터뷰 봤음? 단번에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훌륭한 작품임을 알아봤대;;;
-나는 이시준이 세계 영화계의 중요한 한 획을 그을 거라고 단언한 게 더 소름이더라ㄷㄷㄷ
-어떻게 주니어 캐시플한테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거지? 칸에 가서 뭘 한 거야?
-주니어 캐시플만이 아니야ㅋㅋㅋ 안나 브레슬러도 이시준이랑 사진 찍고 싶어서 주변을 어슬렁거린다고ㅋㅋㅋ
-나도 그 움짤 봤음ㅋㅋㅋ 약간 얼굴만 보면 반해 버리는 그런 느낌인가?
-이시준의 실물 보고 나면 안 그럴 수 없을 것 같긴 함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언제 국내 개봉함?
-일정 잡고 있다는데 나도 궁금하네ㅋㅋㅋ 진짜 너무 보고 싶은데ㅋㅋㅋ
-외국 기사 찾아보니까 영화가 막 즐거운 내용은 아닌 것 같더라….
-애초에 포털에 공개된 줄거리부터가 다크한 느낌임ㅋㅋㅋ
-그래도 하도 떠들어 대니까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지 않음?
-나도 영화 나오면 곧장 보러 가려고 대기 중ㅋㅋㅋ
-솔직히 이시준이면 연기는 그냥 믿고 볼 수 있지….
-팬미팅에서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이시준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더라ㅋㅋㅋ
-약간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이랬나? 무섭지만…. 잘생겼겠지?
-무조건 잘생겼지ㅋㅋㅋ 연기보다도 외모를 믿고 봐야 하는 작품
-아… 빨리 국내 개봉했으면 좋겠다! 현기증 나!
커뮤니티의 반응은 항상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언제 개봉을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언론의 기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칸 영화제에서의 소식을 전하거나 외신의 반응을 옮기는 데 집중하다가 국내 개봉에 대한 소식을 쏟아 냈다.
배급사 중 어떤 곳이랑 가깝다더라, 전국 몇 개의 극장에서 영화가 걸리기로 했다더라, 영화가 몇 주간 상영되기로 되었다더라.
이런 얘기가 계속해서 기사화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개봉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에 맞게 영화는 빠르게 배급사를 구해 본격적으로 상영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나는 최서영 감독과 열심히 전국의 극장을 돌며 무대 인사를 다녀야 했다.
도저히 쉴 틈이 없는 스케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홍보를 위해 따로 예능 출연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워낙 국내에서 충분히 홍보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무대 인사 또한 홍보가 아니라 감사를 전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그렇게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상영됐고 최종적으로 711만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대한 성과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였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기대치가 더 높아진 덕분이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도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혹시라도 국내 팬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군….’
나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긴 여정을 회고하며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아직 OTT 판매 등이 남았지만 이쪽으로는 내가 크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 * *
‘차기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대 인사를 도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계속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게 들어오는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영화와 드라마 모두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성공 이후 영화 쪽으로도 엄청난 작품이 들어오고 있었다.
다만 이러한 작품 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이미 유명한 감독과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정해져 있는 미래대로 길을 정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누군가가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서영 감독과도 차기작을 함께하지 않기로 한 상태였다.
최서영 감독은 다음 작품까지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완곡하게 거절했다.
내가 느끼기에 최서영 감독은 이미 혼자서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실력자였다.
여러 제작사에서 최서영 감독의 차기작을 주목하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참고로 최서영 감독은 차기작 또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배우님이랑 꼭 한 번 더 작품을 같이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최서영 감독이 진심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얘기를 꺼냈기 때문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감독님이라면 본인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감을 가져요.”
“저도 꽤 자신감이 생겼지만 그래도 든든한 백이 사라진 것 같아서 너무 허전하네요. 혹시 우정 출연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감독님이 부탁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말씀만 하세요.”
그렇게 최서영 감독과 각자의 길을 가기로 이야기를 끝냈기 때문에 고민이 더 깊어졌다.
아무리 살펴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
‘역시 방법이 하나뿐인가?’
대본과 시나리오를 양손에 가득 들고 고민에 잠겨 있던 나는 노트북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 뒤 노트북 앞에 앉아 본격적으로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한글 파일 최상단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퇴마환야담(退魔幻野談).’
이것은 내가 새로 집필하려고 마음먹은 드라마의 제목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3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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