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1)
얼굴 천재 배우님-131화(131/200)
얼굴 천재 배우님 131화
<퇴마환야담>의 이야기는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시작했다.
왜란 후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시체가 제대로 묻히지 못했고.
그렇게 원념이 한데 뭉쳐서 악귀가 창궐하기 시작하니.
국력이 쇠약해진 나라에서도 이 일을 해결하기 힘들었다.
그때 ‘연’이라는 이름을 쓰는 자가 스스로를 퇴마사라고 지칭하며 악령을 퇴치할 수 있다고 나선다는 게 <퇴마환야담>의 줄거리였다.
내가 며칠에 걸쳐 집필한 <퇴마환야담> 1부는 연이 산골 마을에서 ‘창귀’의 단서를 발견하고 악령 퇴치를 시작하는 내용이었다.
‘간신히 완성했네…. 이대로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기회가 없었지만 나는 원래 역사를 좋아해 사극 출연에 관심이 있었다.
회귀 전부터 시간이 나면 너튜브를 틀어 역사 강의를 보는 게 취미일 정도였다.
사극은 아니었지만 처음 <탈출>이라는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 또한 바로 이것이었다.
근현대사 또한 역사의 일부였으니까.
그러던 중 지정현의 연기를 보고 한계를 느꼈을 때.
나는 연기력 향상을 위해 윤봉길, 김상옥의 일생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대 사학과 교수와 교류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다.
그런 까닭에 처음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가장 쓰고 싶었던 것은 사극이었다.
하지만 한국대 교수와 교류를 하고 너튜브로 역사 강의를 들어온 것만으로는 역사와 관련된 작품을 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 대한 애정이 사극에 비교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정말 내 인생에 중요한 작품이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통해 시나리오 작가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것은 물론,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사극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존재했고.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사학과 교수에게 다양한 역사 관련 서적을 추천받는 등 공부를 진행했다.
중간중간 촬영 스케줄 때문에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다.
윤봉길, 김상옥의 일생을 공부하며 조선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구축됐기 때문인지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창 차기작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역사 공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사학과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배우님.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역시 칸 영화제에서 2관왕을 한 작품은 다르더라고요.
“아. 감사합니다. 교수님. 안 그래도 한번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국위 선양을 하느라 워낙 바쁜 분인데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려야죠. 그나저나 요즘도 역사 공부 열심히 하고 계시죠?
“얼마 전에 <한국요괴민속론>은 다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벌써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었군요. 역사 자료는 워낙 양이 많아 더 추천해 드릴 수 있긴 한데….
“아. 혹시 요즘 강의 때문에 많이 바쁘신가요?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뇨.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배우님의 공부량이 너무 많은 거 같아서요. 지금 역사 공부를 하는 게 작품을 쓰기 위함이라고 했죠?
“맞습니다. 언젠가 사극을 한 편 쓰는 게 제 꿈이거든요.”
-그런 거라면 이제 슬슬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요?
이어 사학과 교수는 지금의 내 수준이라면 사극을 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여전히 좀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사학과 교수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렇게 사학과 교수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본격적으로 오래 구상해 왔던 <퇴마환야담>의 집필을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퇴마환야담>은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사극 드라마였다.
가상의 조선이 아닌 실제 조선을 배경으로 작품을 집필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생각을 바꿨다.
실제 조선을 배경으로 퇴마라는 소재를 다룬다면 필연적으로 역사 왜곡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증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 작품 속에 온전히 조선의 역사를 다루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특히 조선의 지리, 건축, 의복, 음식, 의식, 행사, 관습 등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내가 지금껏 꾸준히 역사 공부를 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퇴마환야담> 1부 대본의 프린트를 시작했다.
프린터는 한참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종이를 뱉어냈다.
원래도 드라마 대본은 A4 기준으로 40쪽 전후의 분량이었다.
하지만 <퇴마환야담>은 그보다도 분량이 훨씬 많았다.
씬마다 사진 자료가 잔뜩 첨부돼 있는 대본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사진에는 씬마다 신경을 써야 하는 역사 고증의 자료가 담겨 있었다.
잠시 후.
프린트가 전부 끝났고 총 분량은 103쪽이었다.
나는 직접 대본집을 묶어서 봉투에 담았고 여경찬에게 우편 작업을 부탁했다.
작품의 재미보다 더 중요한 게 고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뒤.
사학과 교수로부터 장문의 메일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배우님.대본 잘 받았습니다.
주인공 ‘연’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퇴마환야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대본과 함께 첨부된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살펴보며 알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이시준 배우님이 얼마나 치열하게 조선 역사를 공부했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드라마, 영화 고증 의뢰를 여러 차례 받아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퇴마환야담>와 같은 대본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퇴마환야담>의 역사 고증 수준은 놀라웠습니다.
이러한 작품이라면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임에도 조선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제든 대본 살펴볼 생각이 있으니 또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퇴마환야담>의 건필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사학과 교수의 메일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와 동시에 뿌듯함을 느꼈다.
<퇴마환야담>이 이 정도로 역사 고증 부분에서 인정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됐다.’
그렇게 나는 사학과 교수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며 미리 합의한 사례금을 전달했다.
그런 뒤 다른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 1부 대본의 역사 고증 문제를 해결했으니 작품의 재미를 끌어올릴 차례였다.
그리고 그러려면 <퇴마환야담>을 드라마로서 읽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다행히 내 주위에는 작품을 읽어 줄 만한 사람이 많았다.
* * *
나는 몇 주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대본을 보여 주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여러 차례 수정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사학과 교수에게 고증 의뢰를 맡겨야 했다.
그렇게 <퇴마환야담> 1부는 서명희, 지정현, 신디, 양이듬 등의 배우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강한성 감독과 정수진 작가에게 추가 피드백을 부탁했다.
원한다면 지금껏 인연을 맺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부담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까지 갔다 온 분의 작품을 내가 피드백해도 괜찮겠나?”
실제로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꺼냈다.
확실히 <퇴마환야담>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와 달리 작가 데뷔작이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쓸 때처럼 작가 지망생의 마인드로 주변 사람 모두에게 작품을 봐 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작품의 성공 여부를 책임을 지는 것도 작가로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으니까.
사실 지금도 작품을 보여 준 사람이 적다고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조금 과하다 싶게 피드백을 받은 셈이었다.
보통 작품을 쓰면 한두 명에게 보여 주는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퇴마환야담> 1부의 수정 과정을 충분히 거쳤고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와 결판을 낼 때였다.
‘과연 정윤석 대표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솔직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제작을 허락하기 전.
정윤석 대표는 이런 식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건 이번 한 번뿐이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확실히 정윤석 대표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달가울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감독,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는 게 회사의 수익 면에서 나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라면 모를까.
드라마는 첫 도전이었기 때문에 정윤석 대표는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컸다.
‘나라도 내 의견을 받아 주기가 힘들 거야.’
하지만 정윤석 대표를 설득하지 않고서는 당장 <퇴마환야담>의 제작은 불가능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이 1년 후 만료되는 만큼 이후 새로운 회사를 찾아서 <퇴마환야담>을 제작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다만 나는 웬만하면 <퇴마환야담>을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고 싶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물론, 회사에 애정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지만.
무엇보다 1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정윤석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정윤석 대표와는 저번처럼 LAP GUSTUS라는 레스토랑에서 만남을 가졌다.
LAP GUSTUS는 정윤석 대표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한남동 소재의 레스토랑이었다.
과거 정윤석 대표와 첫 만남을 가졌던 장소이기도 했다.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와 있던 정윤석 대표는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겼다.
“배우님! 이쪽입니다!”
나는 정윤석 대표가 손을 흔든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이 자리네요.”
“이 자리의 조명이 가장 좋거든요. 저녁 안 드셨죠? 어서 앉으세요. 이제 곧 음식이 나올 겁니다.”
정윤석 대표의 말대로 레드 와인 한 병이 오픈되자마자 오르되브르가 나왔다.
오르되브르는 아보카도 위에 부드러운 감자 폴렌타 케이크를 얹고 차이브와 방울토마토로 맛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은 것이었다.
그렇게 오르되브르를 입에 넣는 것과 동시에 정윤석 대표가 입을 열었다.
“혹시 오늘 할 얘기가 차기작에 관한 것입니까?”
역시 정윤석 대표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이번에 드라마를 써 봤는데….”
“하세요.”
“네?”
“무슨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배우님 원하는 대로 하시라고요. 회사에서는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오르되브르의 맛이 괜찮죠?”
나는 정윤석 대표의 반응에 잠시 당황했다.
정윤석 대표가 이런 식으로 흔쾌히 드라마 제작을 허락할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굴 천재 배우님 13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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