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3)
얼굴 천재 배우님-133화(133/200)
얼굴 천재 배우님 133화
원래는 강한성 감독과 함께할 생각이 없었다.
강한성 감독에게 <퇴마환야담> 1부 대본을 보여 준 것은 그저 조언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조언도 듣고 오랜만에 얼굴을 볼 겸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강한성 감독이 입을 열었다.
“저기요…. 배우님….”
강한성 감독의 태도가 워낙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살짝 긴장한 채 대답했다.
“네?”
“<퇴마환야담> 말이에요….”
“네.”
“혹시 연출을 구했나요?”
다행히 강한성 감독은 <퇴마환야담>에 대한 안 좋은 평을 하기 위해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뇨. 아직 못 구했습니다. 웬만하면 이번에도 신인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은데 적당한 분이 없네요.”
“혹시 공동 연출자를 찾고 계신 건가요?”
강한성 감독의 질문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왠지 배우님이라면 작가 데뷔를 한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또 한 명의 공동 연출자는 배우님이 맞죠?”
“역시 감독님의 눈썰미는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주변에 괜찮은 감독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꼭 신인이어야 합니까?”
“네. 그러면 좋죠.”
그렇게 강한성 감독은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꼭 신인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저는 어때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강한성 감독은 나와 함께 작업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를 보여 줬을 때도 넌지시 의사를 밝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관심을 보인 것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영화였기 때문이다.
강한성은 KBC에 입사해 드라마 감독으로 데뷔한 뒤 어느 정도 경력이 찼을 때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한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그런 까닭에 지금껏 영화 연출의 기회가 없었고 이런 부분에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 욕심을 가질 만했다.
그러나 <퇴마환야담>은 드라마였다.
강한성 감독처럼 불러 주는 곳이 많은 사람이 굳이 욕심을 낼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공동 연출이라면 더욱더 그랬다.
아무래도 공동 연출은 강한성 감독으로서 명예가 조금 실추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강한성 감독의 제안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감독님이요? 감독님이 왜…. 제가 구하는 게 공동 연출이라는 걸 알면서도….”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하나는…. 사실 제가 이번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어요.”
“아.”
강한성 감독은 최근 <닥터 준>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해 크게 실패를 맛봤다.
공중파 기준으로 시청률이 2.13%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체포> 이후로 계속 성공 가도를 달렸던 강한성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뼈아플 수밖에 없는 실패였다.
“하지만 <체포> 이후로 딱 한 작품 좋지 않은 결과를 낸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사실 제가 최근 1년간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게 <닥터 준>이 실패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그런 거라면 확실히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낄 수도 있겠네요.”
“죄책감도 죄책감인데 계속 이 일을 하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친구 놈 중 하나가 괜찮은 요식업 사업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관심이 가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도 강한성 감독은 이맘때쯤 드라마 업계를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어떤 연출도 맡지 않았다.
갑자기 그 일이 떠올랐다.
‘감독님이 요식업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던가….’
여기까지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강한성 감독을 붙잡지 않는다면 드라마 업계가 귀한 인재를 잃는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신인 감독이랑 작업하려고 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것과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기성 감독과 작업하는 것 모두 정해진 미래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일했다.
‘오히려 전자는 미래를 앞당기는 것에 불과한 데 반해, 후자는 미래를 아예 바꿀 수 있어.’
그렇다면 나로서는 강한성 감독과 작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강한성 감독이 어째서 <퇴마환야담> 공동 연출에 관심이 생겼는지 두 번째 이유를 듣지 못했다.
“감독님께서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 부분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하필 왜 <퇴마환야담>입니까?”
“사실….”
“네.”
“<퇴마환야담>의 대본을 처음 잃고 오랜만에 의욕이 다시 샘솟았더군요. 그만큼 정말 재밌는 대본이었습니다.”
“…공동 연출을 맡아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내 질문을 받고 강한성 감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차피 이 업계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거 공동 연출이면 또 어떻겠습니까?”
나는 이 대답을 듣고 강한성 감독이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가 됐다.
강한성 감독과 <퇴마환야담>의 공동 작업을 한다면 혹시라도 연출 부분이 어설프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출의 도움으로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강한성 감독의 곁에서 연출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장점이었다.
강한성 감독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드라마 연출가였으니까.
‘또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 천천히 감독님을 이 업계에서 떠나지 않게 설득할 기회가 있을 거야.’
그렇게 모든 생각을 정리한 내가 강한성 감독을 향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같이 가시죠.”
* * *
강한성 감독이 합류했고 넷플렉스의 투자를 확정받았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였다.
그사이 나는 순조롭게 3부까지 대본 작업을 완료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어렵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배우 캐스팅이었다.
‘<퇴마환야담>은 16부작이야.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처럼… 최소한의 배우로 극을 이끌어 갈 수 없어.’
그랬기 때문에 정식 캐스팅이 필수였다.
물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경우에도 정식으로 캐스팅한 배우가 있었다.
우정 출연만으로 모든 배역을 채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퇴마환야담>은 스케일이 달랐다.
주인공 ‘연’을 둘러싼 다른 인물이 많이 등장했다.
주연급 배역만 해도 총 3자리가 비어 있었다.
“연은 배우님이 맡을 테니까 걱정이 없고…. 메인 여주 ‘서희’, 서브 남주 ‘이현’, 최종 악역 ‘마역령’ 역할의 캐스팅이 시급하겠네요.”
강한성 감독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그 세 개의 역할이 가장 비중이 높으니까요. 또 가능하면 수호령 ‘위랑’ 역할에 괜찮은 분을 모시고 싶습니다.”
“아아. 확실히 위랑 역시 화면에 자주 잡히는 역할이겠네요. 배우를 잘 찾아봐야겠습니다.”
또한 <퇴마환야담>은 에피소드 형식의 드라마인 만큼.
각 사건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 하는 배역이 필요했다.
이 부분도 간과할 수 없었다.
“캐스팅이 꽤 걸리겠네요. 일단 남은 네 자리의 주연급 배역부터 빠르게 결정하죠.”
나와 강한성 감독의 입에서 여러 배우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 와중에 나와 친분이 있는 배우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주변 사람들은 전부 다른 작품에 캐스팅이 돼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퇴마환야담>의 경우에는 메인 남주 원톱의 드라마였다.
모든 사건이 연의 중심으로 돌아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비중 자체도 다른 배역은 연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배역에 지정현, 박준, 신디 같은 배우를 캐스팅할 수 없지.’
투톱 체제의 드라마라면 또 모를까.
당연한 일이었다.
“서희는 연의 조력자로서 주변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역할을 해야 하죠?”
“맞습니다.”
“그럼 밝은 느낌의 배우가 필요하겠네요. 제가 <러브 in 18>을 연출했을 때 서브 여주 역할을 맡았던 ‘임승희’라는 배우가 있는데 어떠세요?”
“아. 괜찮네요. 카메오 출연 당시 현장에서 인사를 나눴는데 상당히 밝은 분 같더라고요.”
강한성 감독은 확실히 배우를 많이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누구에게 캐스팅 제안을 할지 금방 이야기가 정리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걱정하던 수호령 위랑의 역할이 금방 정해져서 다행이었다.
“그럼 오늘 얘기가 정리된 대로 제작사에 연락을 넣어서 캐스팅 제안을 넣도록 하죠.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배우들에게는 따로 연락을 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렇게 몇 주 후.
내가 4부 대본을 완성하는 동안 첫 번째 캐스팅 제안의 결과가 나왔다.
서희 역할에는 임승희가 최종적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또한 마역령 역할에 ‘임정훈’이, 위랑 역할 ‘김인호’가 캐스팅을 확정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현 역할의 캐스팅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 번뿐이 아니었다.
다른 배우들에게도 이현 역할의 캐스팅 제안을 했는데 모두 거절을 당했다.
얼마 전 제대한 첫 번째 배우는 다른 작품의 메인 남주 역할을 맡기 위해 제안을 거절했다.
현역 아이돌이었던 두 번째 배우는 앨범 활동 때문에 드라마 촬영이 힘들다는 답변을 돌려줬다.
그리고 세 번째 배우는 컨디션 난조로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거절 의사를 밝혔다.
-들어 보니 공황장애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는 거 같더라고요. 세 번째 배우도 캐스팅이 힘들 듯합니다. 배우님.
강한성 감독의 말대로 건강상의 이유라면 배역을 억지로 맡기가 힘들었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네. 그렇죠.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이현 역할이면 배우를 쉽게 구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나도 그랬다.
이현 역할은 다른 배역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배우를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마땅한 배우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았다.
‘경모가 맡아 주면 딱인데 이미 촬영에 들어간 작품이 있으니….’
골치가 아팠다.
마땅히 생각나는 배우가 없다는 게 더 문제였다.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없네요. 나중에 스케줄 비어 있는 배우 명단을 다시 살펴보고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러는 것으로 하죠. 그나저나 지금 밖에 계신 모양이네요?
“형 만나러 잠깐 나왔어요. 오랜만에 술 한잔하자고 해서.”
-아. 그러셨구나. 그럼 나중에 연락 주세요. 이시환 배우님께도 안부 전해 주시고요.
그렇게 나는 강한성 감독과 통화를 마치고 형이 요즘 자취를 하는 용인의 전원주택으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 앞에 차를 세우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왔냐?”
내가 적당히 차를 대놓고 운전석에서 내리자 형이 현관문 앞에서 이렇게 인사했다.
요즘 스케줄을 비워 놓고 쉬고 있다더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 좀 갈아입지?”
“왜?”
“명색에 세계적인 모델이라는 사람이 목 늘어난 티셔츠는 좀 그렇지 않아.”
“어쩔 수 없어. 루이비통을 어떻게 버려.”
“애초에 루이비통을 막 입은 게 문제지.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형이 이러는 거 알아?”
“알아. 그러니까 잔소리 그만하고 들어와. 얼른 소맥 먹자.”
형의 꼴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맥이라면 참기 힘들었다.
나는 형을 따라서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만…. 이현 역할을….’
얼굴 천재 배우님 13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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