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4)
얼굴 천재 배우님-134화(134/200)
얼굴 천재 배우님 134화
형은 이미 술자리 세팅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가사 도우미 덕분인지 형의 집은 이전보다 훨씬 깔끔한 상태였다.
예전에 살던 곳은 목이 늘어난 티셔츠처럼 집 안 여기저기가 지나치게 너저분한 느낌이었다.
“오늘 술안주는 뭐야?”
“양고기.”
“오오. 양고기 좋지. 소맥이랑 잘 어울리고. 맛있겠다.”
형은 아버지의 요리 실력을 물려받았는지 요리를 꽤 하는 편이었다.
오늘 준비한 프렌치렉 또한 잡내 없이 부드럽게 잘 요리한 느낌이었다.
쯔란과 큐민을 잊지 않고 준비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나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몰라도 요리를 잘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요리에 재능이 없었다던데 그 부분을 닮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 건 자신이 있었다.
“얼른 시작하자. 소맥 말아 줘.”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능숙하게 소맥을 말았다.
역시 런웨이를 걸을 때보다 소맥을 말 때 더 빛나는 남자다웠다.
“짠!”
“짠.”
“꺄아! 좋다!”
“좋군….”
그렇게 소맥을 마시고 프렌치렉을 맛봤다.
아니나 다를까,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양고기 특유의 고소한 기름 맛이 확 느껴졌다.
쯔란과 큐민이 밸런스를 잘 잡아 줬기 때문에 느끼하지도 않았다.
최근 우리 두 사람은 이런 식으로 형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원래 우리는 집에서 술을 마시는 걸 선호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건강상의 이유로 음주를 최대한 자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망원과 용인 사이의 적당한 가게에서 만나 술을 마시는 것도 방법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술을 먹는 버릇이 들어서 그런지 가게가 불편했다.
형이랑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랬다.
그나마 형의 집에서 술을 마시는 쪽이 익숙하고 편했다.
그렇게 소맥을 몇 잔 마셨을 때 형이 질문을 던졌다.
“너는 아버지랑 계속 같이 살 거야?”
“응. 왜?”
“집이 좀 좁지 않나 싶어서. 낡기도 했고.”
“그렇다고 나 혼자 나가서 사는 건 좀 그래. 아버지랑 사는 게 익숙하기도 하고.”
“그럼 아버지랑 같이 이사 가는 건 어때?”
“그 집은 세를 주고?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근데 아버지 성격상 다른 동네로는 이사 가지 않으려 할 거야.”
“가게 때문에라도 그렇겠지. 아버지 친구분들도 다 망원에 계시고.”
“그러니까. 망원동에 아버지랑 같이 살 만한 곳이 있을까?”
“아니면 합정 쪽으로 이사를 하는 건 어때?”
“아. 괜찮은 생각이네. 합정이면 멀지도 않고. 알아봐야겠다.”
확실히 지금 집은 너무 낡고 좁은 느낌이 있었다.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가 바로 아래에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집이 낡고 좁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한 번씩 이사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회귀 전처럼 집을 나와 자취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와 같이 살 집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성공으로 상당한 돈을 벌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합정 이사는 고려할 만한 선택지였다.
합정에는 메세나폴리스라는 아주 유명한 주상 복합 건물이 있었으니까.
‘이곳이라면 아버지의 생활권이랑도 충분히 가까워.’
그렇게 나는 합정 이사를 진지하게 고려했고 그사이 소맥이 몇 순배 더 돌았다.
사실 내 머릿속은 이사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현 역할의 캐스팅 문제였다.
나는 조용히 프렌치렉을 뜯어먹고 있는 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현 역할을 맡기에 형만 한 배우가 없었다.
‘이현의 극 중 성격을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렇지.’
이현은 선조를 대신해 임진왜란을 수습했던 광해군을 모델로 한 가상의 인물이었다.
왜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후로도 백성의 고단한 삶을 잊지 못해 잠행을 자주 나오고.
그 과정에서 악령의 존재를 알게 돼 추적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연이랑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악령을 추적하다가 나중에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 인물이었다.
연과 함께 역경을 이겨 내는 과정에서 왕으로서의 참된 정치를 깨닫는 게 이 인물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유약하면서도 선한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한 캐릭터야. 대사가 좀 있는 편이지만 형의 연기력이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거야.’
형은 <러브 in 18>에 이어 <악의 공식>에 출연하며 실력을 탄탄하게 쌓았다.
그러니 이미지만 맞는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무난하게 소화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이현 역할은 형에게 완벽하게 부합했다.
이현과 형을 겹쳐서 보고 나니 다른 배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정도였다.
‘다만 문제는 형에게 이현 역할을 제안하는 게 옳을까 하는 부분이야.’
형은 드라마 두 작품을 거치며 메인 남주급 배우로 성장한 상태였다.
처음 메인 남주로 출연한 <악의 공식>에서 변호사 ‘한석현’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악의 공식>은 시청률 10.33%로 종영한 드라마였다.
공중파라는 걸 감안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고 그 덕분에 형은 지금도 많은 작품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제안은 모두 메인 남주 역할이었다.
‘그걸 알고도 서브 남주 역할을 제안하는 게 맞을까.’
형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심지어 형이 선뜻 이현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형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형은 안정적으로 한 작품 더 메인 남주 역할을 맡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완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형한테 이현 역할을 맡겠냐고 묻는 게 부담스러웠다.
처음 술자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말을 꺼내는 게 맞을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고민이 계속되고 있을 때 형이 프렌치렉 하나를 깔끔하게 해치운 뒤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너 드라마는 어때?”
“뭘?”
“캐스팅 잘되고 있어?”
“일단 서희, 마역령, 위랑 역할은 캐스팅을 했는데 이현이 문제야. 계속 제안을 거절당하고 있어.”
“누구한테 제안했는데?”
나는 누구한테 캐스팅 제안을 했고 어떤 식으로 거절을 당했는지 쭉, 이야기해 줬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내려고 했는데 쉽게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현의 캐스팅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골치 아프겠네.”
“말도 마. 그냥 내가 1인 2역을 해 버릴까 생각했다니까.”
“메인 남주, 작가, 감독을 다 하면서 어떻게 1인 2역까지 해.”
“그래. 그래서 포기했지. 어디 괜찮은 배우 없나….”
나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형이 내 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현 역할 내가 할까?”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형이?”
“응. 대본 읽어 보니까 나랑 이미지가 비슷한 거 같더라고. 그래서 한번 해 볼까 했지. 네가 예전에 <러브 in 18> 때 도와준 것도 있고.”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싶어 형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진심이라는 것을.
확실히 형은 이런 얘기를 그냥 농담 삼아 꺼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가 표정을 살피고 있자 형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싫음 말….”
나는 얼른 형의 말을 끊고 대답했다.
“아니. 좋아.”
“응?”
“형이 이현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형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그럼 내가 이현 역할을 해 볼게.”
언젠가 정식으로 형과 함께 같은 작품에서 활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일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 * *
형이 합류하면서 캐스팅에는 속도가 붙었다.
그렇게 모든 역할의 캐스팅이 완료됐고 마침내 첫 촬영 날이 밝았다.
<퇴마환야담>의 첫 촬영은 문경새재의 오픈 세트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강한성 감독이 스태프들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며 세트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살펴봐야 할 게 평소보다 많은 것 같았다.
나는 강한성 감독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아. 오셨어요? 배우님?”
강한성 감독은 여전히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혹시 다른 호칭을 바라는지 물었지만 나는 현재의 호칭에 만족했다.
어떤 것보다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은 배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장에 도착한 나는 강한성 감독과 함께 움직이며 세트장을 확인했다.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무엇보다 단역 배우들이 조선의 복색을 잘 갖췄는지 잘 살펴봐야 했다.
“저고리 매듭을 다시 묶어 볼까요?”
“잠시만요. 갑옷 색깔이 왜 이렇죠?”
“응? 사모의 날개 모양이 뾰족하네요?”
한참 복색을 점검하고 나니 어느새 첫 번째 촬영 시간이었다.
<퇴마환야담>의 첫 촬영은 1부 1씬이 아니었다.
1부 1씬은 왜란 후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사이에서 악령이 비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 장면은 CG 처리가 되어야 했다.
“임승희 배우님! 스탠바이하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그렇게 오늘 첫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서희 역할을 맡은 임승희였다.
서희가 상인에게 특이한 의뢰를 받는다는 게 오늘 첫 촬영의 내용이었다.
“스탠바이! 큐!”
강한성 감독의 신호와 함께 서희와 상인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마재 마을이요?”
“응. 알아?”
“거긴 저쪽 군영산 중턱에 있는 산동네 아니에요?”
“맞아. 근데 그쪽에 귀신이라도 있는지 밤마다 사람이 없어진대.”
“아아. 호환이라면 임무 안 맡아요. 저 혼자서 어떻게 범을 잡아요.”
“아니. 글쎄. 범이 한 짓이 아니래도. 일단 마을로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그것만 해도 의뢰 성공으로 쳐 줄게.”
“정말이에요? 범이면 저 그냥 도망갑니다?”
“그래. 그러라니까.”
임승희는 리딩 때보다 괜찮은 연기를 보여 줬다.
이 정도면 아슬아슬 오케이 사인을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강한성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내 쪽을 바라봤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한 번만 더 가는 거 어떨까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죠?”
“네. 그럴 것 같아요.”
“컷! 다시 한번 갑니다!”
강한성 감독이 NG 사인을 보내고 임승희를 이쪽으로 불렀다.
“배우님이 설명하시겠어요?”
강한성 감독의 권유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장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상대 배우와의 대사 호흡이 미묘하게 어긋난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식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아아. 호환이라면 임무 안 맡아요. 저 혼자서 어떻게 범을 잡아요.”
내가 직접 시범을 보였고 임승희가 이해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습니다. 약간 더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야겠네요.”
“서희가 워낙 말괄량이 같은 느낌이라 그쪽이 더 좋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해 볼게요.”
다행히 임승희는 내가 요구한 대로 연기를 제대로 펼쳤다.
강한성 감독도 임승희의 연기가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연기 디렉팅은 배우님이 저보다 낫네요.”
나는 강한성 감독의 칭찬을 들으며 볼을 긁적였다.
칭찬이 약간 민망했지만 결과가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3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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