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9)
얼굴 천재 배우님-139화(139/200)
얼굴 천재 배우님 139화
닭한마리집 회식을 기점으로 촬영장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다.
또한 <탈출>과 <황녀님, 동거합시다> 때문에 높아졌던 <퇴마환야담>의 기대감도 다소 낮아졌다.
그사이 언론에서 새로운 이슈를 연달아 터뜨렸기 때문이다.
각종 스캔들, 정치 문제, 사회 이슈, 극악 범죄 등….
사실 현대 사회에서 한 가지 이슈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퇴마환야담>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사람들의 기대치는 이제 부담을 가질 만큼은 아니었다.
그 덕분에 <퇴마환야담>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서로 끈끈해진 느낌이었고 그렇게 촬영은 어느새 3부 초반부에 돌입했다.
<퇴마환야담> 3부는 창귀 처치 이후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다뤘다.
초열극도를 활용해 창귀와 호랑이를 모두 처치한 연은 언제나처럼 홀연히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서희와 이현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연의 앞에 선 이유는 간단했다.
연이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창귀의 짓이야. 그리고 창귀는 호환을 당한 사람이 억울함을 느끼고 악령으로 화한 것을 뜻하지.”
“저도 풍문으로 창귀의 존재를 들은 적 있지만 이처럼 많은 숫자가 등장한다는 얘기는 처음이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연유를 아시오?”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능숙하게 창귀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오?”
“그것은 내가 악령을 전문적으로 퇴치하는 퇴마사이기 때문이지.”
“악령을 전문적으로 퇴치하는 퇴마사? 설마 무당이오?”
“나는 신을 모시지 않아. 그저 인간으로서 악령을 퇴치할 뿐이지.”
“퇴마사라니….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소.”
“사실 잘 모르는 게 나은 일이지. 퇴마사가 전면에 나설 일이 생긴다는 것은 나라에 큰 액운이 끼었다는 증거니까.”
“액운….”
“나와 엮여서 자네들에게 좋은 것은 없어. 그러니 더는 내 앞길을 막지 말게.”
그렇게 연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졌고 서희와 이현 또한 각자 흩어졌다.
여기까지가 현재 촬영이 완료된 3부 초반부였다.
‘이제 서희와 이현이 다시 연을 찾아 나서는 장면을 촬영해야 해.’
먼저 이현의 차례였다.
때마침 형이 메이크업을 끝내고 카메라 앞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형의 모습을 확인한 뒤 목소리를 높였다.
“스탠바이! 큐!”
* * *
짧지 않은 잠행을 마치고 환궁한 이현은 서책 한 권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이현이 따로 내관에게 시켜서 구한 퇴마사와 관련된 서책이었다.
<황혼사록>이라는 서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퇴마사가 다시 모습을 보이는 날, 세상은 종말에 가까워질 것이다.]떠나기 직전, 연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이 떠오르는 구절.
이현이 이 구절을 앞에 두고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느낌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주상 전하 납시오!”
국왕의 행차라니.
이현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의금부 병사들이 이현을 끌어내 동궁 밖 흙바닥에 무릎을 꿇게 했다.
이현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국왕이었다.
“감히 네가 내 명을 어기고 궁을 떠나!”
국왕은 크게 질책했다.
하지만 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명의 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현이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잠행을 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국왕은 괘씸하다는 듯 한참을 씩씩거리더니 폐궁 기간을 늘리고 주변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
또한 자비를 베푸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현은 국왕의 질책을 받으면서도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구절이 마음에 걸려.’
겨우 야사를 묶어 놓은 서책에 적혀 있는 구절이었다.
그런데도 이현의 머릿속에서는 내내 그것이 떠나지 않았다.
어떤 예감이 이현에게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구절의 숨은 뜻은 무엇이지? 종말을 막기 위해 퇴마사가 등장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퇴마사가 종말을 불러온다는 뜻일까.
그사이 얼마 전 마재 마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창귀에 조종을 당한 호랑이 다섯 마리와 그것에 맞서는 미지의 힘.
이현의 머릿속에서는 5척 높이로 타오르는 불꽃 검이 맹렬하게 휘둘러졌다.
그러고 나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현은 또 한 번의 잠행을 결심했다.
‘이번에 들킨다면 폐세자가 되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백성의 안위다!’
그렇게 이현이 삼엄한 경계를 뚫고 또 한 번 궁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현의 눈빛에는 결연함이 떠올라 있었다.
* * *
“컷! 오케이!”
형은 왕세자로서 책임감이 강한 이현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모두 표현해 냈다.
새삼 형을 왕세자로 캐스팅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이처럼 완벽하게 이현의 감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훌륭한 연기였다.
나와 함께 형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던 강한성 감독이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이시환 배우님은 훌륭한 배우입니다. 마지막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더군요.”
나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내가 현장에서 직접 형을 칭찬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촬영장 분위기를 위해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일에서 형만은 예외였다.
그렇게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강한성 감독이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 뒤 화제를 전환했다.
“다음 촬영은 3부 22씬입니다. 배우님.”
“다들 다음 촬영 준비 부탁드립니다!”
내가 큰 소리로 외치자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다음 촬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3부 22씬은 서희가 연을 쫓게 되는 계기를 다루는 장면이었다.
‘이현과 직접적으로 연기력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야. 과연 임승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다행히 상인에게 의뢰비를 받으며 연을 떠올리는 장면부터.
문득 자신의 동생이 기이한 사건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연을 쫓아야겠다고 마음먹는 장면까지.
임승희는 어렵지 않게 연기를 해냈다.
형처럼 섬세한 연기는 아니었지만 장면마다 핵심적인 포인트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첫 촬영 때보다도 이러한 장점이 더욱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임승희 배우님의 연기도 좋네요. 과거를 회상하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타이밍이 완벽했습니다.”
강한성 감독이 이번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 또한 임승희의 연기가 훌륭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였다.
“좋았습니다, 승희 씨!”
강한성 감독은 내가 임승희에게만 칭찬을 하는 게 웃긴지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임승희에게 칭찬의 말을 몇 마디 더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형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 것 같았지만 모른 척했다.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다음은 배우님의 차례네요. 곧장 촬영 준비할까요?”
나는 강한성 감독의 질문을 받고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다들 좀 지친 것 같으니 30분 쉬었다가 촬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30분간 휴식 후 촬영 재개하겠습니다!”
그렇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각자 흩어졌고 그사이 나는 촬영 대본을 살펴봤다.
대사를 잊거나 촬영 장면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잠깐 대본을 살펴보는 것이 배우 모드에 돌입하는 데 유용하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대본을 살펴보려고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야.”
고개를 돌려보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형이었다.
형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왠지 불만 같은 게 느껴졌다.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감정이었다.
“왜? 또 삐졌어?”
“…안 삐졌어.”
나는 잠시 주변에 누군가 있는지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아까 연기 아주 좋았어. 내가 대본에 적어 놓은 지문이 표정으로 모두 표현이 된다는 게 인상적이더라고. 특히 마지막에 눈빛만으로 결연함을 표현하는 연기가 완벽했어.”
그렇게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조금 늦게 형이 되물었다.
“…진짜냐?”
“당연하지. 정말 좋았어.”
“그래. 너도 촬영 힘내.”
형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고 나는 안심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이 표정이지만 형의 기분이 풀렸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 나는 감독 역할을 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깊게 빠져 있을 수 없었다.
이제 20분.
배우 모드에 돌입하려면 부지런히 대본을 읽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분 후 배우로서 나의 촬영이 시작됐다.
* * *
나 또한 놀란 상태다.
창귀가 이런 식으로 조선 땅에 등장한 것은 열아홉 해 만의 일이니까.
나는 잠시 주술부가 담겨 있는 주머니를 살피고 한숨을 내쉰다.
초열극도를 사용하기 위해 너무 많은 양의 주술부를 한 번에 사용한 것이다.
“이걸 다시 어떻게 채운담.”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위랑이 곁으로 조용히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린다.
이것은 위랑이 인간의 모습일 때 나를 위로하는 방식이다.
나는 위랑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 힘낼게.”
그렇게 내가 품에서 영침반을 꺼내 다시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나와 위랑은 북동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와 위랑은 동시에 걸음을 멈춘다.
공동묘지로 보이는 곳이 눈앞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허탕인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공동묘지에는 보통 이렇다 할 악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묘지에 시신을 묻고 제사를 지내는 행위 자체가 원한을 씻어내는 일이니 당연하다.
이렇게 관리가 잘되어 있는 곳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이번에 영침반은 아직 승천을 하지 못한 혼을 가리킨 모양이군.’
더러 이런 일이 있다.
영침반은 이름 그대로 영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키는 나침반이니까.
그렇게 나는 이 일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멈춰 선다.
잘 관리돼 있다고 믿고 있던 공동묘지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
‘묘지의 흙이 왜 방금 갈아엎은 것처럼 단단하지 않고 촉촉하지?’
묘지 하나만 그런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얼마 전 누군가가 새로 묻혔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흙이 단단하지 않고 촉촉한 것은 봉분 하나만이 아니다.
‘최소 서른 개.’
나는 그 수를 가늠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와 동시에 좋지 않은 이름이 떠오른다.
“적염귀….”
내가 무심코 그 이름을 뱉자 위랑이 내 쪽을 휙, 하고 돌아본다.
얼굴 천재 배우님 13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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