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
얼굴 천재 배우님-14화(1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14화
한남동에 위치한 FQ의 사옥.
그곳에는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사무실의 풍경과 다르게 어두운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소속 연예인의 학폭 논란이 터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대상은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푸싱하고 있는 넥스의 메인 보컬, 안명현이었다.
“안명현. 거짓 없이 솔직히 말하도록. 정말 학교 다닐 때 사고 친 거 없어?”
FQ의 채연석 부사장은 방음 처리된 방에서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러자 그 앞에 앉아 있던 안명현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없어요. 솔직히 있어도 없다고 해야 하는 상황 아니에요? 근데 뭘 물어요?”
안명현의 당돌한 태도에, 함께 앉아 있던 담당 매니저와 매니저팀 실장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도사견’이라는 별명을 가진 채연석 부사장 앞에서 안명현이 이렇게 버릇없게 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명현아. 너 말버릇이 그게 뭐….”
실장이 얼른 나서서 안명현을 혼내려고 했지만 채연석 부사장이 손을 들어 그 행동을 저지했다.
“다시 한번 묻지. 학교 다닐 때 누굴 괴롭히거나 때린 적 있나?”
“…….”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말 한마디에 너의 운명은 물론, 넥스의 운명까지도 달려 있으니.”
어딘가 단호함이 느껴지는 채연석 부사장의 이야기.
하지만 안명현은 채연석 부사장의 이러한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제가 언제 드라마 하고 싶다고 했어요? 왜 나를 그런 곳에 밀어 놓고 내 탓을 하는데! 내가 넥스의 메인 보컬이 된 일까지 전부 당신들의 결정이었잖아!”
<체포>에 출연하겠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웃을 때는 언제고….
안명현의 뻔뻔한 태도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오로지 채연석 부사장만이 또렷한 눈으로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는 안명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더 이야기해 봐야 소용없겠군. 까불지 말고 나가 봐.”
채연석 부사장이 안명현에게 명백한 축객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실장은 자신의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것으로 안명현의 처우가 결정됐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채연석 부사장이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 안명현과 FQ의 동행이 끝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그런 상황인데….
“어쩔 거예요?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할 거죠?”
무슨 생각인지 안명현이 자리에 버티고 서서 뻔뻔하게 물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채연석 부사장이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금방 살기 가득한 눈을 하더니 다시 한번 축객령을 내렸다.
“나가라고 했을 텐데?”
이번만큼은 안명현조차도 채연석 부사장의 눈빛을 견뎌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골든타임이 30분밖에 안 남았어요. 서둘러 주세요.”
용변이 급한 사람처럼 한마디 말을 남긴 채 얼른 방문을 열고 나갔다.
채연석 부사장은 마지막까지도 골든타임을 운운하는 안명현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정리해.”
실장이 채연석 부사장의 말뜻을 알아듣고 사정했다.
“아직 학폭이 기정사실화된 것도 아닌데 명현이를 섣불리 처리하면 팬들이….”
“하는 짓을 봐봐. 기정사실화가 안 되겠나. 이미 법무팀이랑 이야기 끝났으니 시키는 대로 해.”
“아….”
“분명 오더 내렸다. 지금보다 구체적인 2차 폭로가 나오기 전에 처리해.”
“…네.”
그렇게 채연석 부사장의 명령을 받은 실장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담당 매니저 역시도 실장을 따라나서려고 했지만 채연석 부사장의 목소리가 발목을 붙잡았다.
“안명현이 신인 배우한테 질투심을 느꼈다고 했던가?”
담당 매니저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자리에 도로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습니다.”
“왜지?”
“일단 명현이와 비교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연기를 잘하고….”
“전문 배우라면 명현이보다 당연히 나아야지. 겨우 그것뿐인가?”
담당 매니저는 시준의 얼굴을 떠올리며 꼭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아닙니다. 얼굴이…. 도저히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잘생겼습니다. 미쳤어요.”
사실 안명현은 연기를 잘한다는 것보다 이 부분에서 더 심한 질투를 느꼈다.
“연기를 잘하는데 얼굴까지 잘생겼다라…. 안명현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인 자신이 가져가야 할 이목을 신인 배우에게 빼앗긴 기분이었겠군.”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채연석 부사장이 안명현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짚어냈다.
담당 매니저는 실시간 감시를 당한 것 같은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렸다.
“…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멍청한 자식. 그렇게 시선을 뺏기는 게 싫었으면 연기 연습이라도 더 하든가.”
담당 매니저가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
그런데 어쩐 일인지 채연석 부사장의 눈에는 흥미의 빛이 돌았다.
“자네…. 혹시….”
“네?”
“안명현이 연기를 잘했어도 신인 배우에게 시선을 빼앗길 거라 생각하나?”
담당 매니저는 이쯤 되니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어, 어떻게 그걸?”
“별거 아니야. 나도 예전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 있으니까. 그나저나 놀랍군. 얼마나 잘생겼길래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안명현 그놈도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가 아닐 텐데.”
담당 매니저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채연석 부사장이 대답을 바라고 하는 말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채연석 부사장이 무릎을 탁, 치며 담당 매니저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신인 배우의 이름이 이시준이었나?”
“맞습니다.”
“현재 소속사가 없다고 했지?”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영입해.”
“네?”
채연석 부사장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데려오라고. 어떻게든 안명현의 구멍을 메워야 할 거 아니야.”
* * *
고등학생 역이 활약하는 3부까지의 촬영을 마치고 나서 나는 3일간 휴식을 취했다.
완전히 연습에서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연기 학원에는 발 도장을 찍지 않았다.
서명희가 본격적으로 <체포>의 촬영분을 소화하면서 수업 시간의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업 시간은 순조롭게 조정됐고 오늘이 바로 그 첫날이었다.
“연습은 어땠나요?”
“신한재의 역할을 소화해 보니 <체포>라는 작품의 깊이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색다른 기분이더라고요.”
촬영이 끝났으니 더 이상 황인섭의 고등학생 역을 연습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작품의 배역을 처음부터 수업하기에는 서명희의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수업 방식이 필요했고 서명희는 <체포>의 다른 배역을 연습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연기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력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서명희의 설명이었다.
심지어 서명희의 부족한 시간을 메우기에도 최적화된 수업 방식이었다.
‘실전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있고.’
그렇게 나는 서명희의 제안을 받아들여 <체포>의 남자 주인공인 신한재 역할의 연습을 진행했다.
내가 소화한 황인섭의 성인 역할을 연습해 보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이왕이면 신한재를 연기해 보고 싶었다.
주인공 역할에 작품의 정수가 담겨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으니까.
“잘됐네요. 역시 시준 씨라면 배우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럼 어떻게 연습을 해 왔는지 확인해 볼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습실 한가운데 서서 감정을 잡았다.
하지만 연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누군가 벌컥,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체포>의 메인 작가인 정수민이었다.
“언니!”
“어머. 얘가 말도 없이 웬일이야. 12부 작업하느라 바쁜 거 아니었어?”
“지금 12부가 문제야? 어떡해! 우리 드라마 엎어지게 생겼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흥분 좀 가라앉히고 찬찬히 얘기해 봐.”
“일단 지금 올라오고 있는 인터넷 기사부터 읽어 봐!”
정수민 작가의 재촉에 서명희가 인터넷 기사를 확인했다.
나 또한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안명현이 정말 학폭의 가해자? 폭로 글로 인터넷 시끌!] [어쩌다 폭로까지 하게 되었나…. 안명현의 과거 행적에 네티즌 경악] [당장 진상을 규명해라! 넥스 팬들의 요구 빗발쳐] [FQ의 묵묵부답에 진실 공방….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피해자 A씨 2차 가해 폭로! 안명현 학폭 새로운 국면 맞이해] [(공식 입장) FQ 측, 안명현의 학폭 인정…. “팬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 [학폭 사태로 인한 2차 피해, 드라마 <체포> 연출진…. 안명현 하차 고려] [(전문) 넥스의 안명현 공식 사과문…. ‘팀을 탈퇴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 [‘최소한의 도리’ 운운…. 또 한 번의 파장 일으킨 학폭 가해자 안명현]계속 불안한 느낌이 들더니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벌써 안명현 학폭 기사가 퍼졌는지 인터넷이 시끌시끌했다.
어쩌다 정수민 작가가 이곳으로 왔는지 의문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언니? 어쩌지?”
“글쎄다. 3부 분량 찍을 때도 시간을 지체시키고 애먹이더니. 큰 건을 터뜨리네. 감독님이랑은 얘기해 봤어?”
“아직. 일 터지자마자 무작정 이쪽으로 달려왔어.”
“너도 참 정신머리 없다. 이런 일이 생기면 곧장 감독님한테 먼저 전화를 해야지. 너 어제도 대본 쓰느라 밤새웠지?”
“그야 뭐…. 지금이라도 감독님한테 전화하는 게 좋겠지?”
“새로 캐스팅하고 최대한 빨리 재촬영하려면 그래야지.”
정수민 작가가 서명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할 때였다.
또 한 번 벌컥, 연습실 문이 열리며 새로운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한성 감독이었다.
“역시 여기 계셨군요. 안 그래도 세 분께 할 말이 있었는데.”
강한성 감독의 마지막 시선은 뜻밖에도 내 쪽에 머물렀다.
어째서 나를 쳐다보는 건가 궁금증이 생겼을 때 강한성 감독이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안명현 배우님의 하차로 새로운 캐스팅과 3부 분량의 재촬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드라마에 들어오려는 배우가 있을까요?”
“신한재 고등학생 역에 들어오려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당장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아아…. 역시나….”
“하지만 황인섭 고등학생 역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분명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황인섭 고등학생 역이요? 왜 갑자기 그 얘기가 나와요? 그건 이미 이시준 배우님이 200% 소화한 배역이잖아요?”
“이시준 배우님을 신한재 고등학생 역으로 올리고 황인섭 고등학생 역을 새로 캐스팅하는 것. 이게 제가 제안하고자 하는 이 상황의 타개책입니다.”
강한성 감독이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서명희와 정수민 작가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이것은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1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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