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1)
얼굴 천재 배우님-141화(141/200)
얼굴 천재 배우님 141화
오늘 화보 촬영이 진행되는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이곳을 촬영지로 정했고 그 덕분에 여경찬은 3시간이 넘게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매니저님은 눈 좀 붙이고 계세요. 어차피 촬영은 루이비통 측에서 잘 준비했을 테니까.”
나는 이렇게 말하며 형과 함께 리장드루 메이에르를 만났다.
수많은 스태프 사이에서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우리를 금방 발견하고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환! 시준!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리장드루 메이에르와 재회를 하자마자 형이 인상을 찌푸렸다.
“…광고 촬영을 꼭 여기서 해야겠어?”
“왜 그래요. 시환. 전주 한옥마을보다 한국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다고.”
“우리 드라마 세트장도 한국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했잖아.”
“확실히 시준이 보내 준 사진 속 세트장은 광고 촬영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더군요. 하지만 그곳에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뭐죠?”
“바로 맛있는 음식입니다! 한국의 전통 음식! 그게 전부 전주에 모여 있다면서요!”
확실히 전주라면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동네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촬영지를 이곳으로 정하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었다.
“내가 말했지?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우리를 배려한 게 아니야.”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광고 촬영에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촬영마저도 대충하겠다고 나섰다면 여러모로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다.
“그나저나 루이비통의 광고 촬영에는 원래 지금처럼 항상 수석 디자이너가 함께하나요?”
“국가마다 따로 송출이 되는 광고를 찍을 때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촬영은 다르죠.”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보게 되는 광고이니까?”
“맞습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말대로 오늘 촬영하는 광고는 전 세계에 송출되는 것이었다.
TV는 기본이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이 광고를 접하게 될 예정이었다.
루이비통의 엠버서더라면 흔히 담당하는 일이었지만 오늘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유가 어찌 됐든 촬영지가 전주 한옥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새삼 K-콘텐츠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 촬영지가 전주 한옥마을로 정해진 것은 단순히 내가 출연한 작품들 때문이 아니지.’
촬영지가 전주 한옥마을로 정해진 것은 오랜 시간 꾸준히 발전한 K-콘텐츠의 업적이었다.
심지어 오늘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준비한 의상 컨셉에도 이러한 영향이 엿보였다.
“두 분 다 의상 컨셉이랑 촬영 콘티는 확인했죠?”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질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인했고 놀랐습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이렇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지 몰랐거든요.”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범람’이라는 단어를 오늘 의상 및 촬영에 대한 전체적인 주제로 정했다.
그리고 이 컨셉에는 한국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한 이미지가 여럿 투영돼 있었다.
단적으로 의상만 봐도 그랬다.
한복의 상박하후(上薄下厚)에 영향을 받은 듯 위는 얇고 아래는 두터운 형태의 의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돼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의상은 전체적으로 윗옷이 짧고 몸에 꽉 끼인 느낌인 데 반해, 아래옷은 여유 있게 곡선으로 넓게 퍼지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유행하는 패션 경향과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한복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담아낸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의상은….’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범람’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과도 일치해 있었다.
결국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이번 주제를 ‘범람’으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시환과 시준이라면 제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오늘 주제를 어째서 이렇게 잡았는지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시간을 끌지 말고 곧장 촬영에 들어가도록 하죠.”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빠르게 촬영 시작을 요청했다.
그렇게 나와 형은 예정보다 빠르게 스타일링을 모두 마치고 카메라 앞에 섰다.
다행히 우리 두 사람은 NG 한 번 없이 촬영을 손쉽게 끝마칠 수 있었다.
* * *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어째서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촬영을 급하게 끝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 형,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광고 촬영이 끝나자마자 전주의 명물로 손꼽히는 막걸리 골목으로 향했다.
그중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걱정해 룸이 갖춰져 있는 가게로 들어섰다.
여경찬이 미리 알아 놓은 곳이었다.
다행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골목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우리는 정체를 숨긴 채 가게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서툰 한국어로 주문했다.
“환상… 차림 주세요.”
“환상이 아니라 한 상.”
“그래요. 환상.”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과는 별개로.
다행히 우리 세 사람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영어를 꽤 잘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차하면 형이 불어로 말을 전해 줄 수 있었다.
파리에서 오래 활동하며 불어가 익숙해진 덕분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우리 세 사람의 앞에는 엄청난 숫자의 안주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물었다.
“와! 너무 맛있게 생겼네요! 이건 뭔가요? 시준?”
“편육이라는 겁니다. 돼지의 머리 쪽 고기를 압착해서 만든 것이죠.”
거부감이 들 법도 했지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새삼 이러한 성격 때문에 여러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한국의 음식 문화에 심취했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마침내 이성을 되찾았다.
“너무 정신없이 맛있게 먹었네요. 저에게 한국의 음식 문화를 소개해 줘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시환, 시준.”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자신의 배를 쓸며 이렇게 말하자 형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소개한 게 맞나. 그냥 억지로 끌려오게 된 것 같은데. 그나저나 어쩌다 이렇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지 않았잖아.”
형의 말을 듣고 잠시 놀랐다.
나는 당연히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원래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늘 의상에는 한국 특유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순순히 형의 이야기를 인정하며 대답했다.
“맞아요. 원래는 별로 관심이 많지 않았죠. 시환이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만 해도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도 이런 모델이 있구나,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그래. 그랬겠지.”
“그런데 최근 시준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시환 혼자만 특별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둘이나 존재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으니까.”
“그렇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가?”
“그렇죠. 원래도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산증인을 둘씩이나 겪고 나니 한국이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한국 문화에 매료됐고 결국 제 작품에까지 반영을 하게 된 거죠.”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왠지 뿌듯함이 느껴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에게 우리의 문화를 알린 게 됐으니까.
또 한편으로는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아무런 이유 없이 우리를 루이비통의 엠버서더에 선정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입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국적 감각이 가미된 이번 의상이 완성됐을 때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아니, 애초에 오늘의 의상 전부가 두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업을 하는 내내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으니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막걸리에 취한 듯 약간 혀가 꼬이는 발음이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이야기가 한층 더 진솔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 말을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 광고의 컨셉까지 파격적으로 잡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놀랍습니다.”
“실제로 회사 내부에서도 꽤 반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칸 영화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탈출>과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여론이 바뀌었죠. 게다가 지금 찍고 있는 <퇴마환야담>이라는 작품…. 그 작품도 당연히 성공을 거두지 않겠습니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퇴마환야담>의 성공을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기대가 만족스러운 한편, 조금 부담스러웠다.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이야기대로라면 루이비통의 엠버서더 임명은 <퇴마환야담>의 성공까지 염두에 두고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
꼭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기대가 아니었다고 해도 <퇴마환야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작품이었다.
투자 규모만 생각해 보더라도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제작할 때처럼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넷플렉스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강한성 감독과 같은 명성이 높은 사람도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었으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형이 <퇴마환야담>에 출연을 결정하면서 이 작품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작품으로 굳어졌다.
이 작품이 실패했을 때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테니까.
아마 악플러들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우리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여기서 더 부담감을 가져 봐야 아무 의미 없어. 100톤이나 1,000톤이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인 것은 매한가지이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자 나는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형과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내 표정을 가만히 살피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런 두 사람에게 물었다.
“뭘 그렇게 봐요?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그러자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하하하, 하고 소탈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꽤 부담이 될 만한 얘기일 텐데 이렇게나 침착할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형 또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어떻게 나를 낳고 저놈을 또 낳은 것인지…. 가뜩이나 나보다 잘생긴 것도 억울한데….”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이 상황에서 침착한 게 뭐 잘못이었나?’
왠지 주변에서 나를 대범한 사람으로 오해하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지만 딱히 변명하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때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나와 형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 2차로는 삼겹살을 먹으러 갈까요?”
그렇게 전주에서의 하루가 알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4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