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5)
얼굴 천재 배우님-145화(145/200)
얼굴 천재 배우님 145화
8부 촬영이 끝난 후.
나와 강한성 감독은 두 달간 <퇴마환야담>의 편집에 집중했다.
의식주라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해결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오로지 편집에만 몰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사이 넷플렉스 측에서는 <퇴마환야담>의 서비스 날짜를 확정했다.
12월 첫째 주 목요일이었고 티저 영상을 확보하자마자 여기저기 작품을 홍보하는 데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퇴마환야담>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았지만 나는 편집에 집중하느라 이러한 사실을 서비스 이틀 전에야 파악했다.
그때 편집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후….”
그렇게 편집을 마무리하고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나야. 편집 끝났어?
“방금. 죽는 줄 알았다. CG팀한테 맡겼던 7부 24씬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다시 찍어야 하나 고민했잖아.”
-잘 해결된 거야? 거기 나 나오는 곳이잖아.
“걱정하지 마. 잘 정리했으니까. 컷 하나를 빼고 다르게 이어 붙이니까 봐줄 만하더라고.”
-강한성 감독님은 뭐래?
“좋대. 방금 메일 확인하고 전화 통화했어. 으아! 드디어 끝이다.”
-그렇네. 이제 곧 다시 9부 촬영에 들어가야 하겠지만.
“…꼭 그렇게 초를 쳐야겠냐?”
-아아. 미안.
형이 갑자기 사과를 했고 그 순간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형이라면 이 상황에서 적당히 말을 돌릴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형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이거 지금 방송이야. 라디오.
“뭐? 그걸 왜 지금…. 말해요?”
그러고 보니 형이 오늘 <퇴마환야담> 홍보를 위해 라디오에 출연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시준 씨! 여기는 <바밤의 춤추는 라디오>입니다. 오랜만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방금 통화. 많이 놀랐겠어요. 라디오인 줄 전혀 모르셨던 거죠?
“네. 좀 놀랐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잔뜩 한 거 같고요.”
-아마 시준 씨 덕분에 기자님들이 무척이나 바쁘시겠어요. SNS도 뜨겁고요.
“하하.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이시죠?”
-바로 그겁니다! 시준 씨, 이왕 이렇게 된 거 <퇴마환야담>이 어떤 작품인지 소개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아. 네. <퇴마환야담>은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내가 편집으로 바빴기 때문에 <퇴마환야담>의 홍보는 다른 배우들이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형은 임승희(서희), 김인호(위랑)와 함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바밤의 춤추는 라디오>부터 <배틀맨>까지 섭외를 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특히 몸 쓰는 예능의 섭외를 극구 사양하던 형이 <배틀맨>에 출연한 것은 의외였다.
새삼 연예인이 다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배틀맨>에 출연한 형은 의외의 운동 신경을 선보이며 크게 활약했다.
이런 식으로 <퇴마환야담>의 홍보는 거의 세 명의 주연급 배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마역령 역할을 맡은 김정훈 또한 핵심 인물이었지만 아무래도 시즌 1에서는 분량이 적었기 때문에 얼굴을 많이 내비치지 않았다.
섭외 인원이 4명일 때 홍보에 참여하는 수준이었다.
-네. 시준 씨. 오늘 감사했습니다. 그럼 곧 다시 만나는 거로 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퇴마환야담>이 어떤 드라마인지 직접 소개하고 형이랑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살펴보니 벌써 기사가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커뮤니티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전화 연결 초반.
가감 없이 제작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관심을 끈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가 퍼져 나가는 속도가 너무 빠른데?’
사람들이 얼마나 <퇴마환야담>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틀 후 <퇴마환야담>이 서비스됐을 때의 반응이 조금씩 기대되기 시작했다.
* * *
12월 첫째 주 목요일.
<퇴마환야담>의 서비스 시작과 함께 사람들의 반응이 하나둘 올라왔다.
나는 이러한 반응을 확인하려다가 한쪽으로 밀어 두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았다.
방송처럼 방영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건 모여서 보는 게 제맛이었다.
특히 나와 형이 공식적으로 한 작품에 함께 출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기대감이 컸다.
그렇게 우리는 평소처럼 닭한마리와 함께 맥주와 소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옆에 우엉차가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한 세팅이었다.
심지어 이전과 달라진 것은 우엉차의 존재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모여 있는 장소 또한 달라졌다.
<퇴마환야담>의 7부 촬영이 한창일 때 나와 아버지는 마침내 거처를 옮겼다.
아버지 또한 원래 살던 집이 좁고 낡았다고 느꼈는지 나의 이사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형이 옆에서 은근히 이사를 하는 게 좋았다고 바람을 잡은 것도 빠른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확실히 아버지로서도 이사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정든 동네를 떠난다는 게 조금 아쉽겠지만 어차피 원래 살던 집의 1층은 계속 가게로 활용이 될 예정이었다.
또한 원래 우리가 살던 집은 팔지 않고 리모델링을 해서 세를 놓기로 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불쑥, 세입자가 있는 집에는 찾아가지 않겠지만.
그렇게 나와 아버지는 합정역에 위치한 주상 복합 아파트로 이사했고.
오늘은 그 집에서 처음으로 출연작의 모니터링을 하는 날이었다.
몇 달간 새집에서 지냈기 때문에 낯선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와 형이 함께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자. 넷플렉스를 틀기 전에 짠부터 먼저 할까.”
“아버지 이제 술 못 마시는 거 괜찮으세요?”
“완전 괜찮지. 솔직히 요즘은 우엉차가 맥주보다 더 맛있어.”
아버지는 우엉차를 차갑게 식혀서 얼음이 가득 담긴 스테인리스 잔에 채웠다.
그래서 그런지 꼭 김빠진 맥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색깔도 갈색으로 비슷했다.
“좋아요. 그럼 짠하기로 해요.”
“<퇴마환야담>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오늘도 어김없이 형이 제조한 소맥은 맛있었다.
명치끝까지 단번에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안주로 닭한마리를 백김치에 싸 먹은 뒤 곧장 넷플렉스를 틀었다.
<퇴마환야담> 시작과 함께 우리 세 사람은 순식간에 작품에 빠져들었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짠을 했기 때문에 시즌 1을 다 봤을 때쯤에는 술이 어느 정도 오르는 느낌이었다.
“이야. 재밌네. 그래서 시즌 2는 어떻게 되는 거야? 마역령 죽어?”
아버지가 일부러 형 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경험상 내가 뒤 내용을 알려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때 아버지는 몇 번이나 내가 연습 중인 대본을 훔쳐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마 그 경험이 이런 선택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았다.
꽤 전략적인 접근.
하지만 아쉽게도 형은 뒤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저도 말해 주고 싶은데 아버지의 작은아들이 저한테도 아직 대본을 안 보여 줬네요.”
“뭐야? 그게 정말이야? 와. 우리 작은아들. 지독하다. 지독해.”
아버지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형한테 아예 뒷부분 대본을 보여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9부부터 14부까지는 <퇴마환야담>을 출연하는 모든 배우에게 대본이 공개된 상태였다.
하지만 <퇴마환야담>의 결말을 알 수 있는 15, 16부 대본은 아직 강한성 감독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5, 16부의 내용은 지금도 조금씩 바뀌고 있으니까.’
사건의 핵심이 되는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생각지 못한 실수가 계속 드러났고 결말부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겼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를 쓸 때는 경험할 수 없던 일이었다.
애초에 분량이 달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분량이 많아서 그런지 앞뒤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생겼지.’
그렇게 결말부가 미묘하게 자꾸 바뀌었고 그랬기 때문에 아직 15, 16부 대본의 전달이 불가능했다.
특히 대사를 고칠 때가 있어 대본 전달이 힘들었다.
대사 하나에 극 중 배역의 감정이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으니까.
드라마 촬영 초반부에는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는 대사가 조금 바뀌어도 간단히 다시 외워 촬영에 돌입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차곡차곡 쌓인 극 중 배역의 감정이 대사 한마디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게 어려웠다.
그런 까닭에 내 입장에서는 15, 16부를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나중에 수정을 가한다면 연습을 끝마친 배우가 혼란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어째서 지금껏 함께 작업을 했던 드라마 작가들이 대본 수정에 소극적이었는지 깨달았다.
작가들은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되도록 대본 수정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었다.
‘작가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는 부분이지.’
내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아버지는 단념했는지 더 이상 뒤 내용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가 인상 깊었는지 <퇴마환야담>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평소 모습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좋아하는 신디가 나오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첫 방송 때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었다.
‘뭐지? 이 반응은? 그냥 자식이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를 보고 흥분을 한 건가?’
잠시 이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상함을 느낀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했다.
[기대치를 한참 뛰어넘은 ‘퇴마환야담’, 성공이 눈앞에 보인다!] [‘퇴마환야담’, 호평이 잇따르는 중? 과연 ‘달고나 게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대박 냄새 폴폴? 외국에서도 벌써 반응이 나오고 있는 ‘퇴마환야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너무 많았다! ‘퇴마환야담’으로 보는 K-콘텐츠의 위엄!]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달고나 게임’과 비교되는 ‘퇴마환야담’, 얼마나 재밌기에?] [‘달고나 게임’과 ‘퇴마환야담’의 평행이론? 비슷하지만 다른 두 작품의 행보!] [시즌 2는 언제 하나요? 서비스 시작 3시간 만에 문의 폭주 중인 ‘퇴마환야담’!] [역사와 판타지의 기묘한 만남…. ‘퇴마환야담’, 해외 시청자의 마음 빼앗을 수 있을까?] [대사, 연기, 연출 모든 게 좋았다! ‘퇴마환야담’ 성공의 핵심은 이시준!] [대박의 기운을 감지한 해외 언론? ‘퇴마환야담’에 대한 기사 빠르게 쏟아져….] [서비스 몇 시간 만에 호평을 끌어낸 ‘퇴마환야담’! 남은 것은 공식적인 시청 순위!]놀랍게도 모든 언론이 <퇴마환야담>의 성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4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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