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7)
얼굴 천재 배우님-147화(147/200)
얼굴 천재 배우님 147화
대신들이 국왕을 향해 절을 하며 읍소했다.
“전하! 부디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
대신들은 국왕의 몽진을 바랐다.
왜란 당시에 몽진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왕이 백성을 버리는 것은 어버이가 자식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국왕은 과거 자신의 옥체를 보존하기 위해 백성을 버린 적 있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세자 또한 사지에 남겨 뒀으니 자식을 버린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국왕은 이미 먼지를 뒤집어썼다.
이게 대신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한 번 더 그런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대신들은 이런 마음을 품고 국왕에게 몽진을 청했다.
왜란 때 충성스러운 대신이 대부분 한양에 남아 목숨을 잃었던 것도 편전의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형성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국왕은….
“고가 겨우 귀신 따위가 두려워 또 한 번 한양을 내팽개친다면 후대의 비웃음을 사지 않겠나?”
위엄을 보이며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눈치 빠른 대신들은 국왕의 생각을 읽어 냈다.
국왕은 세자에 대한 질투로 눈이 먼 것이었다.
“전하! 어찌 후대를 두려워해 옥체를 아끼지 않으신단 말씀입니까!”
하지만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자가 있기 마련이었다.
대신 중 한 사람이 호기롭게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자 곧장 국왕의 노호가 터졌다.
“네 이놈! 네가 감히 조선의 사직을 능멸하려 드느냐! 내금위는 당장 이놈을 끌어내라!”
그렇게 눈치 없는 대신 하나가 내금위에 끌려나가며 편전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고 때를 놓치지 않고 병조 판서가 나섰다.
“신이 나서 백성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귀신을 물러나게 하겠습니다!”
한참 만에 국왕이 되물었다.
“가능하겠는가?”
병조 판서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교지를 내려 주시옵소서.”
그와 동시에 대신들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의 생각이 피어났다.
소수는 끝까지 한양에 남아 귀신을 물리치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수는 어떻게 하면 한양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고심했다.
* * *
<퇴마환야담> 10부는 빠르게 한양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렸다.
왜란으로 노병이 대부분 죽고 거의 신병으로 편성된 조선의 군대는 악령 군단을 효과적으로 상대하지 못했다.
기괴한 악령의 모습에 혼비백산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국 경복궁은 채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고 조선의 왕 또한 마역령에게 사로잡혔다.
이현이 도착을 코앞에 두고 한양의 함락 소식을 전해 듣는 게 10부의 엔딩이었다.
이렇게 10부 촬영이 진행되는 사이.
<퇴마환야담>은 마침내 스트리밍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작품으로 거듭났다.
또한 <퇴마환야담>에서 연, 위랑, 서희, 이현이 사용했던 의상과 소품은 공식적으로 판매를 시작해 연일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빠르게 시장 흐름을 읽고 굿즈 업체를 선정해 전 세계로 판매망을 넓힌 덕분이었다.
워낙 인터넷 쇼핑몰이 발달한 시대였기 때문에 판매망을 넓히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는 단순히 SNS로 <퇴마환야담>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패러디를 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부터 프랑스의 TV 드라마까지 <퇴마환야담>을 패러디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퇴마환야담>의 복장을 하고 마술쇼, 비보잉, 버스킹, 행위 예술을 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채 귀참도를 휘두르거나 주술부를 던지는 사람을 뉴욕, 파리, 런던, 도쿄, 홍콩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다니….
어색하면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꼭 <달고나 게임> 때의 일이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런 유행의 흐름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 펼쳐졌다.
먼저 루이비통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퇴마환야담 한정 컬렉션’을 발매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와 한정 컬렉션을 발매해도 되겠냐고 질문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루이비통이 먼저 나서서 이런 식의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퇴마환야담>의 스타일을 어떻게 현대식으로 해석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선보인 ‘퇴마환야담 한정 컬렉션’의 완성도는 놀라웠다.
다소 예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퇴마환야담>의 의상을 현대적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한 느낌이었다.
이전에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한복의 특징을 디자인으로 표현했을 때와는 또 느낌이 달랐다.
<퇴마환야담>의 역동성이 고스란히 의상에 담겨 있었으니까.
“놀랍네요. 어떻게 이런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거죠?”
한정 컬렉션 발표 후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 이렇게 묻자 곧장 대답이 돌아왔다.
-시환과 시준이 <퇴마환야담>에서 활약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계속 돌려 보니까 막 영감이 샘솟더라고요. 스트리밍 만세!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장난스럽게 마지막 말을 덧붙인 뒤 나중에 꼭 자신의 한정판 컬렉션을 입어 달라고 부탁했다.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부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 덕분에 <퇴마환야담>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을 때.
나와 형보다 한발 빠르게 ‘퇴마환야담 한정 컬렉션’을 입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K-콘텐츠 열풍에 큰 기여를 한 아이돌 그룹, MOST였다.
놀랍게도 MOST는 미국 투어 콘서트에서 ‘퇴마환야담 한정 컬렉션’을 입고 K-정서가 떠오르는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그것이 또 한 번 엄청난 이슈 몰이를 했고 전 세계인의 머릿속에 <퇴마환야담>의 이름을 각인하는 두 번째 쐐기가 됐다.
그렇게 <퇴마환야담>의 인기는 도저히 식을 줄 몰랐고 전 세계인이 한국의 전통문화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성과였고 K-문화가 한 발자국 더 세계의 주류에 다가섰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 *
<퇴마환야담>은 12부까지 빠르게 촬영을 진행했다.
주연급 배우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간중간 따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일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지만 다행히 촬영에는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
<퇴마환야담>의 인기만큼 작품의 중요도가 높아져 현장의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양을 장악한 마역령의 군단과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11부와 12부의 촬영이 마무리됐다.
11부에서는 연, 위랑, 서희, 이현이 다시 뭉쳐 악령 군단에 대적했지만 워낙 마역령의 세력이 거대해 상대가 어려웠다.
그리고 12부에서는 조선의 왕이 마역령에게 죽임을 당하고 악령으로 거듭나면서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나아갔다.
“11부, 12부 CG 작업은 언제쯤 끝난대?”
형이 옆에서 말을 걸어 왔고 나는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글쎄. 13부 촬영이 끝날 때쯤에야 받아 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늦는 거 아니야? CG팀을 더 구하든가.”
“이미 알아봤지. 이게 최선이래. CG팀의 숫자를 늘린다고 무조건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게 아니더라고.”
“그렇다면 꽤 여유가 있겠군. 오늘 스케줄에 너무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겠어.”
“애초에 죄책감을 가질 게 뭐 있어. 지금껏 다른 스케줄은 거의 다 거절하고 이제야 움직이는 건데.”
그랬다.
나와 형은 현재 스케줄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는 게 아니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늘 출연하는 토크쇼는 미국의 TV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퇴마환야담>이 인기를 끌면서 가장 많은 러브 콜을 받은 것은 당연히 나와 형이었다.
나와 형이 친형제라는 사실은 <퇴마환야담>의 인기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는데 이 소식은 모든 국가에서 호응을 끌어냈다.
국내에 처음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어떻게든 전 세계 방송사에서는 나와 형을 한 세트로 엮어서 섭외하고 싶어 했다.
간단한 인터뷰를 할 때도 나와 형이 함께 출연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와 형이 한꺼번에 촬영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타격이 컸다.
간신히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장 분위기가 흩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1시간 내외로 소화할 수 있는 섭외 제안만 받아들였고.
그러다 보니 나와 형이 소화하는 것은 대부분 국내의 스케줄일 수밖에 없었다.
<퇴마환야담>을 좋아하는 해외의 팬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일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와 형이 함께 출연했던 과거의 프로그램 같은 게 재조명을 받았지.’
짤막하게 편집된 국내의 프로그램이 영어로 번역돼 너튜브에 돌아다녔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해외 팬의 갈증을 모두 해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와 형도 기회가 되는 대로 해외의 섭외 요청을 받아들이리라 마음먹고 있었고.
마침내 12부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시간이 났다.
그렇게 미국의 TV 토크쇼 출연이 확정된 것이었다.
“아마 13부 촬영 전까지는 시간이 좀 있을 거야. 이참에 관광이나 좀 하고 올래?”
“같이?”
“아니. 형만. 나는 바로 한국 들어가서 또 편집 시작해야지.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내가 노트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퇴마환야담> 11부의 가편집본이었다.
아예 비행기에서 새로운 편집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편집본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중이었다.
다만 시간을 쪼개야 하는 것은 감독 역할까지 소화해야 하는 나뿐이었다.
형은 이왕 미국으로 가는 거 하루 이틀 관광을 할 만한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제안했지만 형은 탐탁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됐어. 나 혼자 관광해서 뭐 해.”
“그럼 미국의 다른 프로그램이라도 출연하든가. 뉴욕 스트리트 저널 인터뷰 어때?”
“됐다니까. 일이나 빨리 끝내. 그래야 저녁이라도 마음 편히 먹지.”
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은 형의 표정을 보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는 달랐다.
표정만 봐도 대충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계속 일을 하고 있어서 불편한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토크쇼 전에 무조건 다 끝낼게. 오늘은 밤새 술이나 마시자.”
그러자 형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
“그렇게 술이 고프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밤새 상대해 주는 수밖에.”
나는 형의 기분이 풀렸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다시 11부 가편집본을 만지기 시작했다.
토크쇼 전에 전부 살펴보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 * *
<뉴 데일리 쇼>는 현시점 가장 인기가 많은 미국의 토크쇼였다.
나와 형은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고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뉴 데일리 쇼>의 진행자, ‘지미 킹’이 우리 두 사람에게 물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얼굴 천재 배우님 14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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