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9)
얼굴 천재 배우님-149화(149/200)
얼굴 천재 배우님 149화
시환은 자신이 동생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환의 관심사 1순위는 항상 동생이었으니까.
시환의 꿈은 언젠가 배우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소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의 행복이었다.
모델로서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었을 때도.
파리 패션위크에서 처음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을 때도.
시환은 오로지 가족의 행복만을 바랐다.
그러다 보니 동생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이 세상에서 동생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됐다.
분명 그랬는데….
잠시 한눈을 판 순간, 동생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처음 연기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만 해도 이렇게 진지하게 이 길을 걸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동생은 시환이 부러움을 느낄 만큼 완벽한 외모를 타고난 존재였기 때문에 매사 모든 일이 쉬웠다.
뭘 해도 잘생긴 외모의 덕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도 금방 싫증을 낼 거라 예상했다.
내심 먼 미래에 자신이 배우의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생각보다 더 진지하게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이전처럼 너무 쉽다고 자만하지 않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나갔다.
만약을 대비해 진지하게 모델 쪽 일을 제안하려고 했던 시환의 계획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렇게 꿈을 찾은 동생은 누구보다 빛이 났다.
더 잘생겨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어느새 저 먼 곳까지 달려 나가 있는 느낌이었다.
몰래 동생의 얼굴을 훔쳐보며 감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환은 동생이 자신의 예상보다 더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환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생은 그 시점에 이미 <체포>,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한 상태였으니까.
이때쯤 시환도 슬슬 자신 역시 배우의 꿈을 꿔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동생을 보고 있자니 자꾸 어릴 적 꿈이 떠올랐던 것이다.
연이은 성공으로 동생이 행복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동생은 생각보다 행복만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가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영화판으로 넘어가 <탈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딘지 모르게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저런 게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과정인 걸까?’
시환은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가끔 동생은 세계적인 스타라기보다 실패를 겪어 본 적 있는 사람처럼 행동할 때가 있었으니까.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승승장구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동생에게 ‘실패’라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왠지 그것이 계속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환은 점점 더 동생에 대해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마환야담>에 출연해 가까이서 동생이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된 이후로는 더욱더 이런 생각이 강해졌다.
동생은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사람처럼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꼭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동생이 마냥 우울감에 빠져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의 일까지 해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부담감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도 동생은 다소 태연하게 미소를 지어 보일 줄 알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야.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동생은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물론, 부담감을 이겨 내는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었고.
시환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변해 가는 동생을 지켜보며 큰 혼란을 느꼈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벽이 생겨나는 느낌이 시환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벽이 있으면 동생이 가장 필요할 때 도움을 주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퇴마환야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뉴 데일리 쇼>에 초대를 받게 되었을 때.
시환은 동생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껏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 작품에 출연하고 작품을 쓰고 작품을 연출했다는 말.
내가 이런 위치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 이래도 괜찮은 건가?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말.
이것들이 지금껏 동생이 어째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왔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한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 <퇴마환야담>이었습니다. <퇴마환야담>의 성공으로 비로소 내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괜찮겠구나, 깨달았거든요.”
동생이 <퇴마환야담>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니 지금 누군가 <퇴마환야담> 시즌 2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다면…. 예. 성공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어떻게 성공을 확신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많았지만 동생이 자신감을 되찾았다면 상관없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은 지금처럼 동생의 곁에서 차차 답을 찾아낼 시간이 있을 테니까.
애초에 시환이 동생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것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제 정말 내 도움 따위는 필요 없는 멋진 사람이 되었구나.’
그렇게 시환은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지미 킹을 바라보고 있는 동생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환 또한 <퇴마환야담> 시즌 2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뉴 데일리 쇼>가 뜻밖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에 당황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애초에 <뉴 데일리 쇼>에 출연한 것 자체가 해외 팬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함이었고 지금은 그 목적이 달성된 상태였다.
그러니 굳이 <뉴 데일리 쇼>에 크게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지미 킹의 인터뷰는 조금 관심이 갔다.
지미 킹이 <뉴 데일리 쇼>의 촬영 후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소회를 물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후 스케줄이 있는지 지미 킹은 꼭 다음에 만나자는 얘기만 남기고 금방 자리를 떴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더 지미 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미 킹, “이시 형제와의 만남….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전문)>
…오래 쇼를 진행하면서 놀라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시 형제는 그중에서도 굉장히 특별한 축에 속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시 형제의 인기가 반짝하고 사라질 거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퇴마환야담 시즌 1’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것이 그저 거대한 파도에 불과할 거라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직접 대화를 나누고 나서 나는 내 생각이 틀렸음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적인 감각부터 예술에 대한 깊이까지 이시 형제는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거장을 만났을 때 받았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강한 믿음과 유대감이 이시 형제를 굳건히 붙잡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마환야담 시즌 2’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당신은 기대는 완벽히 충족될 거라고.
역시 지미 킹은 예상대로 <퇴마환야담>의 성공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은 듯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지미 킹 정도의 인물이 자신의 고집을 꺾는 일은 흔히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미 킹과의 대화가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으로 <뉴 데일리 쇼>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이제 <퇴마환야담> 13부, 14부 촬영에 집중할 때였다.
현재 <퇴마환야담>은 13부 마지막 직전까지 촬영을 완료한 상태였다.
13부의 마지막은 이현이 악령화한 국왕을 베어 내는 순간, 전국의 시체가 몸을 일으켜 생시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14부부터는 생시와의 전투를 그렸다.
14부 초반에는 생시의 숫자에 압도돼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이지 못하고 시종일관 밀리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후반부 역병에서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연, 위랑, 서희, 이현을 도우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결국 15부 중반.
연의 일행은 한양을 탈환하고 광화문을 열어 마지막 전투를 진행했다.
* * *
15부 38씬.
마침내 광화문이 열린다.
그 안에서 악령 군단과 함께 생시들이 쏟아지지만 아무도 물러서지 않는다.
사람들이 손에 든 검, 몽둥이, 쟁기, 곡괭이에는 서희가 목숨을 걸고 찾아온 스승님의 주술부가 붙어 있다.
영혼에 물리적 타격을 입힐 수 있도록 하는 주술부.
이 주술부가 용기를 주는 것처럼 누구 한 사람 물러나지 않는다.
그렇게 마침내 악령 군단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연! 이현! 가세요! 이곳에는 제가 남겠습니다! 두 사람은 할 일이 있잖아요!”
서희의 외침에 나와 이현이 반응한다.
서희의 말이 맞다.
이현은 조선을 바로 세워야 하고 나는 마역령과의 마지막 싸움을 벌여야 한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기회를 영영 잃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나와 이현이 눈을 마주치고 내가 먼저 주술부를 허공에 던진다.
“귀참월첨!”
백 개의 반달형 검기가 한데 모여 주술부를 가르는 순간, 반달형 검기는 다시 천 개로 쪼개져 악령 군단을 향해 쏟아진다.
모두 검기에 맞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서희에게 뒤를 맡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령 군단의 숫자가 줄어든다.
그사이 이현은 정면으로 나서며 일직선상의 모든 적을 베어 낸다.
나와 본인이 빠져나갈 수 있게 길을 연 것이다.
“어서 갑시다!”
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위랑이 나와 이현을 태우고 나아가기 시작한다.
악령 군단을 우리를 막기 위해 틈을 메우려고 하지만 나와 이현이 부지런히 검을 휘둘러 길을 뚫는다.
마침내 위랑이 근정문을 돌파하고 나와 이현은 검을 던져 악령 군단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닫는다.
그 위로 주술부를 붙여 악령 군단이 근정문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현은 근정문에 꽂혀 있던 자신의 검을 뽑으며 내 쪽으로 몸을 돌린다.
“저는 이대로 근정전으로 가겠습니다. 그곳에 대신들이 모여 있을 테니까요. 아마 마역령은….”
“강녕전에 있겠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나라를 세우게. 더 이상의 악령이 존재하지 않으려면 참된 군주가 필요할 테니.”
그렇게 이현이 먼저 걸음을 옮기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흔들리고 있는 근정문으로 시선을 던진다.
그런 뒤 주술부를 세 장 꺼내서 봉인의 술을 사용한다.
“이 정도면 방해를 받지 않겠군. 위랑.”
“…….”
“너는 돌아가 서희를 도와라.”
“…….”
“어차피 혼자서 끝내야 하는 싸움이야.”
“…….”
“부탁할게.”
위랑이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담장을 훌쩍, 넘어간다.
위랑의 공격에 악령 군단 여럿이 단번에 목숨을 잃는 소리가 들려 온다.
나는 악령 군단의 비명을 들으며 픽, 웃는다.
“많이 섭섭한 모양이군.”
하지만 나는 위랑을 다시 불러올 생각을 하지 않고 강녕전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근정전을 지나치고 사정전을 넘어 강녕전에 발길이 닿는다.
아니나 다를까, 마역령은 그곳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다.
“…태평하군. 자고 있는가?”
내가 이렇게 묻자 마역령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그와 동시에 사특한 기운이 강녕전을 가득 채운다.
얼굴 천재 배우님 14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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