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
얼굴 천재 배우님-15화(15/200)
얼굴 천재 배우님 015화
안명현의 하차 후.
원래라면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다른 배우에게 넘어가야 했다.
아직 <체포>에 캐스팅이 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의 걱정대로 선뜻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겠다는 배우가 없었다.
단순히 연기의 난이도 때문이 아니었다.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주인공에 어울리는 연기와 외모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했는데.
이 나이대에서 그런 배우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배우는 청춘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의 연하남 역할을 더 선호했으니까.
주인공 고등학생 역이 아닌 진짜 주인공.
그런데 안명현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소위 ‘땜빵’의 개념으로 해당 역할의 배우를 찾으려고 하니 답이 없었다.
결국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은 나이대가 살짝 높지만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연기로 커버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나이 차가 느껴져서 몰입이 힘들다는 시청자의 불만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이대를 맞추겠다고 연기가 부족하거나 외모가 빠지는 배우를 쓰는 것보다는 이게 나았다.
둘 중 하나가 떨어진다면 당장 안명현과 비교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테니까.
그렇게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이런 식으로 잘 정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안명현의 미래를 알고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3부 분량을 다시 찍어야 한다는 수고스러움도 마음 편하게 받아들였다.
이 또한 일종의 연습으로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나한테 신한재 고등학생 역의 제안이 올 줄이야….’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던 만큼.
나는 강한성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도 한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강한성 감독에게 물었다.
“제가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을 수 있을까요?”
강한성 감독은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시준 배우님만 한 적임자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죠? 작가님?”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정수민 작가가 동의를 표했다.
“그렇죠. 내심 이시준 배우님을 미리 알아보지 못한 걸 후회했으니까.”
정수민 작가까지 이렇게 얘기한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서명희도 같은 생각인지 입가에 긍정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먼저 꾸벅, 감사의 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에 놓입니다. 다만 황인섭 고등학생 역이 걱정이네요. 개인적으로 책임과 애착을 느끼고 있는 배역이거든요.”
정수민 작가 또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러게요. 이시준 배우님이 황인섭 고등학생 역을 너무 잘 소화해 줘서 저도 신경 쓰여요. 솔직히 다른 배우가 눈에 차지 않을 것 같거든요.”
강한성 감독이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황인섭 고등학생 역은 난이도가 있는 역할이죠. 다만 이 역할을 소화할 만한 배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외모가 좀 빠지더라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서명희가 입을 열어서 강한성 감독의 의견을 지지했다.
“감독님의 이야기가 맞아요. 솔직히 황인섭 고등학생 역은 연기력이 살짝 부족해도 연출적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역할이니까요. 하지만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이야기가 다르죠.”
서명희까지 이렇게 말하자 정수민 작가가 마음을 돌린 모양이었다.
그만큼 강한성 감독과 서명희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었다.
여기에 쐐기를 박듯이 강한성 감독이 이야기를 덧붙였다.
“당장 부탁하면 황인섭 고등학생 역을 맡아 줄 만한 배우를 몇 명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시준 배우님만 마음의 결정을 내려주면 됩니다.”
정수민 작가마저도 얼른 마음의 결정을 내리라는 듯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정말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마지막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서명희가 모든 고민을 날려 버리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뭘 망설여요? 얼른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겠다고 해요. 시준 씨의 잘생긴 외모를 이대로 낭비하면 안 되잖아요.”
서명희의 말에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어렵사리 동의의 말을 꺼냈다.
“네. 그렇다면 제가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
내 대답을 듣자마자 강한성 감독은 그 자리에서 제작사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게 되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돌려 달라 요청한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재촬영 일정도 빠르게 다시 잡혔다.
신한재 고등학생 역과 황인섭 고등학생 역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다시 찍어야 하는 만큼 서둘러 움직일수록 좋았다.
그렇게 강한성 감독은 모든 전화를 돌리고 정수민 작가와 긴밀하게 상의한 뒤 재촬영 일정을 전달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촬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배역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정수민 작가가 강한성 감독의 말을 받았다.
“편하게 대답해 주세요. 그동안 4, 5부를 촬영할 예정이니 너무 시간이 촉박하면 며칠 정도 일정을 미룰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3부 촬영이 끝난 뒤 고등학생 역은 아니지만 신한재 역할을 연습했으니 어떻게든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결이 비슷하니까요.”
내 대답을 듣고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수민 작가가 서명희의 손을 꼭 잡으며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어쩜. 언니는 어떻게 알고 이시준 배우님에게 신한재 역할을 연습시킨 거야? 역시 내 생명의 은인!”
정수민 작가의 말을 듣고 서명희가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고 미리 연습을 시켰겠어. 그냥 얻어걸린 거지. 어쨌든 시준 씨의 말대로 결이 비슷하니까 재촬영 일정에 맞출 수 있을 거야.”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신한재 고등학생 역의 연습이 시작됐다.
확실히 신한재 역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연습이 술술 풀려나갔다.
서명희도 4, 5부 촬영 중 짬짬이 내 연습 과정을 지켜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이렇게 소화해야 하는 배역이었군요. 안명현의 연기를 보다가 시준 씨의 연기를 보니 개안하는 느낌이네요.”
“나쁘지 않다니 다행입니다.”
“단순히 나쁘지 않은 게 아니에요. 너무 좋아요. 이대로라면 시준 씨가 제 생각보다 <체포>에서 얻어 가는 게 많을 것 같네요.”
현장에서도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잘 소화해야 한다는 선결 과제가 있긴 했지만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신한재 고등학생 역이 황인섭 고등학생 역보다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중이 높다는 것은 시청자의 주목도도 높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체포>의 3부까지는 신한재 고등학생 역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었으니까.
의도하지 않았지만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습은 항상 옳죠.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시준 씨 같은 연습 벌레가 연습량을 더 늘리겠다니 상상만 해도 무섭네요.”
하지만 나는 정말 연습량을 늘렸다.
서명희의 말대로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넥스의 안명현 하차한 <체포>…. 신인 배우 이시준 투입 확정] [<체포> 감독 ‘이시준 연기력 확신…. 전화위복될 것’] [안명현의 대체자로 낙점된 신인 배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시청자 의문 증폭! 어째서 <체포>는 ‘익숙한 얼굴’을 구하지 못했나?] [방영 전부터 흔들리고 있는 드라마 <체포>…. 문제점 집중 분석] [너무 꼬였다! <체포> 출연 예정의 배우 팬, ‘이럴 거면 우리 오빠도 하차’ 댓글] [<체포>의 신인 배우 내부 승격? 과연 어떠한 힘이 작용했나]내가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것.
‘…잘될지 모르겠군.’
서명희의 칭찬을 받으며 연습을 하고 있었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언론의 흔들기 강도가 거세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회귀 전 항상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였다.
그러다 보니 여론이 악화될수록 상처로 남아 있던 부분이 쓰라렸다.
어떤 날에는 밤새 연습을 해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부담감 속에서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재촬영 날이 밝았다.
오늘 촬영이 진행되는 은평구 신사동에 도착하자 걱정했던 것과 달리 현장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배우님! 잘 오셨어요!”
“잘 지냈죠?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
“오늘 촬영 기대돼요!”
“배우님이라면 잘 해낼 거예요! 화이팅!”
오히려 스태프들이 먼저 나서서 용기를 북돋아 줬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스태프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여어! 브로! 결국 일이 이렇게 되는구나! 역시 시준이만 한 주인공이 없지!”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있던 구경모가 손을 번쩍, 들며 인사했다.
그제야 대화 상대를 찾은 나는 구경모에게 물었다.
“다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통 재촬영 현장은 다 이런 건가?”
“나도 재촬영은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걸. 조금 어둑어둑해야 정상이지.”
“그런데 여긴 왜?”
“그야 신한재 고등학생 역이 바뀌면서 상황이 더 좋아졌으니까.”
“상황이 더 좋다고? 다들 인터넷 따위는 안 하는 강심장인 건가?”
“그런 사람도 있냐. 다들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지. 아마 그래서 일부러 더 밝게 행동하는 걸 거야.”
“…설마?”
“맞아. 너한테 부담감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은 거지. 어쨌든 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드라마를 돕기 위해서 나선 거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행동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다들 프로구나.”
“강한성 감독님의 팀이 이런 쪽으로 유명하다 하더라고. 게다가 누가 뭐라고 떠들든 무슨 상관이겠어. 다들 네 연기를 이미 봤는데.”
“음….”
“열심히 준비해 왔지?”
“뭐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러면 됐어! 오늘 촬영 기대된다. 재촬영은 조금 싫지만 네가 어떤 식으로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소화할지 궁금했거든.”
구경모는 진짜 기대가 된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며 눈을 반짝였다.
나로서는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려면 어떻게든 좋은 연기를 선보여야 할 테니까.
조금 현장에 늦게 도착한 양이듬이 내 눈빛에서 이러한 다짐을 읽어 낸 모양이었다.
“오올. 결연한 눈빛 뭐야. 이번에 시준이가 신한재 고등학생 역 소화하고 나면 난리 나겠는데? 벌써 소속사 정한 거 아니지?”
“아직…. 새로운 배역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역시 성실해. 어쨌든 잘됐다. <체포> 방영 후라면 소속사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받게 될 테니까. 다만….”
“다만, 뭐?”
“소속사 없이 좀 힘들지 않아? 황인섭이야 분량이 비교적 적어서 혼자서도 해낼 수 있었을 테지만 신한재는 주인공이잖아. 3부까지.”
서명희 역시도 이 부분을 걱정했는지 나에게 학원 직원을 따로 붙여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 쪽에서 서명희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회귀 전 경험으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단 하나뿐인 드라마 스케줄 정도는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선생님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는데 모든 씬을 전부 찍는 게 아니라 재촬영이잖아. 그래서 괜찮다고 말씀드렸어.”
“으음. 그래. 네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그래도 혹시 힘든 일이 있으면 얘기해. 내가 어떻게든 도울게.”
“고마워.”
“고맙긴. 그럼 오늘 연기 기대할게.”
그렇게 나는 현장의 격려와 기대를 듬뿍 받았다.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적어도 비난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드디어 재촬영 준비가 끝났고 그와 동시에 강한성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재촬영 시작합니다. 1부 1씬. 스탠바이해 주세요.”
얼굴 천재 배우님 1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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