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6)
얼굴 천재 배우님-156화(156/200)
얼굴 천재 배우님 156화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작품을 선택하는 내 기준은 그대로였다.
나는 성공이 보장돼 있는 작품의 출연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이러한 작품에 출연한다면 원래의 시간 흐름에서 영광을 누려야 했던 배우가 기회를 잃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최근 아직 꿈을 만개하지 못한 사람이나 이제 꿈을 포기하려는 사람과 작업을 펼쳤다.
최서영 감독과 강한성 감독이 각각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시였다.
하지만 항상 이런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신인 감독의 경우 나한테 주인공을 맡아 달라고 대본을 보여 주기가 쉽지 않았다.
에미상 5관왕이라는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대본을 보내는 것은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진배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환영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강한성 감독과 같은 사람이 흔한 것도 아니었다.
정상의 자리에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사람은 꽤 있었지만 강한성 감독처럼 극단적으로 연예계를 떠나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이직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직종을 바꾼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해당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랬다.
심지어 이직을 고민할 만큼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이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일을 해 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그러니 차기작을 하겠다고 강한성 감독과 같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아예 가능성을 닫아 두는 게 현명했다.
결국 차기작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
그런 과정에서 내가 떠올린 것은 소포모어 징크스였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2번째 기회에서 처음보다 좋지 못한 결과물을 거두게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2라는 숫자에 한정해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확대된 상태였다.
꼭 2번째가 아니어도 처음보다 성과가 부진하면 이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결국 영화·드라마계에서 이 단어는 전편보다 못한 속편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었고 나로서는 이것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전편보다 못한 속편이라면 내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했기 때문이다.
‘흥행에 참패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 내가 해당 작품의 배역을 가져가도 상관없겠지.’
나 또한 흥행에 참패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프랜차이즈화는커녕 1호점부터 망한 작품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듯이 흥행이라는 것은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한다고 해서 보장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일은 정당한 기회를 빼앗지 않는 것이지, 그러다가 내가 망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훌륭한 전편이 있는 속편이라면 기준을 지키면서도 어느 정도 암울한 미래를 바꾸는 게 가능했다.
전편이 훌륭하다는 것은 속편 또한 어느 정도 작품성을 이어받았다는 뜻일 테니까.
그리고 이런 경우라면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하는 것으로 흥행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다.
‘물론 속편이라고 작품성을 꼭 이어받는 것은 아니지.’
그렇지 않은 작품도 많았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지금까지 정리한 리스트를 살펴봤다.
<도박꾼3>, <신점3>, <학교 괴담5>, <프랙탈4>, <퓨처 머신7> 등 전부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작품의 리스트였다.
그리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전편의 작품성을 이어받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퓨처 머신7>의 경우는…. 최악이야.’
<퓨처 머신>은 핵전쟁 이후 인류를 말살하려는 기계와 그것을 저지하려는 인간의 사투를 그린 할리우드 대작이었다.
반기계 연합군의 사령관인 ‘카일 빈’의 탄생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과거로 인간형 기계를 보낸다는 스토리가 당시 센세이션한 반향을 일으켰다.
심지어 <퓨처 머신>의 경우에는 2편이 1편보다 흥행하면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공식을 깨 버린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3편에서 무리한 설정을 대량 생산해 팬들의 우려를 사더니 4, 5, 6편을 시원하게 말아먹으며 그것을 현실화했다.
7편 또한 이러한 흥행 실패의 연장선이었고 이 경우는 누가 주인공을 맡는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게 확실했다.
수천 개의 설정 오류를 단번에 해결하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퓨처 머신7>의 대본을 조용히 한쪽으로 밀어 둔 상태였다.
굳이 따지자면 1호점부터 망한 작품이 <퓨처 머신7>보다 더 나았다.
‘빨간 약, 파란 약으로 유명한 <프랙탈4>도 사정은 비슷해.’
<프랙탈4>는 설정 오류가 많다기보다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장면들이 문제였지만.
내가 캐스팅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프랙탈4>의 컨셉 자체가 기존의 작품에 비해서 너무나도 단순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걸 복잡하게 만들자고 하는 게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지.’
그래서 나는 <프랙탈4>의 출연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 국내 작품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도박꾼3>은 게임의 종류만 다를 뿐 시리즈마다 이야기가 너무 유사하다는 단점이 너무 컸고.
<신점3>은 1편에 미치지 못하는 허술한 이야기 얼개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으며.
<학교 괴담5>는 공포 이야기 수준의 흔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극복되기 힘들 것 같았다.
‘OTT 시장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국내 작품 출연도 고려할 만했지만 힘들겠군.’
아예 영화가 아닌 다른 쪽을 살펴볼까도 했지만 드라마 출연은 끌리지 않았다.
<퇴마환야담>의 엄청난 성공이 자칫 잘못하면 드라마 차기작의 기대치를 너무 높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야 이러한 부담감이 크게 상관없었지만 나를 캐스팅하는 감독으로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었다.
<퇴마환야담>을 촬영하며 진을 뺀 것도 드라마를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영화 위주로 작품을 살펴봤고 새롭게 몇 작품이 더 눈에 들어왔다.
<시크릿맨4>는 슈트를 입고 적과 대결하는 구도가 인상적이었지만 영화 특유의 B급 스파이물 같은 색깔이 너무 옅어져 있었고.
<오토봇6>는 변신 로봇의 로망만으로 작품에 출연하기에 스토리, 캐릭터, 연출, CG 등 문제점이 너무 많았다.
그러던 중 <더 블랙맨2>의 대본을 발견했고 나는 곧장 눈을 빛냈다.
박쥐 가면으로 유명한 블랙맨이라면 모든 남자아이의 로망이었기 때문이다.
‘<더 블랙맨2>은 악역만 조금 손본다면 흥행을 할 만한 작품이야.’
무엇보다도 블랙맨이 될 수 있다면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슈퍼 코믹스 세계관의 한 축이 될 수 있었다.
비록 슈퍼 코믹스의 작품이 영화로는 라이벌인 타임 코믹스에 비해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지만 블랙맨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적어도 블랙맨 시리즈만큼은 이름값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랙맨이 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배우로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운이 좋다면…. 최초의 아시아인 블랙맨이라는 타이틀까지 가져올 수 있겠군.’
그렇게 나는 내심 기대하며 <더 블랙맨2>의 대본을 살펴봤고 곧 실망했다.
아쉽게도 <더 블랙맨2>의 감독 메튜 다노가 제안한 역할은 악역 ‘레드’였기 때문이다.
광대 출신의 악당 레드는 블랙맨만큼이나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 만큼 출연을 마음먹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사랑을 받은 것은 레드를 단독 주연으로 한 영화 <레드>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레드>의 주인공을 맡은 쉐어 캠프의 연기는 당시 사회적으로 해롭다는 평가가 뒤따랐을 만큼 엄청났다.
실감이 나는 것은 물론, 누가 다시 쉐어 캠프처럼 레드를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런 까닭에 레드 역할을 맡은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똑같이 단독 주연의 영화라면 또 모를까 이번의 경우에는 <더 블랙맨2>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레드였다.
주인공으로서 블랙맨의 비중을 고려했을 때 이곳의 레드는 단독 주연의 영화만큼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게 어려운 역할이었다.
‘실제로 메튜 다노는 레드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 내지 못했지.’
부담감을 느끼기라도 한 듯 <더 블랙맨2>의 레드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캐릭터로 그려졌다.
애초에 이럴 거라면 레드가 아니라 다른 악역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 블랙맨2>에 출연하게 되면 다른 악당으로 대본 작업을 다시 하는 것을 제안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이것으로 나는 <더 블랙맨2>의 미련을 떨쳐 냈고 다음 대본으로 시선을 옮겼다.
벌써 한 달이 넘게 밤늦게까지 대본을 살펴보느라 너무 피곤했지만 <더 블랙맨2>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그냥 잠들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더 블랙맨2>의 다음 작품은 역시 기준에 부합하는 속편이었다.
‘<세이크리드2>라…. 재밌겠는데?’
그렇게 본격적으로 <세이크리드2>라는 작품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새벽 2시 39분, 마침내 대본을 모두 읽어 본 나는 만족감을 느끼며 기지개를 켰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세이크리드2>의 대본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세이크리드>는 혼혈 악마와 천사가 혼재하는 세상에서 주인공 ‘예롬’이 지옥에 가는 숙명을 피하기 위해 악을 지옥으로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1편은 뱀파이어라는 소문이 돌 만큼 엄청난 미모를 자랑했던 롤링 스턱만이 예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호평을 끌어냈다.
그 후 20년이 가깝게 <세이크리드>의 후속편을 기대하는 팬이 존재할 정도였다.
하지만 마침내 개봉한 <세이크리드2>는 상당히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세이크리드2>의 새로운 예롬이 롤링 스턱만에 미치지 못하는 미모와 연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추후 <세이크리드2>의 제작이 여러 번 엎어지며 원래 예롬 역할을 맡기로 했던 배우와의 계약이 어그러진 게 문제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결론적으로 예롬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니까.
‘그런데 <세이크리드2>의 대본이 내 쪽에 들어오게 되다니….’
한 달이 넘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지 못했던 나로서는 예기치 않은 행운이었다.
다만 아직 <세이크리드2>의 출연을 확정하기에는 몇 가지 선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대본을 찬찬히 읽어 보니 <세이크리드2>의 문제점은 단순히 배우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대본 자체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어…. 이걸 수정할 수 있어야 해.’
이것은 <세이크리드2>의 감독이 문제일 수도 있었고 제작사가 문제일 수도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어느 쪽이랑 협상을 펼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부딪쳐 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건가?’
그날 아침.
나는 김보미에게 전화를 걸어서 <세이크리드2>의 출연 희망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며칠 만에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얼굴 천재 배우님 15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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