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7)
얼굴 천재 배우님-157화(157/200)
얼굴 천재 배우님 157화
긴 비행 끝에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나는 차를 타고 30분을 더 이동해 버뱅크에 도착했다.
버뱅크는 세계 미디어의 수도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시였고 이곳에 <세이크리드>의 제작사가 있었다.
김보미가 ‘위너 패밀리’의 본사 건물을 앞에 두고 중얼거렸다.
“…여기가 위너 패밀리군요.”
확실히 위너 패밀리의 위용은 대단했다.
위너 패밀리에서 운영 중인 음향 녹음실, 실내 스튜디오, 영화 박물관 등 수많은 시설이 거리를 통째로 점유하고 있었다.
관광객이 우르르, 몰려가 스튜디오 투어까지 가능한 이곳에서 우리는 관계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입구를 통해 본사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 나와 김보미는 본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널찍한 미팅룸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미팅룸에는 두 명의 사내가 먼저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두 사내는 나와 김보미를 발견하자마자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네려고 했지만….
“안녕하십…. 헉!”
“…실물이 무슨.”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한 사람은 헛숨을 들이켰고 다른 한 사람은 머릿속 생각을 입 밖으로 내놨던 것이다.
‘오늘도 어김이 없구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두 사내에게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업기획팀 팀장 김보미입니다.”
그렇게 김보미까지 인사를 마치고 나서야 두 사내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위너 패밀리의 회장 벤자민 골드먼입니다.”
“<세이크리드>의 감독 프랭크 보로드빈입니다.”
두 사내의 소개를 듣고 내심 놀랐다.
위너 패밀리의 회장이 직접 미팅 자리에 나오리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랭크 보로드빈의 경우에는 미팅 참석을 예상했다.
<세이크리드>의 감독이자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럼 이쪽에 앉으실까요?”
“네. 그러죠.”
“소문을 익히 들었지만 이시준 배우님을 만나 뵙고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봤거든요.”
“세계적인 스타를 거의 모두 만나 본 회장님께 외모 칭찬을 듣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초반 대화는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가볍게 흘러갔다.
어느새 김보미까지 입을 열어서 자유롭게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프랭크 브로드빈은 대화에 잘 참여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왠지 눈빛이 따가운 게 나를 경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충 왜 그러는지 감이 잡혔지만 아직 이야기를 꺼낼 만한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른 척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벤자민 골드먼이 나를 생각보다 반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벤자민 골드먼은 어째서 나에게 <세이크리드2>의 캐스팅 제안을 했는지 설명했다.
“원래는 1편에서 예롬 역할을 맡았던 롤링 스턱만에게 캐스팅을 제안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획이 어긋났군요?”
“저는 롤링 스턱만이 평생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뱀파이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하하하.”
벤자민 골드먼이 너스레를 떨었고 나와 김보미가 함께 웃었다.
하지만 프랭크 브로드빈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벤자민 골드먼은 그 표정을 힐끔,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새 인물을 찾고 있을 때 프랭크 브로드빈이 이시준 배우님을 추천하더군요.”
의외였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껏 프랭크 브로드빈이 나를 별로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프랭크 브로드빈으로서는 작가와 연출로도 활약할 수 있는 나의 존재가 껄끄러울 만했다.
자신의 권리를 함부로 침해할지도 모르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니…. 그럼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미팅 분위기를 풀기 위한 벤자민 골드먼의 립서비스인가.
그렇게 나는 프랭크 브로드빈의 표정을 다시 살폈고 곧 그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은 경계가 아니라 긴장을 한 상태였다.
다만 어째서 긴장을 하고 있는 건지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없었다.
“하하하. 그 정도로 저와 프랭크 브로드빈이 배우님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럼 이제 슬슬 계약서를 먼저 살펴볼까요?”
벤자민 골드먼은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고 그렇게 나와 김보미의 앞에는 계약 조건이 상세히 적혀 있는 서류 뭉치가 등장했다.
“찬찬히 확인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각자 계약서를 손에 들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조건이…. 나쁘지 않네.’
위너 패밀리 측의 조건은 훌륭했다.
출연료부터 수익에 따른 러닝 개런티까지 모든 게 기대 이상이었다.
또한 촬영 기간을 너무 길거나 짧지 않게 잡은 것도 마음에 들었고 숙소, 차량, 전용기, 등의 혜택도 적당했다.
김보미도 조건이 마음에 드는지 내 쪽을 바라보며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계약 조건은 받아들일 만하네요. 혹시 괜찮다면 촬영 계획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벤자민 골드먼이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고 여전히 긴장한 기색의 프랭크 브로드빈이 입을 열었다.
다행히 말을 하면서 점점 긴장이 풀리는지 프랭크 브로드빈의 발음이 명확해졌다.
그렇게 감독의 입에서는 주로 어디서 촬영을 진행할 것인지.
캐스팅을 완료한 배우와 염두에 두고 있는 배우가 누구인지.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 스태프와 일을 할 것인지.
음향 및 CG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계획 또한 상당히 잘 짜여 있었다.
적어도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어떻습니까?”
감독의 설명이 끝나고 벤자민 골드먼이 물었다.
표정에서 뿌듯함이 느껴지는 게 감독의 설명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확실히 지금까지 미팅이 흘러가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계약을 확정 지을 수 없었다.
아직 내 쪽의 조건을 밝히지 않았으니까.
‘이제부터가 중요해. 대본이 수정되지 않으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좋네요. 모든 게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몇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말에 다시 프랭크 브로드빈이 긴장했다.
벤자민 골드먼도 덩달아 긴장하는 기색이었다.
“걸리는 부분이라…. 혹시 그게 어떤 걸까요?”
“대본.”
“네?”
“사실 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전부 대본에 있습니다. 혹시 수정이 가능할까요?”
벤자민 골드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감독에게 향했다.
그걸로 위너 패밀리가 프랭크 브로드빈에게 작품의 전권을 맡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이 작품 수정을 동의해야 한다는 뜻이구나.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렇게 잠깐 정적이 흐르고.
마침내 프랭크 브로드빈이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프랭크 브로드빈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사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뭐든 수용할 테니.”
* * *
나는 프랭크 브로드빈의 대답을 듣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당황한 사이 프랭크 브로드빈이 말을 이었다.
“저도 대본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20년이 가깝게 영화 제작이 늦춰진 거였죠.”
“그랬습니까?”
“네. 나름대로 고친다고 고쳤는데도 핵심적인 부분이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느낌이더군요.”
때로는 작품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어느 정도 기준만 넘으면 작품을 찍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최근 그것이 충족된 것 같아 나한테 대본을 보내게 됐다고.
프랭크 브로드빈의 이야기가 쭉 이어졌다.
“그리고 내심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배우님께 이 작품에 대한 조언을 들어 보고 싶더군요.”
프랭크 브로드빈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와 <퇴마환야담>을 인상 깊게 본 듯했다.
두 작품을 보면서 내가 <세이크리드2>의 문제점을 찾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아까 긴장한 기색을 보였던 건가?’
프랭크 브로드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렇게 생각했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느꼈던 문제점에서 대해서 가감 없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말을 꺼내자 프랭크 브로드빈이 자세를 바로잡았고, 벤자민 골드먼과 김보미 역시 관심을 보였다.
“제 생각에 <세이크리드2>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세이크리드2>는 초반 도입부가 너무 불친절했다.
초반 도입부는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을 잡는 중요한 부분인데 이것이 너무 1편의 설정에 기대고 있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1편을 봤다는 가정하에 2편을 제작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태도였다.
1편이 개봉된 게 거의 20년 전의 일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랬다.
“만약 2편의 전체적인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 초반 도입부를 단순화할 수 없으면 과감하게 몇 가지 설정을 도려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는 도려내도 괜찮을 것 같은 설정을 전부 짚어 냈고 두 번째 문제점으로 넘어갔다.
내가 생각한 두 번째 문제점은 일부 캐릭터의 소모적 사용이었다.
영화는 한두 시간의 러닝타임 안에서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야 하는 만큼 이야기가 간결하고 압축적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소모적인 캐릭터가 좀 있는 편이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은 작은 캐릭터에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지만 꼭 2편에 모든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서를 겨우 하나 던져 주기 위해 등장해야 한다면 그 캐릭터는 과감하게 도려내고 다른 주요 배역에 해당 역할을 맡기는 게 더 현명할 겁니다. 그게 추후 3편을 제작할 때도 더 나을 거예요.”
그렇게 이번에 나는 뺄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전부 짚어 냈고 마지막 문제점으로 넘어갔다.
마지막은 주인공 예롬의 동기 부여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예롬은 과거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난 경험 때문에 지옥에 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예롬이 악과 맞서 싸우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문제는 이러한 이유가 관객에게 있어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이것만으로도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악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추가적인 이유가 필요했다.
“…어떤 이유라면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프랭크 브로드빈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예롬과 함께 자살을 시도했던 여인 있죠?”
“네. 1편에서 지옥에서 재회했던.”
“그 여인이 사실 자살만으로 지옥에 떨어진 게 아니었다고 설정하는 거 어떨까요?”
“아.”
“자살 시도로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을 때 그 틈을 노리고 악마가 여인을 지옥으로 데려간 것이죠. 예롬을 그걸 영혼 상태에서 지켜보다가 충격을 받아서 다시 몸으로 돌아온 거고요.”
“죄책감과 분노. 이것은 확실히 악과 맞서 싸울 만한 명분이네요. 다만 이러면 지옥 부분에 대한 연결 고리가 약해지지 않나요?”
“홀로 도망친 것. 이것을 지옥에 떨어질 만한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는 프랭크 브로드빈과 본격적으로 대본 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섯 시간이 넘게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말을 마쳤을 때.
“배우님의 조언대로 대본을 수정해 보겠습니다.”
프랭크 브로드빈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5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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