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8)
얼굴 천재 배우님-158화(158/200)
얼굴 천재 배우님 158화
위너 패밀리에서 제공한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며칠간 휴식을 취했다.
아버지와 등산을 하고 형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피곤이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서명희, 지정현, 박준, 신디, 구경모, 양이듬, 김필성 감독, 최서영 감독 등 지인을 만나는 데도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놀랍게도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나의 차기작 쪽에 집중돼 있었다.
“어떤 작품을 할 건가? 웬만하면 이번에는 나랑 같이하지?”
지정현은 언제나처럼 당당히 요구했고.
“우린 언제 같이 작품 할 수 있는 건데!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박준은 거의 떼를 쓰는 수준이었으며.
“로코는 또 안 해요? 시준 씨 팬 중에 로코 기다리는 사람 많은 거 같던데.”
신디는 은근히 로코 쪽으로 내 관심사를 돌렸다.
세 사람뿐만이 아니라 감독들이나 작가들도 나와의 작업을 원했다.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프랭크 브로드빈의 대본 수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 워낙 대단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고.’
특히 과거에 인연을 맺은 감독들이나 작가들과는 작품을 함께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이 사람들의 작품은 성공 확률이 너무 높았고 그렇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의 기회를 뺏을 확률도 높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더 이상 회귀의 이점이 없는 상태라면 또 모를까….’
벌써 회귀한 지 4년째였다.
이제 3년만 더 있으면 회귀의 이점이 없어질 테고 이때부터는 누군가의 기회를 뺏을까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불확실성 가운데서 가장 확률이 높은 작품에 출연하는 게 목적이 될 예정이었다.
어쨌든 이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은 프랭크 브로드빈이 <세이크리드2>를 잘 수정하기를 바라는 게 옳았다.
그렇게 위너 패밀리에서 미팅을 가진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마침내 프랭크 브로드빈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나는 위너 패밀리에서 보낸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다시 벤자민 골드먼과 프랭크 브로드빈을 만난 자리에서 수정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대본의 제목은 <세이크리드2>에서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으로 바뀌어 있었다.
‘방향성을 새로 잡은 건가? 재밌네.’
나는 제목에서 눈을 떼고 본격적으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사락사락, 페이지를 몇 장 넘기다가 벤자민 골드먼을 향해 물었다.
“혹시 이 대본에 메모를 해도 괜찮을까요?”
“네. 물론이죠. 편하게 하세요.”
나는 안주머니에서 평소 사용하는 만년필을 꺼낸 뒤 다시 대본을 읽었다.
예전에 사인회 당시 팬들이 선물한 것 중에 가장 디자인이 심플한 것이었다.
그렇게 만년필을 손에 든 중간중간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겼다.
내가 굳이 만년필을 꺼내 든 것은 습관 때문이었다.
나는 보통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이런 식으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는 것을 선호했다.
그래야 훨씬 더 빠르고 집중력 있게 대본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대본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고개를 들자마자 프랭크 브로드빈이 긴장한 기색으로 질문했다.
“…어떤가요?”
나는 프랭크 브로드빈이 너무 자주 긴장을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음에 듭니다. 제가 제안한 수정 사항이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대본 자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디벨롭된 느낌이네요.”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은 수정 과정을 거치며 훨씬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작품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너무 빈약하지도 않았다.
원래 주제가 굉장히 난해한 편에 속했기 때문에 대본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더 명확한 방향성을 확보한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작품이 되어 있었다.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쭉, 이야기하자 프랭크 브로드빈이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대본이 너무 많이 바뀐 것 같아 걱정했거든요.”
“그랬습니까?”
“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대본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모두 수정하고 나니 이게 더 낫다, 확신이 생기더군요.”
“그럴 때가 있죠.”
“배우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용기를 내 작품을 수정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20년을 가까이 준비한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은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했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프랭크 브로드빈이 한국식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얘기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수정으로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이 기존에 없던 대중성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안심할 만한 단계는 아니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흥행 여부였다.
옆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벤자민 골드먼 또한 이 점을 지적했다.
“낙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죠. 그런 점에서 배우님의 출연 계약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어떨까요?”
나는 김보미와 눈빛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위너 패밀리에서 준비한 정식 계약서와 법무팀이 미팅룸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만약을 대비해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법무팀 또한 동행한 상태였다.
“제17조 해외 유통권 부분의 조건을 일부 수정했으면 합니다. 먼저 권리 일체를 포함하는 게 아닌….”
양측 법무팀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나와 김보미는 그 과정을 지켜봤다.
다행히 계약 협의 과정은 생각한 것보다 순조로웠다.
‘이번 만남으로 계약이 체결될 수도 있겠어….’
* * *
기대와 달리 법무팀의 미팅은 몇 차례 더 진행됐고 마침내 다섯 번째 만남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진행 속도가 느려 전체적인 일정이 밀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위너 패밀리는 나와 계약을 진행하면서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에 필요한 다른 배우들과도 접촉했고 모두 출연을 확정했다.
‘주요 배역으로는 레이첼 콜리어, 낸시 크루쉬커, 길버프 라잔, 루가노 보나벤투라가 캐스팅됐군….’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캐스팅된 배우들의 이름이 알고 있던 것과 좀 달랐다.
‘역시 대본이 수정되면서 배우 또한 달라진 건가?’
촬영 첫날.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슬쩍, 묻자 프랭크 브로드빈이 웃으며 대답했다.
“대본이 달라진 것도 분명 영향이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 캐스팅을 확정한 것은 배우님 덕분입니다.”
“제 덕분이라고요?”
“배우님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신뢰를 느끼는 듯했거든요. 특히 레이첼 콜리어의 경우에는 배우님의 상당한 팬이던데요?”
확실히 주연 배우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처럼 배역 하나가 특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라면 더욱더 그랬다.
이 배역을 맡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작품의 흥망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런 점에서 스스로가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와 <퇴마환야담>을 성공시키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할리우드 시스템 내에서 내 실력을 증명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새삼 나라는 배우의 가치가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누군가가 내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메인 여주, 샤이아 역할을 맡은 레이첼 콜리어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시준 씨!”
“아. 콜리어 씨. 저도 반갑습니다.”
“편하게 레이첼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래요. 레이첼.”
내가 호칭을 정정하자 레이첼 콜리어는 기분이 좋은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역시나 <퇴마환야담>을 인상 깊게 시청한 모양이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또한 자신의 최애 영화 중 하나라며 팬심을 드러냈다.
“저도 레이첼이 출연한 <아방가르드>를 재밌게 봤어요.”
“<아방가르드>를 보셨구나! 시준 씨가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본 적 있다니 영광이네요!”
레이첼 콜리어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외국인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처음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확실히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촬영 분위기는 국내와 여러모로 달랐다.
일단 현장의 스태프가 전부 외국인이라는 것 자체가 사뭇 낯선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도 국내와 다른 점이 많았다.
우선 현장 스태프들이 바쁘게 현장을 뛰어다니며 업무를 진행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왠지 움직임에 여유가 있었다.
‘현장 스태프의 숫자가 유난히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군.’
압도적인 질과 양으로 촬영 속도를 높이는 방식인 듯했다.
촬영에 사용되는 장비 또한 낯선 게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촬영을 진행하는 방식에 있지.’
보통 국내 촬영의 경우 촬영 전 거의 반드시 대본 리딩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프랭크 브로드빈은 첫 촬영 날짜를 고지하고도 배우들을 따로 소집하지 않았다.
대본 리딩 없이 현장에서 곧장 호흡을 맞춰도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대본 리딩뿐만이 아니었다.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촬영 방식은 국내와 다른 점이 상당히 많았다.
내가 당연하게 해 오던 것을 하지 않거나 이런 걸 왜 하지 싶은 것을 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촬영장에 적응하기가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레이첼 콜리어과 같은 배우가 나에게 호의적이라니 다행이었다.
심지어 레이첼 콜리어뿐만 아니라 낸시 크루쉬커, 길버프 라잔, 루가노 보나벤투라 같은 배우 또한 나를 호의적으로 대했다.
“확실히 할리우드 영화는 그런 부분이 힘들죠. 지독하게 모든 게 분업화돼 있다는 점.”
그사이 몇 번 촬영을 진행하면서 친해진 루가노 보나벤투라에게 내 생각을 털어놓자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루가노 보나벤투라는 미국 국적의 배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유난히 말이 잘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루가노 보나벤투라의 국적은 이탈리아였다.
“분업이 잘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효율성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죠. 다만 크게 두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작사의 입김이 너무 강해서 영화가 과도하게 상업화된다는 점. 다른 하나는….”
“사공이 너무 많아서 영화의 내용이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는 점?”
“네.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확실히 촬영 방식에 관해 내가 느낀 어색함은 이러한 분업화에서 발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우리 감독은 영향력이 상당한 편이니까.”
나는 루가노 보나벤투라의 말뜻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이 영화에 대한 프랭크 브로드빈의 영향력은 상당한 편이었다.
위너 패밀리가 20년 가깝게 프랭크 브로드빈의 대본 완성을 기다려 준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프랭크 브로드빈….’
너무 순순히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본을 고쳐 줘서 쉽게 생각했지만 만만하게 볼 사람은 아니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은 이미 성공한 작품만 열 손가락이 넘는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이었다.
‘그중 3부작으로 구성된 <파버티 게임>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이처럼 프랭크 브로드빈은 제작사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영화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루가노 보나벤투라의 말대로 과도한 상업화나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프랭크 브로드빈과 같은 사람이 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으니 적응 또한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뒤.
파티장에서 한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딴 원숭이 같은 새끼 때문에 내가 화를 참는다는 게 말이 돼?”
얼굴 천재 배우님 15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