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0)
얼굴 천재 배우님-160화(160/200)
얼굴 천재 배우님 160화
다른 사람이 모두 휴식을 즐기고 있을 때.
프랭크 브로드빈은 편집실에 앉아 지금까지의 촬영분을 살펴보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편집실에 눌러앉아 있은 지 벌써 3일째였다.
하지만 프랭크 브로드빈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방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편집을 끝냈기 때문이다.
‘좋아. 이 정도면 배우님한테 보여 드릴 수 있겠어. 혹시 귀찮아하는 건 아니겠지?’
프랭크 브로드빈은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에 시준을 캐스팅한 것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만족하고 있다는 말도 부족했다.
신의 한 수.
프랭크 브로드빈은 시준의 존재를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배우님 덕분에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이 정상적으로 영화화되고 있으니까.’
프랭크 브로드빈에게 <세이크리드>는 한 작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의 데뷔작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간절하게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을 때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 <세이크리드>였다.
그러다 보니 프랭크 브로드빈으로서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세이크리드> 덕분에 생각지 못한 인기를 얻으며 할리우드에서 촉망받는 감독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그 후.
프랭크 브로드빈은 <세이크리드>의 후속작을 쓰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번번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프랭크 브로드빈은 <레전더리>라는 제목의 좀비 영화를 찍으며 주가를 올렸고.
총 3부작으로 구성된 <파버티 게임>을 성공시키며 블록버스터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하지만 프랭크 브로드빈의 마음 한편에는 항상 <세이크리드> 후속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어렵게 완성한 것이 시준에게 전달한 <세이크리드2> 대본이었다.
하지만 사실 프랭크 브로드빈 또한 이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억지로 대본을 완성한 것이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어떻게든 후속작을 마무리해야 <세이크리드3>도 쓸 수 있을 테니까.’
결국 <세이크리드2>는 3편을 위한 징검다리 개념의 작품이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렇게 혼란 속에서 프랭크 브로드빈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넷플렉스에 접속했고 우연히 <퇴마환야담>을 시청했다.
그때 이미 <퇴마환야담>은 에미상 5관왕을 석권하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프랭크 브로드빈은 이전까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퇴마환야담>뿐만이 아니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은 원래 다른 사람의 작품에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의 작품을 보며 영향을 받거나 생각지 못한 감정에 휩싸이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못했으니까.
프랭크 브로드빈이 감독으로서 20년 가깝게 멘탈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했다.
‘에미상 5관왕을 석권한 작품이라…. 시간이 훅 가겠어.’
프랭크 브로드빈은 맥주까지 한 캔 들고 와 편한 마음으로 <퇴마환야담>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미리 예상한 대로 시간은 정말 잘 흘러갔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재미 때문에 시간이 소비된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작품이 품고 있는 주제가 인상적이었고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탁월했다.
무엇보다도 <세이크리드>와 비슷하게 ‘퇴마’를 주제로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퇴마환야담>을 시즌 2까지 모두 시청한 프랭크 브로드빈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역시 칸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이상하지 않은 대작이었다.
이후로 OTT 서비스 중인 시준의 다른 작품도 찾아봤다.
전부 영어 자막이 달려 있었기 때문에 시청하기 어려운 작품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탈출>까지 시청한 프랭크 브로드빈은 시준에게 <세이크리드> 대본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배우로서의 역량은 물론, 제작자로서의 능력까지 완벽한 인물이야. 절대 놓쳐서는 안 돼.’
그리고 한편으로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꼈다.
시준이라면 겨우 징검다리밖에 안 되는 <세이크리드2>의 문제점을 짚어 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침내 마주하게 된 시준은 프랭크 브로드빈이 기대한 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세이크리드2>에 대해서 자신 이상으로 고민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프랭크 브로드빈은 기꺼운 마음으로 대본 수정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고 마침내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을 완성했다.
그리고 시작된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본격적인 촬영.
여기에서도 시준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단순히 제작에만 강점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직접 호흡을 맞춘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배우들 또한 감탄한 기색이었다.
확실히 시준은 경이적인 외모로 한 번,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또 한 번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촬영의 3분의 1이 진행된 지금.
이제 시준은 프랭크 브로드빈에게 없어서 안 될 인물이었다.
애초에 촬영 자체가 시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프랭크 브로드빈의 믿음은 그 이상이었다.
거의 시준을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공동 연출가 정도로 생각 중이었다.
편집을 끝내자마자 시준에게 보여 주겠다고 생각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배우님이 꼭 편집본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는데….’
잠시 과거의 일을 회상하고 있던 프랭크 브로드빈이 이렇게 생각할 때였다.
며칠 전 루가노 보나벤투라의 파티에 참석한 현장 스태프 중 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네. 제임스. 무슨 일이에요?”
-이 이야기를 드리는 게 맞을지 고민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현장 스태프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요? 개새끼! 가만 안 둬!”
* * *
로날드 본은 퇴출 통보를 받고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촬영 현장을 떠났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조치였다.
로날드 본은 초반부 촬영 분량이 꽤 많은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위너 패밀리에 이 일이 알려져도 적당히 경고를 받는 수준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너 패밀리의 조치는 단호했다.
심지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부에 공문을 내렸다.
인종 차별을 한다면 누구라도 관계없이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촬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와 관련된 조항이 계약서에 있음을 상기시켰다.
확실히 차별과 혐오에 관련한 조항은 내 계약서에도 존재했다.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계약 파기는 물론, 손해 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계약서에는 사회적 물의에 관한 상세한 예시가 명시돼 있었다.
‘계약 내용을 들먹였으면 로날드 본 입장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겠군.’
다만 정말 이런 식으로 계약서를 활용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다른 배우들도 위너 패밀리의 조치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로날드 본의 퇴출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로날드 본의 존재가 빠르게 정리돼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알고 보니 로날드 본은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니는 인물로 유명했다.
그렇게 로날드 본의 인종 차별 문제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고 우리는 새롭게 캐스팅된 인물과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
샤이아의 동료 검시관 역할을 대신하게 된 인물은 아랍계 미국인 배우였다.
상당히 붙임성 있는 인물이었는데 추가 촬영이 끝나고도 한참 그 자리에 서 있더니 나를 발견하자마자 어색한 한국말로 부탁했다.
“씨준! 씨준! 사인 여기 좀 해 주세….”
알고 보니 <퇴마환야담>을 무척이나 인상 깊게 본 배우였다.
심지어 사인을 해 달라고 꺼낸 물건도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였다.
나는 볼을 긁적이다가 귀참도의 검날 부분에 사인을 해 줬고 해당 배우는 그것을 받아 들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며 자리를 떠났다.
프랭크 브로드빈이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내 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역시 배우님의 인기가 대단하네요.”
프랭크 브로드빈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배우들과 현장 스태프들 또한 내가 귀참도 굿즈에 사인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모양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이런 요청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해 조금 놀랐네요.”
“익숙해져야 할 겁니다. 사실 여기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배우님의 사인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프랭크 브로드빈이 왠지 모르게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고 나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설마요.”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하나씩 들고 온 물건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놀랍게도 전부 귀참도 굿즈였다.
“…갑자기 왜 이래요?”
내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묻자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레이첼 콜리어가 대답했다.
“어제 보니까 사인을 해 주시는 거 같아서….”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전부 귀참도 굿즈를 가져오다니.
나로서는 왠지 사람들 손에 들려 있는 물건이 무섭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검이라는 건 원래 상당히 무서운 물건이었다.
비록 날이 서 있지 않은 모형 검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누구는 사인을 해 주고 누구는 사인을 해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나는 한 차례 휴, 하고 한숨을 내쉰 뒤 사인을 시작했다.
그러자 사인회라도 되는 듯 사람들이 일자로 줄을 섰다.
길게 늘어선 줄만큼 시간을 꽤 오래 잡아먹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다들 표정이 밝네.’
한편으로는 이렇게 시간을 지체해도 괜찮은가 걱정이 돼 프랭크 브로드빈을 찾았지만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어딨지? 화장실에 있나?’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사인을 하고 나자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줄의 맨 끝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프랭크 브로드빈이었기 때문이다.
“…감독님도 사인을 받으려고요?”
“당연하죠. 사실 여기서 배우님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저일걸요?”
프랭크 브로드빈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인을 마쳤다.
프랭크 브로드빈은 사인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다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다들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뻤다.
사실 나도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프랭크 브로드빈의 편집본이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으니까.’
회귀 전 큰 실패를 맛봐야 했던 <세이크리드>의 후속작은.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며 새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6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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