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1)
얼굴 천재 배우님-161화(161/200)
얼굴 천재 배우님 161화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은 ‘퇴마’를 컨셉으로 한다는 점에서 <퇴마환야담>과 비슷한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예롬과 연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연이 속세를 초월한 듯한 신선과 같은 느낌이라면 예롬은 술과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퇴폐미가 가득한 폐인의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연과 같은 인물이 더 연기하기 편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 원래 성격과 비슷한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예롬의 경우에는 성격이 나와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굳이 따지자면 형 쪽이 예롬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형이 폐인 같다는 건 아니지만.
앞서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듯이 형은 모델로서 활동할 때 퇴폐미가 뛰어난 인물로서 주목을 받았다.
형의 타고난 퇴폐미는 하이패션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킬 만큼 압도적이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형을 좋아하는 것도 이러한 퇴폐미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태생이 퇴폐미와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로서는 예롬이라는 역할의 난이도가 상당하게 느껴졌다.
예롬의 표정, 몸짓, 말투 등 모든 부분을 연기로 커버해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예롬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다른 작품을 찍을 때보다 자주 메소드 마스크를 사용했다.
그것은 꼭 처음 메소드 마스크를 손에 넣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최근 나는 예전처럼 메소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굳이 메소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연기의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타고난 성격, 살아온 환경, 주변 인물과의 관계.
이 모든 게 다르더라도 같은 인간인 이상 비슷한 패턴의 표정, 말투, 행동을 사용하기 마련이었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이었고 나는 지금까지 메소드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패턴을 어느 정도 체화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배역을 맡게 되어도 이전보다 수월하게 연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메소드 마스크의 사용 빈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예롬은 익숙하지 않은 인물인 동시에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과도 성향이 많이 달랐다.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언어’가 비교적 적게 드러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메소드 마스크를 거의 끼고 살아야 할 만큼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그 정도로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나마 이 작품의 경우에는 연습할 시간이 충분해 다행이야.’
만약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예롬과 같은 역할을 맡았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드라마에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촬영 분량이 적은 영화라는 것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이유였다.
어쨌든 연습을 충분히 한 덕분에 촬영은 걱정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게 흘러갔다.
갑작스럽게 ‘귀참도 굿즈 사인회’가 펼쳐지기 전 확인한 프랭크 브로드빈의 편집본 또한 만족스러웠다.
새삼 프랭크 브로드빈이 어째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블록버스터 영화감독인지 깨달을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그런 것치고는 조금 자신감이 부족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어떻게 보셨나요? 배우님?”
“좋네요. 프랭크 씨는 블록버스터를 주로 다루는 감독인데도 시각적 요소를 아름답게 배열하는 거 같아요. 소품의 디테일이 너무 좋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혹시 보완해야 할 점은 따로 없었나요?”
“딱히요. 흐름에 딱 맞는 담백한 편집 속에서 미장센을 강조한 느낌이라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었어요. 그래도 굳이 한 가지 얘기하자면…. 예롬이 술을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은 조금 흐름을 늦춰도 될 것 같습니다. 관객이 화면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대본을 중심으로 작위적이지 않게 편집을 하려다 보니 그 부분을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것 같군요. 한번 만져 보겠습니다.”
하지만 내 지적이 사소하게 느껴질 만큼 프랭크 브로드빈의 편집본은 훌륭했다.
어째서 나한테 이런 식으로 대본을 보여 주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만큼.
‘오래 고민한 작품이라 퀄리티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건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촬영은 순항 중이었다.
캐스팅 확정 기사가 나간 후 사람들의 반응도 무척이나 좋았다.
뉴욕 타임스에 Q & A 형태로 인터뷰를 진행한 게 주효한 듯했다.
[Q. ‘퇴마환야담’의 서비스 이후 당신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 중의 하나였다. 그 때문에 차기작 선택의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어떤가?] [A.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긴 휴식기를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나에게 휴식이 아니라 도망이었고 부담되는 만큼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좋은 방향으로 일이 해결될 거라 믿었다.] [Q.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다. 혹시 어떤 점에 끌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는지 물어도 되겠는가?] [A.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되는 법이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중 작품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을 꼽자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예롬이 내가 지금껏 연기해 보지 못한 인물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버뱅크에서 처음 만난 프랭크 브로드빈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Q. 유연한 사고방식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당신은 이번에 직접 대본을 쓰거나 연출을 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랬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 또 프랭크 브로드빈에게 유연한 사고방식이 요구됐던 이유가 작품에 관여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묻고 싶다.] [A. 직접 대본을 쓰거나 연출을 하지 않는 것은 배우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와 ‘퇴마환야담’을 연속으로 선보이면서 왠지 배우의 이미지가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은 내게 고민거리를 안겨 줬고 차기작을 배우로서만 참여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런 점에서 프랭크 브로드빈에게도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출연 계약 전 대본의 어느 부분을 바꾸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이었다. 출연 계약 확정 후에는 이와 관련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는 대략 이런 식이었다.
이후 뉴욕 타임스의 기자는 직접 작품을 쓰거나 연출하는 것에 조금 지친 듯한데 어떤가? 질문했고 나는 솔직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답변이 문제 되지 않는 형식의 인터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뉴욕 타임스 기자는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질문만으로도 흥미로운 기사를 쓸 수 있다는 듯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것이 인상적이었다.
몇몇 논란과는 별개로 어째서 뉴욕 타임스가 퓰리처상을 가장 많이 받은 언론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음 달에는 너튜브에 1차 티저 영상을 공개한다고 했지?’
그때가 되면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의 개봉이 본격화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부디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야 할 텐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상념에서 벗어났다.
다시 한번 메소드 마스크를 쓰고 연기 연습에 집중할 때였다.
* * *
신원 미상의 남성이나 남성의 변사체를 일컫는 말, 존 도(John Doe).
처음 존 도가 시체 보관실을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혼혈 악마 중에는 자신의 죄를 무마하기 위해 죽음을 위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체 보관실에 도착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안면을 트고 지내고 있는 감시관 샤이아를 통해 시체에서 발견된 물건을 확인한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존 도가 순혈 악마 소환술을 시행하기 위한 제물이었다는 사실을.
“…동료 감시관이 며칠이나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했죠?”
“네. 그런데요?”
“그곳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늦은 밤이었지만 나는 샤이아에게 주소를 받아 동료 감시관의 집으로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악마를 상징하는 염소 누린내가 코를 찔렀다.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냄새가 더 심해졌고 거실에 진입했을 때 심상치 않은 놈들이 나를 덮쳤다.
욕망에 이성을 잃은 혼혈 악마 부대였다.
나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꺼지지 않게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권총과 단검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두 가지 무기에는 모두 금빛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반갑군.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고 나는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권총을 쏘고 단검을 휘둘렀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았지만 전부 잔챙이에 불과했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혼혈 악마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분명 대장이 있어.’
그렇게 공격해 오는 모든 혼혈 악마를 물리쳤을 때.
바깥의 어둠이 사라졌고 벽을 부수고 혼혈 악마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등장했다.
침실이 있던 자리였다.
“다시 재워 주지.”
확실히 혼혈 악마의 대장은 보통이 아니었다.
탄환이 어깨에 박히고 단검이 허벅지를 찔렀지만 계속 공격을 가해 왔다.
하지만 나는 유효타를 날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쏘고, 찌르고, 베고, 찌르고….
공격이 쌓여 갈 때마다 위험한 순간이 찾아왔고 실제 몸이 붕, 허공을 날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녀석의 몸에서 중요한 문양을 발견했다.
단검에 발목 쪽 바지가 찢어지며 드러난 문양이었다.
“그래. 유행을 따라야지.”
문양은 순혈 악마의 심벌이었고 그것으로 대략적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또한 정체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했다.
‘솔로몬의 72위 악마 중 하나가 확실하군.’
나는 문양을 머릿속에 새겨 두고 안주머니에서 황금빛 수류탄을 꺼냈다.
그런 뒤 곧장 놈의 어깨에 올라타 그것을 입속에 처넣었다.
놈은 편식하는지 거칠게 반항했지만 나는 억지로 황금빛 수류탄을 먹였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빛으로 소멸되는 혼혈 악마 대장의 육체.
나는 그 모습을 뒤로하고 담배부터 찾았으나 이미 필터까지 모두 탄 상태였다.
“…죽었군.”
그렇게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고 수첩을 뒤적이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샤이아의 전화였다.
-당신이 쫓고 있는 악마의 정체를 알았어요.
나 또한 수첩에서 내가 확인한 심벌과 일치하는 문양을 찾았다.
-알로케스.
내가 찾은 문양 위에도 샤이아가 말한 것과 같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사자의 붉은 눈으로 선의의 심장에 불을 지르는 전사….’
52위, 알로케스는 지옥의 대공으로 불리는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6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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