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7)
얼굴 천재 배우님-167화(167/200)
얼굴 천재 배우님 167화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타임 코믹스라….’
타임 코믹스의 <히어로즈>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히어로즈> 시리즈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어떤 이들은 <히어로즈> 시리즈의 오락성을 비판했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나는 예술이 나뭇가지 끝에 위태롭게 달린 나뭇잎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예술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을 할 수 있었고.
<히어로즈> 시리즈는 내가 느끼기에 오락성이라는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이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오락성을 추구했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예술에는 부합하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히어로즈> 시리즈는 나에게 상당히 예술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생각을 모두 떠나서 나는 타임 코믹스의 만화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워낙 팬층이 두꺼운 작품이라 스스로를 타임 코믹스의 마니아라고 지칭하기에는 부끄러웠지만 꽤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타임 코믹스에서 발매한 거의 모든 만화를 직접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퇴마환야담> 또한 타임 코믹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지.’
그만큼 타임 코믹스의 제안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다만 한 가지, 월튼 해리스 컴퍼니와 위너 패밀리가 라이벌 관계에 있다는 게 조금 걸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과 <세이크리드> 3편에 출연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월튼 해리스 컴퍼니의 제안을 거절할 만큼.
위너 패밀리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제작사의 대표 작품에 모두 출연한 배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배우가 두 제작사의 영화에 출연했다고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타임 코믹스와 슈퍼 코믹스의 히어로 역할을 모두 맡은 케이스도 존재했다.
‘내 마음이 조금 안 좋을 뿐…. 할리우드 문화상 이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그러니 이제 중요한 것은 타임 코믹스에서 어떤 제안을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미 타임 코믹스로부터 히어로 중 한 사람 역할을 맡게 될 거라는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타임 코믹스답게 더 이상의 정보는 주지 않았다.
오히려 히어로 중 한 사람 역할을 맡게 될 거라고 미리 정보를 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떤 배우는 계약 직전에야 자신이 맡게 될 역할에 대해 알기도 했으니까.
새삼 타임 코믹스에서 나의 캐스팅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캐릭터를 떠나서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히어로즈> 시리즈에 등장하게 되는지도 궁금했다.
자칫 잘못하면 한 작품의 주인공은커녕 솔로 무비에 등장하는 단역 캐릭터만을 맡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임 코믹스에서는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런 식의 캐스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솔로 무비의 악역만 되어도 충분히 제안을 고려할 만해.’
타임 코믹스의 작품을 좋아하는 만큼 어떤 캐릭터라도 최선을 다해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히어로즈>의 세계관에 진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뜻깊은 일이었다.
하지만 단역 출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것은 내 입장에서 이용을 당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국내 시장.
나를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
그것을 위해서라도 타임 코믹스 작품의 단역 출연은 고사하는 게 옳았다.
같은 시간, 한 작품이라도 더 내가 주인공인 작품을 열심히 찍고 선보이는 게 국내 시장을 확장하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단역 출연을 해야 한다면 국내 작품이 낫지.’
그랬기 때문에 나는 타임 코믹스가 단역 출연 제안을 한다면 바로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오늘 이야기가 틀어질 것을 대비해 차기작으로 들어온 대본을 읽고 있으니 어느새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타임 코믹스의 영화 스튜디오 또한 버뱅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익숙한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밟았다.
그런 뒤 곧장 타임 코믹스의 본사로 이동했다.
‘만약 이번에 타임 코믹스와 계약을 하게 된다면 근처에 집을 하나 구해야겠는데?’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 촬영 당시에는 호텔에서 생활했다.
위너 패밀리에서 5성급 호텔의 가장 좋은 방을 잡아 줬지만 아무래도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도무지 여행이 끝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어떻게든 참았지만 두 번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만큼 만약 이번에 타임 코믹스와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할리우드 쪽에서 작품 활동을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매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월튼 해리스 스튜디오 바로 뒤쪽에 있는 타임 코믹스 본사에 도착하자 머리가 반쯤 벗겨져 있는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한눈에 그 사람이 타임 코믹스의 대표 제리 마이젤이라는 걸 알았다.
제리 마이젤은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역시나 타임 코믹스라는 큰 회사의 대표답게 내 실물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기색이….
“와우….”
…아니었다.
* * *
제리 마이젤은 미팅룸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한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제리 마이젤과 함께 등장한 부대표 다이아 코너스가 먼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미팅룸으로 안내를 받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이아 코너스가 옆구리를 찌르자 제리 마이젤의 반쯤 감겨 있던 눈이 번쩍, 떠졌다.
제리 마이젤은 다소 민망한 듯 한 차례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손님을 모셔 놓고 실례를 범했군요. 오늘 이렇게 미팅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타임 코믹스의 초대를 받아서 기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보여 드리고 싶은데 혹시 괜찮을까요?”
“보여 주고 싶은 거요?”
“네.”
제리 마이젤이 다이아 코너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다이아 코너스가 태블릿 PC를 꺼내 뭔가를 띄웠다.
놀랍게도 그것의 제목은 ‘<히어로즈> 뉴 에이지 기획안 Ver 9.0’이었다.
“이것은?”
“네. 맞습니다. 새로운 <히어로즈> 시리즈의 기획이 담겨 있는 파일입니다.”
“어째서 이걸 저한테?”
“일단 한번 읽어 보시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제리 마이젤의 제안대로 태블릿 PC 쪽으로 손을 옮겼다.
그때 다이아 코너스가 서류 한 장을 내 쪽으로 스윽, 내밀었다.
비밀 유지 서약서였다.
“부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출연 계약 전 이렇게 타임 코믹스에서 기획안을 보여 주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서요.”
나는 다이아 코너스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해합니다.”
오늘 미팅에 동석한 김보미와 함께 독소 조항이 없는 비밀 유지 서약서라는 걸 확인한 뒤 사인을 진행했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고 나는 본격적으로 ‘<히어로즈> 뉴 에이지 기획안 Ver 9.0’을 읽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기획안을 모두 읽은 나는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기획안의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은 부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새로운 시대를 다루는 <히어로즈> 시리즈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회귀자였기 때문에 아는 것이기도 했고, 타임 코믹스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아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내용의 전부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회귀를 하기 전에도 <히어로즈> 뉴 에이지는 마지막 페이즈를 공개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다만 마지막 페이즈 거의 직전이었기 때문에 정보가 워낙 많이 풀려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읽은 것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 많은 부분이 달랐다.
멀티버스를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진다는 사실이나 기존의 영웅이 퇴장하고 새로운 영웅이 그 자리를 메꾼다는 컨셉은 같았다.
하지만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새로운 시대의 중심이 되는 영웅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그 영웅의 이름이 빈칸으로 처리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사건의 거대한 흐름도 곳곳이 비어 있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아직 기획이 초창기라서 그런 건가? 그런 것치고도 너무 비어 있는 부분이 많은데….’
내가 이런 식으로 혼란함을 느끼고 있을 때 제리 마이젤이 내 표정을 살피며 질문했다.
“어떻습니까?”
나는 제리 마이젤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비어 있는 부분이 많군요.”
“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사실 이 기획안은 최근에 수정이 됐거든요.”
“최근에요?”
내 질문에 제리 마이젤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아시다시피 원래 <히어로즈> 시리즈는 ‘메탈맨’과 ‘슈퍼 아메리카’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랬죠.”
“네. 그리고 사실 타임 코믹스에서는 두 히어로 중심의 <히어로즈> 시리즈가 성공할 것이라는 걸 전혀 의심하지 않았죠.”
“그랬습니까?”
“그럴 수밖에요. ‘메탈맨’과 ‘슈퍼 아메리카’는 오랜 시간 수많은 팬에게 사랑을 받은 히어로니까.”
“확실히 둘의 인기는 압도적이었죠.”
“맞습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죠.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즈>를 기획하고자 하니 생각한 것보다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의 임팩트가 약했거든요.”
이것은 새로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타임 코믹스 팬들 또한 우려하는 부분이었다.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은 ‘메탈맨’과 ‘슈퍼 아메리카’에 못지않은 인기 캐릭터였지만 영화로 재창조된 두 인물은 임팩트가 생각보다 약했다.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의 솔로 무비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말이 아니었다.
‘메탈맨’과 ‘슈퍼 아메리카’에 비한다면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은 영웅으로서 거대한 세계관을 짊어지기에 충분히 큰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리 마이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의 임팩트가 약할까? 그리고 답을 내릴 수 있었죠.”
“어떤 답이요?”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를 제외한 새로운 시대에 히어로즈가 되어야 하는 영웅들. 진정 문제가 있는 곳은 이곳이다, 라는 답.”
나도 제리 마이젤과 생각이 같았다.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의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실제 ‘메탈맨’과 ‘슈퍼 아메리카’에 비해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과 함께 히어로즈의 멤버로 활약해야 하는 멤버들.
이곳에 문제가 있었다.
이들의 임팩트가 약하다 보니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에게 가중되는 짐이 더 커진 것이었다.
“그렇게 문제를 찾아낸 우리는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과 짐을 짊어질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시준 배우님에게 연락을 드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말은….”
“네. 맞습니다. 이시준 배우님께서 새로운 솔로 무비의 주인공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솔로 무비의 주인공이라니.
나는 제리 마이젤의 제안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리 마이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솔로 무비의 주인공을 이시준 배우님께서 직접 창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6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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