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9)
얼굴 천재 배우님-169화(169/200)
얼굴 천재 배우님 169화
나는 솔로 무비 <딜런 조>의 대본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딜런 조의 설정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이었다.
‘일단 원래 있던 설정부터….’
지금까지 오피셜하게 공개된 딜런 조의 설정은 대부분 영웅적 능력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딜런 조의 대표적인 초능력은 염력이었다.
단순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손을 대지 않고 움직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신체 일부의 소유권을 빼앗는 게 가능했고 정신력이 낮은 상대의 경우 직접 뇌에 관여해 그것을 폭발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블루 워 사가에서의 절정은 탱크를 조종해 상대의 공격을 막던 딜런 조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도시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장면이었다.
지금은 파기된 과거 설정집에 따르면 딜런 조는 행성의 위치까지 바꿀 수 있었다.
또한 딜런 조는 메탈맨이나 판타스틱맨처럼 뛰어난 과학자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두뇌와 육감을 소유한 인물이었다.
그런 까닭에 딜런 조가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은 미래를 예지하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훌륭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이것을 ‘딜런 업’이라 불렀는데 스피더가 사용하는 스피더 센스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능력이었다.
‘여기까지가 영웅으로서 딜런 조가 사용하는 능력이고 이제 살펴볼 것은….’
딜런 조의 성격이었다.
딜런 조는 한마디로 정의해서 할 말을 다 하는 캐릭터였다.
메탈맨이나 스피더처럼 수다스러운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화를 피하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입을 다무는 성격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또한 딜런 조는 슈퍼 아메리카 못지않게 영웅으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사명감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게 내가 집중해야 할 포인트였다.
‘타임 코믹스의 히어로가 많은 팬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바로 이러한 영웅적 고뇌 때문이니까.’
사실 내가 새롭게 설정한 딜런 조의 설정은 전부 이러한 사명감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타임 코믹스의 팬들은 영웅적 고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팬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화려한 전투씬이나 완성도 높은 CG가 아닌 영웅의 속이야기였으니까.
결국 영웅적 고뇌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가가 작품의 완성도를 나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제 슬슬 새로운 설정을 정리해 볼까?’
딜런 조의 이야기는 4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딜런 조의 가문은 본래 조선이라는 계급 사회에서 대단치 않았다.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는 양민의 계급에 불과했다.
하지만 딜런 조의 고조할아버지는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고 나라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겠다는 큰 뜻을 품었다.
그러던 중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더니 일제 강점기가 시작됐다.
딜런 조의 고조할아버지는 독립 운동을 위해 고국을 떠나 서간도로 향했다.
하지만 밀정의 고발로 인해 옥살이를 해야 했고 출옥 후에도 독립의 뜻을 꺾지 않은 고조할아버지는 만주로 망명해 대한광복회를 이끌었다.
그러나 또 한 번 대한광복회가 와해되고 말았고 이후 북간도 지역으로 넘어가 청산리 전투에 승리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변절자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여기까지가 딜런 조의 고조할아버지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딜런 조의 고조할아버지가 독립군으로서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증조할아버지는 친일파 인사에게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고 일본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중학교를 거쳐 와세다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고 일본 유학생들과 함께 독립 선언서를 작성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증조할아버지는 학업을 그만둬야 했고 이후 신한청년당에 들어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소설을 집필했다.
소설은 운이 좋게도 당시 엄청난 흥행인 1만 부 판매를 기록했고 단번에 당대 천재 문인의 반열에 올랐다.
다만 증조할아버지에게 이러한 명성은 독립 자금을 모으던 중 부수적으로 따라붙은 것에 불과했다.
소설로 자금을 확보한 증조할아버지는 임시 정부에 참가해 독립신문의 발행을 맡았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일본 경찰에 체포를 당했고 일본 경찰은 증조할아버지의 재능을 높이 사 변절을 권유했지만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증조할아버지는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고 다음 해 대한민국의 독립이 이뤄졌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문의 큰 뜻은 할아버지에게로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문단에서 활동하고자 했지만 한계를 깨닫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마침내 입봉을 하게 된 할아버지의 첫 작품에는 분단을 안타까워하고 군사 정권 타도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제가 교묘하게 담겨 있었다.
당시 군사 정권으로서는 할아버지의 존재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군사 정권이 선택한 것은 상식 이하의 작품 검열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을 찍었고 결국 군사 정권은 영화감독으로서의 자격까지 박탈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영화감독의 지위를 잃은 할아버지는 작품 활동을 이어 가기 위해 홍콩으로 넘어갔지만 그곳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을 당했다.
당시 영화광이었던 북한의 지도자가 할아버지의 재능을 탐냈던 것.
그렇게 10년이 가깝게 할아버지는 북한의 지도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혁신적인 작품을 여럿 찍으며 납북의 증거를 모으며 기회를 엿봤고 마침내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끝내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 귀환이 아닌 미국 망명이었다.
할아버지가 대한민국으로 귀환을 해 봐야 군사 정권의 선전에 철저히 이용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 테니까.
미국 망명 후 한 달, 갑자기 병을 얻은 할아버지는 새로운 계절을 맞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미국 망명과 함께 할아버지의 시대가 저물었고 마침내 아버지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딜런 조의 아버지는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와 달랐다.
소극적이었고 방어적이었으며 심지어 미국인이 되고 싶어 했다.
천재 과학자로 미국 내에서 이름을 떨쳤음에도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큰 뜻을 펼쳤던 조상의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딜런 조는 아버지의 이러한 모습에 실망했고 엇나갔다.
하지만 어머니 안나 조가 딜런 조의 중심을 잡아 줬다.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딜런 조에게 들려 준 것도 안나 조였다.
딜런 조는 그렇게 안나 조의 사랑을 받으며 영웅으로서의 사명감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이것이 영웅으로서 딜런 조의 능력이 발현되기 전의 이야기였다.
‘이후 딜런 조는 아버지가 연구하는 고대 유물의 에너지에 노출이 되며 능력을 얻게 되지.’
알고 보니 딜런 조의 아버지는 비열한 도망자가 아니었다.
인류를 위협하는 우주적 존재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고 이에 대항하기 위한 고대 유물의 에너지 연구를 비밀리 진행해 왔던 것이었다.
딜런 조에게 큰 뜻을 위해 싸우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 살라고 했던 것은 아버지로서의 바람이었다.
희생으로 점철된 가문의 역사를 끊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라는.
딜런 조는 고대 유물의 에너지를 노리고 등장한 우주적 존재에 의해 아버지가 목숨을 잃고 나서 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가문의 유지를 받아들이고 히어로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것이 <딜런 조>의 대략적인 줄거리였다.
‘이 내용을 전부 <딜런 조>에 녹여내야 해. 과연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딜런 조>의 전체적인 완결성을 위해 우주적 존재의 중간 보스급과 전투를 벌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결국 <딜런 조>는 크게 세 가지 파트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봐야 했다.
먼저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파트.
그다음은 딜런 조가 아버지와 대립하고 능력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파트.
마지막으로 우주적 존재의 중간 보스급과 전투를 벌여 승리하는 파트.
이 모든 게 120분 내외의 러닝타임에 담겨야 했다.
타임 코믹스의 여러 작품이 이 일을 해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타임 코믹스의 솔로 무비 첫 번째 작품은 이러한 한계 때문에 호평을 받지 못했다.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팬들의 뭇매를 맞기 일쑤였다.
<딜런 조> 또한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집필해야 했다.
그래야만 세 가지 파트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벽하게 버무릴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와 군사 정권의 뒤에 우주적 존재가 배후 세력으로 존재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볼까?’
이야기의 통일성 측면에서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각각 이 일에 온전히 책임이 있는 일제와 군사 정권에 실드를 쳐 주는 행동이 될 수 있었다.
책임의 소재를 우주적 존재에게 돌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니야. 이러면 안 돼. 그냥 가문의 이야기는 이대로 두고 안나 조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구조를 갖춰야겠어.’
분량을 짧게 할애해 대략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중간중간 부연 설명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금방 딜런 조의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을 듯했다.
‘좋아. 이제 한번 대본을 써 보자.’
그렇게 나는 본격적으로 대본을 쓰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다행히 완성된 초고는 나쁘지 않았다.
* * *
얼마 후.
시준은 완성된 초고를 제리 마이젤에게 보냈다.
그리고 제리 마이젤은 소음이 차단된 방에서 시준의 대본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한 번 다 읽더니 다시 한번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한 제리 마이젤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제리 마이젤의 입가에 걸려 있는 것은 뜻밖에도 환한 미소였다.
‘이 정도의 퀄리티라니….’
사실 제리 마이젤은 시준의 대본을 기다리며 걱정을 많이 했다.
지금껏 이야기를 나누며 시준이 타임 코믹스의 기나긴 역사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대본 집필은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의 기획으로 잘 짜인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새로운 조각을 창조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시준은 그것을 단 한 번에 해냈다.
<딜런 조>의 대본을 몇 번이나 읽어 본 제리 마이젤은 이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시준의 대본을 받아 본 다이아 코너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다이아 코너스가 소리를 질렀다.
-대박이에요, 제리! <딜런 조>는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요!
제리 마이젤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네. 저도 그럴 것 같군요. 우리가 정말 보물을 얻은 모양입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6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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