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
얼굴 천재 배우님-17화(17/200)
얼굴 천재 배우님 017화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가 이런 얘기를 꺼내다니….’
조금 황당한 기분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단 한 번도 FQ의 제안을 받게 될 거라 생각한 적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곧 머릿속이 밝아지면서 여러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이런 쪽으로 경험이 없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폭풍 한가운데 서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안명현으로 받은 타격을 새로운 얼굴로 빠르게 회복하겠다는 건가?’
확실히 FQ는 안명현의 이탈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단순히 소속 연예인 한 사람의 전속 계약 해지를 한 것이 아니었다.
메인 보컬이자 인기 멤버인 안명현이 빠지면서 넥스의 활동까지 발목을 잡혔다.
넥스는 FQ의 남자 아이돌 그룹 역사에 새로운 줄기였다.
FQ의 전체 수익에도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니 FQ로서는 어떻게든 수익을 메우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는 것은 실추된 FQ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여러모로 괜찮은 방법이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가 어째서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지 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뭐지? 설마….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가 책임을 떠안게 된 건가.’
내 추측이 맞다면….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는 윗선을 통해서 나를 꼭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은 듯했다.
안명현을 똑바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짊어지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런 거라면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가 쩔쩔매는 이유가 설명됐다.
‘안명현을 끼워 팔기를 할 때부터 어느 정도 알아봤지만…. 역시 FQ는 질이 좋지 않군.’
빠르게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소속사로서는 나를 영입하는 게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소속사의 직원에게 이런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았다.
이 부분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손해 배상 문제도 복잡해지겠어.’
현재 <체포>의 드라마 제작사는 FQ에 손해 배상을 요청한 상태였다.
안명현으로 인해 드라마 촬영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재촬영까지 하게 됐으니 정당한 요구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안명현의 하차로 <체포>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아직 드라마가 방영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전인수 격으로 담당 매니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FQ의 행태라면….’
손해 배상금을 순순히 지불하리라 생각할 수 없었다.
미적거리며 손해 배상을 미루거나 이마저도 안명현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확실했다.
‘분명 안명현의 책임이 크지. FQ의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고.’
하지만 결국 안명현을 선택해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것은 FQ였다.
그러니 FQ 역시도 책임을 지는 게 옳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범을 보이는 게 소속 아티스트와 업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눈앞의 이익을 좇는 집단이니까.’
생각해 보니 회귀 전 손해 배상금과 관련해서 안 좋은 소문이 돌았던 기억이 있었다.
손해 배상을 미루고 미루다가 재판까지 이 문제를 가져갔다고 했던가.
‘분명 규모가 크고 영향력도 대단한 곳이지만…. FQ와는 절대 함께할 수 없겠어.’
나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가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간절함이 느껴지는 눈빛을 마주하자 나는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하고 깔끔하게 거절하는 게 답이었다.
‘그래야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도 빠르게 단념할 거야. 대책도 마련하고.’
내 표정에서 단호함을 읽었는지 안명현 담당 매니저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시간을 내드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저는 당장 소속사를 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리고 소속사를 정하더라도 FQ로는 가지 않을 겁니다. 저와는 여러모로 색깔이 맞지 않는 것 같거든요.”
“역시…. 그렇군요.”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는 내 대답을 듣고 영입을 단념한 모양이었다.
“이시준 배우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확실히 알아들었습니다. 그럼 다시 한번 무례한 부탁을 드린 점 사과하겠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한 안명현 담당 매니저의 표정은 조금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안명현의 담당 매니저가 부디 큰 질책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첫 재촬영 이후.
강한성 감독은 내 연기력에 안심한 모양이었다.
B팀 감독에게 <체포>의 재촬영을 적극적으로 맡겼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 뒤 강한성 감독 본인은 5~6부 촬영에 힘을 실었다.
확실히 조금이라도 비축분을 확보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체포>의 모든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때.
마침내 <체포>의 첫 방송 날이 밝았다.
나는 평소처럼 일정을 소화한 뒤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왔다.
<체포>의 본방을 사수하기 위함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작은아들! 왔어?”
부엌 쪽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보니 닭한마리가 완성된 모양이었다.
“네. 왔어요. 닭한마리라니. 오랜만인데요?”
“뭐가 오랜만이야. 저번 주에도 먹었으면서. 후라이드 시키자니까. 튀긴 게 그렇게 싫어?”
“튀긴 것도 좋죠. 그런데 전 물에 빠진 게 더 좋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먹어 줘야 한다고요.”
“하여튼…. 어쩜 식성이 나랑 이렇게 똑같은지. 사실 나도 오늘은 닭한마리가 당기더라.”
“그럴 줄 알았어요.”
나는 뿌듯해하는 아버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아버지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닭한마리집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오히려 자부심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아버지의 닭한마리는 내가 살면서 먹어 봤던어떤 음식보다도 맛있었으니까.
정말 일주일에 한 번 꼭 생각이 날 정도로.
야들야들한 닭다리살을 특제 소스에 살짝, 찍어서 백김치와 함께 먹을 때의 맛.
그 맛은 질리는 법이 없었다.
나뿐만이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닌지 아버지의 가게를 찾는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어찌나 찾는 손님이 많은지 아버지는 닭한마리로 할아버지의 노름빚까지 모두 갚았다.
그렇게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을 때였다.
“그러고 있지 말고 소주나 꺼내 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한창 모델 일을 하느라 바쁜 상황에서도 <체포>의 첫 방송을 함께 사수하겠다고 이렇게 집으로 온 것이었다.
참고로 형은 내 전역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한 상황이었다.
나가서 혼자 살아 보고 싶다나.
“소주. 좋지. 근데 형 술 마셔도 돼? 내일 촬영 없어?”
“전부 오후로 미뤘어.”
“제대로네. 오늘은 닭한마리의 끝을 볼 수 있겠어.”
소주가 없으면 진짜 닭한마리라고 할 수 없었다.
‘즐겁게 같이 먹어 줄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
그렇게 가족들은 분주히 움직여 모든 세팅을 끝내고 거실 테이블 앞에 앉았다.
TV 화면에서는 <체포>의 방영 시간이 30초 앞으로 다가와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투 아들. 시작하기 전에 건배하자. <체포>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입에 소주를 단숨에 털어 넣고 닭한마리의 국물을 맛봤다.
소주의 씁쓸한 뒷맛은 닭한마리 특유의 맑고 시원한 국물 덕분에 깨끗이 사라졌다.
그때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지잉.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단톡방 알림이었다.
구경모, 양이듬이 함께 있는 방이었다.
[경모][21:59] 다들 첫방 기다리고 있지? [이듬][21:59] 당연하지~ 치맥과 함께하는 중! [경모][21:59] 올! 뭘 좀 아는데? 후라이드? [이듬][21:59] 아니 양념 [경모][21:59] 양념이 뭐냐? 양념이? [이듬][22:00] 뭐래…. 치킨은 양념이 진리거든? [경모][22:00] 극혐 [이듬][22:00] 시준이도 양념을 더 좋아할걸? 그치?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닭한마리를 제일 좋아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경모][22:00] 아 그러고 보니 시준이네 아버지가 닭한마리집 한다고 들었다 [이듬][22:00] 정말? 나 먹으러 갈래! 나도 닭한마리 좋아해!내가 언제든 놀러 오라고 답장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체포>의 첫 방송이 시작됐다.
수천 번 연습했던 대로 내가 신발 끈을 묶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짜릿함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내가 얼마나 훌륭하게 <체포>의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소화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
아니,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체포>의 첫 장면은 메소드 마스크로 구현했던 것보다도 훌륭했다.
나는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원래 <체포>의 첫 장면은 연출 효과가 좀 과한 느낌이었지.’
회귀 전 안명현을 대신했던 배우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런 까닭에 강한성 감독은 그 부분을 감추기 위해서 여러 가지 연출적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연출된 장면을 기초로 <체포>의 작품 분석을 진행했지.’
그래서 메소드 마스크로 구현된 <체포>의 첫 장면은 조금 화려하고 복잡하게 꾸며져 있었다.
신한재 고등학생 역이 어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연출 효과를 과하게 입힌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소화한 신한재 고등학생 역에는 이런 식의 연출 효과가 필요하지 않았다.
나의 신체적 나이는 다른 배우와 거의 비슷했으니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출 효과가 빠지게 됐고 그 덕분에 해당 장면은 더 깔끔하게 연출됐다.
‘담백하고 정확해. 그래서 더 직관적으로 해당 장면의 포인트를 읽어 낼 수 있어.’
피칠한 남자가 달리기를 시작하며 화면이 분할되고, 끝끝내 화물 트럭에 치이는 장면까지.
숨이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드라마의 몰입감은 전혀 흩어지지 않았다.
나의 내레이션도 깔끔하게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스마트폰이 바쁘게 울리기 시작했다.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구경모, 양이듬, 서명희, 강한성 감독, 정수민 작가 등등.
메시지는 전부 데뷔를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내가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답장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작은아들.”
“네. 아버지.”
“데뷔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축하를 받는 데뷔라니.
이전의 생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가슴속에 무언가가 뜨겁게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는 다들 내 눈치를 봤지. 첫 장면 시작과 동시에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니까.’
그러고 보니 시청자의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굳이 스마트폰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가만히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줄 알았던 형이 뜻밖에도 인터넷 반응을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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