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2)
얼굴 천재 배우님-172화(172/200)
얼굴 천재 배우님 172화
때마침 나는 한국에 있었다.
영화 두 편의 쿠키 영상을 모두 찍은 뒤 미국을 오가며 대본 디벨롭 작업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딜런 조>의 배우가 나라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주변 사람에게 대본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정현, 박준, 신디, 서명희에게 대본을 보여 주며 디벨롭 작업을 거쳤지만 배우에게만 작품을 보여 줘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로 한국에서 대본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어렵지 않게 여경찬과 함께 <닥터 매지션>이 상영되고 있는 영화관으로 향할 수 있었다.
상영 시간은 일부러 인파가 몰리지 않게 심야로 잡았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좌석을 맨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고 불이 꺼진 뒤 영화가 시작됐을 때 몰래 진입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전부 가렸기 때문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마음 편히 <닥터 매지션>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여경찬이 내 쪽으로 캐러멜 팝콘을 쓰윽, 내밀며 속삭였다.
“사람이 가득 찼네요.”
“그러게요.”
확실히 <닥터 매지션>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타임 코믹스가 내놓은 작품 중 평타 이상이라는 평가였다.
아닌 게 아니라, 직접 보니 흥미진진한 구석이 많은 작품이었다.
호러 영화계의 거장인 마틴 스미스의 연출이 <닥터 매지션>을 만나며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존 타임 코믹스 작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특징적인 캐릭터와 B급 코미디가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
또한 꾸준히 타임 코믹스의 약점이라고 지적을 받았던 인상적인 장면이 없다는 평이 보완된 느낌이었다.
다만 주변 인물이 너무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부분이나 씬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가끔 있었다.
방대한 스토리를 다루고 CG 중심의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점이었다.
사실 이 문제점은 타임 코믹스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나타났다.
‘<딜런 조> 연출에는 특히 이러한 부분을 잘 신경 써야 해. 그래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참고할 만한 부분과 보완해야 할 부분을 머릿속으로 체크하며 <닥터 매지션>을 지켜봤다.
그리고 어느새 영화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타임 코믹스의 영화답게 몰입감이 장난 아니었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부분 또한 마틴 스미스가 잘 구현한 듯했다.
‘<닥터 매지션>의 쿠키 영상은 두 개라고 했지?’
그중 마지막이 내가 나오는 쿠키 영상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것을 보기 위해 영화가 끝나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타임 코믹스가 한두 개씩 쿠키 영상을 숨겨 둔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관객이 쿠키 영상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 열 명 정도는 쿠키 영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또한 타임 코믹스의 팬 중에는 영화를 두세 번씩 재탕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런 까닭에 쿠키 영상을 보지 않는 사람의 존재는 필연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무도 상영관을 빠져나가지 않았다.
상영관을 가득 채운 채 언제 쿠키 영상이 나오나, 엔딩 크레딧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첫 번째 쿠키 영상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삼십 대로 보이는 내 앞자리의 남녀가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아직도 나가면 안 돼?”
“안 돼. 이제 곧 이시준 나온단 말이야.”
“넌 이거 재탕이라며. 꼭 이시준을 볼 필요가 있어?”
“재탕이든, 삼탕이든 쿠키 영상의 이시준은 꼭 봐야 해. 너도 이제 곧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거야.”
하지만 두 번째 쿠키 영상의 내용을 뻔히 알고 있는 나는 둘의 대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닥터 매지션>을 보고 난 뒤 두 번째 쿠키 영상을 보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다는 다이아 코너스의 얘기가 틀렸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애초에 느낌이 달라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
<닥터 매지션>과 두 번째 쿠키 영상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의 존재가 둘을 완전히 갈라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 쿠키 영상이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겠어.’
그렇게 마침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두 번째 쿠키 영상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특유의 블랙 슈트를 갖춰 입은 딜런 조가 불빛이 깜박이는 연구실 복도를 천천히 걷다가 우뚝 멈춰 섰다.
블랙 슈트 위로 드러나는 몸의 윤곽.
불빛을 따라 그것이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 관객들이 헛숨을 들이켜고 비명을 질렀다.
“헙.”
“꺄아!”
하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금방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사이 딜런 조는 우리나라 전통의 탈을 형상화한 마스크를 서서히 벗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마스크를 모두 벗기 전에 쿠키 영상이 끝나는 게 보통이겠지만.
이번에는 특이하게 얼굴을 전부 드러낸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륵.
딜런 조가 마스크를 벗음과 동시에 다시 한번 연구실 복도의 불이 깜박였다.
그 뒤 연구실 복도가 다시 환해졌을 때 딜런 조의 얼굴이 드러났다.
무표정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내 얼굴.
그것이 1초간 화면에 가득 잡혔다.
그리고 곧 [딜런 조는 히어로즈와 함께 돌아온다]는 글자가 떠오르며 쿠키 영상이 마무리됐다.
그렇게 <닥터 매지션>의 모든 상영이 끝났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잠시 후.
정적을 뚫고 관객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와와와!”
“말도 안 돼!”
“저렇게 잘생겼다고?”
“아니, 얼굴만 봐도 유잼이잖아!”
“진짜 역대급 쿠키 영상이다.”
“쿠키 영상 때문에 지릴 뻔….”
“이 영상 또 보고 싶어!”
“나 그래서 영화 두 번 봤잖아.”
관객들은 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삼삼오오 모여 떠들었다.
그러자 영화관 직원이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계단 아래쪽에서 문을 연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이쪽으로 퇴장해 주시면 됩니다!”
그제야 관객들이 정신을 차리고 퇴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두 번째 쿠키 영상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관객이 전부 퇴장할 때까지 얼굴을 감추고 한쪽 자리에 있던 내게 여경찬이 말을 걸었다.
“이제 어째서 배우님의 쿠키 영상이 화제가 됐는지 알 것 같나요?”
나는 휑한 영화관 내부를 둘러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충 알 것 같네요. 아마도 그것은….”
“맞아요. 큰 화면 때문이에요. 배우님의 잘생긴 얼굴이 큰 화면으로 여백 없이 잡히니까 훨씬 더 부각되더라고요.”
여경찬의 말대로였다.
큰 화면으로 내 얼굴을 보니 쿠키 영상을 컴퓨터로 받아서 봤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매일 아침 거울로 지겹게 보는 내 얼굴이 내가 봐도 잘생기게 느껴졌다.
“후.”
쿠키 영상이 흥하게 된 이유가 내 얼굴 때문이라니.
부끄러움 때문인지 왠지 몸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숨을 내쉬며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다.
그때였다.
“헉!”
나와 여경찬에게 퇴장을 해야 한다고 알려 주려고 다가왔던 영화관 직원이 내 얼굴을 목격하며 놀랐다.
“아. 지금 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상황이 복잡해질까 봐 다시 얼른 얼굴을 가리고 서둘러 영화관을 빠져나갔다.
* * *
그날 새벽.
공식 팬클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GCV 알바 썰 풉니다! (쿠키 있음)]안녕, 나는 GCV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시럽이야.
내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운 좋게도 오늘 시준 오빠를 목격했기 때문이야!
사실 나는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
<닥터 매지션>의 쿠키 영상을 보려고 GCV 알바에 당당히 붙고 수십 번이나 쿠키 영상을 재탕한 것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심야 타임에 알바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거든.
심야 타임에 알바를 하게 되면 버스가 없어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처지라 더 짜증이 났고.
그래서 어떻게든 심야 타임은 피하려고 했는데 우리 매니저가 사람이 없다고 사정을 해서 어쩔 수 없었지.
어쨌든 그렇게 지루함 속에서 심야 타임을 견뎌내고.
시준 오빠가 영화관 스크린 가득 얼빡샷 보여 주는 걸 구경하며 힐링을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객 놈들이 또 나갈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
평소라면 시준 오빠의 얼빡샷을 처음 봤을 테니 놀라는 게 당연하지, 생각하며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심야 타임 알바를 해서 그런지 왠지 화가 치밀어오르더라고.
그래서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이쪽으로 퇴장해 주시면 됩니다! 외쳤지.
그래도 영 눈치가 없는 건 아닌지 다들 서둘러 퇴장을 시작했고 얼른 청소를 끝내고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웬걸, 상영관 왼쪽 맨 구석에 앉아 있는 남자 둘이 움직이지 않고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고.
나는 다시 한번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걸 느끼며 그쪽을 향해 걸어갔지.
사실 나는 영화 시작 전부터 이 남자 둘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왜냐면 영화가 시작하고 5분 뒤에 어기적거리면서 등장해 입장 체크를 해서 보니 잡아 놓은 자리가 네 자리였거든.
네 자리를 잡아 놓고 둘이 앉는다?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잖아.
뭔가 변태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고.
심지어 둘 중 한 사람은 모자와 마스크로 완전히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더 수상했어.
뭐 다행히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나는 둘의 존재가 의아했고 짜증스러웠지.
그렇게 얼른 영화관에서 꺼져 달라고 말하기 위해 두 사람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남자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더라고.
그렇게 마침내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고.
그와 동시에 나는 헙, 하는 소리와 함께 양손으로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어.
맞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게 맞아.
놀랍게도 남자의 정체는 시준 오빠였어.
매일 수십 번의 얼빡샷으로만 만족했던 시준 오빠.
나는 어리석게도 <퇴마환야담>으로 입덕한 케이스라서 단 한 번도 시준 오빠의 실물을 보지 못했거든.
번번이 팬미팅 티켓팅에도 실패했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오빠의 실물을 영접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그리고 안타까운 결론을 얘기하자면 나는 시준 오빠한테 사인이나 사진을 부탁하지 못했어.
심야라 오빠가 피곤할까 봐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냥 시준 오빠의 완벽한 실물을 보니 말문이 막히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래서 시준 오빠가 “아. 지금 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영화관을 빠져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지.
그렇게 내가 매일 보던 얼빡샷보다 완벽한 시준 오빠를 눈앞에서 놓치게 된 거야.
몇 달 잠을 못 자고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일이었지.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반전(쿠키)!
마치 <닥터 매지션>의 쿠키 영상처럼 영화관을 빠져나갔던 시준 오빠가 갑자기 돌아온 거야.
그러더니 이렇게 묻더라고.
“혹시…. 시럽인가요?”
내가 당황해서 어떻게 아셨어요? 질문하니까 시준 오빠가 내 팔목을 가리키더라고.
내 팔목에는 작년에 판매한 시럽 공식 굿즈인 실리콘 팔찌가 채워져 있었거든!
머글이 보고도 굿즈인 게 티 나지 않아서 차고 다녔던 게 이렇게 빛을 발하다니!
그 덕분에 나는 시준 오빠한테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었어.
시준 오빠한테 SNS에 올려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여기 인증샷 남길게.
(사진)
혹시 SNS가 아니라 공식 팬클럽에 인증샷을 올린다고 문제가 되지 않겠지?
그리고 이 글은 며칠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얼굴 천재 배우님 17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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