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5)
얼굴 천재 배우님-175화(175/200)
얼굴 천재 배우님 175화
나는 케빈 베이커, 마크 톰슨과 함께 술집으로 이동하며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사실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니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랬다.
두 사람의 계획은 텃세를 부리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은 나를 환영하기 위해 술집을 통째로 빌려 히어로즈 멤버들을 전부 초대한 상태였다.
결국 케빈 베이커와 마크 톰슨이 한쪽에 몰래 숨어 대화를 나눈 것은.
나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초대할 수 있을까, 하는 계획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으로서는 기껏 술집을 통째로 빌려 놨는데 내가 혹시 초대에 응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그런 내용의 대화였다니….’
나는 두 사람에게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아까 본의 아니게 케빈 베이커에게 상처를 입혔을 때 깨달은 사실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술을 마셔도 되는 건가요?”
내가 운전사 역할을 자처한 케빈 베이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케빈 베이커가 <히어로즈> 촬영을 위해 단련한 듯 보이는 근육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천하의 드랙이 겨우 이 정도의 상처에 겁을 먹어서 되나요. 당연히 괜찮죠.”
마크 톰슨이 케빈 베이커의 말을 거들었다.
“케빈 녀석. 원래 말술로 유명해요. 거의 알콜릭이나 다름없죠. 그나마 드랙 역할을 소화한다고 몸을 만들기 위해 술을 줄인 게 천만다행이지. 에휴.”
마크 톰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케빈 베이커는 자신이 애주가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듯 턱을 쳐들었다.
“제가 원래 술이랑 털 달린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개랑 고양이요?”
“둘 다요. 어쨌든 시준 씨는 술을 좀 드시나요?”
닭한마리에 소주를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그냥 조금 즐기는 수준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량을 일부러 낮춰서 말하는 게 일종의 관습이었다.
케빈 베이커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지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남긴 채 입을 열었다.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다들 정도를 지킬 줄 알거든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은 대체로 한국처럼 마시고 죽자는 분위기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적당히 취기의 힘을 빌리는 수준으로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다.
그런 까닭에 잔술을 하나 시켜서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마시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어느 곳이나 특이한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그것은 미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케빈 베이커처럼 보편적인 술자리 문화를 거부한 채 술을 들이붓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그뿐만 아니라 ‘좆소기업의 과장님’처럼 술을 강권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다행히 히어로즈의 멤버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술을 잘 마시고 못 마시고를 떠나서 그런 사람과 사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케빈 베이커, 마크 톰슨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술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간판이 없는 곳으로 전형적인 스피크이지 바였다.
술잔 모양의 네온사인을 따라 녹이 슨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려한 바의 모습이 드러났다.
스피크이지 바치고도 규모가 상당한 모양새였다.
“오! 드디어 왔구만!”
“너무 대책 없는 계획이라 당연히 실패할 줄 알았는데 용케 데려왔군!”
“상처 입은 걸 빌미로 협박이라도 한 건가? 그렇다면 너무 악질인데?”
“설마…. 아무리 케빈 베이커라도 그런 짓은 안 할 거야.”
먼저 오늘 촬영을 함께한 히어로즈 멤버들이 나를 반겼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그래도 안면을 텄다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중 친화력이 좋은 토비 가필드의 경우에는 곧장 이쪽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요, 시준 씨! 일단 아직 만나지 못한 히어로즈의 멤버들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그렇게 나는 토비 가필드의 손에 이끌려 여러 배우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오늘 만나지 못한 윙앤트, 미즈 타임, 벌쳐, 웨이, 이글 아이, 가디언즈의 나머지 멤버들과 인사를 나눴다.
새삼 히어로즈 멤버의 숫자가 제법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얼굴을 익히고 공부하지 않았다면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었겠군.’
그리고 나는 히어로즈 멤버들과 인사를 나눌 때마다 위스키 온 더 락을 한 잔씩 들이켰다.
나와 토비 가필드를 따라 계속 자리를 옮기고 있던 케빈 베이커가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요?”
그때까지만 해도 매번 온 더 락을 원샷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바텐더에게 새로운 술을 시키며 대답했다.
“아아.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그러자 케빈 베이커는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갑자기 자신의 술을 원샷했다.
경쟁심을 느끼는 듯했다.
“어…. 괜찮습니까?”
“거뜬합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크 톰슨이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큭큭. 케빈이 술로 누구한테 지다니 놀랍군.”이라고 했고.
케빈 베이커가 “웃기지 마. 지긴 누가 진다고 그래.”라고 하며 발끈했다.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한마디를 덧붙이려다 말고 다음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드디어 마지막이었고 마지막은 고대하고 있던 에드먼드 탤벗(닥터 매지션)과의 만남이었다.
블랙 쉐도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에드먼드 탤벗은 내가 다가오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드디어 이렇게 시준 씨의 실물을 보게 되는군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닥터 매지션>이 흥행을 할 수 있었어요.”
나는 그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저번에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그게 어디 제 덕분인가요. 전부 에드먼드 탤벗이 닥터 매지션 역할을 잘 소화한 덕분이죠. 저도 이렇게 만나게 돼 기쁩니다.”
확실히 전화 통화를 한 번 했기 때문인지 에드먼드 탤벗과는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토비 가필드와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에드먼드 탤벗 또한 친화력이 대단한 인물인 것 같았다.
토비 가필드가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쪽이라면, 에드먼드 탤벗은 주변 인물을 포용한다는 인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히어로즈 멤버들과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술잔을 비웠고.
에드먼드 탤벗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란 기색을 보이더니 자신 역시 술잔을 비웠다.
그 모습을 보고 케빈 베이커가 지지 않겠다는 듯 술잔을 비운 것은 덤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바텐더에게 새로운 술을 부탁했고 그사이 에드먼드 탤벗은 토비 가필드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토비, 오늘 어땠나? 시준 씨가 연기하는 것을 처음 봤잖아.”
에드먼드 탤벗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깐 긴장하고 있을 때.
토비 가필드가 신이 난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히 환상적이었죠! 아니, 에드먼드 생각해 봐요!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말을 하고 움직이는데 심지어 연기까지 잘한다고요! 이걸 두고 환상적이라는 단어 말고 어떤 말을 덧붙일 수 있겠어요!”
“역시 그랬군. 그럴 줄 알았네.”
“또 영어는 어찌나 잘하는지! 원어민도 소화하기 힘든 단어의 뉘앙스를 적절히 살려서 딜런 조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만화 속의 딜런 조가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딜런 조>의 만화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읽고 있는 자네가 그렇다면 정말 그런 거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촬영장에 가서 시준 씨의 연기를 구경하는 건데 아쉽군.”
에드먼드 탤벗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토비 가필드가 허리를 양손으로 짚으며 의기양양해 했다.
“너무 그렇게 아쉬워하지 말아요. 머지않아 스케줄이 겹치는 날이 올 테니까.”
“왠지 위로가 아니라 자랑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인가. 응? 기분 탓 맞지?”
“네. 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하하하. 우리 기분도 좋은데 다 같이 한 잔 더 할까요?”
그렇게 다시 한번 모두 함께 술잔을 비웠다.
이곳에 오기 전 분명 케빈 베이커에게 마시고 죽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술자리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았다.
마크 톰슨은 취한 듯 얼굴이 붉어진 채 술잔을 전부 비우지 못하고 잔을 내려놨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원래 사이가 좋아서 그런가…. 다들 취한 모습을 보이는 데 거부감이 없는 듯하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에드먼드 탤벗과 토비 가필드의 대화 중 생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질문했다.
“토비는 <딜런 조> 만화를 보고 있나요? 어디까지 읽었나요?”
“전부 다요! 사실 저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딜런 조> 만화를 보고 있을걸요?”
에드먼드 탤벗이 고개를 끄덕이며 토비 가필드의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저도 <딜런 조>의 만화는 꾸준히 따라가며 읽고 있죠. 물론 토비처럼 열정적으로 몇 번씩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토비 가필드가 그 정도로 <딜런 조> 만화의 팬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살짝 놀랐다.
하지만 토비 가필드는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어떻게 그 만화를 한 번만 볼 수 있어요! 그거야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요! 그보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준 씨께서 <딜런 조> 만화의 스토리까지 관여했다고요?”
“아뇨. 잘못된 소문입니다. 스토리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에드먼드 탤벗이 대화에 끼어들어 질문했다.
“하지만 딜런 조의 핵심적인 설정은 시준 씨가 전부 짠 게 아니었나요? 제리 마이젤이 그러던데.”
“아아. 그건 맞습니다. 세부적인 설정은 제가 거의 만들었죠.”
그러자 토비 가필드가 환호성을 지르며 말을 받았다.
“이야! 그렇다면 <딜런 조> 만화의 스토리도 시준 씨가 거의 짠 거나 다름없겠네요! 크리스 앨런으로서는 설정을 짠 시준 씨에게 미리 스토리를 보여 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나는 토비 가필드의 말에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크리스 앨런이 스토리를 미리 보여 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스토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의미가 없었다.
실제로 관여하지 않은 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내가 입을 다물자 토비 가필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쩐지 시준 씨의 딜런 조 연기가 완벽하더라니! 아아…. 벌써 <딜런 조>의 솔로 무비가 너무 기대되네요! 시준 씨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거 같아요!”
에드먼드 탤벗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것도 모자라 연기까지 해내다니…. 타임 코믹스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겁니다. 벌써 전 세계 팬들이 받을 충격이 눈에 선하네요.”
토비 가필드와 에드먼드 탤벗이 낯뜨거울 정도로 칭찬을 했다.
그런 까닭인지 점점 더 술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보니 토비 가필드와 에드먼드 탤벗 역시 술에 좀 취한 듯 보였다.
그렇게 이 이상은 과음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반쯤 동공이 풀린 케빈 베이커였다.
케빈 베이커가 부정확한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시, 시준 씨…. 나는 당신을….”
얼굴 천재 배우님 17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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