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8)
얼굴 천재 배우님-178화(178/200)
얼굴 천재 배우님 178화
21씬.
단단한 육체.
한층 더 예민해진 감각.
사물을 손에 대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까지.
꼭 슈퍼 히어로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나는 이 사실이 마냥 기쁘지 않았다.
내가 왠지 괴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생겨난 능력.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원인은 하나였다.
아버지가 연구 중인 고대 유물을 만진 직후 변화가 시작됐으니까.
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아버지의 연구실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한 아버지의 연구실은 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누군가에 의해 공격을 받은 듯 엉망진창이었다.
‘뭐지?’
나는 이런 의문을 품은 채 고대 유물이 있는 연구실의 중앙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불안감이 증폭됐고 마침내 반파된 문 뒤쪽에서 뜻밖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로버트 조. 기민한 자여. 여기에 루렐(고대 유물)을 숨겨 뒀구나. 테라실리아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은 것이냐?”
그냥 듣기에도 인간의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는 목소리.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저절로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만큼 목소리의 주인공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15년이면 눈을 꽤 피한 거 아닌가. 단순히 피한 것으로 모자라 골탕까지 먹은 듯한데…. 안 그래, 레이크?”
놀랍게도 아버지는 듣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눈앞에 두고도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내 머릿속에 박혀 있던 겁쟁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패기에 레이크라고 불린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놈이 선전했다는 걸 인정하지. 하지만 결국 루렐이 우리의 손에 들어왔으니. 이제 지구는 물론, 전 우주가 테라실리아의 발밑에 떨어질 것이다.”
“웃기는 소리!”
고대 유물을 지키고 있던 아버지가 레이크를 향해 봉을 휘둘렀다.
어릴 적 나한테 가르쳐 줬던 바로 그 봉술이었다.
화려한 움직임 속에 강력한 힘이 담겨 있는 봉술.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버지의 봉술은 레이크의 앞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레이크의 빈틈을 완벽하게 노린 아버지의 공격은 힘이 부족한지 쇳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타앙!
그렇게 레이크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 아버지의 멱살을 잡았다.
아버지가 재차 공격을 가했지만 레이크의 반격에 봉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라면 아버지가 목숨을 잃을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크의 왼팔에서 기다란 검날이 튀어나왔고 검날은 아버지의 복부를 노렸다.
“안 돼!”
여태껏 몸을 숨기고 있던 나는 레이크를 막기 위해 본능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레이크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검날을 그대로 아버지의 복부에 꽂았다.
푸욱!
불길한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복부가 꿰뚫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상태에서도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는 이번에도 루렐을 손에 넣지 못할 것이다.”
레이크가 아버지의 말에 나쁜 느낌을 받은 듯 눈썹을 꿈틀거렸고 때마침 테라실리아의 병사가 고대 유물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고대 유물은 힘을 잃은 듯 손에 닿자마자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그와 동시에 레이크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딜런! 도망쳐!”
완전히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일뿐이라는 것을.
나는 곧장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고 레이크를 비롯한 테라실리아의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 * *
26씬.
간신히 레이크를 피해 달아난 나는 아슬아슬하게 숨이 붙어 있던 아버지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혈기 왕성하던 시절, 대의를 위한 희생을 선택했던 가문의 유지를 거스르고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던 일.
연구자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늘 마음 한편이 불편했던 일.
그러던 중 지구 정복을 노리는 외계의 집단, 테라실리아의 존재를 알게 된 일.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는 고대 유물 루렐을 훔쳐 달아난 일.
루렐의 힘으로 테라실리아에 맞서는 방법을 연구한 일.
그리고 내가 루렐의 힘을 흡수했다는 걸 알게 된 일.
아버지는 힘겹게 이야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입을 뗐다.
“딜런. 꼭 살아남아라. 그리고…. 못난 아버지라서 미안했다.”
그 이후.
나는 신분을 숨기고 지하 세계로 숨어들었다.
테라실리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행히 지하 세계에는 나의 훈련에 도움이 될 만한 수많은 강자가 존재했다.
하나씩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었지만 강해지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나쁠 것 없는 스승이었다.
그렇게 3년.
나는 유물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지하 세계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와 동시에 복수의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때마침 나를 돕는 천재 해커 레아가 테라실리아에 대한 정보를 물어 왔다.
“정부 측에서 테라실리아의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고.”
“정부 측에서?”
“응. 테라실리아가 지구와 연결되는 웜홀을 열려고 하나 봐.”
“기억나. 3년 전 정부 측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한 적 있거든.”
아버지는 웜홀을 여닫는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다.
테리실리아의 존재를 깨닫고 그 내부에 침입해 루렐을 훔쳐 올 수 있던 것도 이러한 연구의 성과 때문이었다.
다만 아버지는 어쩐 일인지 이와 관련해 정부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
또한 레이크에 의해 아버지의 연구 결과물을 대부분 테라실리아에 빼앗긴 상태였다.
“맞아. 내가 확인한 내용이 그거였어. 그런데 문제는 테리실리아가 이번에도 웜홀을 열려고 하고 있대. 임시가 아니라 영구적으로.”
“아버지의 연구물을 이용할 생각이군. 3년이면 테라실리아, 그 멍청한 놈들도 사용 방법을 깨달았겠지.”
“어쩔 거야?”
“어쩌긴. 받을 건 받고 돌려줄 건 돌려줘야지.”
때마침 이와 관련해 어머니가 준비한 게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 내기 위해 어머니를 찾아뵙기로 마음먹었다.
* * *
<딜런 조>는 첫날 이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간 순서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그렇게 몇 달간 미국에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나, 서명희, 지정현, 박준, 신디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다.
한국말로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 서로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이렇게 다섯 사람은 <딜런 조>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했다.
오늘도 나는 촬영을 마치고 네 사람과 함께 저녁 식사 겸 술잔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술자리는 평소처럼 시끌벅적했다.
“그쪽에 있는 소스 좀 주지 않겠나?”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인데 힘 좀 내 보시죠.”
“안 닿네. 나는 자네와 달리 팔에서 검날을 뽑아낼 수 없으니까.”
“봉을 휘두를 수 있지 않습니까. 소스는 봉으로 가져가세요.”
지정현과 박준은 매일 붙어 지내면서도 쉬지 않고 티격태격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두 사람을 말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진짜 서로를 미워해서 싸우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등을 의자에 기댄 채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던 서명희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지정현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정현 씨는 한국에 언제 들어가요?”
“다음 주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제 로버트 조의 촬영 분량이 없으니까요.”
“아아. 아쉽다. 정현 씨가 있어서 시끌벅적하고 좋았는데. 그래도 제일 아쉬운 건 준이 씨겠지?”
서명희가 은근히 말을 던지자 박준이 기다렸다는 듯 발끈했다.
“아쉽긴 누가 아쉽다고 그래요! 속이 시원해 죽겠는데!”
신디가 그 모습을 보면서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사람들이 밤마다 저녁 식사 자리에는 왜 이렇게 빠짐없이 나온대….”
지정현이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신디를 향해 와인잔을 내밀었다.
“한 잔 부탁하네.”
“네. 선배님.”
신디는 언제 중얼거렸냐는 듯 얼른 와인잔을 채웠다.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한 네 사람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만히 미소를 짓다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다들 어제 시사회 다녀오셨죠? 어땠어요? <히어로즈> 페이즈 4?”
서명희가 가장 먼저 내 질문에 반응했다.
“재밌던데요? 특히 시준 씨가 등장한 이후로는 계속 흥미롭게 지켜봤어요.”
지정현이 서명희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초반부는 살짝 루즈한 감이 있더군. 스피더와 닥터 매지션이라는 인물만 내세웠다면 페이즈 4는 흥행에 실패했을 거야.”
박준 또한 지정현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선배의 의견에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저도 초반이 생각보다 별로여서 놀랐습니다. 앞으로 딜런 조가 어떤 포지션으로 활약하느냐, 가 중요할 것 같더군요.”
신디 역시도 박준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저도 그랬어요. 딜런 조와 대화를 나누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살아나는 걸 보니까 시준 씨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로버트 루소가 보내 주는 <히어로즈> 페이즈 4 가편집본을 보면서 꾸준히 비슷한 의견을 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버트 루소는 이 부분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
가편집본을 미리 받아 보는 사람 중 이런 의견을 내는 사람이 나뿐이었으니까.
그러니 로버트 루소의 입장에서 딜런 조가 나오지 않는 앞부분의 내용을 빠르게 넘기자는 내 의견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찍고 CG까지 만든 장면을 날려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앞부분의 내용을 압축하자는 의견을 내는 게 나였기 때문이다.
딜런 조의 배역을 맡고 있는 바로 나.
그러니 루버트 루소로서는 내 의견이 객관성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앞부분의 내용을 축소하자는 의견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시사회를 다녀온 다른 배우들이 이런 의견을 낼 정도라면….’
추가 편집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서명희, 지정현, 박준, 신디가 얼마 전 다녀온 것은 비공개 내부 시사회였기 때문이다.
원래 비공개 내부 시사회는 수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네 분의 의견이 이런 식으로 일치한다면 시사회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겠네요. 추가 편집이 진행되겠어요.”
지정현이 와인으로 입을 축이며 내 말을 받았다.
“그래. 그렇겠지. 개봉이 벌써 2주밖에 남지 않았다니 정말 시간이 빠르군.”
정말 시간이 빨랐다.
그리고 2주 앞으로 다가온 <히어로즈> 페이즈 4의 흥행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이 흥행 결과에 따라서 <딜런 조>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달라질 테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려나….’
나는 추가 편집된 <히어로즈> 페이즈 4의 장면을 찬찬히 떠올려 봤다.
그러다 보니 흥행의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됐다.
얼굴 천재 배우님 17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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