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
얼굴 천재 배우님-18화(18/200)
얼굴 천재 배우님 018화
임사라는 대한민국 톱배우, ‘지정현’의 오랜 팬이었다.
20대, 30대를 지나서 40대까지 임사라의 팬심이 유지될 수 있던 비결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임사라가 다른 배우를 덕질하기에는 너무 눈이 높았다.
여러 배우가 데뷔하고 인기를 얻는 것을 지켜봤지만 임사라의 마음은 지금껏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항상 외모, 연기, 성격 중 하나가 너무 어리거나 어리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우리 오빠가 괜히 대한민국 톱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지정현 또한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연예계에서 지정현보다 완성형이다, 라고 평가할 만한 배우가 거의 없었다.
누군가는 너무 완벽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한때 임사라 역시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한 지정현에게 너무 익숙해졌다.
그래서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임사라는 오랜 시간 덕질을 하며 지정현의 소속사인 FQ에도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지게 됐다.
지정현이 데뷔 후 계속 같은 회사와 함께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임사라도 FQ를 비난하거나 원망할 때가 있었다.
작품 홍보를 위한 과도한 예능 스케줄, 데뷔 이후 겨우 다섯 차례밖에 진행하지 않은 팬사인회 같은 게 심기를 거슬렀던 것이다.
FQ의 행태 자체가 아예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고.
하지만 임사라는 결과적으로 FQ에 호의적인 편이었고 이번 안명현 문제에 대한 <체포> 연출 팀의 결정에도 불만을 품고 있었다.
‘증거가 확실한 학폭 논란이 터졌으니 안명현이 하차하는 것은 당연해.’
하지만 인기 아이돌 그룹의 핵심 멤버가 맡았던 역할을 이번에 갓 데뷔한 신인 배우에게 맡기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신인 배우가 지정현이 맡게 될 신한재 역할을 3부까지 소화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초반 3부에서 드라마의 흥행이 결정되는 게 요즘 추세인데 어쩌려고 그러는지. 이러다 우리 오빠까지 손해를 보는 거 아니야?’
임사라만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체포>에 캐스팅된 주연급 배우의 팬들은 거의 전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이러다 체포 망하는 거 아님?
-지영 언니! 탈출해요!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요!
-애초에 안명현이 학폭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
-아니 그래도 그렇지 신인 배우를 그 역할에 욱여넣는 게 맞나?
-솔직히 이건 정도가 좀 심함 개인적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도 없음
-항의 메일까지? 그건 조금 오버 아니냐;;;
-오버22222
-나도 항의 메일은 오버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상황이 답답하다는 뜻이겠지
-김정민이나 안지영 같은 배우들은 어쩌냐 이번에도 작품 망하면 이미지 손상 클 텐데
-닥쳐 너가 알 바 아니니까
-어그로 성공^^
-신인 배우에 관한 정보 조금이라도 있는 분 없나요? 왜 티저도 안 나오지
-티저는 거의 성인 배우 중심으로 나오네요 그쪽이 본론이니 당연한 듯
-티저가 3차까지 나왔는데 그중 하나는 고등학생 역이 좀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원래 있었는데 안명현 하차하면서 영상 바꿨대요ㅇㅇ
-주인공 고등학생 역이 빠졌으니 방송국에서도 방법이 없었겠지
-웬 방송국? 티저는 제작사에서 내는 거 아님?
-ㄴㄴ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티저는 방송국에서 만들어서 내보냄 그쪽 홍보라
-어쨌든 새 주인공 고등학생 역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첫방을 봐야 하는 거네요
-아 너무 불안해 혹시 못생겼거나 연기를 못하면 어쩌지?
-둘 다 별로일 수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잡숴
팬들은 대화로서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 빠르게 댓글을 달고 있었다.
그 댓글을 보면서 임사라의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이러한 불안감이 배우 팬들이 아니라 드라마 팬들에게도 번졌는지 여론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시작 전부터 구설수에 오르면 성공하기 힘든데…. 기막힌 반전이 있지 않는 이상….’
그렇게 임사라는 기대감이 한껏 낮아진 상태로 <체포>의 첫 방송을 보기 위해서 TV 앞에 앉았다.
혹시 <체포>가 망하게 되더라도 지정현의 팬으로서 본방은 사수해야 했으니까.
‘또 망한 작품을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법이지.’
잠시 후.
지루한 광고 끝에 마침내 <체포>의 첫 방송이 시작됐다.
그 와중에도 드라마 커뮤니티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임사라가 힐끔,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은 배우가 고개를 숙인 채 신발 끈을 묶는 것을 확인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불만과 비난의 파티가 되겠군. 스트레스를 받을 걸 생각하니 벌써 짜증 나네.’
하지만 곧 임사라의 표정이 바뀌었다.
신발 끈을 묶고 있던 배우가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고개를 든 순간.
TV 화면에서 빛이 쏟아진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연출 부분에서 아무런 효과를 주지 않았는데도 배우의 얼굴을 보는 것과 동시에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잘생겼다….’
임사라는 살면서 처음으로 지정현을 제외한 남자에게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살면서 딱 두 번, 잘생겼다는 생각을 한 것임에도 그 표현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그 배우가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고 피칠한 남자가 등장할 때까지.
임사라는 멍한 표정으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배우 한 사람의 미모에 온 정신이 빼앗겨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만약 피칠한 남자가 등장해 화면이 분할되지 않았다면 계속 그런 상태였을 게 분명했다.
‘아아. 임사라. 정신 차려야지. 정현 오빠를 놔두고 이게 무슨 추태냐.’
임사라는 매혹 상태에서 간신히 깨어나 자신의 정신을 붙잡았다.
‘얼굴이 잘생겼으니까 분명 연기는 부족할 거야. 딱 봐도 20대 초반. 외모를 타고난 신인이 연기까지 잘하는 건 아직 무리지.’
뛰어난 외모를 타고난 지정현 역시도 데뷔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물론 한두 작품을 거치면서 논란이 완전히 종식됐지만 미남 배우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미남 배우에게 연기력 논란은 일종의 꼬리표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이 배우도 연기 쪽으로는 분명히 좋지 않은 모습을….’
하지만 임사라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달리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밝기만 하던 배우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보통의 배우라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 연기.
톱급 배우의 오랜 팬이었던 임사라는 이게 단순히 지쳐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란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이에 보답하듯 1부 1씬의 연기가 절정에 다다랐다.
쿠웅!
피칠한 남자가 하늘을 날았고 신인 배우가 그 남자와 눈빛을 교환했다.
이제 밝기만 하던 신인 배우의 감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는 당황, 불안, 우울, 혼란, 공포 등의 감정이 대신하고 있었다.
도저히 신인 배우가 해냈다고 믿을 수 없는 완벽한 연기였다.
[한 남자의 죽음과 함께….] [성동의 골목에는 질투, 분노, 절망, 사기, 자살, 살인이 싹을 틔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그 뒤로 얼굴만큼이나 잘생긴 남자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왔다.
임사라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불경하지만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어떤 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어쩌면 <체포>의 3부 안에, 시준에게 자신의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르겠다는 예감.
* * *
“다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형의 다음 말을 기대했다.
다행히 형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너를 칭찬하고 있어. 외모와 연기 중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캐스팅이래.”
함께 형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버지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첫 장면부터 극찬이라니! 정말 잘됐다! 작은아들!”
특히 연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칭찬이 너무나도 기뻤다.
당장 스마트폰을 들고 커뮤니티 댓글을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TV 화면에서 <체포>의 첫 방송이 송출 중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본방 모니터링은 연기 복습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지금은 인내심을 발휘할 때야.’
그렇게 나는 간신히 유혹을 떨쳐 낸 뒤 다시 첫 방송을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했다.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쉬지 않고 TV 화면을 살폈기 때문에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모든 게 너무 좋다. 괜히 <체포>가 유명해진 게 아니었어.’
<체포>가 원래도 훌륭한 드라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이러한 사실이 조금 더 확실하게 와 닿았다.
특히 고등학생 역임에도 구경모와 양이듬의 연기가 웬만한 실력파 배우 못지않았다.
‘경모는 아역부터 찬찬히 경력을 쌓아 온 배우지. 이듬이는 이미 영화 두 개와 드라마 한 개에 출연하며 크고 작은 역할을 소화한 적이 있는 베테랑이고.’
두 사람의 연기가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몸을 담고 있는 소속사에 관심이 갔다.
두 사람이 이 정도의 연기력을 갖추고 어울리는 배역을 찾는 데 있어 소속사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소속사 모두 나에게 관심을 보였으니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봐야겠어. 나중에 미팅을 해본다면 답이 나오겠지.’
그 이후로는 황인섭 고등학생 역의 새로운 배우가 활약했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보였지만 안명현이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연기할 때처럼 어색한 느낌은 아니었다.
특히 감정 연기가 좋았는데 몇몇 장면은 나와 다르게 해석한 부분이 있었다.
‘저렇게 연기를 할 수도 있구나. 생각보다 괜찮은데? 참고해 봐야겠어.’
지금껏 내가 파악한 사실에 따르면….
메소드 마스크는 나의 작품 분석을 토대로 상황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 연습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연기가 조금 닫혀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같은 역할을 다르게 해석한,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됐다.
‘또 간간이 등장하는 베테랑 조연의 연기를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군.’
베테랑 조연들은 대다수 경력이 10년이 넘는 연기의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같은 조연이라고 해도 나 같은 꽃병풍 출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방금 뭐였지?’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대단하군….’
나는 연신 속으로 감탄하며 <체포>의 모든 장면을 흥미롭게 모니터링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황인섭 고등학생 역부터 신한재 고등학생 역까지 <체포>의 대본을 깊게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
‘아쉽군…. 미리 첫 방송을 모니터링했더라면 선배님들께 좋은 질문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아직 촬영이 남았으니 그 시간이라도 알차게 활용해 봐야겠다고 다짐할 때였다.
마침내 <체포>의 첫 방송이 신한재 고등학생 역과 황인섭 고등학생 역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얼굴 천재 배우님 1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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