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4)
얼굴 천재 배우님-184화(184/200)
얼굴 천재 배우님 184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평론가 게리 스펜서는 사실 시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시준의 작품을 단 한 번도 보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게리 스펜서는 평론가답게 시준의 모든 작품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봤다.
단순히 살펴만 본 게 아니라 작품성을 꼼꼼히 따지며 몇 번이나 다시 돌려 본 상태였다.
그리고 게리 스펜서는 시준을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높게 평가했다.
먼저 작가로서 시준은 누구보다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고 그 깊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했는데 그것은 꼭 인생을 두 번 살아 본 사람 같았다.
특히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와 같은 작품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리고 게리 스펜서는 시준의 작품을 보며 여러 차례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치밀한 감정 표현에서 기인하는 감각이었다.
또한 시준은 연출가로서도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미적 감각이 뛰어났는데 사실 시준의 주변 환경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도저히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외모의 소유자.
어린 시절부터 시준의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거울 속에서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
시준의 미적 감각이 훌륭하지 않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준은 자연스럽게 훈련을 받은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매번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고.
게리 스펜서는 현존하는 감독 중 시준의 미장센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시준의 연출은 기술적으로도 어느 한 곳 결함이 없었다.
하지만 배우답게 시준의 진정한 강점은 연기력에 있었다.
시준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배우였다.
시준의 첫 작품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놀랍게도 움직임 하나에도 감동을 주는 시준의 연기력은 그때만 해도 허접스러운 구석투성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시준의 연기력이 못 봐줄 정도였냐면 그건 아니었다.
게리 스펜서의 기준이 높을 뿐 시준은 이미 그 시절에도 좋은 연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적어도 평범한 연기자 지망생 수준은 뛰어넘었다.
괜히 서명희가 당장 연기를 시작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딱 그 정도였을 뿐 시준은 과거 타고난 배우의 자질을 거의 보이지 못했다.
게리 스펜서는 특유의 통찰력으로 이 사실을 꿰뚫어 봤고 시준이 엄청난 노력파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시준이라는 배우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노력으로 역대급 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연기력을 얻었으니까.
그랬다.
게리 스펜서는 시준을 긴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시준이 몸으로 표현하는 인물은 그 자체가 오리지널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탁월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와 별개로 게리 스펜서는 시준을 좋아하지 못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도저히 좋아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것은 처음 시준을 봤을 때의 충격과 그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 때문이었다.
시준의 압도적인 외모.
그것을 실물로 처음 목격한 순간, 게리 스펜서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놀라움을 느꼈다.
이게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뜻밖에도 놀라움이 잠시 머물렀던 자리.
그 자리를 끝끝내 차지한 것은 열등감이라는 감정이었다.
게리 스펜서로서도 당황스러웠다.
혹자는 시준의 외모를 두고 시기와 질투의 마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함이라고 평가했고 게리 스펜서 역시 그 평가에 동의해 왔으니까.
확실히 게리 스펜서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어떤 배우를 만났을 때도 잠깐 놀랐을 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 잘생겼네,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준은 달랐다.
게리 스펜서에게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명확한 열등감이 가슴속에 피어났다.
그 감정이 너무 두드러져서 게리 스펜서조차 당황스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어째서지?’
게리 스펜서는 스스로에게 반문했고 곧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시준과 같은 외모를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게리 스펜서는 시준의 실물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고 그것이 곧장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개화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첫인상이 나쁘게 박혔기 때문인지.
이후 시준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이자, 감독이자, 배우인지 알게 됐지만 왠지 자꾸만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게리 스펜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시준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시준의 작품에 대해서는 일절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는 게 게리 스펜서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게리 스펜서가 영화관에 걸려 있는 <딜런 조>의 포스터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아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엄마와 함께 팝콘을 사 가지고 돌아온 자신이 딸이 물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게리 스펜서가 곧장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다. 이제 영화 시작하겠다. 얼른 들어가자.”
사실 게리 스펜서는 한 달 만에 역대 영화 매출 10위에 진입한 <딜런 조>를 보러 영화관에 올 생각이 없었다.
연일 모든 언론에서 <딜런 조>의 대단함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고.
잡지사 중 몇 곳에서 <딜런 조>에 대한 평론 의뢰가 들어온 적도 있었지만.
게리 스펜서는 애초에 시준의 작품을 평론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관심을 접었다.
나중에 타임 코믹스의 모기업이 운영하는 해리스 플러스에 <딜런 조>가 서비스를 시작하면 한번 봐야지,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겨우 열세 살밖에 되지 않은 자신의 딸이 시준의 팬이 돼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자신에게 영화를 함께 보러 가자며 졸랐다.
이미 딸이 <딜런 조>를 관람했다는 걸 알고 있던 게리 스펜서가 물었다.
“이미 <딜런 조>를 보고 온 게 아니었니?”
“봤죠. 근데 아빠랑 엄마도 봐야 해요.”
“도대체 왜?”
“그래야 <딜런 조>의 성적이 오르죠!”
결국 게리 스펜서는 딸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오늘 영화를 보러 오게 됐다.
억지로 이 자리에 끌려온 게리 스펜서는 떨떠름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예매한 좌석에 앉았다.
그때 옆자리에 앉으며 게리 스펜서의 표정을 확인한 아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도 <딜런 조>를 보게 되면 마음에 들 거예요.”
게리 스펜서는 처음에 이 말을 딸이 실망하지 않게 표정 관리를 하라는 것으로 알아듣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그 속에 담겨 있는 생각지 못한 정보를 파악하고 아연함을 느꼈다.
‘잠깐…. 아내도 이미 <딜런 조>를 본 건가? 그런데 왜 또 보러 온 거지? 설마?’
게리 스펜서는 재빨리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내는 살짝 볼을 붉힌 채 <딜런 조>의 시작을 기대하고 있었다.
아내 또한 시준의 팬이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젠장…. 그래! 한번 봐주마! 얼마나 영화를 잘 만들었는지 봐주겠다고!’
때마침 <딜런 조>가 시작됐고 두 시간 후 게리 스펜서는 자신의 다짐을 잊고 생각에 잠겼다.
‘또 늘었구나…. 실력이….’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영화.
게리 스펜서는 <딜런 조>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추천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게리 스펜서.
사실 그는 10년째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을 받은 심사 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 * *
나는 <딜런 조>가 극장에 걸려 있는 내내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했다.
한창 영화를 찍고 편집을 볼 때보다도 정신이 없는 느낌이었다.
3일 간격으로 전 세계를 오가며 무대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원래 당초의 계획은 한국과 미국에서만 무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딜런 조>의 매출이 대부분 두 국가에서 발생할 거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딜런 조>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고.
결국 타임 코믹스와 상의해 전 세계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것으로 급히 계획을 수정했다.
그만큼 한국과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는 매출 또한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대표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이것 또한 소화해야 했다.
특히 물리적인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방문국에 제외된 곳에서 서운함을 표했기 때문에, 인터뷰만큼은 반드시 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당일 무대 인사 일정을 마무리하는 대로 밤늦게까지 해당 국가의 언론사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고.
무대 인사 대기 중일 때는 화상으로 방문하지 못하는 국가의 언론사를 만났다.
아르헨티나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 때는 갑자기 일정이 꼬여 비행 중 화상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덕분인지 <딜런 조>는 연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우들이 팬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하고 스케줄을 소화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딜런 조> 자체에 대한 평가도 상당했다.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잡았기 때문에 두 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였다.
평소 타임 코믹스 작품을 보러 가면 왠지 모르게 잠이 왔는데.
<딜런 조>는 끝까지 재밌게 봤다는 어느 영화 팬의 글이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확실히 이런 것을 보면 오락성이라는 게 상대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였던 것은 평론가들의 평가였다.
앞서 한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딜런 조>는 결국 타임 코믹스 특유의 오락성에 더 큰 방점을 찍은 작품이었다.
컷을 최대한 나눠서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고.
작품 전개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의문을 품게 하지 않는 방식.
<딜런 조>는 이 방식이 그대로 사용된 작품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평론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예상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타임 코믹스의 방식을 가져오면서도 스펙트럼을 넓히는 나만의 철학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이러한 노력이 가미됐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했는지 <딜런 조>에 대한 좋은 글을 썼다.
특히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평론가 게리 스펜서가 <딜런 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의외였다.
게리 스펜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내 작품에 대한 평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평론가가 한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낼 때도 게리 스펜서만큼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딜런 조>에 대한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기다니.
나뿐만 아니라 <딜런 조>를 응원하는 팬들 모두가 흥분했다.
매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심사 위원으로 초대되는 게리 스펜서인 만큼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피식, 이 상황을 웃어넘겼다.
아무리 그래도 <딜런 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는 장면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미네이트될 리가 없지…. 그냥 게리 스펜서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만족하자.’
그렇게 <딜런 조>의 레이스는 23억 8,642만 달러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역대 영화 매출 3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었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소식은 따로 있었다.
[‘딜런 조’,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 노미네이트 쾌거!]얼굴 천재 배우님 18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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