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5)
얼굴 천재 배우님-185화(185/200)
얼굴 천재 배우님 185화
나한테 가장 처음 <딜런 조>의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소식을 전한 사람은 제리 마이젤이었다.
그날 나는 <딜런 조>와 관련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에 시달리며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는 것이 너무 편했다.
원래라면 저녁 정도는 아버지의 닭한마리 가게에 가서 간단하게 해치웠겠지만 요즘에는 그럴 수도 없었다.
외계인 소문과 함께 아버지의 닭한마리집이 너무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은 별생각 없이 밥을 먹으러 갔다가 팬들을 만나 종일 사인만 해 주다가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최근 거의 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쩌다 밖에 나서게 되더라도 용인에 있는 형네 집에 술 한잔하러 가는 게 전부였다.
구경모, 양이듬 같은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었지만 가끔이었다.
밖에서 약속을 잡는 것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인이라도 집에 초대하거나 초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반강제로 집에 틀어박히게 된 내가 한 일은 그동안 밀린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OTT 플랫폼이 본격화된 시대인 만큼 볼 만한 작품이 정말 많았다.
잠깐 관심이 멀어지면 수십 작품이 쌓여 있을 정도였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바깥세상에 관심을 완전히 끊고 온전히 드라마와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제리 마이젤에게 전화가 온 것은 더 이상 볼 만한 드라마와 영화가 거의 없을 때였다.
지잉, 지잉.
휴대폰 진동 소리에 화면을 확인해 보니 제리 마이젤의 이름이 떠 있었다.
‘응? 무슨 일이지?’
<딜런 조>와 관련된 모든 스케줄이 종료된 지금.
제리 마이젤이 따로 전화를 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받자마자 제리 마이젤이 목소리를 높였다.
“여보세….”
-이시준 배우님!
“아. 깜짝이야. 네? 무슨 일이죠?”
-놀라게 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소식을 전달받고 너무 기뻐서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해요.
두서가 없는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감사라뇨? 무슨 일 있나요?”
그제야 제리 마이젤은 내가 아직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왜지? 아직 한국에는 소식이 닿지 않았나? 그럴 리가 없는데….
“잠시만요, 제리 마이젤. 조금만 침착하고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아직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정신이 없네요.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요. <딜런 조>가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답니다.
“…네?”
나는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와 동시에 어째서 제리 마이젤이 산만하게 굴었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딜런 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다니…. 그것도 7개 부문이나….’
확실히 이 이야기를 듣고도 놀라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정말 조금도 기대하지 않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그사이 제리 마이젤이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할 말을 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만 해도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우리 작품도 이런 느낌을 낼 수 있구나. 확실히 이시준은 좋은 감독이야. 이런 생각을 잠깐 했을 뿐이죠.
그런데 조금씩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고 게리 스펜서가 배우님의 작품을 극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 이거 어쩌면?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능성을 크게 본 건 아니지만요.
그렇게 애써 기대감을 외면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카데미 측에서 연락을 받은 겁니다. 배우님! 듣고 있나요? 아카데미 측에서 직접 연락을 해 왔다고요!
멍하게 앉아 있던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 네. 듣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측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어떻게든 반드시 배우님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더군요! 역대 영화 매출 1위를 찍어도 우리 영화를 거들떠보지 않고 콧대를 높이던 아카데미가 말이에요!
확실히 아카데미 측에서는 7개 부문에 노미이트된 내가 시상식에 빠진다면 여러모로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측에는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세요. 꼭 참석할 테니까.”
-물론이죠! 그런 자리에 배우님 같은 분이 빠진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아. 그보다 이번 일과 관련해 상의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제리 마이젤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과 타임 코믹스가 이 성과를 대대적인 작품 홍보에 사용해도 괜찮을지 길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사이 나는 감정이 꽤 많이 누그러졌지만 제리 마이젤은 여전히 목소리가 높았다.
흥분이 쉽게 가시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타임 코믹스의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타임 코믹스는 영화 사업을 시작하고 10년이 넘게,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됐지만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딱 10년이 되는 해.
마침내 <블랙 퓨마>가 <딜런 조>와 마찬가지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을 받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아쉽게도 <블랙 퓨마>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상과 각본상에는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
그나마 작품상에는 어떻게든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수상을 하지 못했다.
타임 코믹스로서는 찜찜함이 남는 결과였다.
<블랙 퓨마> 이후 또다시 꽤 오랫동안 아카데미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찾아온 기회.
<딜런 조>는 <블랙 퓨마>와 마찬가지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하지만 그 질이 달랐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미술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됐기 때문이다.
이 중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만했다.
그리고 그중 한 곳에서만 수상한다면 타임 코믹스의 역사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의 생각 속에는 ‘히어로물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으니까.
심지어 꽤 많은 사람이 <딜런 조>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고 있었다.
제리 마이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온라인상의 반응을 확인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제리 마이젤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내줄 것처럼 행동하는 이유가 이해됐다.
-…어쨌든 배우님의 요청 사항이라면 어떤 것이든 전부 수용할 테니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나는 제리 마이젤의 제안 중 적당히 받아들일 것만 받아들이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런 뒤 곧장 여경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지잉. 지잉.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여경찬의 전화였다.
아마 제리 마이젤보다 한발 늦게 아카데미 소식을 전달받은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자마자 여경찬이 목소리를 높였다.
-배우님! 대박이에요!
* * *
그날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노미네이트가 되었을 뿐 아직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축하를 받는다니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그만큼 히어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생각해 보면 <세이크리드: 혼돈의 서막> 또한 역대 영화 매출 7위에 랭크되는 등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
이런 것을 보면 ‘히어로물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 아닐지도 몰랐다.
실제로 많은 작품이 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새삼 <딜런 조>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나는 수상에 대한 욕심을 일부 버렸다.
제리 마이젤이 기대하고 있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의 수상 욕심은 아예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팬들의 반응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었다.
-진짜 이시준 아카데미에서도 상 받는 거임?
-7개 부문 노미네이트됐으면 적어도 몇 개는 받지 않을까ㅋㅋㅋ
-블랙 퓨마처럼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은 받을 것 같음
-나는 다른 상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특히 남우주연상
-나도 남우주연상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 표 솔직히 딜런 조는 이시준 하드 캐리잖아
-연기력이 그렇게 좋았나? 직접 대본 쓰고 연출해서 평가가 더 후한 느낌인데
-평가가 후하다니;; 이시준이 연기 다 했는데;; 중간에 우는 장면 생각 안 남?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의 연기력인 건 인정
-와ㅋㅋ 이러다가 이시준 칸, 에미, 아카데미에서 전부 남우주연상 받는 거 아니냐?
-그것도 그런데 나는 딜런 조의 다른 배우가 조연상에 이름 못 올린 게 좀 아쉽다
-지정현이나 박준이 남우조연상 올랐으면 또 시준아! 같이하자! 시전했을 텐데ㅋㅋㅋ
-아ㅋㅋㅋ 그건 좀 웃겼겠다ㅋㅋㅋ 아카데미가 웃음 포인트를 모르네
-그런데 왜 다들 남우주연상 얘기만 하는 거임? 이번에 연출이랑 각본도 좋았는데
-ㅇㅇ연출 나쁘지 않았지 이시준 스타일로 타임 코믹스 느낌 잘 살린 듯
-각본도 지렸지ㅋㅋㅋ 딜런 조 없었으면 히어로즈 더 안 봤을 거라는 사람들 있잖아
-근데 그건 히어로즈를 살린 거;; 각본 자체가 좋았다 할 수 있는 건 아님ㅇㅇ
-어설프게 예술병 걸린 척하는 것보다는 나았던 거 같은데?
-편안한 흐름에서 재미 교포의 삶을 다룬 게 너무 좋았음 나는 개인적으로 각본도 인정함
-여기 있는 사람들 웃기네 이렇게 연기, 각본, 연출 다 좋았으면 딜런 조가 작품상이네?
-그러네ㅋㅋㅋ 이러다가 딜런 조가 작품상까지 받겠는데?
-솔직히 딜런 조가 받는 게 맞지 딜런 조 자체도 좋지만 다른 영화가 별로였잖아
-ㅇㅇ사실 나는 이 이유 때문에 딜런 조에 가능성이 있다고 봄
-에이치 아워, 이머전시, 이벤트 등 나열할 수 있는 작품이 몇 개인데 개소리야ㅋㅋㅋ
-이번에 개봉한 영화의 라인업이 별로였다는 말은 하지 말자;;
-다들 얼마나 딜런 조가 아카데미에서 좋은 상 받았으면 하는지 알겠다
-대한민국 사람들 전부 제리 마이젤이 된 느낌ㅋㅋㅋ
날이 갈수록 팬들의 기대감이 점점 더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흐름을 읽었는지 공중파 방송국 중 한 곳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계권을 따내기도 했다.
나로서는 이러한 기대감이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아카데미 시상식 날이 밝았다.
얼굴 천재 배우님 18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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