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6)
얼굴 천재 배우님-186화(186/200)
얼굴 천재 배우님 186화
한편.
<딜런 조>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소식을 듣고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시상식 참여 요청을 받은 신디는 조금 당황한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하기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신디는 <딜런 조>가 잘되리라고 확신했다.
타임 코믹스라는 이름을 떼어놓고 생각해도 확신이 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대본으로 처음 만난 <딜런 조>의 완성도는 뛰어났다.
그래서 신디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타임 코믹스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캐스팅 제안을 받은 레아 역할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신디는 레아가 히로인인 만큼 분량이 꽤 되는 배역이라는 게 좋았고, <딜런 조> 1편에만 출연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끌린 것은 레아가 추후 히어로즈 멤버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히어로즈 멤버가 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마음에 설렜다.
이미 가수와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는 신디로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끝마친 신디는 한 가지 소식을 전달받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딜런 조>의 작가이자 감독, 그리고 주연 배우가 시준이라는 사실이었다.
신디가 너무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으며 되물었다.
“정말… 그게 정말이에요?”
계약을 위해 직접 미팅에 나선 다이아 코너스가 신디의 질문에 답했다.
“네, 맞습니다. 이시준 배우님이 <딜런 조>의 모든 부분을 총괄하기로 했어요.”
신디는 충격에 잠시 말을 잃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시준이라면 충분히 <딜런 조>라는 작품을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라움이 자취를 감춘 자리에는 반가움이 들어찼고, 곧 그 감점은 이상함으로 바뀌었다.
‘시준 씨가 이만큼이나 높이 올라왔구나….’
타임 코믹스에서조차 솔로 무비의 총괄을 맡길 정도라니.
새삼 시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후 <딜런 조>를 촬영하고 역대 영화 매출 3위에 이름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시준이라는 존재를 뼈에 새기는 일이었다.
그만큼 시준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연기를 하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이래서 모두가 ‘이시준, 이시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시준의 대단함과 아카데미 시상식은 별개의 문제였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고 역대 3위에 해당되는 높은 매출을 찍었다고 해도.
히어로물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런 식으로 노미네이트될 거라고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카데미는 한때 ‘화이트 오스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고 실제로 몇몇 비영어권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이름을 떨쳤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게 최근 평가였다.
‘그랬기 때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무려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다니.’
신디는 여전히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중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 포함돼 있는 걸 보니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놀란 채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신디는 곧 정신을 차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처음 어떻게 시준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 떠올렸다.
뮤직비디오와 <황녀님, 동거합시다> 출연.
그때까지만 해도 신디가 확실히 시준보다 인지도가 높았고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신디는 시준을 끌어주는 형식으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시준 씨가 날 끌어주는 기분이네. 시준 씨 덕분에 타임 코믹스 영화에도 출연하고 아카데미 시상식도 밟아보고.’
인지도와 인기가 완전히 역전된 상황.
하지만 신디는 이러한 상황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왠지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확실했다.
‘처음 시준 씨를 봤을 때부터 이런 일을 예감했으니까.’
강렬했던 시준과의 첫 만남.
신디는 그때 이미 자신도 모르게 시준의 성공을 예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날 시준과 인연을 맺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바로 그 증거였다.
‘어쨌든 시상식에 참석하려면 드레스부터 알아봐야겠지?’
신디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소속사 대표 김성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성희는 과거 이시준이 에 출연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적 있는 인물이자, 현 시럽 1기의 멤버였다.
* * *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이 확정된 뒤 내 일상은 다시 바쁘게 흘러갔다.
아무래도 시상식에 참석하려면 여러모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주변에서 가장 바빠진 것은 송진아였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서 의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루이비통의 새 시즌 준비로 한창 바빴다.
그 때문에 내 부탁을 받고 급하게 며칠 만에 의상을 준비할 만한 입장이 아니었다.
시상식 참석을 예측하고 미리 의상을 부탁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딜런 조>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될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송진아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처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아아. 어떡해. 벌써 좋은 의상은 전부 빠졌대요.”
송진아의 말대로 웬만한 브랜드의 괜찮은 의상은 이미 전부 예약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매년 의상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배우들이 미리 예약을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송진아라면 어떻게든 좋은 의상을 구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주간 바쁘게 움직이며 의상을 보러 다니더니 송진아가 한 아름 의상을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그 뒤쪽에는 최근 새롭게 나한테 배정된 스타일리스트 두 사람이 송진아에 못지않은 많은 양의 의상을 들고 서 있었다.
“…저걸 꼭 다 입어봐야 하는 거죠?”
“당연하죠! 저희가 의상을 구하려고 프랑스까지 갔다 왔잖아요!”
송진아가 생각한 것보다 꽤 오래 보이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프랑스를 다녀온 모양이었다.
그 말인즉슨, 꼼짝없이 송진아가 준비한 의상을 모두 입어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시상식 당일까지 고민해 어렵게 의상을 픽스했고,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극장으로 이동했다.
돌비 극장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되는 명소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돌비 극장의 레드카펫을 밟는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오랜만에 좀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설렘은 잠시뿐이었다.
차량의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긴장감을 완전히 잊고 마음 편히 손을 흔들며 레드 카펫을 밟았다.
배경이 달라졌을 뿐 열띤 열기 속에서 내 이름을 연호하는 기자들과 팬들이 존재하는 것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시준 배우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얼마나 보고 있습니까!”
“처음 아카데미에 입성한 기분이 어떤가요!”
“히어로물 역사상 가장 많은 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에 대해 소감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준 오빠!”
“여기예요, 오빠!”
나는 많은 사람 중 한국말로 내 이름을 외치는 팬들 쪽으로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돌비 극장 내부로 진입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입을 열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취재 열기가 뜨거운 만큼 기사 역시 화제성으로 중심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레드 카펫을 모두 지나 돌비 극장 앞에서 잠깐 포토 타임을 가진 뒤 나는 내부로 진입했다.
이전에 에미상 시상식에 참여했을 때와는 달리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였다.
화면을 통해 눈에 익은 얼굴이 아니었다.
대부분 함께 작업하며 친분을 쌓게 된 인물들이었다.
<세이크리드 : 혼돈의 서막>을 함께 찍으며 친분을 쌓은 레이첼 콜리어, 낸시 크루쉬커, 길버프 라잔, 루가노 보나벤투라를 만났고.
또한, <히어로즈> 페이즈4를 같이 촬영하며 알게 된 토비 가필드, 에드먼드 탤벗, 마크 톰슨, 케빈 베이커 같은 배우와도 인사를 나눴다.
배우뿐만이 아니라 영화 관계자 중에서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꽤 많았기 때문에 나는 바쁘게 인사를 하러 다녔다.
그리고 그중에는 이번에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게리 스펜서 또한 이러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이시준 배우님. 이번 작품 꽤 인상 깊게 봤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제 작품을 가장 먼저 아카데미 후보에 추천한 사람이 게리 스펜서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추천은 제가 한 게 맞죠. 하지만 알다시피 아카데미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회원 전체의 영향력 행사로 최종 후보가 결정됩니다. 그러니 감사 인사는 됐습니다.”
“그렇다면 제 작품에 좋은 평론을 써주신 것에만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감사합니다, 게리 스펜서. 덕분에 <딜런 조>의 작품성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게리 스펜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러더니 망설이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 사인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제 아내와 딸이 이시준 배우님의 팬이거든요.”
영화 평론가에게 사인을 요청받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잠깐 놀랐다.
게리 스펜서 역시 이러한 부탁을 하는 것이 조금 민망한 듯했다.
나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혹시 모르니까 게리 스펜서의 것까지 총 세 장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당황한 게리 스펜서가 서둘러 덧붙였다.
“두 장이면 됩니다. 정말 괜찮아요. 꼭 두 장만 보내 주세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그것으로 게리 스펜서와의 대화가 마무리됐다.
때마침 진행 요원이 자리에 착석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아카데미 시상식의 진정한 재미는 호스트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호스트는 과거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 차례 인사를 나눈 적 있는 할리우드 3대장, 마이클 포크너였다.
시상자를 통해 이름이 호명되고 마이클 포크너가 등장한 순간.
돌비 극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서명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나도 뒤늦게 마이클 포크너의 의상을 확인하고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마이클 포크너가 놀랍게도 조잡하게 완성된 딜런 조의 수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포크너는 연신 수트를 만지작거리며 불편한 자세로 시상식 무대 위에 섰다.
그러더니 한껏 짜증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짜 이딴 옷을 입고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그와 동시에 또 한 번 시상식장은 웃음바다가 됐고, 마이클 포크너는 여전히 뿔이 난 얼굴로 내 쪽을 바라봤다.
“이봐요, 시준 씨. 솔직히 대답해 줘요. 딜런 조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히어로입니까?”
얼굴 천재 배우님 18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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