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7)
얼굴 천재 배우님-187화(187/200)
얼굴 천재 배우님 187화
마이클 포크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딜런 조의 슈트를 입고 등장할 때부터 나한테 말을 걸겠구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마이클 포크너의 질문에 답했다.
“가장 가난한 히어로는 오히려 그쪽인 거 같은데요, 마이클 포크너.”
“나는 가난하지 않아요. 영화 찍어서 돈 많이 벌었어요.”
“그렇다면 올해만큼은 가장 가난한 히어로가 분명하네요. 영화가 전부 잘 안 됐잖아요.”
“으으으! 분하다! 왜 나한테는 히어로물 제의가 없는 거야!”
나와 마이클 포크너의 미리 짠 듯한 대화에 시상식장이 뒤집혔다.
몇몇 사람들은 놀랍다는 듯 우리 두 사람을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다.
“리얼?”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황이 즉흥적으로 완성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시상식장에 울려 퍼지고 있는 웃음소리가 바로 그 증거였다.
즉흥적인 상황이라는 특수성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웃긴 장면은 아니었으니까.
이처럼 나와 마이클 포크너의 대화는 즉흥과 연출의 경계를 절묘하게 줄타기하고 있었다.
‘원래 아카데미 측에서는 마이클 포크너의 질문에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겠지.’
당황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잠깐 웃음 짓게 한 다음에 다른 걸 시도한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이클 포크너의 말을 받아침으로써 더 재밌는 상황을 만들었다.
마이클 포크너 또한 이에 만족한 것인지 내 쪽으로 슬쩍, 신호를 줬다.
흐름을 이대로 이어 가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관객들이 웃는 내내 분한 듯 씩씩거리고 있던 마이클 포크너가 입을 열었다.
“잘난 척이 심하군요, 시준 씨. 하지만 그거 알아요? 내가 할리우드 3대장이라는 거?”
“그런 말, 본인 입으로 하면 좀 부끄럽지 않나요?”
“뭐가 부끄럽겠어요. 완벽한 사실인데. 자, 이제 제가 좀 대단해 보이나요?”
“좋습니다! 인정하겠습니다! 할리우드 4대장의 새로운 멤버로서!”
“네?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시준 씨?”
“할리우드 4대장이요! 요즘 팬들이 이런 식으로 부르고 있는데 혹시 몰랐나요?”
“아아…. 안 돼…. 이러면 명예까지 밀려 버리잖아….”
“드디어 자신이 가난하다는 걸 인정하는군요. 외모도 살짝 밀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외모 쪽은 애초에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할리우드 4대장은 포기해 줘요. 이것만은 내가 이겨야지.”
마이클 포크너가 양손을 모으며 부탁했고 나는 보지 못한 척 쓰윽,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시상식장은 난리가 났다.
얼굴이 벌게진 채 웃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할리우드 4대장.
이 말은 방금 내가 즉흥적으로 지어낸 것이었다.
그러니 요즘 팬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닌다는 것도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마이클 포크너가 놀림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시상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확실히 마이클 포크너가 어딜 가서 놀림을 받을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과 같은 웃음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와 마이클 포크너의 만담과 같은 대화는 한참 이어졌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시 속행됐다.
* * *
성공적인 호스트 쇼 덕분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딜런 조>의 팀 분위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벌써 음악상, 미술상, 편집상 부문에서 모두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음악상, 미술상에는 해당 작업에 도움을 준 <딜런 조>의 스태프가 직접 나가서 수상 소감을 했다.
편집상의 경우에는 내가 직접 시상대에 올랐다.
도움을 준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딜런 조>의 편집을 총괄한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편집상이 <딜런 조>가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상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한 것도 있었다.
“드디어 제가 아카데미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군요. 생각보다 무거워서 놀랐네요. 오늘은 이것만 들고 돌아가면 되겠습니다. <딜런 조>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 배우, 스태프, 그리고 우리 전부의 가족들께 전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최대한 간결하고 유쾌하게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뒤쪽으로 더 중요한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음악상, 미술상, 편집상을 받은 것만 해도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종전에 <블랙 퓨마>가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을 받은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랬다.
이제 히어로물 부분에서 타임 코믹스보다 많은 상을 받은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리 마이젤 또한 이러한 성과에 만족하는 것인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시상식이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각본상의 차례가 됐다.
자랑스럽게도 각본상 후보에 <딜런 조>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수준 높은 작품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집에 틀어박혀서 본 작품도 있네. 그중 아마 <다몬>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
<다몬>의 주인공인 제인 헤이더가 시상자로 나섰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확신했다.
시상자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시상하는 것은 꽤 괜찮은 그림이었다.
각종 시상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기도 했다.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자는….”
하지만 수상자의 호명 직전, 제인 헤이더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내 이름이 제인 헤이더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딜런 조>의 이시준! 축하합니다!”
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함께 일렬로 앉아 있던 서명희, 지정현, 박준, 신디 또한 수상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놀란 기색이었다.
한발 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축하 인사를 하는 걸 보니 확실했다.
“와! 각본상!”
“대박이에요!”
“축하해요, 시준 씨!”
“고생 많았네.”
나는 지정현과 마지막으로 손을 맞잡은 뒤 시상대로 걸음을 옮겼다.
시상대가 가까워질수록 정신이 돌아왔다.
그나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중 상을 하나 받는다면 각본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시상식 무대에 선 나는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트로피를 많이 받게 됐으니 차를 불러야겠습니다.”
내 첫마디에 시상식장에는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며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감사 인사는 아까 짧게 했으니 이번에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히어로가 아닌 사람이 있어야 히어로가 탄생할 수 있는 것처럼 <딜런 조>는 한 사람의 힘으로 완성된 작품이 아닙니다.
특히 각본의 경우 수많은 수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들어갔습니다. 저쪽에 앉아 계시는 서명희, 지정현, 박준, 신디와 같은 배우님들은 저와 함께 각본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게 우리들의 히어로 딜런 조가 탄생한 셈입니다.
혹시 히어로가 되기 위해 혼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받으세요. 그 사람이 당신을 히어로로 만들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수상 소감을 마쳤고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 돌아왔다.
큰 상을 기대하기 힘든 <딜런 조>로 각본상을 받았다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왜냐하면 감독상 부문에서도 내 이름이 호명됐으니까.
* * *
그렇게 나의 감독상 수상 이후.
여우조연상, 남주조연상, 여주주연상의 시상이 이어졌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점차 대미를 향해 나아간다는 느낌이었고 이제 남우주연상 차례였다.
서명희 옆쪽에 앉아 있던 제리 마이젤이 흥분한 기색으로 말을 걸었다.
“이시준 배우님! 남우주연상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제리 마이젤은 남우주연상에도 욕심을 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원래 욕심이 없었는데 각본상, 감독상을 받은 것이 제리 마이젤을 그렇게 만든 듯했다.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 압니다! 하지만 남우주연상은 다른 사람이 받을 거예요!”
제리 마이젤은 그럴 리 없다는 듯 웃었다.
도대체 어떤 확신을 가지고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한 번 더 내 이름이 호명됐다.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제리 마이젤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제리 마이젤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배우님은 배우잖아요. 각본상이랑 감독상을 줬는데 남우주연상을 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제리 마이젤의 말이 맞았다.
나는 배우였고 배우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것은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우주연상을 주는 곳이 아카데미와 같은 유서 깊은 시상식이라면 더욱더 기쁠 수밖에 없었다.
각본상, 감독상을 받을 때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시상식 무대로 올라갔다.
벌써 네 번째 수상.
어떤 수상 소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고.
수상 소감을 하기 전, 열이 너무 오르는 것 같아 재킷을 먼저 벗었다.
* * *
그렇게 시준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재킷을 벗는 순간, 세계 전역에서 난리가 났다.
댓글이 폭파하는 느낌이었다.
-헐
-내가 뭘 본 거야?
-아니 잠깐만요 나 너무 설레는데요
-셔츠 하나 벗었을 뿐인데 이게 말이 되냐고ㅋㅋㅋ
-너무 야하지 않아요? 여자들만 이런 느낌을 받는 건가요?
-남자인데 어제 봤던 동영상보다도 이시준이 더 야하게 느껴집니다
-꾸미고 레드카펫을 밟을 때는 꾸며서 압살이고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의 압살….
-살짝 땀에 젖은 머리가 재킷을 벗는 순간이랑 어우러지면서 환상의 하모니를!
-지금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 실화냐?ㅋㅋㅋ 19.3%ㅋㅋㅋ
-와;; 시청률 뭐야? 무슨 대박 난 드라마 수준이네….
-방금 우리가 본 장면은 재킷만 벗었지만 이 드라마의 키스신입니다
-외국 애들도 같은 장면에 놀랐는지 댓글 엄청 올라오고 있음ㅋㅋㅋ
-누구라도 보기만 하면 잊을 수 없는 장면이라 이건가
-형ㅠㅠ 제발 방송에 좀 자주 나와 줘 건강보다는 방송이 우선이잖아 잠은 죽어서 자면 되고…. 너무 무리해!
-진짜 이시준은 방금 영화를 보고 와도 또 보고 싶은 그런 얼굴임
-외국인들이 같은 장면에서 난리가 났다는 게 웃긴다^^
-나는 시준이가 재킷 벗을 때 제니 카리아가 입 벌린 게 더 웃겨ㅋㅋㅋ
-사실 그 장면이 킬포ㅋㅋㅋ 나도 같은 데서 웃었음ㅋㅋㅋ
-그나저나 이시준 이러다가 작품상까지 받는 거 아니야?
-각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받았는데 작품상은 못 받을 게 뭐야
-사실 세 개 다 받았으면 당연히 작품상도 이시준한테 줘야 한다고 생각함
-작품상 안 주려고 빌드업한 거 아닐까? 나는 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ㅇㅇ가능성 있음 그래서 나도 약간 긴장하고 있는 중
그렇게 댓글이 뜨거워지고 있는 사이.
TV 화면에서는 시준이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8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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