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8)
얼굴 천재 배우님-188화(188/200)
얼굴 천재 배우님 188화
시준이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 트로피를 받고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시작했을 때.
“여길 또 올라오네요. 이제 준비한 수상 소감이 전부 떨어졌는데.”
서명희는 감격과 의아함, 그 중간에 있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자신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시준이 아카데미와 같은 엄청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다니.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서명희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사실 시준 씨는 내 제자라고 할 수도 없지. 처음부터 모든 부분이 빛나는 사람이었으니까.’
서명희는 첫 만남부터 시준을 높게 평가했다.
보는 순간,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완벽한 외모와 당장 프로로 활동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급의 연기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시준의 연기력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었고 실제로 연기 수업을 통해 그것을 해냈지만.
서명희는 시준이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것을 조금 빠르게 알려 준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시준은 이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그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성실함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명희는 처음 시준을 보자마자 <체포>에 출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시준은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인물이었다.
서명희는 이 사실을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실감했다.
그 당시, 시준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대본을 완성하기 위해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서명희도 그때 처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대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았다.
시준의 대본이 생각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완성도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어떤 조언을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머리가 멍해질 정도였다.
선생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찌어찌 몇 마디 조언을 건넬 수 있었지만.
서명희가 그때 받았던 충격은 뼛속 깊이 새겨졌다.
이미 <탈출>을 찍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반열에 오른 배우가 한 사람의 작가로서도 가공할 만한 역량을 보이다니.
자신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시준의 재능에 서명희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준은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하지만 정말 놀란 것은 <퇴마환야담>으로 에미상 5관왕의 업적을 쌓았을 때였지.’
<퇴마환야담>은 시준이 연출가로서도 세계적인 명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재능이 있음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이었다.
그리고 서명희는 <퇴마환야담>의 성공을 한 발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면서 시준의 재능에 한계가 없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나마 시준이 자신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서명희가 지금 감격과 의아함, 그 중간에 있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서명희는 자신의 제자가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는 사실에 감격하면서도.
정말 시준이 자신의 제자가 맞는 건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세계 정상에 서 있는 시준의 모습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명희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시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제자가 맞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더라도 어쨌든 시준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명희가 빠르게 과거를 회상하는 사이.
시준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본격적으로 수상 소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이번에는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저는 그다지 자신감이 크지 않은 배우였습니다.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겼고 실제로 제 연기력은 상상한 것에 미치지 못했죠.
하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며 저는 점차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딜런 조>에서 저와 함께 호흡을 맞춘 지정현, 박준, 신디와 같은 배우님들은 전부 제 선생이자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죠.
실제로 제 전작을 찾아보면 지금보다 부족한 모습으로 여전히 멋진 이분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아. 물론 꼭 제 전작을 찾아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OTT 서비스가 잘되어 있는 시대인 만큼 단돈 몇천 원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테지만요.”
시준의 수상 소감에 시상식장에는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고 모두의 시선이 서명희, 지정현, 박준, 신디가 앉아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란히 앉아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시준과 <딜런 조>의 주역들 사이에 이런 인연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준의 친구이자 동료로서 충분히 뿌듯함을 느낄 만한 장면.
하지만 서명희는 이 상황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깐 까먹었나….’
서명희가 애써 서운함을 억누르며 이렇게 생각할 때였다.
마침내 시준의 입에서 서명희의 이름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제 진정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은 한 명뿐입니다. 바로 서명희 배우님.”
시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서명희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시준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듯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선생님 덕분에 배우로서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었으며 참된 배우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처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대본을 썼을 때 선생님이 응원해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그것을 감히 세상에 내보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작가 이시준, 연출가 이시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훌륭한 자리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남기며 물러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준이 마지막 인사와 함께 시상식 무대에서 내려왔고 그와 동시에 서명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감동의 눈물이었다.
* * *
아쉽게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작품상의 영예는 다른 작품에 돌아갔다.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딜런 조>가 작품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딜런 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한 것부터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언론에서는 <딜런 조>의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히어로물의 새 역사를 썼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딜런 조>가 인식을 바꾼 덕분에 추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는 히어로물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외에도 내가 칸 영화제, 에미상, 아카데미에서 모두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큰 화제가 됐다.
국내외 모두에서 과한 찬사를 보냈기 때문에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내가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말하기 직전, 재킷을 벗는 장면이었다.
나는 너무 더워서 별생각 없이 재킷을 벗은 것이었는데 그게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내심 내가 수상 소감에서 서명희를 언급한 것이 가장 큰 화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상당히 놀라운 결과였다.
물론 내가 서명희를 언급한 것도 나름대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아카데미 시상식은 숱한 화제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나는 주변 분위기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며 또다시 집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봤으면 좋았겠지만 이제 볼 만한 것은 다 봤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해야 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내 앞으로 들어와 있는 영화와 드라마의 대본을 보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이맘때쯤 <세이크리드> 3편의 출연 준비를 해야 했지만 촬영 일정이 1년 더 밀렸다.
<딜런 조>의 6관왕 소식을 접한 프랭크 브로드빈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겠다며 시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갑자기 1년이라는 시간이 뜨게 된 거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작품을 찍으려면 먼저 대본이 준비되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1년이라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른 작품의 출연을 고려해야 했다.
그게 지금 내 앞으로 들어와 있는 영화 및 드라마의 대본을 보고 있는 이유였다.
‘이제 국내 작품보다 해외 작품이 더 많은 것 같네.’
실제로 해외 작품이 국내 작품보다 3배가량 더 많았다.
방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전부 해외 작품이었다.
그중에는 나중에 꼭 한 번 작품을 같이하고 싶었던 명장의 작품도 여럿이었다.
그리고 나는 평소와 달리 그것을 가리지 않고 살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히어로즈> 페이즈 4에 출연하고 <딜런 조>를 찍는 사이.
어느새 내가 회귀했던 해가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만약 작품에 출연한다면 그것은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내년 후반기에 방영하거나 개봉될 가능성이 높았다.
거의 그렇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았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실제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대본은 전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누가 출연을 결정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성공과 실패를 전혀 가능할 수 없는 그런 작품.
나는 이러한 작품을 읽고 있다는 데 큰 희열을 느꼈고 기쁜 마음으로 작품을 검토했다.
그러다가 슬며시 해외 작품을 한쪽으로 밀어 두고 국내 작품을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중점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명장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지만 점차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
그것은 해외 작품에 출연하려면 외국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내가 딱히 외국어를 사용해 연기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영어 대사를 사용해야 하는 작품에 꽤 많이 출연한 상태였다.
<딜런 조>는 비교적 한국어 대사가 많은 작품이었지만 타임 코믹스 작품인 만큼 대부분의 대사가 영어로 이뤄져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몇 작품을 연속으로 영어 대사만 사용하다 보니 나는 조금 질려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나로서는 한국어 대사를 사용하는 게 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당연하게도 한국 배우로서 한국어로 연기하는 데 가장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살아 보지 못한 해의 첫 작품으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국내 작품 출연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한참 대본을 읽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생각에 이르렀다.
‘왜 국내 작품에는 한국인만 나오는 거지?’
보통이라면 그냥 넘겼을 의문.
놀랍게도 이러한 의문은 한 가지 결정적인 아이디어로 바뀌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8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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