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9)
얼굴 천재 배우님-189화(189/200)
얼굴 천재 배우님 189화
나는 대본을 모두 한쪽으로 제쳐 두고 노트북을 꺼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결정해야 할 일이 생겼다.
첫 번째는 이 아이디어를 어떤 형식의 작품에 녹여 낼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영화보다 드라마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아이디어는 많은 인물이 한 작품에 등장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많은 인물을 한 작품에 담아내려면 볼륨이 더 큰 드라마가 나았다.
무엇보다 최근까지 영화에 더 집중해 왔기 때문에 드라마를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이 작품의 연출과 대본을 내가 직접 맡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역시 <딜런 조>의 연출과 대본을 모두 맡았기 때문에 이쪽으로 마음이 끌린 게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움을 받기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는 볼륨이 큰 만큼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한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퇴마환야담>을 찍으면서 뼈저리게 실감한 부분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드라마를 찍으려면 연출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퇴마환야담> 때 강한성 감독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나는 여기에 더해 대본을 공동 집필할 수 있는 작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미국의 드라마 시스템을 차용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공동 집필의 형태로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마지막은 이제 이 아이디어를 누구와 함께 실현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 머릿속에는 떠오르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이제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 누구와도 작업을 같이할 수 있었다.
감독 중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강한성이었다.
강한성 감독은 <퇴마환야담>을 함께한 만큼 호흡 부분에서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강한성 감독은 최근 국내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연출가였다.
<퇴마환야담> 이후 연출한 작품을 연속적으로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강한성 감독이 무척이나 바쁘다는 뜻이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강한성 감독과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한때 연예계를 떠날까 고민했던 강한성 감독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나로서 보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그렇게 다음으로 떠오른 사람은 유성효 감독이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통해 인연을 맺은 유성효 감독은 여전히 잘나가는 연출가였다.
하지만 강한성 감독처럼 바쁜 것은 아니라서 어떻게든 스케줄을 맞추려면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유성효 감독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공동 연출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일이었다.
유성효 감독은 최근 나에게 여러 차례 서운함을 표한 적 있었다.
확실히 유성효 감독으로서는 서운함을 느낄 만했다.
번번이 자신의 출연 제안을 거절한 가운데 강한성 감독과 함께 <퇴마환야담>을 찍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로서는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었지만 유성효 감독이 그것을 알 리 없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유성효 감독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때 항상 한발 양보하며 나와 신디의 의견을 존중해 줬던 유성효 감독이라면 공동 연출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유성효 감독과의 작업을 1순위에 올려놨다.
김필성 감독이나 최서영 감독 같은 인물 또한 떠올랐지만 두 사람은 드라마 연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이미 영화 쪽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같이 작업할 가능성도 크지 않았다.
이제 공동 집필 작가를 생각해 볼 차례였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체포> 때 인연을 맺은 정수민 작가였다.
정수민 작가는 ‘범죄 드라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잘 지키고 있었고 이러한 점에서 공동 집필을 고려할 만했다.
왜냐하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작품의 장르가 이쪽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톱급의 위치에 있는 정수민 작가가 굳이 나와 공동 집필을 하려고 할지 의문이었다.
이 부분은 따로 연락을 해서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작가였던 김희수나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작가였던 정수진은 함께 작업을 하기가 애매했다.
두 사람 모두 종종 연락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었지만 작품 성향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을 과감하게 후보에서 제외했다.
정수민 작가의 섭외가 불가능하다면 나와 작업을 원하는 다른 기성 작가를 찾거나.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내가 우연히 떠올렸던 아이디어는 점차 모양이 잡혀갔고 기획안으로 재탄생했다.
나는 어느새 노트북에 완성돼 있는 기획안의 마지막 줄을 살펴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또 이렇게 작품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서게 됐군.’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구상한 일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해당 문서의 가장 윗줄로 이동해 ‘<아레나> 시즌 1 기획안’이라는 제목을 적었다.
* * *
망원동에 위치한 카페.
아버지의 친구분이 직접 운영하는 한적한 카페에 나는 정수민 작가와 함께 앉아 있었다.
“기획안은 잘 읽어 봤어요. 아이디어가 상당하더라고요. 아마 이시준 배우님이 아니라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도 그것을 실천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정수민 작가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이렇게 말했고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유성효 감독님이 이 작품의 공동 연출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저번 주에 사인을 해 주셨습니다.”
“유성효 감독님이라면 괜찮겠네요. <황녀님, 동거합시다> 이후로 스릴러도 몇 작품 연출한 적이 있었으니까.”
“능력도 훌륭하지만 성격도 상당히 괜찮은 분입니다. 작가님께서도 잘 아시죠?”
“잘 알죠. 수진이한테 귀가 닳도록 유성효 감독님에 대한 칭찬을 들었으니까.”
예전에 한 차례 언급한 적 있듯이 정수민 작가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작가인 정수진과 친자매 사이였다.
평소 집필하는 작품의 장르는 범죄 스릴러와 로맨틱 코미디로 크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큰 범주가 같기 때문인지 일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누는 듯했다.
“제작은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담당할 거고 주연은 배우님이 맡겠네요. 그럼 이제 저만 결정을 내리면 되는 건가요?”
“맞습니다. 배우 캐스팅은 대본이 완성된 후 진행돼야 할 테니까요. 어떠세요?”
“아직은 관심 정도예요. 이시준 배우님이랑 함께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정수민 작가는 어째서 자신이 <아레나>의 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솔직히 밝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수민 작가로서는 국제적 성공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더 나아갈 곳이 없는 톱급 작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수민 작가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작품을 집필한 적이 있었다.
넷플렉스 독점 작품이었는데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작품은 아쉽게도 만족할 만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어느 정도 반응이 있긴 있었지만 국내에서처럼 굉장한 매출을 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제작비를 생각한다면 실패에 가까운 결과였다.
그래서인지 정수민 작가는 국제적 성공에 대한 열망이 꽤 큰 것 같았다.
나로서는 상당히 다행인 지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는 아직 결심을 굳히기에 부족한 듯했다.
정수민 작가가 말을 이었다.
“다만 제가 지금껏 공동 집필을 해 본 적이 없어 걱정이네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여기서 <아레나>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려 줄 수 있을까요?”
결국 내가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그것을 확인한 후 결정을 내리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로서는 이것 또한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 때문에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아레나>의 이야기는 어느 병원에서 시작합니다.”
<아레나>는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계에 끌려온 어느 남자의 이야기였다.
* * *
지하 병실 침대에서 깨어난 남자는 음산한 병원 풍경에 큰 공포를 느낀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병원에는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사람의 모습을 전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별생각이 다 떠오른다.
전쟁이 난 건가.
아니면 병으로 사람이 다 죽고 나만 살아남은 건가.
설마 내가 국가 실험체로 외딴섬에 갇히기라도 한 것인가.
다양한 추론이 남자의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병원은 살아 있는 생명체 하나 없이 여전히 고요하다.
그렇게 남자는 두려움에 떨며 병원의 지하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마침내 바깥세상을 목도한다.
놀랍게도 바깥 풍경도 병원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산한 분위기고 사람의 그림자 하나 발견할 수 없다.
그렇게 남자는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도시를 떠돌기 시작한다.
다행히 도시에는 남겨진 물건이 많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분식집 떡볶이.
누군가 계산 중이었던 듯 카트와 함께 남겨져 있는 마트의 물건.
영문을 모른 채 멈춰져 있는 도로 위 수많은 자동차.
도시 곳곳에는 증발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어째서 증발이 이뤄졌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시간이 흘러가고 남자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제 남자를 지배하고 있는 감정은 지루함이다.
홀로 남겨진 세상에서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먹고, 자고, 싸는 것뿐이니 당연한 일이다.
병원을 탈출하고 며칠 만에 전기가 끊겼기 때문에 남자의 공허함은 더욱더 커진다.
지루함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
남자는 이 느낌에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 한 가지 방법을 택한다.
의미가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렇게 남자는 증발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을 반복한다.
다시 그런 식으로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점차 이 세상에 규칙이 존재한다고 믿기 시작한다.
이것은 하나의 게임일 뿐이고 이 게임을 공략하면 자신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남자가 다시 병원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이때쯤이다.
병원에 돌아간 남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연구한 규칙을 찾는 방식으로 병원에 남겨진 것을 해석한다.
그리고 마침내 꼭대기 층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바닥이 흔들리며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결국 정신을 잃은 남자는 의문의 캡슐 속에서 또 한 번 깨어난다.
남자의 생각대로 남자가 갇혀 있던 곳은 게임 속 세상이었던 것이다.
캡슐이 열리고 의문의 사내가 남자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아레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기까지 내가 간략하게 구상한 <아레나>의 1부 내용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8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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