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0)
얼굴 천재 배우님-190화(190/200)
얼굴 천재 배우님 190화
결과적으로 <아레나>의 본격적인 시작은 2부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캡슐에서 깨어난 남자는 자신이 갇혀 있던 곳이 게임 속이었다는 걸 2부에서 깨닫기 때문이다.
게임 바깥의 세상.
아레나의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튜토리얼에서 조건을 충족한 자만이 아레나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으며 10코인을 얻는다.
둘째, 아레나의 플레이어는 하루 한 개씩 코인을 소모하며 코인 없이 새로운 날이 밝으면 죽는다.
셋째, 게임에 접속해 새로운 조건을 충족하면 난이도에 따라서 추가 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아레나>는 이러한 규칙 안에서 생존하고 세계의 규칙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비슷한 류의 작품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레나>에는 비슷한 류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두 가지 설정이 존재했다.
하나는 이곳의 세계 공용어가 한국어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플레이어가 꼭 인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사, 마법사, 늑대 인간, 외계인, 천사, 악마 등 다양한 존재가 한국어를 사용하며 공존하는 구조.
이게 내가 그리고 있는 <아레나>라는 작품 속 세계였다.
내가 이 부분까지 설명을 마치자 정수민 작가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 생각대로네요. 이 작품은 어째서 꼭 한국 사람이 외국 작품에 출연해 그 나라의 말을 익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구상한 거 맞죠?”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아레나>와 같은 작품 또한 하나쯤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콘텐츠 강국이었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드라마, 영화뿐만이 아니라 음악, 게임,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순히 개발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증명했다.
점점 세계 문화의 흐름이 한국 쪽으로 넘어온다는 느낌이 있었고 실제로 몇 년 안으로 이러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을 거라고 주장하는 전문가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의 분석이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내가 최전선에서 경험한 미국의 영화 산업은 국내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었으니까.
그리고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가 콘텐츠 문화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그 중심을 자신 쪽으로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달리는 말 위에 올라탄 것 같은 K-콘텐츠의 흐름이 언제든 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굳이 <아레나>와 같은 작품을 제작하려는 것은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새로운 도전 없이 안주하고자 하면 금방 도태되는 것이 콘텐츠 시장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새로운 도전이 빛을 발한다면 한두 발자국의 격차쯤은 단번에 좁힐 수 있는 게 콘텐츠의 시장이기도 하지.’
그렇게 나는 정수민 작가에게 해당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정수민 작가는 다행히 이것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일단 배우님이 구상하고 있는 작품의 내용이 인상적이네요. 플레이어가 꼭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또 배우님이 이 작품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게 명확하게 보인다는 게 너무 좋아요. <아레나>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막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앞다퉈 캐스팅을 해 달라고 난리를 피우겠죠?”
“…그렇게까지 난리가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몇몇 캐스팅을 하려고 염두에 둔 배우가 있긴 합니다.”
나는 <아레나>를 통해 한국이 콘텐츠 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할 생각이었다.
그런 까닭에 타임 코믹스가 한국인 배우를 캐스팅해 영어 연기를 시키는 것처럼 할리우드의 배우를 <아레나>에 캐스팅해 한국어 연기를 시킬 예정이었다.
연기하는 입장이나 연기를 보는 입장이나 모두 어색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K-콘텐츠가 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없었다.
“그렇게 캐스팅한 사람들이 재연 배우 같은 느낌을 내지 않으려면 배우님이랑 유성효 감독님이 꽤 힘들겠네요.”
“어쩔 수 없죠. 누군가는 한 번쯤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
“네. 해내야 하는 일이죠. 그리고 그걸 제가 첫 번째로 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내 질문에 정수민 작가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까짓것 해 보죠. <아레나> 공동 집필.”
* * *
정수민 작가는 계약서에 사인한 그 날부터 한남동에 미리 마련해 놓은 작업실에 출근했다.
정수민 작가가 성수역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에 우리 집과 딱 중간이 되는 한남동에 작업실을 잡았다.
보조 작가는 정수민 작가가 아는 사람으로 세 명 고용했다.
퍼스트는 정수민 작가와 두 작품을 함께한 사람이었고 세컨드는 다른 작품의 보조 작가 경험을 한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막내는 최근에 막 대학원을 졸업한 새로운 인물이었다.
그렇게 처음 출근한 한남동 작업실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북적였다.
지금껏 나는 어떤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보조 작가를 둔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풍경이 상당히 낯설었다.
75평짜리 작업실이 좁게 느껴진다는 게 다소 충격적이었다.
잠시 내가 작업실 문 앞에 서서 당황하고 있는 사이.
보조 작가 중 한 사람이 내 얼굴을 보더니 턱, 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어, 어….”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다른 두 보조 작가가 고개를 돌렸고 곧 내 얼굴을 발견했다.
“헙!”
“흐흡!”
그렇게 시작된 기묘한 대치.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정수민 작가가 자리에 굳어 있는 보조 작가들에게 핀잔을 주며 모습을 드러냈다.
“얘네가 갑자기 다들 왜 이래?”
그리고 내 모습을 발견한 정수민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다들 배우님 실물 처음 봤구나. 그래.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지. 배우님은 왜 거기 있으세요. 그러지 말고 들어오세요.”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실례는 무슨…. 이제 다 같이 매일 출근해야 하는 작업실인데…. 일찍 오셨네요?”
“다행히 차가 안 막혔습니다.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괜찮았어요. 출근 시간으로 50분 정도 잡으면 될 것 같더라고요.”
나와 정수민 작가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보조 작가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보조 작가들이 뒤늦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 어색한 느낌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첫 만남을 술자리에서 가질 걸 그랬나 봐.”
“빠르게 회의를 끝내고 오늘 한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날짜로 잡고요.”
“다들 시간 괜찮을 거예요. 그렇지?”
정수민 작가의 질문에 보조 작가들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술자리에서는 친해질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색했던 첫 만남의 모습을 뒤로하고.
우리는 한 달간 일주일에 다섯 번씩 만나며 1부 기획 회의를 진행했다.
나와 정수민 작가만이 아니라 다른 보조 작가들도 전부 출퇴근했다.
세컨드와 막내는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이 근처였고 퍼스트는 지방 출신이었지만 마포구청 쪽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했다.
마포구청 오피스텔은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빌려준 것이었다.
워낙 방이 많았기 때문에 퍼스트가 원한다면 작업실에서 사는 것도 가능했지만 내가 그러지 못하도록 했다.
작업실에서 살게 되면 아무래도 출퇴근의 구분이 불명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조 작가가 그런 식으로 작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와 정수민 작가처럼 출퇴근을 장려하지 않고 합숙 형태로 작업실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게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두 평일 11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방식으로 대본 작업을 진행했고 한 달 만에 1부 기획 회의를 끝마칠 수 있었다.
1부 기획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은 서로의 업무 방식을 확인하고 그것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이후로는 속도를 높여서 대본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럼 배우님의 1부 완성 기대하고 있을게요.”
1부 대본은 전체적인 톤을 맞추기 위해 내가 쓰는 것으로 했다.
내가 쓴 1부 대본이 <아레나>의 기본적인 예시가 되는 셈이었다.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작업이었지만 나는 기획을 끝마친 지 3일 만에 1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 같이 작업을 하니 확실히 초고부터 퀄리티가 괜찮게 나오는 느낌이네.’
이후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지금의 작업 방식이 혼자 결정하고 대본을 쓰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이 모였기 때문인지 내가 기존에 완성했던 초고 대본보다 퀄리티가 괜찮게 나왔다.
이 정도면 주변 사람들에게 대본을 보여 주고 수정 작업을 거치는 과정을 생략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수민 작가와 보조 작가들도 1부 초고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랬기 때문에 곧장 1부를 마무리한 뒤 2, 3부 기획 회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이후 작업은 2부 분량을 한 번에 기획한 뒤 나와 정수민 작가가 각각 한 부씩 나눠서 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작업을 진행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대본을 집필할 수 있었다.
나눠서 대본을 쓰고 톤을 맞추는 작업이 새로 쓰는 것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3주 만에 2, 3부의 기획을 끝마친 우리는 각자 대본을 썼고 톤을 맞추는 데 또 일주일의 시간을 소모했다.
결과적으로 한 달 만에 대본 2부를 쓴 셈이었다.
비슷한 시간 동안 1부를 썼다는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효율이 괜찮았다.
그리고 다음 4, 5부는 3주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드디어 5부 완성이네요. 이제 캐스팅 돌리는 건가요?”
막 5부를 픽스한 뒤 정수민 작가가 이렇게 물었다.
“그래야죠. 일단 멀리 사는 배우들에게 먼저 대본을 보낼까 생각 중입니다.”
“멀리 사는 배우라면 루가노 보나벤투라? 루가노 보나벤투라가 펠리 역할을 맡아 줄까요?”
‘펠리’는 <아레나>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었다.
주인공인 ‘은우’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나는 펠리 역할에 루가노 보나벤투라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정수민 작가와 보조 작가 세 사람은 펠리 역할에 루가노 보나벤투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배역의 가상 캐스팅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된 상황이라는 걸 생각하면 조금 특이한 일이었다.
‘혹시 펠리 역할에 루가노 보나벤투라의 이미지가 가장 맞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정수민 작가에게 물었다.
“음…. 그런데 꼭 펠리 역할에 루가노 보나벤투라를 캐스팅해야 할까요?”
정수민 작가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루가노 보나벤투라가 가장 괜찮지 않나요? 딱 인싸 느낌이잖아요. 물론 외모나 인지도는 조금 아쉽지만….”
확실히 루가노 보나벤투라는 좋은 배우였다.
하지만 펠리 역할을 맡기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정수민 작가가 이러한 의중을 읽었는지 덧붙여 질문했다.
“혹시 다른 누구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
나는 뜸을 들이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네. 저는 펠리 역할에 마이클 포크너를 생각하고 있어요.”
내 대답과 동시에 정수민 작가를 비롯한 보조 작가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얼굴 천재 배우님 19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