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1)
얼굴 천재 배우님-191화(191/200)
얼굴 천재 배우님 191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여러 가지 화젯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중 호스트를 맡은 마이클 포크너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매년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는 평가였다.
그리고 그만큼 나 또한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마이클 포크너가 호스트로서 호평을 받을 수 있던 것은 결국 나와의 호흡 때문이었으니까.
그렇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 마이클 포크너는 그날의 호흡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를 찾아왔다.
핸드폰으로 온라인상의 반응을 확인했는지 6관왕을 차지한 나보다도 흥분한 기색이었다.
“시준 씨! 시준 씨!”
“네. 마이클 포크너.”
“오늘 정말 고마워요. 그냥 당황하고 말 줄 알았는데 호흡까지 환상적으로 맞춰 주고.”
“할리우드 4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죠.”
내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능청스럽게 대답하자 마이클 포크너가 폭소했다.
“하하. 그러네요. 같은 할리우드 4대장이니 당연한 일이었네요. 그나저나 시준 씨 요즘에는 준비하고 있는 작품 없어요?”
“음…. 딱히 없습니다. 한동안은 배우 역할에만 충실할 생각이거든요.”
“아쉽네요. 시준 씨가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면 그쪽에 욕심을 부릴까 했는데. 혹시 마음이 바뀌게 되면 연락 주세요. 한달음에 달려갈 테니까.”
마이클 포크너가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얘기했기 때문에 나는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
“네.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마이클 포크너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마이클 포크너 외에도 많은 사람이 나를 찾아와 6관왕을 축하해 줬기 때문에 더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심지어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에는 곧장 서명희, 지정현, 박준, 신디와 함께 뒤풀이 자리로 이동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아레나>를 기획할 때까지 마이클 포크너의 제안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1부를 기획하고 마침내 펠리라는 역할이 탄생했을 때 그날의 제안이 떠올랐지.’
확실히 펠리 역할에는 마이클 포크너가 제격이었다.
왠지 능글맞은 구석이 있는 인싸 느낌의 배우라는 것도 그랬고 전체적인 인지도 면에서도 마이클 포크너와 비교할 만한 배우가 따로 없었다.
그나마 할리우드 3대장의 다른 배우가 마이클 포크너만큼의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셋 중 펠리 역할에 어울리는 것은 마이클 포크너뿐이었다.
제이 디제너러스는 이제 날카롭고 예술가적인 면모가 많이 느껴지는 배우였고 데이브 모니스는 거의 액션 전문 배우처럼 활동했기 때문이다.
정수민 작가 또한 마이클 포크너의 캐스팅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클 포크너가 펠리 역할을 맡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배우님과 마이클 포크너의 만남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테니까.”
“그렇죠.”
“다만 좀 걱정이 되네요. 마이클 포크너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펠리 역할에 관심이 있을까요?”
확실히 나도 이 부분이 조금 염려됐다.
왜냐면 펠리는 <아레나>의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레나>의 주인공은 내가 맡게 될 은우였고 펠리는 은우의 절친한 동료 역할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펠리의 비중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펠리는 은우에 못지않은 비중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애초에 <아레나>라는 작품 자체가 긴 호흡으로 등장인물을 한 사람씩 조명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은우의 절친한 동료인 펠리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비중이 높다고 해도 은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거의 모든 영화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마이클 포크너가 펠리 역할을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다.
정중히 캐스팅 제안을 거절하거나 특별 출연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컸다.
서브 주인공과 특별 출연은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또 한 가지 문제점은 펠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상당히 익히기가 힘든 편이었다.
꾸준히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힌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외국인들은 한국 특유의 높임법, 관용구, 줄임말, 톤 등을 익히기 어려워했다.
그나마 다행히 이게 대본을 외우는 형태고 펠리의 한국어 실력이 원어민 수준이 아니라는 설정이라는 점이 난이도를 약간 낮췄지만.
그래도 한국어 공부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러한 노력의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펠리 역할을 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비중 문제보다 벽이 높아 보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번 제안해 보는 느낌이죠. 혹시라도 마이클 포크너가 펠리 역할을 맡아 준다면 고마운 일이니까. 만약 안 된다면 다른 방향으로 캐스팅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디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야겠네요.”
그렇게 우리는 6, 7부 기획 회의 날짜를 잡고 헤어졌다.
6, 7부의 집필은 캐스팅 과정에서 찬찬히 진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회의 일정을 여유롭게 편성했다.
그리고 나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장 김보미에게 전화를 걸어서 마이클 포크너의 소속사에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소속사를 통해 공식 제안을 할 예정이었다.
* * *
그리고 며칠 뒤.
나는 마이클 포크너를 만나기 위해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요르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마이클 포크너가 나를 자신의 별장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이 초대에는 이쪽으로 와야 캐스팅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먼저 정성을 보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이클 포크너의 초대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이렇게 초대한다는 것 자체가 <아레나>의 출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아예 관심이 없었다면 소속사끼리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중히 사과의 말을 건네왔을 것이 분명했다.
또한 마요르카가 휴양지로서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이라는 것도 내가 이번 초대를 기꺼워하는 이유였다.
<아레나>를 기획하고 5부까지 대본을 쓰면서 조금 피로했으니 이 기회에 스트레스를 풀 생각이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 마이클 포크너가 미리 준비해 놓은 전용기를 타고 마요르카에 도착하니 누군가 손을 흔들었다.
선글라스 낀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마이클 포크너였다.
“시준 씨! 여기예요!”
마이클 포크너가 이런 식으로 마중을 나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살짝 놀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직접 나오셨네요?”
“제가 시준 씨를 초대했는데 당연하죠. 초대에 응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요르카에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거든요.”
“마요르카가 처음이었군요. 실망하지 않도록 제가 더 잘해야겠네요. 그럼 이쪽으로.”
그렇게 마이클 포크너를 따라가니 람보르기니 우르스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여경찬과 함께 트렁크에 짐을 실었고 마이클 포크너가 직접 운전하는 람보르기니 우르스를 타고 별장으로 이동했다.
힐끔, 백미러로 뒷좌석을 확인한 마이클 포크너가 입을 열었다.
“손님이 별로 없네요? 이 차 한 대에 모두 못 태울까 봐 걱정했는데.”
“마이클 포크너가 초대한 것은 저뿐이었으니까요. 아마 제가 싸움을 잘했다면 매니저 또한 데려오지 않았을 겁니다.”
“아아. 함께 온 남성분이 매니저였군요. 이름이?”
마이클 포크너의 질문에 여경찬이 대답했다.
여경찬은 나를 따라다니며 꽤 영어에 능숙해진 상태였다.
“여경찬이라고 합니다.”
“여경찬. 반갑습니다. 마요르카에 온 걸 환영해요. 그럼 옆의 여성분은?”
마이클 포크너가 이번에는 송진아 쪽을 가리키며 물었고 내가 그 질문에 대답했다.
“제 스타일리스트입니다.”
“오우. 시준 씨는 휴양지에서도 패션에 신경 쓰는 모양이군요. 역시 세계적인 패셔니스타는 다른 건가.”
“사실 스타일리스트님은 매니저님의 부인이기도 해요. 그래서 따라온 거죠. 얼마 전에 식을 올렸거든요.”
“아하! 이해했습니다. 확실히 신혼이라면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죠.”
마이클 포크너는 송진아에게도 이름을 물어봤고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손님 구성에 꽤 만족한 기색이었다.
대충 어떤 감정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순수한 호의로 이 자리에 나왔는지 궁금했던 거구나.’
아무래도 사람이라는 게 그랬다.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고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왔다는 걸 알면서도 ‘초대’라는 명목을 갖췄으면 거기에 충실했으면 하는 생각.
이런 생각이 있기 마련이었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들은 이런 부분에 민감한 편이었다.
편한 분위기에서 휴가를 즐기고 사적 모임을 갖는 것이 불가능한 삶을 살기 때문에 더 이런 부분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
할리우드에서 여러 파티에 초대를 받으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김보미가 따라오겠다는 걸 잘 말려서 다행이네.’
마이클 포크너의 캐스팅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김보미 또한 마요르카행에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아예 제대로 법무팀을 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만류했다.
마이클 포크너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 여행이 완전한 업무로 변질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캐스팅 계약은 굳이 마요르카에서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며칠 이곳에 머무르며 이야기가 잘된다면 소속사끼리 할 수도 있는 게 캐스팅 계약이었다.
그렇게 나는 최소한의 인원과 함께해 마요르카에 온 상태였다.
그사이 람보르기니 우르스는 마이클 포크너의 별장에 도착했고 이후 나는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마이클 포크너는 실망하지 않도록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다는 듯 정말 최선을 다해 내가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오전에는 서핑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고 가볍게 바다낚시를 하러 가기도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요트를 타거나 수영을 했고 일찍부터 저녁을 준비해 화려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직접 고기를 굽고 술을 나르며 캠프파이어를 준비하는 마이클 포크너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 뒤 늦은 저녁이 되면 느긋하게 창가에 앉아 마이클 포크너와 작품 얘기를 했다.
<아레나>의 얘기는 의식적으로 서로 꺼내지 않았다.
굳이 <아레나>가 아니더라도 작품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간 마요르카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쯤이면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이클 포크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준 씨!”
별장 2층에 마련돼 있던 내 방에서 나와 난간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마이클 포크너가 1층에 서 있었다.
“응? 왜요? 오늘은 쉬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그러자 마이클 포크너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쉬어야죠. <아레나>의 이야기를 길게 나눈 뒤에.”
나는 그 대답을 들으며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생각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9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