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3)
얼굴 천재 배우님-193화(193/200)
얼굴 천재 배우님 193화
사실 나는 처음부터 ‘공중파 방송국+글로벌 OTT 플랫폼’의 조합으로 <아레나>를 동시 서비스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세계 콘텐츠의 중심을 이쪽으로 가져와 보겠다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 목적에 부합하는 형태로 SBC와 넷플렉스의 기획안이 도착했고 크게 어렵지 않게 편성을 결정할 수 있었다.
케이블 방송국 측에서도 공중파 방송국 못지않은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런 경우에는 초심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아지면 최초의 목적을 잃고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SBC와 넷플렉스의 담당자를 만나 일부 조건을 수정하고 편성을 확정했다.
그리고 그동안 나와 정수민 작가는 8, 9부의 대본 작업을 완료했다.
<아레나>는 12부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이 정도면 촬영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게 오늘 <아레나>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였다.
“안녕하세요. 이시준입니다. 벌써 촬영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네요. 오래 시간을 끌지 않고 서둘러 대본 리딩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마이크를 손에 쥐고 감독, 작가, 배우를 차례로 소개한 뒤 공개 대본 리딩을 시작했다.
국내 배우, 해외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비율로 섞여 있는 공개 대본 리딩이었지만 다행히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공개 대본 리딩의 경험이 많은 국내 배우들이 해외 배우들을 잘 이끈 덕분이었다.
그렇게 리딩장에는 한국어와 영어가 기묘하게 섞였다.
따로 그것을 누군가가 통역해 주거나 하는 과정은 없었다.
몸속에 박혀 있는 칩의 도움으로 대화가 자유롭다는 게 <아레나>의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칩이 있는데도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이유.
그것은 칩이 개발되기 전에 아레나로 넘어온 이들이 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익힌 한국어가 대화 과정에서 종종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해외 배우들은 그런 느낌을 잘 살려서 대본 리딩을 이어 나갔다.
대체로 발음도 나쁘지 않았다.
막 원어민 수준은 아니었지만 반년 정도 어학당을 다니며 생활 한국어를 익힌 외국인 느낌은 충분히 났다.
이 정도면 외국인이 한국어를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크게 거슬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애초에 외국인이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색한 느낌이겠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레나>와 같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거부감을 찬찬히 줄여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대본 리딩을 마친 우리는 뒤풀이를 위해 곧장 장소를 옮겼다.
뒤풀이 장소는 <탈출>의 촬영 당시 김필성 감독, 지정현과 자주 가던 민속 주점이었다.
아무래도 민속 주점이 해외 배우의 한국 체험을 돕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장소를 일부러 이쪽으로 정했다.
물론 이것은 핑계였고 오늘 저녁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문득, 오랜만에 해물파전과 동동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한 뒤풀이 장소였다.
때마침 먹구름이 끼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 비 오네?”
“와. 타이밍 기가 막히다. 오늘 술 쭉쭉 들어가겠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 배우들이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절묘한 뒤풀이 장소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설마 시준이 너 일부러 의도한 거야?”
이주연이 이렇게 물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은 웬일로 일기 예보가 맞네요. 여기 육전도 맛있으니 꼭 시켜서 드셔 보세요.”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 국내 배우들이 하나둘 내 쪽으로 다가와 칭찬의 말을 건넸다.
역시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해물파전은 한국인의 진리였다.
그렇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마이클 포크너가 슬쩍, 내 쪽으로 다가와 물었다.
“다들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예요?”
마이클 포크너의 물음에 다른 해외 배우들이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끼며 대답했다.
“한국에서는 비가 오는 날에 전을 부쳐서 막걸리나 동동주 같은 탁주를 같이 먹는 문화가 있거든요. 기름에 전을 부치는 소리가 비가 내리는 소리랑 비슷하다고.”
“오! 재밌는데요?”
“맛도 기가 막히니까 아마 마이클 포크너도 마음에 들 거예요.”
잠시 후.
마침내 <아레나>의 공식적인 첫 뒤풀이가 시작됐고 금방 술자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동동주와 막걸리가 몇 순배 돌면서 서로 어색했던 사람들이 금방 친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클 포크너, 루가노 보나벤투라, 케빈 베이커가 금방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게 인상적이었다.
‘마이클 포크너가 의외네….’
케빈 베이커의 경우에는 워낙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금방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루가노 보나벤투라 또한 원래 이런 식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를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마이클 포크너까지 이렇게 잘 적응할 줄 몰랐다.
마이클 포크너 옆자리에 앉아 있던 구경모가 신이 난 채 목소리를 높였다.
“와! 마이클 포크너! 동동주 진짜 잘 마시네요!”
“당연하죠! 이래 봬도 제가 내한을 일곱 번이나 했던 몸이라고요!”
확실히 마이클 포크너는 내한 경험이 많은 배우였다.
내한 중 매너 있는 모습과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내 팬들의 극찬을 받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마이클 포크너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술자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 줬다.
해물파전, 육전, 김치전, 두부김치, 골뱅이무침 등 민속 주점의 모든 음식을 폭풍 흡입하며 막걸리와 동동주도 쉬지 않고 마셨다.
나중에는 증류식 소주와 생맥주까지 섞어서 마시며 지옥행 열차에 올라탔다.
‘다행이다…. 내일이 첫 촬영이 아니라서….’
나는 다른 배우들이 술자리를 즐기는 모습을 확인하며 마이클 포크너의 명복을 빌었다.
* * *
역시나 마이클 포크너는 다음 날 깨어나지 못했다.
술을 섞어 먹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는 자의 최후였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고 나서 마이클 포크너에게 연락이 왔다.
-…왜 나를 안 말렸어요? 시준 씨?
“아직도 많이 힘들어요?”
-죽겠습니다. 정말 죽겠어요.
“약국에 가면 술 깨는 약이라고 줄 거예요. 그거라도 사 먹어요.”
약을 사 먹었는지 그날 저녁 조금 괜찮아졌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과 함께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공개 대본 리딩 영상이 세간에 공개됐다.
지금껏 베일에 감춰져 있던 <아레나>의 제작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공개 대본 리딩 영상의 공개와 함께 기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공개 대본 리딩으로 스타트를 끊은 ‘아레나’는 어떤 작품?] [마이클 포크너의 합류! ‘아레나’가 기대되는 이유!] [이시준 드라마 또 한 번 넷플렉스 갈까? 시청자의 관심 집중] [‘아레나’ 다음 주 촬영 시작! 과연 ‘퇴마환야담’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영상 하나 공개했을 뿐인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아레나’ 제작 소식] [정윤석 대표, “다음 주 촬영 시작…. 자세한 소식은 추후에 다루겠다”] [‘아레나’의 합류가 확정된 유성효 감독과 정수민 작가…. 이시준은 그냥 배우?] [감독, 작가, 배우 이번에도 다 한다! 이시준의 ‘아레나’ 대본 리딩 영상 공개!] [대본 리딩하는 배우의 면면으로 이미 기대감 증폭! 어서 와, ‘아레나’!] [또 한 번 새 역사 쓸까? 기대와 우려 속에서 ‘아레나’ 스타트] [줄거리도 공개되지 않은 ‘아레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 [캐스팅으로 성공이 보인다! ‘아레나’의 화려한 라인업 외신에서도 관심] [한국어 연기를 하는 루가노 보나벤투라? 제작 의도를 알 수 없는 ‘아레나’의 행보]대본 리딩 영상은 풀버전으로 완전히 다 올라간 게 아니었다.
풀버전이 올라가면 대본 리딩 때 읽었던 2부의 내용이 전부 공개되니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수준에서 영상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올라간 영상의 길이는 총 5분밖에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대본 리딩 영상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 <아레나>에 대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떤 배우가 <아레나>에 캐스팅이 됐는지, <아레나>가 어떤 드라마가 될지, <아레나>가 제작 발표를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다양한 부분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홍보가 되겠어. <아레나>의 첫 시작으로 나쁘지 않군.’
내가 기사를 살펴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형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단답맨][13:21] (사진)형이 보낸 것은 어느 커뮤니티 댓글을 캡처한 사진이었고 댓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뭐야? 이번에도 이시준은 이시환 캐스팅 안 한 거임? 너무한 거 아니냐
-요즘 두 사람 사이가 안 좋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 듯;;
-형으로서는 약간 짜증이 날 만하지 동생은 딜런 조로 아카데미 6관왕을 차지했는데
-이시환이 막 질투하거나 그런 이미지는 아니지 않나….
-아카데미 6관왕 작품에 특별 출연조차 해 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긴 했음
-오히려 형제라고 캐스팅해 주는 게 더 너무한 거 아님?
-ㅇㅇ나라도 괜한 말 나올까 봐 이시환 캐스팅 안 했을 듯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이라면 걍 캐스팅하는 게 낫지 않나
-아레나에서는 형제의 환상적인 투샷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ㅠㅠ
-나도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투샷을 못 본 게 너무 아쉽다ㅠㅠ
나는 그것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아버지 또한 형의 보낸 사진을 확인했는지 메시지를 보냈다.
[산사나이][13:21] 큰아들…. 많이 섭섭했구나…. 이런 글까지 찾아보고…. [단답맨][13:21] 아버지가 생각하기에도 이번에는 좀 너무 심했죠? [산사나이][13:22] 작은아들한테도 사정이 있겠지 너무 섭섭해하지 마아버지는 진짜 형이 섭섭해하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형은 <아레나>의 캐스팅과 관련해서 섭섭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Sijun][13:24] 아버지 그만 속여 진짜 형이 캐스팅 안 된 줄 아시잖아그랬다.
비록 대본 리딩에도, 뒤풀이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미 형은 <아레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에 캐스팅이 된 상태였다.
<아레나>의 마지막 장면에만 딱 한 번 가면을 벗는 최종 빌런, 휴이.
그게 이번에 형이 <아레나>에서 맡게 된 역할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9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