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4)
얼굴 천재 배우님-194화(194/200)
얼굴 천재 배우님 194화
<딜런 조>의 캐스팅 당시.
나는 마음만 먹는다면 박준이 맡았던 테라실리아의 간부, 레이크 역할에 형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레이크의 비중이 타임 코믹스 세계관 전체를 따졌을 때 비교적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레이크는 <딜런 조> 1편에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빌런에 불과했다.
2편, 3편에 나오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히어로즈>의 페이즈에서도 자리를 얻을 수 없는 역할이었다.
나는 형이 이러한 역할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맡아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딜런 조> 1편의 캐스팅을 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했다.
다행히 <딜런 조> 2편에는 형이 맡을 만한 괜찮은 배역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형이 단편성으로 소비되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아레나>의 휴이 역할 또한 이러한 단편적인 캐릭터로 비칠 만했다.
하지만 <딜런 조>의 레이크와 <아레나>의 휴이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먼저 <아레나>는 후속편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시 말해서 <아레나>의 경우에는 후속편 계획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형의 출연을 단편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었다.
휴이는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 은우를 괴롭히는 최고의 빌런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레나>가 생각한 것 이상의 호응을 불러일으켜 시즌 2 제작이 확정된다고 해도 휴이는 계속 활약할 예정이었다.
죽을 듯 죽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빌런의 컨셉으로.
그랬기 때문에 나는 얼굴이 딱 한 번 공개되는 휴이 역할에 형을 캐스팅한 것이었다.
그리고 휴이는 얼굴이 딱 한 번 공개되기 때문에 <아레나>의 어떤 캐릭터보다도 임팩트가 강했다.
내가 생각하는 <아레나> 최고의 히든카드가 바로 휴이였다.
휴이의 가면 뒤에서 마침내 형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시청자로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도록 형의 정체를 최대한 감췄다.
<아레나>에 캐스팅이 됐음에도 형이 공개 대본 리딩과 첫 뒤풀이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심지어 <아레나>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조차도 휴이의 역할을 누가 맡는지 알지 못했다.
방금까지 아버지가 몰랐던 것을 다른 배우들에게 가르쳐 줄 리 없었다.
마이클 포크너는 휴이의 정체가 많이 궁금했는지 매일같이 질문을 던졌다.
“시준 씨 나한테만 말해 줘요. 휴이 역할 누가 맡기로 했어요?”
나중에는 섭섭하다는 이야기까지 했지만 끝끝내 누가 휴이 역할을 맡았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형이 캐스팅됐다는 걸 아는 것은 윤성효 감독, 정수민 작가, 그리고 아버지뿐이었다.
비밀 엄수가 중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래 적군을 속이려면 아군을 속여야 하는 법이었다.
그런 점에서 형이 캡처해서 보내 준 사진은 의미가 있었다.
시청자들 또한 <아레나>에 형이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단답맨][13:25] 남을 속인다는 게 짜릿하면서도 뭔가 답답하네그렇게 내가 형의 입단속을 확실하게 하고 있는 사이.
시간이 또 한 번 흘렀고 드디어 <아레나>의 촬영이 시작됐다.
* * *
1부 촬영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나 혼자 촬영장에 나가서 쭉, 순서에 맞춰서 연기를 해내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아레나>의 본격적인 촬영은 다른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2부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촬영에 시작된 <아레나> 2부.
<아레나> 2부는 은우가 캡슐에서 깨어나 아레나의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레나의 세상은 정체불명의 거대 도시 형상을 하고 있었다.
간판, 설명, 상품명 등은 한국어를 사용했지만 그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다양했다.
인간, 오크, 엘프, 드워프, 외계인, 늑대인간, 뱀파이어 등 종족이 셀 수 없이 많았고 아레나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별다른 재주가 없어서 계속 게임에 접속해 코인 벌이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특별한 방법’으로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코인이 벌었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한 방법’에는 각자의 재주를 살리는 방식이 있었고 범죄와 연관된 방식이 있었다.
은우의 경우에는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인신매매범에 의해 목숨이 위험해졌지만.
3년째 아레나에서 살고 있는 펠리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은우가 펠리와 금방 친해진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펠리는 신규 플레이어의 목숨을 구해 주고 아레나를 소개해 주며 돈을 버는 ‘아레나 가이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 설명을 여기까지. 너는 이제 나한테 9코인을 주면 돼.”
“9코인이요?”
“목숨을 구해 주고 안전하게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배운 것치고는 꽤 값이 싸지?”
“…만약 내가 9코인을 낼 수 없다면요?”
“10코인을 주고 지금 이 자리에서 죽으면 돼.”
펠리가 차가운 표정으로 미간에 총을 겨눴기 때문에 은우는 순순히 9코인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은우가 9코인을 내놓자 펠리는 다시 한번 씩, 웃으며 친한 척을 했다.
“앞으로 너는 이런 식으로 나한테 100코인을 주면 돼. 걱정하지 마. 내가 앞으로 네가 게임에 접속하고도 11번 살아날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겨우 1시간 남짓.
펠리에게 아레나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은우는 곧 하루 뒤 다시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속성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펠리의 말에 따르면 튜토리얼을 끝마친 초보 플레이어는 11번의 규칙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게임을 소화하는데.
이때 공략법을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생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얘기였다.
다시 게임에 접속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은우로서는 코인이 없으면 목숨을 잃기 때문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게 24시간 동안 은우는 총 6개의 게임 공략법을 배웠다.
“게임이 총 11개라고 하지 않았어요? 11개의 게임 중 하나라 랜덤으로 시작된다고.”
“맞아.”
“근데 왜 8개만 알려 줘요?”
“어차피 더 알려 줘도 다 외우지 못해. 하지만 걱정하지 마. 거의 90% 이상 이 8개의 게임이 시작됐으니까.”
“10%를 피하는 것도 게임을 공략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군요.”
“그런 셈이지.”
“무책임하네요.”
“알잖아. 너도 이제. 내가 그냥 호의로 널 도와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내가 재수 없게 10% 해당하는 나머지 3개의 게임에 참여하게 되면 당신은 돈을 못 받을 텐데요.”
“어쭈? 이제 날 협박하는 건가? 적응 속도 꽤 나쁘지 않은데? 하지만 의미 없어. 나는 진짜 나머지 3개의 게임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을 거거든.”
그렇게 새로운 날이 밝기 직전.
은우는 캡슐에 들어가 새로운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공략법을 배우지 않은 3개의 게임 중 한 가지에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2부가 끝이 났다.
* * *
“설마 재수 없게 3개 중 하나에 걸리겠어?”
<아레나> 3부는 펠리의 이러한 대사로 시작했다.
그리고 은우가 공략법을 배우지 않은 3개의 게임 중 하나.
그것은 서바이벌이었다.
5개의 종목 중 성적이 가장 좋은 세 명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공략법을 알지 못하는 은우가 가장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고 역시나 은우는 고전했다.
게임에 참여하는 100명 중 계속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구했다.
첫 번째 종목에서 60등으로, 두 번째 종목에서 45등으로, 세 번째 종목에서 20등으로 계속해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자신과 딱 한 등수 차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을 보는 것.
그것은 은우에게 죽는 것만큼이나 괴로운 일이었고 네 번째 종목에서는 멘탈이 완전히 나갔지만 은우는 또 한 번 살아남았다.
또 한 번 5등.
딱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마지막 커트 라인에 걸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은우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은우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 게임의 공략법을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은우의 예상대로였다.
최후의 5인은 딱 한 명만 제외하고 전부 이번에 처음 플레이어가 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튜토리얼 덕분이었다.
네 사람은 모두 아무도 없는 병원에서 깨어나 공허한 세상을 떠돌다가 세상에 규칙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것을 파훼해 아레나에게 오게 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전부 같은 튜토리얼을 깨고 온 것 아닌가요?”
최후의 5인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고 다른 누군가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까 어떤 사람한테 튜토리얼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그 사람은 다른 게임을 했대요. 아주 간단한 것으로.”
그렇게 최후의 5인 중 네 사람이 왠지 모를 유대감을 느끼고 있을 때.
다섯 번째 게임 종목이 공개됐다.
놀랍게도 그것은 갑자기 최후의 5인 앞에 놓인 다섯 자루의 총을 주워서 3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종목.
총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훈훈한 분위기를 주도했던 두 사람이 총을 줍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은우는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두 사람은… 공략법을 알고 있었어.’
다섯 번째 종목을 앞두고 다른 사람을 방심하게 해 총을 먼저 주워들고 죽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게임의 최종 공략법이었던 것이다.
은우는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몸이 얼어붙어서 총을 줍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총성.
하지만 총을 맞은 것은 끝끝내 총을 줍지 못한 은우와 다른 한 사람의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총을 줍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던 플레이어 두 사람이 총을 맞은 상태였다.
각각 어깨와 허벅지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두 명의 플레이어를 바라보다가 은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그랬다.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남자의 정체가 바로 <아레나>의 악역, 휴이였다.
휴이는 말없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다섯 자루의 총을 모두 주워 챙겼고 바닥에 신음을 흘리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또 한 번 총을 발사했다.
탕, 탕!
그렇게 휴이의 확인 사살과 함께 게임이 종료됐고 은우의 경악한 표정을 클로즈업하며 3부가 끝이 났다.
얼굴 천재 배우님 19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