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7)
얼굴 천재 배우님-197화(197/200)
얼굴 천재 배우님 197화
회귀 후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연습을 끝내지 못하고 카메라 앞에 선 적이 없었다.
오히려 완성도가 100%라고 생각할 때도 습관처럼 메소드 마스크를 꺼내서 연습에 돌입했다.
그렇게 수천 번을 연습해도 완성도 100%가 되지 않던 연기력이 수백 번만 연습해도 괜찮은 수준까지 늘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100번 이하로 연습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연기 연습을 100번 이하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연습의 과정에서도 매번 메소드 마스크의 도움을 받았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나를 많이 불안하게 했다.
‘7, 8부 연습의 완성도는 딱 절반인 50%에 불과하니까.’
대본 분석을 끝내고 굵직한 동작과 대사의 톤을 습득한 정도.
지금 나는 딱 이 정도의 연습밖에 하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직접 쓴 것을 분석해야 한다는 게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연기 연습을 위한 대본 분석은 필수였다.
정수민 작가와 번갈아 가면서 대본을 쓴 것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회의를 오래 하고 기획안을 촘촘히 짜도 대본을 쓰는 행위에는 무의식이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까닭에 ‘내가 왜 이렇게 썼지?’ 고민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글로 정리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과정이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애초에 연기 연습이 불가능했다.
대본 분석만 잘 해내도 연습의 4분의 1이 끝난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어쨌든 나는 겨우 절반의 연습을 끝냈을 뿐, 섬세한 표정 연기와 감정을 뼛속까지 새기는 작업은 전혀 진행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내가 카메라 앞에서 보여 줄 연기의 수준이라는 것은 뻔했다.
‘간신히 욕을 먹지 않을 만한 연기…. 딱 이 정도겠지.’
그리고 이 정도의 연기력은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배우로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내 연기가 시청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게 괴로웠다.
‘연습. 연습이 필요해. 이대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창고로 쓰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메소드 마스크 때문에 한동안 쓸 일이 없던 연습용 카메라가 처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연습용 카메라는 문제없이 작동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촬영용 카메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화질도 나쁘지 않았다.
‘더 좋은 카메라는 매니저님한테 부탁해서 구입해 와야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한 탓인지 등이 왠지 좀 축축한 느낌이었다.
연습이 생각한 것처럼 잘될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순서대로 7, 8부 대본 연기 연습을 시작했다.
* * *
<아레나> 7부.
은우는 휴이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카운트다운이 모두 끝나고 게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게임 시작 후 사나운 짐승을 상대로 전원 생존해야 한다는 규칙.
이 규칙이 또 한 번 은우의 발목을 잡은 셈이었다.
은우가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휴이가 한번 쏴 보라는 듯 입가에 비웃음을 띤 채 양손을 벌렸다.
하지만 은우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간신히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이대로 휴이를 죽인다면 복수는 가능했지만 자신 또한 규칙에 따라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대로 방아쇠를 당긴다고 해서 휴이를 죽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휴이는 아레나 세계의 알아주는 강자였으니까.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아레나의 세계에는 다양한 종족이 살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총을 맞고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종족 또한 존재했다.
아레나의 세계에서 강자로 군림한다는 것은 이런 종족을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휴이에게도 은우의 총알을 피하거나 막아낼 만한 비장의 한 수가 존재할 가능성이 컸다.
결국 휴이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인지 은우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끝끝내 총을 쏘지 못했다.
그렇게 은우가 천천히 손을 내리기 시작했고 휴이의 입가에 한층 더 짙은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그때 은우가 다시 한번 총을 바로 쥐었고 방아쇠를 당겼다.
잠시 방심하고 있던 휴이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탕!
그러나 총을 맞은 것은 휴이가 아니었다.
휴이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일곱 번째 게임의 진짜 상대, 블랙 타이거였다.
블랙 타이거는 미간 정중앙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탕, 탕!
은우는 두 발의 총알을 더 발사했고 블랙 타이거 두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튜토리얼 게임에서 홀로 몇 년간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총을 발견한 덕분에 익히게 된 정교한 사격술이었다.
“다음에는 널 이렇게 만들어 주지.”
블랙 타이거가 쓰러지는 것을 쳐다보지도 않고 은우가 이렇게 읊조렸다.
하지만 휴이는 다시 미소를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은우가 그랬던 것처럼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휴이와 마찬가지로 은우 또한 표정이 굳었지만 역시나 쓰러진 것은 블랙 타이거였다.
은우의 등 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블랙 타이거.
탕, 탕!
휴이는 은우와 마찬가지로 두 발의 총을 더 쐈다.
그렇게 총 여섯 마리의 블랙 타이거가 목숨을 잃었고 게임이 종료됐다.
은우는 또 한 번 머더러 휴이를 만나고도 살아남았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아레나에도 은우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골자는 은우가 휴이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의 목숨을 바치고 자신의 목숨을 구걸했다는 것이었다.
자신감이 무너진 은우는 불명예 속에서 아홉 번째, 열 번째, 열한 번째 게임에서 살아남으며 펠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여기까지가 7부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8부.
8부는 펠리에게서 독립한 은우의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뤘다.
미리 약속한 코인을 모두 받아 낸 펠리는 은우의 조력자가 됐다.
은우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휴이의 정보를 모아오기 시작한 것.
그렇게 은우는 펠리가 물어다 주는 정보를 토대로 강해지기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충분한 훈련으로 강해지기 전까지 게임 접속은 자제하기로 했다.
열두 번째 게임부터는 새로운 규칙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아레나 입성 후 열한 개의 게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살아남은 자에게만 허락되는 열두 번째 게임.
여기서부터는 다른 종족과의 게임이 가능해졌다.
물론 여전히 낮지 않은 확률로 같은 종족끼리 게임을 플레이할 가능성이 컸다.
50%의 확률로 같은 종족끼리 게임이 매칭되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종족을 만날 수 있게 된 만큼 게임의 난이도는 대폭 증가한 셈이었다.
“다른 종족과의 게임 진행. 아레나의 사람들이 캡슐 진입을 꺼리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지.”
“다른 종족이 그렇게 강한가?”
“강하지. 단순히 총알을 맞고도 죽지 않는 정도가 아니야. 어떤 놈들은 입에서 불을 뿜기도 하니까. 그런 놈들을 만나면 뱀파이어의 이빨이나 늑대 인간의 손톱 같은 것은 우스울 정도야.”
“인간에게 너무 불리한 조건이군.”
“불리하지. 그래서 보통 인간들은 아레나의 과학력을 이용해 몸을 개조해. 사이보그. 보통 다른 종족이 인간을 지칭하는 다른 이름이야.”
펠리는 이렇게 말하며 강철 합금으로 이뤄진 자신의 왼팔을 들어 보였다.
은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너처럼 사이보그가 되는 걸 껄끄러워하는 놈들도 있지.”
“그런 놈 중에 살아남은 자가 있나?”
“다 죽진 않았어. 아레나에는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코인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나는 게임에 접속할 거다.”
“몸을 개조하지도 않고 게임에 접속해 살아남겠다? 휴이한테 복수까지 하고? 용기가 가상하군. 다행히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따라와.”
펠리가 은우를 데려간 곳은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면 손에 맞는 ‘게임용 무기’를 만들어 주는 가게였다.
‘게임용 무기’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캡슐 안에는 아무 물건이나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가지고 들어가더라도 게임에서는 그것이 발현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게임용 무기를 따로 만들어야 했는데.
이것은 게임 속에서 습득한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게임 속에서 재료를 습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손에 쥐고 있으면 캡슐에서 깨어날 때는 아레나에서 마찬가지로 같은 물건을 소지하고 있었다.
은우 또한 열한 번의 게임을 소화하며 여러 가지 물건을 습득한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값진 것은 팀 멸망전과 블랙 타이거 사냥 과정에서 얻은 두 자루의 권총이었다.
특히 일곱 번째 게임에서 얻은 권총의 경우에는 총알을 세 발밖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약이 넉넉한 편이었다.
은우가 장인에게 개조를 요청한 것도 바로 그 권총이었다.
장인은 힐끔, 권총 쪽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짐승 사냥에 특화된 흔한 놈이군. 차라리 그걸 팔고 다른 걸 가져가. 그게 더 쓸모가 있을 거야.”
은우는 자연스럽게 가게의 물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인의 말대로 가게에는 다양한 물건이 기성품처럼 전시돼 있었다.
적어도 은우가 손에 쥐고 있는 권총보다는 쓸모가 있어 보이는 물건이었다.
“많이 비싼가?”
은우의 질문에 장인이 답했다.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 잘 골라 봐.”
은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권총을 장인에게 건네며 물건 하나를 가리켰다.
“저걸로 하지.”
8부의 엔딩은 은우가 새로 구입한 물건을 들고 게임에 접속하는 것이었다.
새롭게 접속한 게임에는 다양한 종족이 한데 모여 규칙이 공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공개된 규칙은 개인 멸망전이었다.
* * *
오랜만에 메소드 마스크가 아닌 카메라 녹화 방식으로 연기 연습을 하려니 많이 어색했다.
처음에는 이걸로 괜찮을까 조금 버벅거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 연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절반가량 미리 연습해 놓은 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긴장을 풀지 않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카메라 녹화 방식으로 연습을 해서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연습의 완성도가 100%라고 생각한 경우에도 카메라 녹화 방식이면 실전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7, 8부 촬영.
다행히 7부 촬영은 무사히 넘어갔다.
7부 28씬을 찍을 때 유성효 감독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기 때문에 잠시 긴장했는데 별다른 얘기 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촬영 장면을 모니터링해 보니 확실히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8부 촬영 또한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자신감이 높을 때 실수가 나오는 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호흡을 맞추던 마이클 포크너가 돌연 자리에 멈춰 서더니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시준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얼굴 천재 배우님 19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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