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8)
얼굴 천재 배우님-198화(198/200)
얼굴 천재 배우님 198화
마이클 포크너의 질문을 받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마이클 포크너의 말을 듣고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이렇게 할 수 있어요? 나 완전 천재인 줄 알았잖아!”
7부 촬영을 무사히 넘기며 메소드 마스크 없이도 연기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자신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직 자신감이 걱정을 앞서는 수준은 아니었다.
문득 메소드 마스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걱정이 피어났다.
<아레나>의 성패가 내 어깨에 달려 있다는 책임감에서 오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마이클 포크너에게 “시준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이클 포크너는 나를 비난하기 위해 말을 꺼낸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극적으로 칭찬하기 위해 말을 꺼낸 것이었다.
마이클 포크너의 입에서 칭찬의 말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우와! 그거 알아요? 나 지금 너무 놀라서 대사를 쳐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문이 막힌 거? 진짜 시준 씨 대단하네요.”
그렇게 낯뜨거운 칭찬을 듣고 나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내가 서둘러 마이클 포크너의 말을 받았다.
“뭘 이 정도를 가지고 그래요. 늘 하던 대로 한 건데. 마이클 포크너도 이 정도는 그냥 하잖아요.”
일부러 능청스럽게 마이클 포크너의 칭찬을 받아넘겼다.
그리고 이쯤이면 마이클 포크너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야. 그렇죠. 나도 그럼 한번 제 실력을 발휘해 볼까.”라고 대답해야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마이클 포크너의 칭찬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늘은 진짜 평소랑 달랐다니까요? 뭐지? 이 위화감은? 맨날 하늘을 올려다보며 와! 예쁘다! 놀라다가 진짜 하늘을 본 것 같은 느낌? 완전 이런 느낌이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마이클 포크너가 영어로 빠르게 알아들을 수 없는 비유의 말을 쏟아 내며 마지막으로 유효성 감독을 바라봤다.
나는 당연히 유효성 감독이 마이클 포크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저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유효성 감독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듬더듬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유효성 감독은 영어를 잘 알아듣는 것에 비해 아직 말하는 데 능숙하지 못했다.
“어…. 저도 조금 전에는 평소랑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은우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는 유효성 감독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이전까지는 제 연기가 조금 부족했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완벽했죠.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항상 은우를 빈틈없이 연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금은 좀 달랐어요. 이전까지는 은우가 이시준 배우님을 통해 ‘재현’된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은우가 완전히 ‘현신’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유효성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래된 예술의 개념에는 재현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플라톤은 예술을 비롯한 인간의 행위의 전반을 ‘초월적인 실재’의 ‘모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모방의 행위가 바로 재현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 개념에 따르면 예술이라는 것은 우리의 가슴속에만 존재하는 초월적인 실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모방해 ‘표현’하는 것을 뜻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은 초월적인 실재를 완벽히 표현해낼 수 없었다.
99.9%가 비슷해도 0.1%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예술이라는 것은 모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다양한 연기가 존재할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할로 예를 들자면 내가 내 방식대로 분석하고 해석한 로미오가 존재할 수 있었고.
같은 논리에서 마이클 포크너가 분석하고 해석한 로미오 또한 존재할 수 있었다.
이후 시청자가 이를 보고 둘 중 누가 더 완벽한 로미오를 연기했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는 99.9%에 가깝게 은우를 연기할 수 있어도 절대 100%가 될 수 없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고 은우, 그 자체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마이클 포크너와 유효성 감독은 잠깐이나마 내가 100%의 은우를 연기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유효성 감독이 말을 고르고 골라서 ‘현신’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은우가 정말 내 몸에 현신을 했다면 정말 100%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으니까.
그만큼 내 연기가 완벽했다는 극찬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이클 포크너와 유효성 감독의 극찬을 받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거지?’
나도 모르게 이러한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메소드 마스크가 사라진 지금, 연기하기가 더욱 어려웠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히 연기가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이대로 계속 연기를 해도 괜찮을지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극찬을 받게 되다니 혼란스럽군.’
큰 잘못을 저지른 뒤 부모님에게 혼날 각오로 집에 돌아갔는데 뜻밖의 칭찬을 받은 기분.
딱 이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혼란을 느끼고 있을 때 유효성 감독이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7부 때부터 왠지 조금씩 배우님의 연기가 조금 더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효성 감독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마이클 포크너가 그 말을 받았다.
“어? 감독님도요? 나도 그랬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한 가지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 * *
그렇게 7, 8부 촬영이 끝났고 이제 새로운 연습에 돌입할 때였다.
내가 생각하는 9, 10부의 연기 연습 완성도는 30% 정도였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전보다 강도를 높여서 연습을 진행해야 했다.
다행히 여경찬이 발 빠르게 움직여 준 덕분에 조금 더 좋은 장비를 갖추고 새로운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 못지않은 좋은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본격적으로 연습을 진행했다.
<아레나> 9부는 시간을 되감아 은우와 펠리가 개인 멸망전에 관한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여기서는 아무리 모두를 살리고 싶은 너라도 어쩔 수 없어. 선택해야 해.”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내가 그렇게 무른 사람으로 보였나?”
“무른 사람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실망인데. 나는 그게 좋아서 너를 돕는 거거든.”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괜히 헛소리하지 마. 아직 포기하지 못한 거잖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거.”
“…너야말로 날 너무 무른 사람으로 보고 있는 거 같은데? 어쨌든 얘기해 봐.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이런 말 알고 있나?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 네가 있던 세상의 속담인가?”
“뭐 비슷한 거야.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결국에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거라는.”
“설마 그거…. 목숨을 잃을 각오로 싸워서 모두를 살리겠다는 뜻?”
“왜 이상해?”
“이상하지. 조금 전에 너 무른 사람이 아니라고 그랬잖아.”
“그래. 무른 사람 아니라고. 자기 목숨을 내놓는 사람한테 무르다니 말이 안 되잖아.”
그렇게 펠리와의 대화 회상이 끝이 났고.
다시 시간은 원래대로 개인 멸망전의 규칙이 공개되는 순간으로 돌아왔다.
게임에 참가한 다양한 플레이어의 얼굴에는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30명의 참가자 중 살아남는 것은 단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근방이 피바다로 변할 것이리라, 모두가 확신했다.
참고로 개인 멸망전은 게임 시작 전 무기를 휘두를 수 없었다.
게임 시작 전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는 추가 규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전에 일단 흩어지자.
이렇게 생각하며 하나둘 움직임을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더니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주목!”
그렇게 각자 다른 방향으로 몸을 던지려던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 있는 플레이어는 놀랍게도 은우였다.
은우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는 걸 깨닫고 말을 이었다.
“다들 내가 누군지 알 것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 모두를 살려내는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치다가 바닥으로 추락한 은우라는 사람이다!”
은우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모두의 입에서 실소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은우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다.
“히든 룰을 찾아낼 때까지 서로를 죽이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전략이 추잡하군. 역시 휴이에게 목숨을 구걸한 플레이어는 남달라.”
은우를 지켜보던 플레이어 중 늑대 인간 하나가 조롱의 말을 던졌다.
플레이어들은 그 말에 피식, 한 차례 더 웃음을 터트리더니 각자 다시 흩어지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은우의 뒷말이 플레이어들을 감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리 경고하는데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만약 한 사람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걸음을 떼는 즉시, 이걸 터뜨릴 테니까.”
그제야 플레이어들이 은우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을 제대로 확인했다.
은우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
그것은 은우가 무기상에서 구입한 ‘우라늄 수류탄’이었다.
근방 300m에 있는 플레이어를 그 자리에서 즉사시킬 수 있는 우라늄 수류탄.
“미친 새끼. 그걸 터뜨리면 너도 죽어. 게임 시작 전 무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 이전에 아직 우라늄 수류탄을 방어할 만한 방어구는 아레나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플레이어 중 뱀파이어 하나가 은우를 향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은우는 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나도 알아. 그리고 그런 뜻에서 얘기를 꺼낸 거야. 만약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 이런 의미. 그러니 얌전히 내가 시키는 대로 있어.”
은우가 협박의 말을 내뱉는 사이.
마침내 개인 멸망전의 게임 시작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은우의 명령에 따라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꽤 세찬 바람이 플레이어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지만 누구 하나 꼼짝하는 사람이 없었다.
새삼 우라늄 수류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물건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은우는 모두가 손 하나 꼼짝하지 않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흡족해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가 공개됐다.
모두가 속고 있었지만 은우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사실 우라늄 수류탄이 아니었다.
우라늄 수류탄의 겉모습을 하고 있는 일종의 장난감이었다.
“너 진짜 그걸로 플레이어들을 속일 거야?”
“왜 안 될 것 같아?”
“미친놈.”
다시 시간을 되감아 은우가 무기상이 장난으로 만들어 놓은 ‘가짜’ 우라늄 수류탄을 구매한 뒤 싱글벙글 웃는 장면을 보여 주는 것.
이와 함께 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장면을 보여 주는 것.
이게 바로 9부의 엔딩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9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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