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
얼굴 천재 배우님-2화(2/200)
얼굴 천재 배우님 002화
얼마나 잠이 든 것일까.
강한 햇빛을 느끼며 눈을 떴다.
아니나 다를까, 커튼 사이로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게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잔 거야….’
깊게 잠들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자서 다음 날 오후가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찾았다.
‘응?’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방의 구조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작은 방에 책상, 침대, 옷장이 놓여 있는 단순한 구조는 원래 살고 있던 오피스텔과 비슷했다.
하지만 내가 항상 테스트용으로 사용하던 카메라가 없었고 수백 권의 작품 분석 노트도 사라져 있었다.
‘이게 무슨….’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찬찬히 방 안의 풍경을 살폈다.
남색 암막 커튼, 뮤지컬 레미제라블 내한 공연 포스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낡은 노트북, 의자에 반듯하게 걸려 있는 데님 재킷….
확실했다.
이 방은 내가 예전의 사용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침대 맡을 뒤져서 스마트폰을 찾아냈다.
내 손에 잡힌 것은 오래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이었고 화면에는 까마득한 연도와 날짜가 찍혀 있었다.
‘7년 전?’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머릿속이 복잡해짐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설마 이게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회귀라는 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낡은 노트북 옆으로 흰색 반가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 반가면은 7년 전 이 방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었다.
왜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눈에 띄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홀린 듯 흰색 반가면 쪽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흰색 반가면을 향해서 손을 뻗으려는데.
방문 밖으로 나를 찾는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시준아! 일어나라! 점심 다 됐다.”
익숙한 한편, 너무나도 그리웠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단단한 끈이라도 된 듯 내 몸을 완벽하게 결박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도저히 움직이기가 힘든 느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나를 찾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3년 전 췌장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 줌의 재로 돌아가야만 했던 아버지.
“시준아! 안 일어날 거야?”
다시금 들려 오는 목소리에 왈칵, 눈물을 쏟아졌다.
나는 재빠르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격정적인 감정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비명은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고 눈물은 이미 터져서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감정에 휩쓸려 바닥에 주저앉기 직전.
놀랍게도 내 몸이 먼저 반응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아버지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몸을 지배하고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안 되지…. 안 돼….’
무엇이 안 된다는 걸까.
아버지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는 거?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거?
혼란함을 느끼며 힘겹게 걸음을 옮겨 방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장례식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워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한 것인지 특제 제육 볶음을 조그마한 부엌에서 옮겨 와 식탁에 내려놓고 있었다.
“드디어 나왔네. 아무리 제대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다지만 너무 늘어진 거 아니야?”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는 항상 밥상을 다 차리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나오라며 보챘다.
나는 그게 항상 불만이라서 투덜댔고.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따뜻하고 맛있을 때 밥을 먹이기 위한 아버지의 작은 배려라는 걸 알았다.
아버지는 정신이 없는지 내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어서 앉아. 이제 국만 퍼면….”
털썩!
결국 나는 아버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아버지가 놀라며 내 쪽을 바라봤다.
“아들! 이게 무슨 일이야?”
뒤늦게 아버지를 슬프게 하지 않으려면 울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이런 식이라면 회귀 사실이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아버지의 살아 움직이고 있는 표정을 마주하자 도저히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 으흑…. 으흐흑….”
나는 아이라도 된 것처럼 소리를 내며 울었고 아버지는 안절부절못했다.
“왜 그래? 시준아? 어? 왜 우는 거야? 밥상을 차리기도 전에 나오라고 해서 화난 거야?”
그리고 그 질문을 받고 나서야 나는 내가 왜 울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전부 꿈일까…. 아버지가 살아난 게 사실이 아닐까…. 걱정해서 우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나는 그리웠던 것이다.
요리에 집중할 때면 살짝 찌푸려지던 미간.
내가 필요할 때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곁을 내어주던 어깨.
거기에 언제나처럼 나를 걱정해 주던 목소리까지.
“아니에요….”
“응? 뭐가?”
“밥상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고요….”
“그럼 왜 우는 건데?”
나는 울먹거리는 와중에도 발음을 똑바로 하기 위해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살아…. 살아 있어 줘서….”
“…….”
“고마워요. 아버지.”
그러자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아버지가 한발 늦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뒤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녀석…. 별걸 다 고맙다고 하네.”
“…으흑.”
“아버지. 안 죽었다.”
* * *
“우와. 잘 먹었습니다.”
나는 두 번째 밥그릇을 뚝딱, 비워내며 소리쳤다.
“한 그릇 더 줄까? 오늘 유난히 잘 먹네. 전역 날보다 잘 먹는 거 같아.”
전역 날.
병장 만기 전역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아버지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 식탁을 화려하게 차렸다.
물론 그때도 식탁 위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요리를 먹은 게 거의 3년 만에 일이었으니까.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됐을 수도 있겠네. 아버지의 투병 생활까지 합치면.’
나는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며 아버지의 말에 대답했다.
“오늘따라 배가 많이 고프네요.”
“왜? 극단 생활이 쉽지 않아?”
“극단….”
그러고 보니 이맘때부터 나는 이미 극단에 소속돼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입단을 하자마자 덜컥,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처음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 그때의 기억은 꽤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극단 이름이 뭐였지? 소리샘이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극단 이름을 되새기고 있을 때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많이 힘드니?”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오며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럴 리가 있나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하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너무 힘들면 애쓰지 않아도 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망설임 없이 대답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분 전 눈물을 펑펑 흘렸으니 아버지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내가 나지막이 목소리를 내자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고 있던 아버지가 고개를 들었다.
“응?”
“갑자기 진로를 바꾼다고 해 놓고 눈물을 흘렸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겠지만 저는 정말 문제없어요.”
나는 최대한 진심이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아버지가 한발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혹시라도 고민이 있으면 꼭 말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그제야 아버지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렇게 나와 아버지는 잠시 서로를 마주 봤다.
아버지의 눈에서는 신뢰의 빛이 느껴졌고 나 또한 같은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아버지가 짝, 하고 손뼉을 치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아들. 스케줄 비는 날이 언제라고 했지?”
나는 기억을 되새기며 천천히 대답했다.
“일요일이랑 월요일이요.”
“그럼 조만간 날짜 잡아서 가족끼리 밥 한번 먹자. 시환이한테 연락 왔어.”
“형한테요? 시간 괜찮대요?”
“촬영이 거의 전부 오전에 몰려 있다고 하더라고. 저녁 시간은 대부분 괜찮은 거 같아.”
형이라니.
오랜만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형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잘 지내냐.
밥은 먹고 다니냐.
두세 달에 한 번 안부를 묻고 짧게 통화를 마무리하는 정도였다.
전화도 대부분 형 쪽에서 걸어오는 것이었다.
때론 나도 가족이 그리워 전화를 걸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꾹 참았다.
세계적인 모델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형을 위한 나름의 배려였다.
쉬지 않고 광고를 찍으면서도 매년 세계 4대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바쁘지 않은 모양이네.’
생각해 보니 지금은 형이 모델로 데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때쯤 형의 인기는 국내에서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1년만 더 지나면 형은 가족조차 얼굴을 보기 힘들 만큼 인기가 생길 예정이었지만.
“그렇군요. 알겠어요. 아무 때나 날짜를 잡아서 얘기해 주세요.”
“그래. 그러자.”
* * *
그렇게 나는 식사를 마치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뒤 방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지만 조금씩 현실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버지와 직접 얼굴을 맞대며 대화를 나누고 나니 지금의 상황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지금에 와서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니라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너무나도 생생하고 강렬한 꿈이니까.’
그런 식으로 한참 침대 가장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 이름을 검색했다.
역시나 어디에서도 내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형의 이름을 검색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직 유명세가 크지 않다는 걸 증명하듯 겨우 기사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진짜 다시 기회가 찾아온 건가?’
누구나 마음 한편에 꿈꾸고 있을 것이 분명한 회귀라는 이름의 기회.
하지만 나는 이 기회 앞에서 망설였다.
직접 회귀를 겪어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7년 전으로 회귀를 했으니 가장 먼저 아버지를 살려야 해. 어떻게든 졸라서 1년에 두 번 건강 검진을 받도록 하면 췌장암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아버지는 5년 전 췌장암 3기 진단을 받고 2년간 투병을 하다가 결국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애초에 췌장암 3기는 수술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형 또한 많이 괴로웠는지 원래도 과묵하던 사람이 아예 웃음을 잃었다.
그만큼 가족의 투병을 지켜본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이대로 있을 때가 아닌가?’
당장 아버지를 데리고 병원을 가 봐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됐지만 고개를 저었다.
지금 병원에 가 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이 있고 기회가 많아. 벌써 조급해 봤자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난 후 다음 고민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었다.
‘다시 연기를 하는 게 맞을까?’
과거 내 인생은 오로지 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연기를 논하지 않고 내 인생을 말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연기를 하겠다고 극단에 입단한 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연기를 관두고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어떤 길이 있을까?’
가장 먼저 전공을 살리는 일이 생각났다.
현재 나는 서울 소재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 중이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읽게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큰 감명을 받으며 충동적으로 선택한 학과였다.
하지만 충동적인 선택치고는 나름대로 학과에 잘 적응해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휴가를 나와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대학로 소극장 연극을 보지 않았다면 계속 이쪽으로 공부를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내 인생을 여러모로 바꿔 놓았네.’
새삼 유럽 전역의 청년을 자살로 몰아넣었던 베르테르 효과가 나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해야 할 때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독문학을 계속 공부해서 번역이나 통역 쪽의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꽤 관심이 있던 분야였으니까.’
그렇게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문학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때였다.
또 한 번 연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름과 동시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여기서 7년을 더 연습하면 내 연기가 좋아질 수도 있는 거잖아.’
이어서 이러한 생각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연기를 해야 했다.
연기가 아니라면 그 무엇도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게 비록 형편없는 연기일지라도.
나는 피식, 쓴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냥 다 웃겼다.
연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가슴이 미어진 것도,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마음이 편해진 것도.
나는 연기가 아니면 안 되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수많은 좌절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계속 나아가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도 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연기가 내 삶을 붙잡아 준 셈이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구나.’
그렇게 다시 같은 길을 선택하려고 할 때였다.
앞서 확인하지 못한 흰색 반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 천재 배우님 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