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
얼굴 천재 배우님-20화(2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20화
나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은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신인개발팀 직원이었다.
담당 매니저가 나에게 명함을 건넸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 보니 신인개발팀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그것은 팀장급 신인개발팀 직원의 목소리였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얼마나 나와의 계약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살짝 부담스러웠지. 하지만 그만큼 좋은 조건을 받을 테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신인개발팀 직원이 미리 봐뒀다는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하니 문 앞에 서 있던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시준 배우님.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신인개발팀의 팀장 김준만입니다.”
김준만은 정장 차림만큼이나 멀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중년이었다.
나는 김준만의 호감 가는 첫인상에 좋은 느낌을 받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시준입니다. 여러모로 바쁠 텐데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준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저야말로 요즘 가장 핫한 이시준 배우님과 미팅 기회를 잡게 돼 영광이죠. 일단 들어갈까요?”
김준만은 능숙하게 나를 카페 안쪽으로 안내했다.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도록 따로 방이 마련된 카페라서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카페 자체가 한적했기 때문에 굳이 방에 앉지 않더라도 편하게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내가 카페의 풍경을 살피고 있는 사이 김준만이 커피 두 잔이 올려져 있는 쟁반을 들고 왔다.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3부 분량의 재촬영이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스태프분들이 많았죠. 오히려 저는 좋은 기회를 받게 된 입장이고요.”
“힘든 촬영을 막 끝마친 상황에서도 그런 말씀이라니. 듣던 대로 겸손한 분이네요.”
“그야 사실이니까…. 그나저나 듣던 대로라뇨?”
“아아. 미팅 전 구경모 배우님께 이시준 배우님의 이야기를 좀 물었습니다. 혹시 기분이 나쁠까요?”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체포>의 이야기가 워낙 화제였죠.”
내가 이렇게 말하자 김준만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도 있지만 제가 이시준 배우님에 관해서 물은 건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이요?”
“네. 솔직히 <체포>의 일이 이렇게 쉽게 마무리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심지어 쉽게 마무리하다 못해 최상의 결과까지 받아들었죠.”
“아….”
“그리고 그렇게 된 데는 이시준 배우님의 존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시준 배우님을 향한 뜨거운 반응이 바로 그 증거죠.”
나 또한 분위기가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묘한 느낌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회귀 전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조금 낯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그러자 김준만이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곧장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너무 시작부터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군요. 다른 얘기를 해 볼까요? 서명희 배우님이 운영하는 더블유 연기 학원을 다닌다고 들었는데….”
김준만과의 대화는 더블유 연기 학원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구경모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김준만은 구경모를 친한 동생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원래 구경모를 담당하는 실장급 매니저가 김준만이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회사 내 인사 발령으로 신인개발팀을 맡게 된 것이었고.
‘어째서 김준만에게 신인개발팀 팀장 자리를 맡겼는지 알 것 같군.’
거의 30분이 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김준만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김준만은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도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소속사와 관련된 얘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장점을 스며들게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강했고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나 또한 마음을 놓고 중요한 문제를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고.’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규모는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이 정도 규모라면 내가 원하는 작품의 대본을 대부분 받아 볼 수 있었다.
혹시 놓치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직접 대본을 구해다 주는 것도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배우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
톱급 배우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신인 배우에게는 소속사에 따라 종종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계약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가끔 이게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있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이런 부분에서 나쁜 소문이 없는 소속사였다.
‘구경모가 현장에서 구김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겠지.’
내가 이런 식으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 사이.
김준만의 이야기는 어느새 막바지에 도달해 있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배우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꼭 연락을 줘야겠다, 생각하며 김준만과 악수를 나눴다.
소속사와의 첫 미팅은 걱정한 것보다 성공적이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 * *
며칠간 계속 여러 소속사 직원을 만나서 미팅을 진행했다.
회사마다 조직 구성이나 직급 체계가 달랐지만.
대체로 팀장급의 신인개발팀 직원이 미팅에 나왔다고 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소속사가 적극적으로 구애한 만큼 미팅은 순조로웠다.
이름 있는 제작사와의 좋은 관계성을 내세우는 곳도 있었고.
소속사 내 톱급 배우의 명성에 기대는 곳도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랄라 엑터스’의 팀장급 신인개발팀 직원도 비슷한 경우였다.
“괜히 저희 회사가 권정욱 배우님과 같은 톱스타를 데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신속 정확한 케어와 좋은 작품을 골라내는 안목이 권정욱 배우님을 만들어 낸 것이죠. 만약 이시준 배우님께서 저희 회사에 오신다면….”
확실히 권정욱이 소속된 랄라 엑터스라면 조금 끌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권정욱은 내가 소속돼 있던 극단 소리샘 출신의 톱급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 실력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배우의 곁에서 뭔가를 하나라도 배울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같은 소속사라고 해서 곁에서 쉽게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속사를 오가며 한두 번 인사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연기를 배우는 것은 언감생심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랄라 엑터스는 이외에 다른 부분에서 메리트가 없군. 그렇다면 패스….’
그렇게 랄라 엑터스를 끝으로 모든 소속사 미팅이 마무리됐다.
마음은 자연스럽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기울었다.
수십 곳의 소속사와 미팅을 진행했지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미팅이 진행된 곳은 없었다.
그나마 양이듬의 소속사인 ‘플라워 팩토리’가 나쁘지 않았지만.
규모 면에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보다 조금 작았다.
듣기로는 트리 엑터스 출신의 부장이 담당 배우 몇 명을 데리고 나와서 새롭게 꾸린 회사라나.
‘아마 플라워 팩토리는 지금 소속된 배우의 케어만으로도 버거울 거야. 결국 답은 하나군…. 이것으로 소속사 찾기는 끝인 건가?’
분명 그런 줄 알았는데 서명희가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전화를 받자, 그 너머로 들리는 서명희의 목소리는 약간 들뜬 느낌이었다.
-소속사 미팅 잘하고 있죠?
“네. 선생님.”
-트리 엑터스에서 시준 씨를 만나 보고 싶다는데. 혹시 생각 있어요?
여기서 트리 엑터스의 이야기가 나오다니.
어째서 서명희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서명희의 얘기가 믿기지 않아서 이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입니까?”
-네. 저도 놀랐어요. 트리 엑터스에서 이렇게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는 드문 일이니까. 워낙 이쪽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이기도 하고.
서명희는 침착함을 되찾고 정말 연락을 한 것이 트리 엑터스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해 줬다.
‘이런 식으로 다시 트리 엑터스와 엮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트리 엑터스는 내가 회귀 전 소속돼 있던 회사였다.
트리 엑터스의 모든 기억이 행복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이 나쁘지 않게 남아 있었다.
어쨌든 나를 배우의 길로 이끌어 준 것은 트리 엑터스였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서명희가 말을 이었다.
-괜히 큰 회사가 아니라고. 여러모로 괜찮은 곳이니 미팅해 봐도 손해가 없을 것 같은데 어때요?
미팅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혹시 아는 얼굴과 재회할 수 있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생기는 걸 느끼며 답변했다.
“네. 좋습니다. 트리 엑터스 쪽에 긍정적인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나는 곧장 트리 엑터스의 신인개발팀 직원과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미팅에 나온 것은 과거 나를 연예계로 이끌었던 신인개발팀의 직원, ‘유다원’이었다.
‘유다원…. 내가 교도관 역할을 하며 방황하고 있을 때 우연히 소리샘의 연극을 보고 나를 트리 엑터스로 스카우트한 사람….’
다른 소속사와는 달리 팀장급 직원이 미팅에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트리 엑터스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유다원을 만난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나는 간신히 반가운 마음을 숨기며 유다원과 인사했다.
“급하게 미팅을 잡았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트리 엑터스의 신인개발팀 직원 유다원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아는 얼굴이라서 그런지 순식간에 마음이 편해졌다.
솔직히 김준만과의 미팅 때보다도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유다원은 능력 있는 직원이었다.
4년 후 트리 엑터스 신인개발팀 팀장의 자리를 꿰차게 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랬다.
‘구관이 명관이라더니…. 역시 트리 엑터스와는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것인가?’
유다원은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혔다고 생각한 것인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유다원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는 앞서 떠올린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내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명백한 실망감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2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