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
얼굴 천재 배우님-22화(22/200)
얼굴 천재 배우님 022화
시준이 등장하는 <체포>의 3부까지.
임사라는 모든 걸 지켜보며 자신이 시준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는 걸 인정했다.
4부 이후로 원래 자신이 열렬히 응원했던 지정현이 등장하고 어느새 <체포>가 10부까지 방영됐지만.
임사라의 눈앞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시준이 아른거렸다.
‘여전히 정현 오빠를 응원하고 있고 계속 잘됐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것은 시준을 좋아하는 마음과는 조금 달랐다.
이미 톱급 배우가 된 지정현은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솔직히 20년이 가깝게 의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리 시준이는….’
조금 더 많은 팬에게 그 이름을 알릴 필요가 있는 배우였다.
<체포>를 통해서 엄청난 가능성을 보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많은 곳에서 시준을 볼 수 있을 테지만.
임사라로서는 당연히 그것이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당장 시준을 마음껏 볼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할 뿐이었다.
자신과 함께 시준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게시글을 보고 댓글을 달며 욕구를 푸는 것도 이제 한계였다.
‘<체포>를 돌려 보는 것 외에 우리 시준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니….’
너무나도 이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멍하니 회사 휴게실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부장님.”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는 홍보팀 팀장 ‘한인숙’이 서 있었다.
“아아. 한 팀장. 점심 맛있게 먹었어요?”
“네. 팀원들이랑 냉면 먹고 왔어요.”
“범서정?”
“아뇨. 돈주백이요. 제가 함흥파거든요. 직화구이도 나오고 꽤 괜찮아요.”
“직화구이가 나온다면 함흥냉면도 인정이지. 같이 먹었다면 맛있었겠네.”
“부장님은 뭐 드셨어요? 이사님이랑 같이 드셨죠?”
“이사님이랑 먹었는데 뭘 먹었겠어. 당연히 구내식당이지. 카레 나왔어요.”
“도대체 뭘 그렇게 아끼는 건지…. 참 너무해요.”
“괜찮아. 어차피 뭘 먹어도 맛없었을 거예요. 오늘도 잔소리만 들었거든. 신제품 라인에 광고비를 아끼라나 뭐라나.”
“그렇다고 광고 효과 안 나오면 또 뭐라고 할 거면서, 참.”
“내 말이. 우리 회사가 누구 때문에 신제품 홍보를 제대로 안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나 봐요.”
“벌써 머리가 아프네요. 이번 남성 화장품 라인은 욕심이 나는데.”
“…아!”
“네?”
임사라의 갑작스러운 외마디 비명에 한 팀장이 반응했다.
임사라는 생각이 휘발되기 전에 얼른 이야기를 꺼냈다.
“한 팀장. 혹시 <체포> 봤어요?”
“요즘 제일 잘나가는 드라마인데 당연히 봤죠. 설마 그쪽 배우에게 광고 제안하려고요?”
“어때? 괜찮겠어요?”
“고려할 만하죠. 그런데 우리 조건에 맞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 생각하고 있는데요?”
“당연히 지정현이죠. 근데 너무 비싸지 않아요? 광고비 아끼라고 했다면서요.”
한 팀장은 임사라가 지정현의 팬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임사라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싸죠. 사실상 지정현을 쓰려면 우리의 원래 모델이랑 계약을 끝내야 할 만큼.”
“그럼 부장님은 누굴 생각하고 계신데요? 지정현 말고 <체포>에 괜찮은 사람이 있나요? 김정민?”
“꽤 잘생겼고 연기도 잘하지만 역할 때문에 안 돼요. 연쇄 살인마 황인섭이잖아.”
“그렇다고 한미래를 남성 화장품 모델로 쓸 수도 없고….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혹시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은 이시준이라고 알아요? 3부까지 주인공이었는데.”
임사라가 한 팀장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한 팀장이 시준의 이름조차 모른다면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라도 광고 모델에는 추천할 수 없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능력.
이게 임사라가 오랜 덕질을 하면서도 센수스의 부장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중요한 이유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시준의 이름을 들은 한 팀장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아! 당연히 알죠! 이시준! 엄청 잘생겼잖아요! 연기도 완전 잘하고!”
“우…. 아는구나?”
임사라가 자신도 모르게 ‘우리 시준이’라고 말할 뻔한 것을 간신히 자제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한 팀장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체포>에서 처음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미친 미모에 넋을 놓았다니까요.”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이시준의 얼굴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어요.”
“심지어 오늘 팀원들도 이시준 얘기를 하더라고요. 왜 이시준 생각을 못 했지.”
“그래요? 그러면 우리 새로운 남성용 화장품 모델로 이시준을 밀어 볼까요?”
“너무 좋죠. 신인이라 모델료도 높지 않을 거예요.”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소속사예요. 아직 이시준의 거취가 결정 안 됐거든.”
“들어 보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랑 거의 사인이 완료됐다는데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랑? 의외네. 나는 트리 엑터스랑 잘될 줄 알았는데.”
“트리 엑터스도 접촉했대요? 그럼 그쪽이랑도 가능성이 있겠네요.”
“안 되겠다. 오늘 광고 모델 기안 올리고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랑 트리 엑터스 쪽에 전화 걸어 보기로 해요.”
“네. 그럼 제가 기안 올리고 트리 엑터스에 전화할게요. 당장 움직이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해요. 나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 연락해 볼게.”
그렇게 임사라는 한 팀장과 헤어진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다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한 팀장과의 대화가 가볍게 <체포>를 시청한 수준이 아니란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
아니나 다를까, 임사라가 뒤를 돌아보자 한 팀장 역시도 같은 느낌을 받은 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준의 팬이 시준의 팬을 알아보게 된 절묘한 순간이었다.
* * *
나는 김보미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센수스는 화장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봤을 법한 로드샵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특히 클렌징과 피부 케어 쪽에서 강세를 보이는 곳이었다.
나도 세수 후 간단히 바르는 스킨, 로션과 같은 제품을 센수스 라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센수스에서의 모델 제안이라니 갑작스럽네요. 원래 이곳은 톱급의 연예인을 내세우지 않나요?”
내 질문에 김보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도 인기 걸그룹 ‘레디파’가 센수스의 모델로 활동 중이에요. 들어 보니 계약 기간이 꽤 남았다는 거 같더라고요.”
레디파는 현재 가수 쪽 3대 소속사로 꼽히는, ‘블랑’의 4세대 대표 걸그룹이었다.
한창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걸그룹인 만큼 센수스의 단독 모델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저를 왜?”
“이쪽에서 남성용 화장품 라인을 새롭게 선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김보미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뒤 단어를 고르는 듯 말을 잠깐, 멈췄다.
4세대 대표 걸그룹 레디파.
센수스의 남성용 화장품 라인.
얼핏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남성 모델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단번에 센수스가 어떤 생각으로 모델 제안을 했는지 깨달았다.
“레디파의 몸값이 너무 높아 홍보비 절감을 위한 모델이 필요했던 거군요.”
한창 말을 고르고 있던 김보미가 내 얘기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나의 담당 매니저인 여경찬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보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센수스는 그런 생각으로 접근했을 거예요.”
“새로운 제품 라인이니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신인 배우를 써도 상관없을 거라 판단한 거겠죠.”
“그렇죠. 하지만 이걸 꼭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은….”
“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네요.”
“네?”
“어쨌든 센수스는 저를 가성비가 괜찮은 모델로 생각해 주고 있는 거잖아요.”
“아아.”
“심지어 포지션이 새로운 제품 라인을 홍보하는 정도라면 부담스러울 것도 없고요. 페이는 얼마나 되죠?”
“…….”
나는 이렇게 물으며 페이만 괜찮으면 센수스의 제안을 받아들여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중 이상한 정적을 감지하고 김보미와 여경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세요? 혹시 센수스의 페이가 많이 적나요?”
내 질문에 김보미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센수스의 페이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평균 이상이죠. 다만….”
“다만?”
“김준만 팀장님이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네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이시준 배우님을 소개하면서 흔하지 않게 아주 특별한 분이라는 말을 덧붙였어요. 단순히 인간 같지 않은 외모와 수준 높은 연기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나는 생각지 못한 극찬을 들으며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다른 말이 더 나오기 전에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과찬입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김준만 팀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 모양이네요.”
“아니요. 저도 방금 그런 느낌을 받았는걸요. 이시준 배우님께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요.”
“제가 원래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마 센수스의 의도도 빨리 파악했을 겁니다.”
“단순히 보통의 배우들보다 상황 파악을 잘한 걸 보며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니에요. 이시준 배우님과 대화를 하며…. 솔직히 방금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칭찬인 건가?
조금 애매한 대답이라 그 뜻을 분명하게 하려고 김보미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칭찬이라는 것을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할 수 있었다.
김보미의 표정에 어려 있는 것은 감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겪은 것은 또 처음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다행히 김보미가 먼저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오버했네요.”
“아니에요. 센수스 얘기를 마저 할까요?”
김보미는 사무적으로 돌아와 센수스의 상세 조건과 광고 페이를 확인시켜 줬다.
까다로운 부분은 전혀 없었고 페이 또한 김보미의 말대로 평균보다 살짝 높게 책정돼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센수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김보미와의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경찬은 나를 차로 데려다주면서 들뜬 표정을 지었다.
“배우님!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입사한 이후 김 팀장님이 그런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봤어요!”
왠지 모르지만 여경찬의 말투에서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나는 나보다 두 살 형인 여경찬의 이야기를 들으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여경찬이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치고 제법 사회성이 있다고 생각한 정도겠지. 김보미 팀장님의 칭찬에 너무 기뻐할 것 없어.’
나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센수스와의 광고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지면 촬영부터 한다고 했지? 오랜만이네. 재밌겠다.’
얼굴 천재 배우님 2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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