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4)
얼굴 천재 배우님-24화(2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24화
스튜디오 촬영이 끝나고 다음 날.
나는 CF 광고 촬영까지 진행했다.
집에서 왕복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양평 수목원에서 촬영을 진행한 만큼 조금 피곤했지만.
스토리보드가 워낙 친절했기 때문에 미리 CF 광고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서 CF 광고 촬영까지 연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보면 CF 광고 촬영 또한 분석 노트를 쓸 수 있는 연기의 한 부문이니까.’
지면 광고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소드 마스크에 접속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CF 감독에게 칭찬을 들으며 성공적으로 센수스와의 모델 계약을 이행할 수 있었다.
여경찬이 서울로 향하는 차를 몰면서 입을 열었다.
“촬영이 일찍 끝나서 다행이네요. 혹시 종방연 파티에 늦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러게요. 다행입니다. 서울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내비에는 저녁 7시 12분 도착으로 되어 있네요. 피곤하면 눈 좀 붙이세요. 깨워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시간 넉넉하니 안전 운전해 주세요.”
나는 여경찬과 대화를 나눈 뒤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을 청하는 동안 <체포>에 대해서 생각했다.
<체포>는 다행히 10.8%라는 좋은 성적으로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 주를 남기고 10%의 고지를 넘은 만큼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11%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초반에 부정적인 이슈가 있던 ITBC 드라마가 10%를 넘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심지어 10%를 넘으며 회귀 전보다도 좋은 성적을 거뒀어….’
나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체포>에서 회귀 전과 다른 부분은 내가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는 사실뿐이었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 약 2%의 차이.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닐 수 있는 숫자였다.
하지만 드라마 판에서 2%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애초에 드라마 한 편이 2%대의 시청률에 머무르다가 끝나는 일도 있었으니 당연했다.
그만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었고 이러한 사실은 많은 의미를 내포했다.
‘하나는 내가 잘한다면 좋은 쪽으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잘못한다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겠지.’
이 사실은 무척이나 희망적이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쁘게 생각할 것 없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봐야지.’
보통의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있다는 특혜조차 누릴 수 없을 테니까.
그런 까닭에 나는 부담감을 한쪽으로 미뤄 두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다행히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그렇게 나는 빠르게 결론에 도달했고 결국 수마를 이기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 * *
“배우님. 도착했습니다.”
나는 여경찬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창밖을 내다보니 한남동에 위치한 유명 한우 가게의 간판이 보였다.
한우라니.
확실히 <체포>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방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고 시즌2를 내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몇 시인가요?”
“약속 시간 10분 전입니다.”
“그래요? 서둘러 들어가야겠네요.”
1~3부까지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하는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았지만 진짜 내가 주인공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자리에서는 신인 배우로서 깍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강한성 감독이나 정수민 작가도 함께하는 자리니 더욱더 그랬다.
그렇게 나는 손거울만 한 번 확인하고 가게로 들어섰다.
가게에는 이미 몇몇 스태프들과 제작사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배우님!”
“배우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따 이쪽 자리로도 와 주세요!”
나는 안면이 있는 스태프들과 빠짐없이 인사를 나눴다.
재촬영 이후 처음 만나는 거라 더욱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다들 뙤약볕에서 고생했는지 1~3부 촬영 때보다 피부가 검게 타 있었다.
“시준아! 이쪽으로 와!”
그렇게 스태프들과 인사를 하고 있을 때 구경모가 안쪽 자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 앞에는 양이듬이 앉아 있었기 때문에 나는 고민하지 않고 테이블에 합류했다.
4인 테이블에는 새롭게 황인섭 고등학생 역을 맡은 ‘채보균’이라는 배우가 남은 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다들 일찍 왔네?”
내가 자리에 앉으며 세 사람에게 묻자 구경모가 대표로 나섰다.
“너 빼고 바쁜 사람들이 없으니까. 센수스 광고 촬영하고 왔다며?”
양이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구경모의 말을 받았다.
“센수스라면 화장품? 그거 레디파가 모델 활동 중인 거 아니었어?”
“맞아. 지금도 그렇고. 그런데 남성용 화장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해서 그것만 따로 광고 모델을 맡았어.”
“아아. 잘됐다! 역시 우리 시준이가 제일 잘나가네! 그럴 줄 알았다니까!”
양이듬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고 구경모 또한 뿌듯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점이 두 사람을 친구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두 사람과 달리 채보균에게서는 축하하는 마음보다 부러워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채보균이 열등감을 느끼고 안명현처럼 강짜를 부리는 스타일은 아니지.’
구경모와 양이듬이 독특한 것이지, 이 정도면 안면을 트고 지내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구경모와 양이듬도 이 자리에 채보균을 앉혔을 게 분명했다.
어차피 한 명을 꼭 앉혀야 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양이듬의 말에 대답했다.
“제일 잘나간다니…. 그렇다고 하기에는 벌써 두 사람이 찍은 비타민 음료 광고가 TV에 나오고 있던데?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양이듬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시준이 네가 한창 소속사를 구하고 있을 때 광고 제안이 들어왔어.”
“이듬이야 원래 내정이 된 거고. 내가 시준이 자리를 운 좋게 받았지. 어쨌든 고등학생 역이라도 남녀주를 같이 쓰는 게 좋으니까.”
구경모의 대답을 듣고 나자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광고사 측에서 구경모보다는 내 쪽의 캐스팅을 바랐던 거 같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소속사가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구경모의 말에 답했다.
“신한재-정보라 커플만큼이나 배한빈-정보라 커플의 지지자도 많았잖아. 그러니 경모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지. 당연히 광고 효과도 좋을 거야.”
내 말에 구경모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런가?” 하고 되물으며 웃었다.
결과적으로 <체포>의 삼각관계는 3부 이후 성인 역할의 배우들이 완성했다.
하지만 그 기초를 다진 것은 고등학생 역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구경모와 양이듬이 큰 역할을 했다.
만약 두 사람이 연기력을 충분히 뽐내지 못했다면 삼각관계는 시작도 전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괜히 두 사람에게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이야기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채보균의 근황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채보균 또한 잡지 광고를 찍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서명희가 한미래와 함께 가게로 들어섰고 다른 주연급 배우들도 속속들이 자리를 채웠다.
마지막으로 강한성 감독과 정수민 작가가 자리를 채움으로써 본격적으로 종방연 파티가 시작됐다.
* * *
“종방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황인섭 역할을 소화한 김정민이 건배사를 했고 모두 잔을 들어 화답했다.
벌써 다섯 번째 건배사였고 술자리는 2차로 바뀌어 선술집이 되어 있었다.
술자리가 꽤 오래 이어졌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만취한 사람이 속출하고 있었다.
저쪽에서 구경모가 한껏 취한 채 “우리 모두 잘돼요! 꼭 그래야만 해요!” 하고 몇 번이나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구경모 배우님은 정말 독특한 분이네요. 저렇게 파이팅이 좋기도 쉽지 않은데.”
정수민 작가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술자리가 길게 이어지다 보니 묘한 자리에 끼게 됐다.
정수민 작가는 물론 강한성 감독, 지정현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었다.
조금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나는 취기의 힘을 빌려서 입을 열었다.
“경모는 술에 취하면 항상 저러더라고요. 이제 몇 분만 있으면 잠이 들 겁니다.”
“어머. 두 분이 많이 친해졌나 보네요. 따로 술자리까지 가진 걸 보면.”
“동갑이라 편하게 지내기로 했어요. 이듬이까지.”
강한성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재촬영의 영웅들이 의기투합한 거네. 지정현 배우님도 봤죠? 이시준 배우님이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어떻게 살렸는지?”
이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모두의 시선이 지정현에게 향했고 나는 약간 긴장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대한민국 톱배우이자, 나와 함께 신한재라는 인물을 연기한 지정현의 대답을 듣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정현은 잠시 내 쪽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봤죠. 그리고 재밌었습니다. 전임자와는 다르게 신한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더군요.”
담백한 대답.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꼈다.
지정현에게 칭찬을 듣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성 감독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오?!’ 하고 놀란 기색을 보였다.
정수민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같은 배역을 연기한 지정현 배우님한테 칭찬을 듣다니. 이시준 배우님은 오늘 계 탔네요.”
그 말에 지정현이 피식, 미소를 짓더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그 손길에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는 걸 깨닫고 내 기쁨은 배가 됐다.
그렇게 지정현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 강한성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똑같네요.”
“아아. 계속 칭찬을 받는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아니요. 이시준 배우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죠. 그래서 하는 얘기인데….”
강한성 감독은 말을 끌면서 정수민 작가의 눈치를 봤다.
정수민 작가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는지 알겠다는 듯 웃으며 대꾸했다.
“저번에 말씀했던 그 얘기를 하려는 거죠? 편하게 하세요.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작품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시준 배우님을 욕심내는 것도 이상하니까.”
강한성 감독은 감사하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나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올해 하반기에 한 작품을 더 연출할 것 같습니다. ‘김희수’ 작가님의 작품인데 혹시 이시준 배우님께서도 관심이 있을까요?”
나는 강한성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올해 하반기에 방영될 김희수 작가의 작품이라면….’
시청률 15%를 찍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2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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