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
얼굴 천재 배우님-25화(25/200)
얼굴 천재 배우님 025화
시준과 강한성 감독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지정현은 남자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이시준이라….’
그렇게 한참 꼼꼼하게 손을 씻던 지정현이 핸드 타월로 물기를 닦고 밖으로 나섰다.
“정현 선배.”
때마침 한미래가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며 지정현의 이름을 불렀다.
“술 많이 드셨어요?”
지정현이 한미래의 얼굴을 잠시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기쁜 날이니까. 너는?”
“저도 꽤 마셨어요. 원래 종방연 파티 분위기가 이런가요? 무척 재밌던데요?”
“드라마의 흥행에 따라서 다르지. 꼭 흥행한다고 해서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그럼 저는 운이 좋았네요. 처음부터 분위기가 좋은 종방연 파티라니. 그나저나….”
한미래가 말꼬리를 늘어뜨리자 지정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가?”
“아까 보니까 시준 씨랑 자리를 함께하고 있던데.”
“그게 뭐?”
“어때요? 현장에서 그렇게나 시준 씨를 만나고 싶다고 얘기하셨잖아요.”
한미래의 말을 듣고 지정현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대답했다.
“…내가 그랬나?”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이라고 극찬했잖아요. 괜히 함께 연기하는 사람 질투 나게.”
확실히 지정현은 시준의 연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이대의 차이가 있지만 같은 신한재 역할을 공유하는 만큼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한성 감독에게 따로 부탁해서 1~3부의 촬영본을 전달받았다.
그렇게 1~3부의 촬영본을 통해서 처음 확인한 것은 안명현의 연기였다.
아니, 그것은 연기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몸짓’에 불과했다.
솔직히 말해서 안명현이 계속 연기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안명현이 꼭 남자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연기 자체에 싫증이 났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더 볼 것도 없는 수준이군. 이자가 하차하게 돼서 천만다행이야.’
그렇게 지정현은 1부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안명현의 촬영본을 종료했다.
그런 뒤 곧장 시준의 연기 장면이 담겨 있는 재촬영본을 재생했다.
어차피 새롭게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은 이쪽이 메인이었다.
‘흠. 일단 얼굴은…. 합격.’
지정현은 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완벽한 외모였다.
솔직히 자신의 리즈 시절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시준이 더 나았다.
‘어쩐지 배우를 빨리 구했더라니. 얼굴을 내세운 캐스팅이었나. 이쪽도 더 볼 것 없겠…. 어?’
침착하게 평가를 내리던 지정현은 시준의 본격적인 연기가 시작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평가가 조금 섣불렀다는 걸 인정했다.
시준의 연기가 생각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
심지어 우연이 아니었다.
1부를 지나서 2부와 3부까지.
시준의 연기는 일정한 수준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었다.
도저히 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훌륭한 연기력이었다.
외모를 고려하지 않고 연기만 봤어도 ‘뛰어난 배우군.’ 하고 평가했을 만한 실력이었다.
‘분명 몇몇 부분은 노련하지 못한 구석이 있어.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게 미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말 그대로 그냥 노련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완벽한 외모에 훌륭한 연기력…. 나는 같은 나이일 때 어땠지?’
지정현은 대한민국 톱배우라는 자신의 위치를 잊고 잠시 시준을 질투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한 번 더 시준의 연기를 살펴봤다.
질투에 눈이 멀어서 본질을 놓칠 만큼 지정현이라는 배우는 어리숙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준이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 좋은 해석이 좋은 연기력의 기반이었나?’
지정현이 파악하기에 시준은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다채로운 변화 속의 우울함’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용어적 정의는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 비슷한 분위기로 연기를 펼쳤다.
‘깊이가 있군. 연기를 해내는 것 이상으로 인물 분석이 놀라워.’
그렇게 지정현은 몇 번이나 시준의 연기를 돌려서 봤다.
그 덕분에 역경의 시간을 건너며 성인이 된 신한재 역할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아직 만나 보지 못한 시준에 대한 깊은 호감까지 가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한미래에게 하지 않아도 될 얘기까지 했어.’
그리고 그게 지금 한미래가 시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였다.
지정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놨다.
“실제로 보니 더 놀랍더군.”
“그렇죠? 화면보다 더 잘생겼죠?”
“말문이 막힐 만큼. 하지만 겸손한 성격을 가졌다는 게 더 대단하더군. 나도 그 시절에는 꽤 건방진 성격이었는데.”
한미래는 ‘선배는 지금도 그런데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가 그랬다고요? 놀라운데요?”
“치기 어렸으니까. 어쨌든 대단한 후배님이었어.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
또 어떤 말을 할까 궁금해하며 한미래가 물었다.
“어떤 생각이요?”
“이 사람은 곧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구나.”
한미래는 뜻밖의 얘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정말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자 지정현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도 그냥 가만히 어깨를 내주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역시 마지막에는 본인 성격답게 한마디 말을 남기는 지정현이었다.
* * *
내년에 방영될 김희수 작가의 작품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라는 것을 떠올렸지만.
사실 그렇지 못했어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김희수 작가의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수민 작가가 <체포>를 통해서 범죄 드라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면….’
김희수 작가는 이미 이것과 비슷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일상 코믹 드라마의 대가.
이것이 이미 시청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김희수 작가의 별칭이었다.
그만큼 김희수 작가는 일상 코믹 드라마를 잘 쓰는 것으로 무척 유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 코믹 드라마를 쓰는 만큼 시청률이 높게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상물이라는 것은 취향을 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시청률이 막 5%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야.’
김희수 작가는 데뷔작부터 시청률 8%대로 작품을 종영할 만큼 꾸준함을 자랑했다.
이후 방영된 작품도 대부분 8%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선방했다.
최근 종영한 작품이 아슬아슬하게 10%의 벽을 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었다.
‘사실 이 부분이 항상 김희수 작가의 발목을 잡았지.’
2%가 부족한 작가.
시청자들의 별칭과 별개로 방송가에서는 암암리에 김희수 작가를 이렇게 지칭했다.
항상 시청률 10%를 넘지 못하는 걸 은근히 비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이후로 누구도 김희수 작가를 이런 식으로 부르지 못하게 될 예정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시청률 15%대에서 종영한 작품이었으니까.
‘만약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참여할 수 있다면….’
새 역사의 한가운데 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강한성 감독의 제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한성 감독은 나의 침묵을 ‘관심 없음’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맞아요. 이시준 배우님이 이미 예측하고 있는 것처럼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주연급 배역은 얻지 못할 거예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겨우 한 작품을 끝낸 신인 배우가 김희수 작가의 작품에 주연급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길거리 캐스팅이 빈번했던 2000년대 이전에도 이런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태연함을 가장한 채 강한성 감독에게 물었다.
“그럼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요?”
“세 번째 남주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여자 주인공의 동생 역할이죠.”
세 번째 남주 역할이라니.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좋지 않은 배역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반대로 이 역할이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란 것이었다.
‘강한성 감독이 어째서 저자세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안을 받았던 역할 중에서 가장 비중이 컸다.
적어도 뒷사정을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랬다.
“세 번째 남주라니. 역시 비중이 너무 작죠? 하긴 이미 여러 드라마의 주연 제안을 받았을 테니 당연한 일이죠.”
강한성 감독이 내 속마음을 읽지 못한 채 낙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놀라서 굳어 있는 내 표정이 강한성 감독을 착각하게 만든 듯했다.
그와 동시에 어째서 강한성 감독이 저자세로 나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여러 드라마의 주연 제안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구나.’
확실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전달한 대본 중에는 드라마의 주연 역할이 존재했다.
강한성 감독의 생각대로 그런 제안을 준 곳이 꽤 많았다.
하지만 그런 작품 중 내 마음을 끄는 것은 거의 없었다.
몇몇 작품은 나쁘지 않았고 실제로 그중 몇 가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지만.
딱 이거다, 생각되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어딘가 조금씩 모자란 느낌이었다.
‘오히려 나는 조연 자리를 고려하고 있었어.’
서명희 또한 내가 한두 작품 정도는 더 조연 역할을 소화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사이 정말 훌륭한 작품이 들어온다면 또 모를까.
이런 식으로 성실하게 필모를 쌓고 연기 내공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이었다.
그렇게 조연 출연을 고려하고 있는 나에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세 번째 남주 역할은 필모를 쌓는 동시에 연기 내공까지 기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아쉽네요. 저는 물론, 김희수 작가님께서도 이시준 배우님과의 작업을 기대했는데…. <체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어느새 강한성 감독은 나의 거절을 확정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조금 삐진 듯 안주를 뒤적거리며 질문했다.
“그래서 이시준 배우님은 어떤 작품에 들어가려고요? 마음을 정한 작품이 있나요?”
어쩐 일인지 강한성 감독의 독백 연기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
정수민 작가는 그 광경이 재밌는지 옆에서 피식거리며 맥주를 홀짝였다.
강한성 감독과는 달리 어느 정도 내 마음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스승님께 들은 건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더 늦기 전에 상황을 바로잡았다.
“제가 다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은….”
“…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예요.”
“네?”
“아직 늦지 않았다면 저를 세 번째 남주로 캐스팅해 주세요. 감독님.”
얼굴 천재 배우님 2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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