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
얼굴 천재 배우님-26화(26/200)
얼굴 천재 배우님 026화
종방연 파티는 3차 빈대떡집까지 이어지며 새벽 5시에나 정리됐다.
웬만하면 2차가 끝날 때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강한성 감독과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출연하겠다고 대답을 한 뒤 신이 난 강한성 감독이 TMI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캐스팅에 관해서 소속사와 대화를 나누고 확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그런 까닭에 얼음 동동주를 홀짝이며 강한성 감독의 인생사에 대해서 전부 들어야만 했다.
중간중간 주의 깊게 들을 만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더 많았기에 조금 피곤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방연 파티가 끝날 때까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경찬이 운전을 하며 말했다.
적어도 2차에는 자리를 뜨려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새벽 5시까지 나를 기다려야 하는 여경찬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여경찬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차 안에서 쪽잠을 잔 모양이었다.
“고생은 매니저님이 하고 있죠. 일찍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아뇨. 이것도 제 일인걸요. 그저 너무 취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오래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여경찬은 괜찮은 매니저였다.
다만 최근 미묘하게 태도가 많이 조심스러워진 것 같아서 걱정됐다.
같이 일하는 사이니까 무조건 가족처럼 지내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 불편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불필요하게 피곤해지는 법이었으니까.
‘며칠 더 지켜보고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따로 얘기를 해 봐야겠어.’
내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차량이 집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내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뜨고 있는지 주변이 조금 밝아진 느낌이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곧장 연기 학원에 가야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잠시 새벽 공기를 만끽했다.
* * *
그리고 오후.
나는 늦은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체포>가 종영되며 다시 서명희의 수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더블유 연기 학원에 도착하자 전에 없던 활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수강생도 많아지고 그에 따른 연기 트레이너의 숫자도 증가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체포>의 여파가 큰 것 같았다.
긍정적이었다.
‘괜히 내가 뿌듯하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서명희가 기다리고 있는 연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모든 수강생이 나를 알아보고 걸음을 멈췄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알아보는 게 신기했다.
회귀 전 한창 인기가 생겼을 때의 느낌이었다.
“선배님. 혹시 괜찮으시면 사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느 수강생이 용기를 내서 부탁해 왔고 나는 흔쾌히 요구에 응했다.
그러자 다른 수강생도 용기를 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갑분사.
그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사인회로 변했다.
그 탓에 나는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연습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연습실에 들어서며 사과를 하자 서명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복도에서 봤어요. 수강생들 상대하느라 많이 바빴죠?”
“생각보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알아본 걸까요?”
나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서명희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해요?”
“뭐…. 혹시 어째서 그랬는지 아시나요?”
“그럼 모자랑 마스크 벗지 말아 봐요. 지금 밖으로 나가게. 복장도 평범하니 딱 좋네.”
“네?”
“이유가 궁금하다면서요.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야외 수업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그야 그렇지만…. 누가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그러니까 변장을 잘해야죠. 어서 나와요. 이제 곧 점심시간이라 서둘러야 해요.”
그렇게 나는 서명희를 따라서 모자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아직 <체포>의 인기가 가시지 않은 때에 야외 수업이라니,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서명희 또한 <체포>에 출연한 인지도 있는 배우였다.
또한 더블유 연기 학원은 방송국이 모여 있는 상암동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 까닭에 너무 많은 사람이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됐다.
찬찬히 밖을 살펴보니 거리에는 이미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더블유 연기 학원의 현관문 앞에 서서 서명희에게 물었다.
“정말 이대로 나갈 건가요?”
“걱정하지 말고 나와요. 시선 처리만 잘한다면 누구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서명희가 내 등을 떠밀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현관문을 나섰다.
그 뒤로 30분이 지났지만 놀랍게도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따금 나와 서명희 쪽을 힐끔거리는 사람이 있었으나 딱 그 정도뿐이었다.
더블유 연기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나를 단번에 알아본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어째서…. 이렇게 온도 차가 다른 거지? 내가 너무 자만했던 건가?’
내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서명희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인기가 없어서 시준 씨를 못 알아보는 게 아니니까.”
“아닙니다. 제가 너무 자만한 거 같아요. 당연히 저를 알아볼 거라 생각했다니…. 부끄럽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이 자리에 있는 게 시준 씨가 아니라 지정현이었어도 아무도 못 알아봤을 거예요.”
서명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꽃병풍 시절의 나조차도 길거리를 쉽게 다니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알아봤기 때문이다.
이후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인기가 떨어진 후에는 더는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런 시절을 겪었으니 서명희의 말에 쉽게 동의하기가 힘들었다.
“못 믿겠으면 전화라도 해 보세요. 내 말이 사실일 테니까. 그나마 우리 주변에서 가장 유명한 미래 씨한테 물어볼까요?”
서명희가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지 않는다면 정말 전화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서명희의 말을 믿는다고 해서 그 이유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째서 그런 걸까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원래 사람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거든요. 마스크로 얼굴을 거의 가리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렇죠.”
“하지만 더블유 연기 학원의 수강생들은 저를 단번에 알아봤는걸요?”
“그건 시선 처리 때문이에요. 아까 상황을 돌이켜봐요. 정말 수강생들이 시준 씨를 먼저 알아봤나요?”
나는 서명희의 말대로 아까의 상황을 되새겨 봤다.
그렇게 잠시 생각을 떠올리자 서명희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알아본 것은 수강생이 아니었어….’
내가 먼저 수강생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쪽으로 시선을 줬다.
그랬기 때문에 수강생 또한 내 쪽에 시선을 준 뒤 나의 존재를 알아챈 것이었다.
결국 알아본 것은 내 쪽이 먼저였고 문제는 시선 처리에 있었다.
“이제 이해했나요?”
“조금은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저희를 못 알아보는 거군요.”
서명희는 더블유 연기 학원의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
절대 다른 사람들을 먼저 쳐다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얘기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요. 매일 수없이 많은 얼굴을 마주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그런 거 같네요.”
“하지만 타인이 나에게 시선을 준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놀랍도록 빠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돼요. 야생의 감각이 남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서명희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서명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마디 말을 덧붙었다.
“시준 씨의 연기는 이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요.”
드디어 서명희가 어째서 이런 일을 꾸몄는지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까 야외 수업이라고 하시더니. 역시 이것도 강의의 일부였군요.”
“네. 맞아요.”
“제 연기에서 부족한 부분이 뭔가요?”
“시준 씨는 카메라를 심판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 의식하고 있어요.”
“아….”
“하지만 카메라는 심판관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무엇보다도 배우를 사랑하는 존재죠.”
“그 무엇보다도 배우를 사랑하는 존재….”
“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배우의 가장 부족한 모습까지도 묵묵히 받아들이니까.”
비유적인 표현이 섞이면서 조금 이야기가 어려워졌지만.
나는 서명희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었다.
서명희의 말대로 나는 카메라를 과도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나는 회귀 전의 내 모습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메라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밀착 감시를 하며 내 부족한 연기력을 짚어내는 느낌.
하지만 서명희의 말대로 나를 평가하는 것은 카메라가 아니었다.
가깝게는 카메라 근처의 출연자와 제작진이었고, 멀게는 카메라 너머의 시청자들이었다.
결국 나는 카메라에 투영된 이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내 속내를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카메라의 사랑을 온전히 받으며 내 연기를 마음껏 펼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배우로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카메라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카메라에 투영된 다른 존재일 뿐이니까….’
말장난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이것을 단순하게 치부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서명희의 가르침대로 내가 카메라를 의식한다면 화면 너머의 시청자 또한 그 사실을 눈치챌 게 분명했다.
내가 먼저 의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의식했던 것처럼.
“선생님께서 어떤 가르침을 주고자 했는지 이해했습니다. 확실히 저도 모르게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었군요.”
“아니에요. 시준 씨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시준 씨의 연기에 놀라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죠. 다만 제가 말한 부분을 수정한다면 더 좋은 연기가 가능할 거예요.”
눈 밝은 시청자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
나는 서명희와 대화를 나누며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왠지 이 느낌대로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듣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럼 이제 마음 편히 거리를 활보해도 되겠네요. 먼저 시선을 주지 않는 한 누구도 저를 알아보지 못할 테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하며 자신감 있게 앞서 나가자 서명희가 뒤를 따르며 서둘러 답했다.
“원래라면 그렇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타인에 관심이 없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서명희가 말을 모두 마치기 전에 누군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 서명희 배우님?”
“아.”
“이시준 배우님도 계시네요?”
“어?”
고개를 돌려보니 그 자리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놀랍게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작가, 김희수였다.
김희수 작가를 마주 보며 서명희가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이었다.
“…우리랑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은 우리를 알아볼 수도 있어요. 바로 이렇게.”
얼굴 천재 배우님 2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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