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8)
얼굴 천재 배우님-28화(28/200)
얼굴 천재 배우님 028화
정말 엉겁결에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출연이 확정됐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김희수 작가가 나에게 하려던 말이 시선 처리에 관한 것이었다니….’
새삼 서명희가 얼마나 대단한 연기 선생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희수 작가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인지 서명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작품이 확정된 건지 물어보더니 서명희에게 배역을 제안한 것이었다.
서명희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중에 답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갑자기 커지고 있는 연기 학원 문제 때문에 섣불리 답변을 드리기가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확실히 학원이 활기차더라고요. 그럼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희수 작가는 서명희의 말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한 번 튕겼기 때문일까.
서명희가 더 아깝게 느껴졌는지 김희수 작가는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꼭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겼다.
“네. 알겠습니다. 작가님. 혹시 출연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연락드릴게요.”
“꼭이요!”
그렇게 김희수 작가가 학원을 떠났고 나와 서명희 또한 자리를 정리했다.
수업은 이미 야외에서 모두 마쳤기 때문에 더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 * *
그날 이후 나는 서명희의 조언에 따라 연기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강한성 감독에게서는 캐스팅이 확정됐으니 앞으로 잘해 보자는 뜻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희수 작가로부터 소식을 전달받은 모양이었다.
[강한성 감독님][19:03] 김원영은 까다로운 역할이지만 이시준 배우님이라면 잘 소화할 수 있을 거예요 [Sijun][19:04] 감사합니다! 감독님! 열심히 해서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강한성 감독님][19:04] 아아 그러고 보니 조연출이 2부 대본을 안 보내 드렸겠네 [강한성 감독님][19:05] 파일: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2부_17고.hwp [Sijun][19:05] (꾸벅 고개를 숙이는 고양이 이모티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그렇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2부 대본을 받았기 때문에 연습을 해나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서명희와의 수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시선을 처리하는 방법 또한 착실히 배웠다.
서명희는 내가 효율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연습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게 쉽지 않았지만 차츰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틀려도 어쩔 수 없으니 내가 연습한 것을 마음껏 펼치겠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진행하니 점점 그렇게 변했다.
결국 서명희의 어려운 설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다.
애초에 자신감이 있었으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연기를 선보였을 테니까.
‘어렵네…. 실수는 한순간인데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설명과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니….’
어쨌든 조금씩 연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연달아 좋은 소식이 들려 오고 있었다.
내가 찍은 센수스의 광고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사업기획팀의 김보미가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물론 레디파가 팔고 있는 제품만큼의 매출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모델료를 생각한다면 저비용 고효율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덕분에 나는 추가적으로 지방 광고와 지면 광고의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진행된 미팅에서 김보미가 광고 제안서를 보여 주면서 물었다.
“어때요?”
“으음…. 제 처지에 이런 말씀을 드리기 죄송스럽지만….”
“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배우님.”
“다음 작품 출연이 확정된 만큼 연기에 집중하고 싶네요. 괜찮을까요?”
다행히 김보미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물론이죠. 작품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또 배우님의 이미지를 위해서 작은 광고에는 연연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고요.”
“모처럼 좋은 제안을 주셨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뉴스경제 쪽에서 들어온 인터뷰만큼은 응해 주시면 안 될까요?”
뉴스경제라면 종편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였다.
규모가 꽤 큰 곳이었으니 내 이름을 알리는 데 분명 의미가 있을 듯했다.
‘큰돈이 되지 않는 광고라면 또 모를까. 나를 위해서라도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김보미에게 물었다.
“인터뷰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간단히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질문을 하는 정도일 거예요. 그쪽에서 질문지를 미리 전달한다고 했으니 부담은 없을 겁니다.”
꼭 질문지대로 인터뷰를 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이쪽을 배려한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인터뷰를 수락했고 며칠 뒤 뉴스경제 측에서 질문지를 보내왔다.
질문지를 쭉, 훑어보니 답하기 어려운 부분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계속 읽어 볼수록 조금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다.
회귀 전 내 인터뷰 방식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솔직한 답변을 내놓는 것이었다.
배우 생활 초기에는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자 과거의 인터뷰가 이리저리 좋지 않은 방식으로 짜깁기됐다.
그래서 지금도 인터뷰를 솔직하게 진행해도 괜찮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최근 형이 몇 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떠올랐다.
나는 곧장 형의 이름을 찾아서 메시지를 보냈다.
[Sijun][23:11] 형 [단답맨][23:11] ㅇㅇ나는 대화를 서둘러 마무리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형한테 뭔가 기대를 한 게 문제였다.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형의 말대로 일이 이뤄지긴 했지만 조언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다.
운이 좋게 상황상 잘 맞아떨어졌을 뿐.
‘그냥 대답하면 된다니….’
얼마나 속 편하게 사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개를 젓는데 문득 어떤 곳에 생각이 미쳤다.
‘확실히….’
형의 말대로 너무 과하게 스스로를 숨기려고 하는 것보다는 솔직한 게 좋을 것 같았다.
우연히 뉴스경제를 읽다가 내 인터뷰를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혹시라도 그중에 내 팬이 존재한다면? 내 팬이기 때문에 인터넷 기사를 뒤져서 인터뷰를 읽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는 인터뷰를 원하지 않을까.
나는 인터뷰 질문지를 다시 확인했고 그제야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질문 항목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며 답변을 준비했다.
한참 그렇게 답변을 준비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질문지는 까맣게 변해 있었다.
여백이 거의 없었다.
* * *
-배우님! 도착했습니다! 내려오세요!
여경찬의 전화를 받고 현관문을 나섰다.
집 앞에는 낯선 차가 세워져 있었다.
낯선 차의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여경찬이 그 안에서 소리쳤다.
“배우님!”
“이게 뭐예요?”
“드디어 배우님의 전용 차량이 나왔어요!”
“아아.”
김준만이 신인 배우에게도 전용 차량을 따로 지급한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차량은 임시로 배정됐던 세단에서 다인승 SUV로 바뀌어 있었다.
연예인 차량으로 흔한 익스프레스밴이었다.
최고급 차량은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새삼 페스타 엔터테인먼트가 연예인 대우를 얼마나 잘해 주는지 또 한 번 깨달았다.
그렇게 차에 오르자 여경찬은 청담동 샵으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배우님.”
“네?”
“옆에 보면 종이 한 장이 있을 거예요.”
“이게 뭔데요?”
“미리 보내 드렸던 질문지 있죠? 그것에 대한 모범 답안을 사업기획팀에서 준비했다고 합니다.”
“흐음….”
“아아.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꼭 그렇게 답변을 하라는 게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인터뷰가 처음이니까 회사 측에서 형식상 준비한 겁니다. 도움이 될까 하고요.”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업기획팀에서 준비한 인터뷰 답변을 쭉, 읽어 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준비한 인터뷰 답변이 전부 상당히 깔끔했기 때문이다.
“저도 제 나름대로 답변을 준비해 봤는데 이 정도라면 굳이 따로 그러지 않았어도 괜찮았겠네요.”
“인터뷰 답변을 준비했다고요?”
“솔직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쪽으로 답변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즉흥적으로 해내기가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해 봤죠.”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차량이 오거리의 긴 신호에 걸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경찬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답변 내용을 볼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여기 있습니다.”
여경찬은 빠르게 답변을 확인하더니 아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질문까지 이렇게 준비를….”
여경찬이 놀란 기색으로 중얼거렸을 때였다.
빠아앙.
뒤에 서 있던 차량이 클랙슨을 울렸다.
여경찬이 재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 * *
잠시 후.
뉴스경제와의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기자가 질문을 하면 내가 답하는 식이었다.
“…좋지 않은 일로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으며 부담이 꽤 크지 않았나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였기 때문에 경험 부분에서 조금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은사인 서명희 선생님께서 격려를 많이 해 주셨고 그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오로지 연습에만 매진했습니다.”
인터뷰는 질문지의 내용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곧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연습의 결과일까요? 확실히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이전 연기자의 연기 유출본이 공교롭게 등장하면서 이시준 씨가 <체포>에 합류해 너무 다행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교롭다니.
표현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다분히 어떠한 의도가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질문지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2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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