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9)
얼굴 천재 배우님-29화(29/200)
얼굴 천재 배우님 029화
오늘 시준의 인터뷰를 담당한 뉴스경제의 기자 ‘정동현’은 최근에 연예부로 넘어온 사람이었다.
원래는 정치부에서 온갖 더러운 기사를 쓰는 사람이었는데, 실수로 유력 대권자를 잘못 건드리면서 상황이 꼬였다.
속도에 치중하느라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기사를 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신문사에서는 비상이 걸렸고 윗선에서는 잠수의 느낌으로 정동현을 연예부로 발령 보냈다.
“동현아.”
“네. 국장님.”
“다시 부를 테니까 몇 달만 좀 쉬엄쉬엄 일하다가 돌아와. 계속 달리기만 했잖아.”
“…정말 다시 불러 주실 겁니까?”
“자식. 내가 누구 속이는 거 봤냐? 동현이 네가 가진 능력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알겠습니다….”
여러모로 구린 구석이 있었지만 워낙 실력이 좋아서 윗선에서도 정동현을 싸고돌았다.
작년에 정치부에서 가장 많은 단독 기사를 내보낸 사람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연예부로 건너오게 된 정동현은 현재 방영 중인 TV 프로그램의 리뷰 기사를 쓰거나.
인지도가 낮은 신인 배우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소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몇 개월 잠수를 타고 있다가 적당한 때 다시 정치부로 복귀시키는 것이 뉴스경제의 계획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편하게 일하며 고액 월급을 받는다고 부러웠겠지만….
‘하. 답답해.’
자극적인 기사를 써야 직성이 풀리는 정동현의 입장에서는 고문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며칠 전에는 너무 답답해서 후배의 이름으로 정치부 기사를 올렸다가 윗선에 들켜서 핀잔을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 계속 손가락만 빨고 있는 거 아니야?’
뒷방 늙은이처럼 밀려난 느낌에 정동현은 불안함을 느꼈다.
윗선에서 워낙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정동현의 행동을 나무랐기 때문에 더욱더 이런 생각이 가중됐다.
그렇다고 쉽사리 이직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한창 잘나갔을 때는 여기저기 모셔 가겠다는 언론사가 넘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워낙 소문이 빠른 곳이라 정동현의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진 상태였다.
‘아아. 이대로는 안 돼. 내 밥줄…. 내 돈줄….’
정동현은 자신이 정치부를 떠나 있는 동안 불법적인 접대를 하거나 몰래 돈을 찔러 주던 호구들이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착각이었지만 일이 한가해지며 생각이 많아지니 정동현의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 찼다.
고민 끝에 정동현은 이대로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든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게 힘들다면 연예부에서라도 살아남아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치부는 괜히 건드려 봐야 혼만 날 테니 연예부 쪽에 적당히 공사를 쳐 볼까?’
그렇게 정동현은 독하게 마음을 먹었고 때마침 오늘 담당하기로 했던 신인 배우의 인터뷰 질문지가 눈에 들어왔다.
연예부 신입 기자가 작성한 질문지였는데 원래라면 무난하게 이대로 인터뷰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은 이상 그냥 인터뷰를 진행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자극적인 답변을 얻어 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쓸 생각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완벽한 조작을 위한 사전 조사에 들어가야지.’
그렇게 정동현은 <체포>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워낙 상반기 큰 흥행을 한 드라마라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에는 평범한 신인 배우일 거라 생각했던 시준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꽤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시준의 사진이었다.
‘뭐야…. 존나 잘생겼네. 뭘 먹고 살면 저런 얼굴이 될 수 있는 거지?’
정동현은 한동안 시준의 사진에 빠져서 넋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런 뒤 자신이 평소 애용하는 커뮤니티에 시준의 이름을 검색했다.
무차별적 공격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도 시준에 관한 칭찬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간간이 시준을 질투하는 듯한 내용의 게시글이 존재했다.
정동현은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어떤 식으로 시준을 요리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유명 정치인을 상대하며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정동현에게 시준과 같은 신인 배우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정동현이 사진 기자와 함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준도 매니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정동현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시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몇 배나 잘생긴 시준의 외모에 머리가 하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시준 배우님의 담당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여경찬이라고 합니다.”
여경찬이 먼저 인사를 건넸음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참 멍을 때리고 있던 정동현은 시준의 인사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아. 네네. 물론이죠. 제가 기사 잘 써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쪽으로 앉으실까요? 사진부터 찍어 주세요.”
정동현의 말에 함께 온 사진 기자가 작업을 시작했다.
잠시 시준의 외모에 홀렸던 정동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런 사람에게 나쁜 기사를 쓰는 것이 옳은 일일까,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제 코가 석 자인데…. 누굴 봐줘….’
찰칵, 찰칵.
지금은 확실히 어떤 식으로든 자극적인 기사를 써서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 할 때였다.
그렇게 다시 정동현은 시준을 하나의 사냥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탐색전의 느낌으로 슬쩍, 한쪽에 나와 서 있는 여경찬의 인상을 확인했다.
다행히 여경찬은 시골 청년의 느낌이 물씬 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정동현은 여경찬을 어리숙한 인물로 쉽게 단정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일이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이군.’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노련한 인물을 내세웠다면 일이 생각한 것처럼 풀리지 않았을 텐데 다행이었다.
정동현은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기자답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것도 이미 조사를 끝마친 상태였다.
아무리 페스타 엔터테인먼트가 연예계 쪽에서 작지 않은 회사라고 해도 이 정도라면 상황을 만들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기사를 써 놓고 발뺌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자! 이제 마지막 한 장입니다!”
찰칵.
정동현은 옆에서 사진 기사가 마지막 셔터를 누르는 것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할 때였다.
“좋습니다. 사진은 그 정도면 된 것 같네요. 이제 인터뷰를 시작할까요?”
정동현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질문지와 함께 녹음기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간단히 포즈를 잡으며 미모를 뽐내고 있던 시준이 “네.” 하고 대답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러자 여경찬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른 다가와 녹음기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정동현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인상을 쓰며 여경찬 쪽을 바라봤다.
“아아. 다른 뜻이 있어서 녹음기를 꺼낸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마세요.”
“흠….”
“저희 회사 사업기획팀에서 꼭 녹음을 해 오라고 어찌나 신신당부하던지. 저도 억지로 하는 일이에요. 이해하시죠?”
정동현의 시선에 여경찬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심지어 사진 기자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마지막 질문을 건네는 노련함까지 선보였다.
여경찬의 노련한 태도에 사진 기자가 홀라당 넘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해합니다. 요즘 소속사 측에서 녹음을 하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니죠. 정당한 권리니까요.”
정동현은 사진 기자에게 그걸 왜 네가 마음대로 판단하냐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진 기자의 말대로 소속사 측에서 녹음을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바보처럼 보이던 여경찬이 꼼꼼하면서도 노련하게 행동한다는 게 의외라서 짜증이 났을 뿐이었다.
‘이러면 대충 기사를 휘갈겨 써 놓고 발뺌을 할 수 없는데….’
시준을 손쉽게 구워삶으려 했던 정동현의 계획이 빠그라진 셈이었다.
하지만 정동현은 애써 당황한 감정을 숨기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괜찮아.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해서 자극적인 기사를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정동현은 계획을 수정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준과 여경찬의 방심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미리 합의된 질문만 쭉, 진행했다.
정확한 순서로 질문을 했기 때문일까 시준은 술술 답변을 내놓고 있었다.
“첫 작품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현장에서 감독님과 여러 스태프들이….”
성실하게 준비를 한 것인지, 아니면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모범 답안을 잘 만들어 준 것인지 시준의 답변은 꽤 인상적이었다.
중간중간 현장감이 살아 있는 답변과 이시준이라는 배우 한 사람의 고뇌가 드러난 부분도 흥미로웠다.
이 정도면 이대로 그냥 답변을 받아 적는다고 해도 꽤 괜찮은 기사가 나올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신인 배우의 기사인 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하겠지만 시준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인터뷰였다.
여경찬 역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정동현과 함께 이곳에 도착한 사진 기자마저도 좋은 반응을 보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정동현은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자극적인 부분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침내 인터뷰는 안명현의 하차에 관련된 질문으로 넘어갔다.
“좋지 않은 일로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으며 부담이 꽤 크지 않았나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역시나 시준은 이번에도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였기 때문에 경험 부분에서 조금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은사인 서명희 선생님께서 격려를 많이 해 주셨고 그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오로지 연습에만 매진했습니다.”
나름 민감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미리 답변을 준비했기 때문인지 대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도 답변을 한번 잘해 봐라.’
정동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곧장 질문을 던졌다.
“연습의 결과일까요? 확실히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이전 연기자의 연기 유출본이 공교롭게 등장하면서 이시준 씨가 <체포>에 합류해 너무 다행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리 합의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바로 정동현이 준비한 새로운 계획이었다.
이렇게 하면 소속사 측에서 녹음을 하더라도 소용이 없었다.
어쨌든 질문을 던졌으니 없던 얘기를 지어낸 것이 아니게 될 테니까.
‘심지어….’
시준이 이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정동현으로서는 더 좋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신인 배우 이시준, 안명현의 연기 유출본에 관해 입을 다물다>와 같은 기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동현은 시준과 여경찬이 자신의 완벽한 함정에 빠졌다고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경찬이 입막음을 하기 위해 서둘러 나섰다.
“기자님. 잠시….”
합의되지 않은 질문에 대한 항의할 생각이구나.
정동현의 질문에 당황해서 시준이 이상한 대답을 하는 것이 베스트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런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여경찬의 다음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시준이 손을 들어서 여경찬을 제지했다.
“매니저님. 괜찮습니다. 답변할게요.”
“하지만 배우님 이것은….”
“정말 괜찮습니다.”
시준은 이렇게 대답하더니 심호흡을 했다.
정동현은 그 모습에 눈을 빛냈다.
시준이 어떤 헛소리를 늘어놓을까 기대가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준의 입에서 나온 것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기자님의 질문은….”
얼굴 천재 배우님 2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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