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0)
얼굴 천재 배우님-30화(3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30화
솔직히 말해서 정동현 기자는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았다.
과거 어떻게든 나를 깎아내리려고 했던 기자를 만났을 때의 분위기를 풍겼다.
내 촉이 예민하게 반응했고 녹음 문제로 정동현이 인상을 썼을 때 그 느낌이 절정에 달했다.
‘분명 돌발 행동을 할 거야.’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내심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동현 기자는 미리 합의된 질문만 했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대로라면 어렵지 않게 인터뷰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이 조금 풀어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정동현 기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아니나 다를까, 질문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 등장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알고도 당한다고.
미리 합의되지 않은 질문이 막상 튀어나오자 잠시 당황했다.
여경찬 또한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 텐데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게 함정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항의하려고 한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매니저님. 괜찮습니다. 답변할게요.”
나는 서둘러 여경찬을 저지하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다행히 여경찬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실 나는 미리 합의되지 않은 질문까지 예상해서 답변을 작성한 상태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사업기획팀 쪽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예측하고 예상 질문을 전달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나와 여경찬만을 보낸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미리 준비한 답변을 질문에 맞는 표현으로 빠르게 수정한 뒤 입을 열었다.
“기자님의 질문은….”
“네. 말씀하세요.”
“긍정을 표하거나 부정을 표하기가 어렵네요. 경솔한 답변이 또 다른 가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더 그렇습니다. 혹시 질문의 의도를 조금 더 상세하게 여쭤볼 수 있을까요?”
내 답변을 듣고 정동현 기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마 내가 당황해서 꼬투리를 잡을 만한 답변을 하거나…. 아예 답변을 회피하기를 바라고 있었겠지.’
하지만 이렇게 역질문을 하게 되면 정동현 기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대로 기사를 쓸 수 없었다.
나에게서 자극적인 기삿거리를 얻으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정동현 기자는 “연기 유출본의 출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작사나 방송국 쪽에서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고요.”라고 답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 즉시, “출처가 확실한 얘기입니까?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라고 되묻는다면 도리어 정동현 기자가 위험해질 테니까.
껄끄러워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여경찬이 녹음기를 꺼내 놓은 게 아니었다.
전부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정동현 기자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대답했다.
“아아. 특별히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시준 배우님의 말대로 오해의 여지가 있는 질문이니 굳이 대답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정동현 기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발 물러났고 이 이후로 더 이상 미리 합의되지 않은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인터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 * *
며칠 뒤.
뉴스경제를 통해서 나의 인터뷰 기사가 공개됐다.
다행히 뉴스경제의 인터뷰 기사는 내가 원하는 대로 깔끔히 정리돼 있었다.
심지어 그 아래로는 담당 기자의 이름이 바뀌었다.
박경훈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인터뷰에 동행해 사진을 찍어 줬던 기자였다.
‘사업기획팀에서 일을 잘 처리했구나.’
이렇게 기자가 바뀌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난 뒤 여경찬은 곧장 사업기획팀에 전화를 걸어서 인터뷰 도중에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했다.
내가 굳이 그럴 것 없다고 말렸지만 만에 하나라도 나쁜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여경찬이 조치한 일이었다.
그러자 사업기획팀에서도 분노를 감추지 않고 뉴스경제 측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정동현 기자가 능구렁이처럼 상황을 빠져나갔으니 적극적인 항의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과, 이렇게 담당 기자의 이름이 정동현에서 박경훈으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담당 기자가 바뀌었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기사의 내용도 달라졌다는 뜻이었다.
-신인 배우 이시준은 인터뷰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 모습은 꼭 노련한 배우를 만나서 인터뷰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 작게나마 잔재하고 있는 미남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부수는 결과였다. 또한 필자로 하여금 이시준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배우님이랑은 또 한 번 인터뷰를 하는 게 쉽지 않겠네요.”라는 말이 단번에 나왔다. 이시준이 신인이라는 딱지를 떼고 금방 날아오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약간 올드한 문체가 거슬렸지만 박경훈이 본래 사진 기자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좋은 내용의 기사를 써 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했다.
여경찬 또한 기사가 잘 나온 것에 만족하는 기색이었다.
“매니저님 덕분에 좋은 기사가 나왔네요. 고생하셨어요.”
“매니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역시 든든하네요. 그나저나 도착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아마도…. 넉넉하게 15분이면 리딩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나는 지금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공개 대본 리딩을 위해서 이동 중이었다.
이른 아침 청담동 샵에 들러서 메이크업을 받고 곧장 움직였다.
공개 대본 리딩 후 회식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이게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스케줄이었다.
‘회귀 후 첫 리딩이지.’
<체포>에서는 워낙 배역의 비중이 높지 않아서 대본 리딩에 참가할 수 없었다.
이후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게 됐지만 재촬영을 위해서 대본 리딩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재촬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식으로 배우뿐만 아니라 관계자까지 모아 놓고, 너튜브 업로드용 촬영까지 하는 공개 대본 리딩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약간 떨리네.’
공개 대본 리딩의 규모를 생각하니 왠지 긴장됐다.
회귀 전 공개 대본 리딩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드라마의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쨌든 세 번째라도 김원영은 아슬아슬하게 주연급에 속하는 배역이었으니까.
나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여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본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여경찬이 그 모습을 보고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배우님. 운전석 뒤쪽에 보면 깨끗한 책 대본이 꽂혀 있을 거예요. 오늘 리딩에서는 그걸 쓰면 됩니다.”
내가 여경찬에게 미리 부탁한 일이었다.
여백이 없다 못해 거의 너덜거리고 있는 대본을 들고 가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괜히 여백이 없는 대본을 들고 가면 다른 사람들의 기대감만 높아져 좋지 않을 수 있었다.
실망감이 크면 기대감 역시도 커지는 법이니까.
“새 책 대본이 필요하다니…. 배우님은 어떻게 그렇게 성실할 수 있어요? 그것 말고도 작품 분석 노트까지 따로 쓰지 않나요?”
“별거 아닙니다. 남에게 보이기 부족한 실력이니 노력하는 거죠.”
“어유. 겸손도 하셔라. 진심이라도 어디 가서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너무 겸손하다고 흉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서명희도 연기 수업을 진행하며 몇 번이나 비슷한 얘기를 한 적 있었다.
내 실력에 너무 겸손한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실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메소드 마스크가 없었다면 아무도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메소드 마스크의 능력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스승님이나 매니저님의 말대로 조심하는 게 좋겠군. 다른 사람들은 메소드 마스크의 존재를 모를 테니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손에 익은 대본집을 천천히 살펴봤다.
그리고 잠시 후 대본 리딩이 진행될 장소에 도착했다.
* * *
신인 배우답게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도착한 장소는 논현동에 위치한 드라마 제작사, ‘룰웨스트’의 사옥이었다.
룰웨스트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드라마 제작사 중 한 곳으로 이번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제작을 맡았다.
룰웨스트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드라마가 얼마나 큰 규모로 제작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룰웨스트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동할 때였다.
지이잉.
진동 소리가 들려서 확인해 보니 여경찬의 휴대폰이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어머니’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아….”
“받고 와요. 저는 먼저 올라갈게요.”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불편해하지 말고 받아요. 원래 가까운 사람의 전화를 더 열심히 받아야 하는 법이잖아요.”
여경찬은 미안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배우님.”
“이런 걸 가지고, 뭘.”
나는 편하게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먼저 걸음을 옮겼다.
뒤쪽에서 여경찬이 “여보세요. 네. 엄마. 잘 지내고 계시죠?”라고 얘기하는 게 들렸다.
여경찬은 효자인 듯 여느 아들과 다르게 살갑게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 듯했다.
좋은 일이었다.
‘그래야 미래에 조금이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테니까.’
아버지를 한 번 잃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었다.
새삼 아버지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아버지 건강 검진 날짜가 언제라고 했지?’
그렇게 아버지의 건강 검진 날짜를 헤아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어렵지 않게 리딩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고 있는 곳이 오늘 대본 리딩이 진행되는 약속 장소였다.
다행히 내부를 살펴보니 배우 중에는 나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이 없는 듯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관계자만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리 세팅을 끝내고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하는 단계인 듯했다.
‘아직 이름표도 부착되지 않았네…. 내 자리가 어디지?’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스태프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김원영 역을 맡게 된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저는 어디에 앉으면 될까요?”
바쁘게 뭘 챙기고 있던 스태프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스태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놀란 기색이었다.
“아아!”
그 소리에 반응해 다른 스태프들도 내 쪽을 바라봤다.
자연스럽게 분주했던 리딩 장소에는 정적이 깃들었다.
익숙하면서도 도저히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 그 상황을 두고 생각했다.
‘너무 꾸몄나?’
아무래도 공개 대본 리딩이라고 힘을 준 게 문제가 된 것 같았다.
얼굴 천재 배우님 3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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