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1)
얼굴 천재 배우님-31화(31/200)
얼굴 천재 배우님 031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멍한 눈으로 서 있던 스태프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나를 자리에 안내했다.
“이,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다른 스태프들은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입 모양으로 “미쳤네.”, “왜 이렇게 잘생겼어?”, “내가 본 실물 중에서도 제일인 듯.”하고 중얼거리는 게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모른 척 배정된 자리에 앉아서 깨끗한 책 대본을 살펴봤다.
내 쪽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익숙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창 책 대본의 여백에 무슨 글씨가 적혀 있었나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대본 리딩장에 도착한 여경찬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배우님.”
“네. 매니저님. 전화 잘 받고 오셨어요?”
“덕분에요. 저는 저쪽에 앉아 있겠습니다.”
여경찬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배우 스태프’라는 글씨와 함께 여러 개의 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아무래도 여경찬과 같은 매니저들이 따로 앉는 자리인 듯했다.
이외에도 자리마다 하나둘씩 이름표가 붙여지고 있었다.
점차 대본 리딩장이 구색을 갖추는 모습이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여경찬이 자리를 잡고 앉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며 지루한 감정이 들기 시작할 때였다.
새로운 사람들이 리딩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기척을 느끼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체포>에서 함께 작업을 진행한 스태프들이었다.
“어? 이시준 배우님!”
“벌써 오신 거예요?”
“역시 우리의 성실 배우!”
“꺄악! 오늘은 더 잘생겼어!”
그러고 보니 늘 강한성 감독과 작업을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나는 반가움을 느끼며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눴다.
몇 달 만에 재회를 하는 거라 그런지 더욱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올해 하반기에도 즐겁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겠구나.’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끼고 있을 때 이번에는 다른 배우들이 입장했다.
나는 얼른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공개 대본 리딩에 참가한 배우들은 당연하게도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내 쪽에서는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아는 얼굴이었다.
먼저 나서서 고개를 숙이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안명현처럼 내 인사를 까칠하게 받는 경우는 없었다.
간단하게라도 “아. 예. 저는 김경준이라고 합니다.” 하는 식으로 인사를 받아 줬다.
그중 몇몇은 나를 알아보고 “아아. 시준 씨구나. <체포> 잘 봤어요.”라고 하며 반갑게 맞아 주기도 했다.
겨우 한 작품에 출연했을 뿐인데 나를 기억하는 배우가 있다니.
나는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조금 더 겸손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겨우 이 정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도 선배님이 출연한 영화 <화분> 잘 봤습니다. 팬이에요.”
한편으로는 인사를 나누고 있는 배우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계속 고개를 숙이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일이 반복됐다.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또 한 번 반가운 얼굴과 마주하게 됐다.
바로 서명희였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서명희 쪽으로 다가갔다.
“선생님! 오셨어요?”
“시준 씨! 어? 오늘 뭐야? 너무 멋지게 하고 왔는데?”
“공개 리딩이라고 좀 힘을 줬는데 후회하고 있습니다.”
“왜 후회해요. 완전 멋있는데. 입구에서부터 시준 씨 멋있다고 다들 난리였어.”
서명희는 몇 마디 말로 긴장한 내 마음을 녹였다.
그냥 서명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놓이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곳에는 생각보다 내 편이 많아. 그러니 나는 내 연기를 펼치면 돼.’
그렇게 약속 시간이 또 한 번 가까워지며 주연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주연 배우들은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
나는 주연 배우들에게도 빠지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던 중 또 한 번 아는 얼굴과 마주치게 됐다.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극단 소리샘에서 인연을 맺은 이주연이었다.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줬던 한 사람.
“선배?”
그와 동시에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회귀 전에도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세 번째 여주 역할을 이주연이 맡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여주 역할이라면….’
나의 상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주연이 나의 상대역이라니.
생각해 보니 나는 상대역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강한성 감독에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도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김원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어떻게든 김희수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겠다는 생각이 정신을 지배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역이 누군지 묻는 것도 잊었다.
메소드 마스크로 연습을 진행할 때도 상대역은 다른 배우로 설정됐다.
메소드 마스크는 내 생각을 기반으로 가상 현실에 사실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역의 배우를 이주연이 아닌 다른 배우로 적당히 상상했다.
이주연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결과 메소드 마스크에서도 그 모습으로 상대역이 등장했다.
그런 까닭에 오늘 이 순간까지도 이주연이 내 상대역일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이주연이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시준아! 여긴 웬일이야? 너 설마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출연하게 된 거야?”
“네. 강한성 감독님이랑 같이 <체포>에서 작업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거든요. 잘 지내셨죠?”
“나야 잘 지냈지. 와. 인연이라는 게 참 놀랍다. 여기서 널 만나다니.”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이주연의 첫 드라마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극단에 소속된 상태에서 간간이 여러 드라마에 단역 활동을 한 이주연이었지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이주연은 연극 활동을 완전히 접고 드라마 활동에 매진하게 됐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소리샘 활동에 대한 회의감이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지만.
“저도 신기하네요. 선배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그러니까 말이야. 아. 나 <체포> 정말 재밌게 봤어. 신한재 고등학생 역 제대로던데?”
“데뷔작이라 여러모로 부족했죠. 어쨌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나는 정말 <체포>에서의 네 모습이 좋았어. 어느 날 갑자기 연기가 늘어서 뫼르소 역할을 소화할 때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아.”
“신한재 고등학생 역은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었달까.”
이주연이 흥분한 기색으로 칭찬의 말을 쏟아냈고 나는 조금 곤란함을 느꼈다.
왠지 칭찬이 부끄럽게 느껴져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볼을 긁적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자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이주연이 손뼉을 치며 물었다.
“아! 그래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됐어?”
대화를 하면서 혹시나 했는데 이주연은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이유로 상대역을 궁금해하지 않았겠지.’
나는 얼른 내 역할이 무엇인지 알려 주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저는….”
하지만 대답을 전부 마치기 전에 뒤쪽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이시준 배우님.”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는 강한성 감독이 서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김희수 작가도 함께하는 중이었다.
“이주연 배우님도 계셨네요.”
나와 이주연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와 함께 내 배역이 무엇인지 밝힐 수 없게 됐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었다.
* * *
그렇게 나는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돌아왔다.
이주연에게 내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됐는지 대답하지 못한 게 찝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준 씨.”
“네?”
“주연 씨라고 했나. 안면이 있는 사이인 것 같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
스태프들의 배려인지 내 옆자리에 배정된 서명희가 물었다.
“소리샘이라고 작은 극단에 있을 때 여러모로 도움을 줬던 선배예요.”
“아아. 소리샘.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 거 같네. 거기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했나?”
“운이 좋게 들어가자마자 주인공 역할을 맡아서 인상적인 경험을 했죠.”
“그랬구나. 그나저나 아는 사이라면 잘됐네요. 주연 씨가 임희주 역할을 맡았잖아.”
확실히 안면이 있는 사이인 만큼 세 번째 남여주로서 호흡을 맞추기 좋을 것 같았다.
과거에도 같이 연기를 해 본 적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럴 거라 생각했다.
다만 아는 얼굴이라는 게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주연과 연인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으니까.
‘프로로서 특별하지 않다면 특별하지 않은 일이지만….’
왠지 좀 낯간지럽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괜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도 주연 선배가 상대역이 되어서 기쁘네요.”라고 대답하며 상황을 넘겼다.
그렇게 서명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강한성 감독이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그것은 곧 대본 리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연출을 담당하게 된 강한성입니다.”
강한성 감독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그 이상의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소개할 사람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오늘이었으니 시간을 아끼자는 생각인 것 같았다.
“제가 오늘 가장 먼저 소개할 분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여러분 앞에 놓여 있는 대본을 집필한 김희수 작가님입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희수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김희수 작가가 소개됐고 그다음은 배우들의 차례였다.
가장 선배 격의 배우부터 주연급의 배우들이 차례로 소개를 받았다.
“윤대성 역을 맡은 조유찬 배우님.”
이렇게 이름이 호명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식이었다.
앞쪽으로 쭉, 여러 배우가 환영을 받았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됐다.
“김원영 역을 맡은 이시준 배우님.”
나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왠지 이 상황이 정신없게 느껴졌지만 최대한 공손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짝짝짝.
‘이쯤이면 되겠지.’
그렇게 박수를 받고 자리에 앉을 때였다.
건너편에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주연의 모습을 발견했다.
얼굴 천재 배우님 3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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