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3)
얼굴 천재 배우님-33화(33/200)
얼굴 천재 배우님 033화
“어….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얼른 말해 주지! 깜짝 놀랐잖아! 어쨌든 극단 후배가 내 첫 드라마의 상대 역이라니….”
“좀 그런가요?”
“응? 아니! 너무 잘됐다! 설마 넌 내가 상대 역이라 별로야? 마음에 안 들어?”
“그럴 리가요. 저도 선배랑 호흡을 맞추게 돼서 기뻐요. 안심도 되고.”
“그치? 그럴 줄 알았어.”
이주연과는 얘기를 잘 나눴다.
혹시 나와 연인 연기를 하는 게 불편한 것은 아닐까 잠깐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프로페셔널하게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화가 오고 갔다.
나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와 이주연의 사이에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세 번째 남여주인 김원영과 임희주 사이에는 흔한 키스 씬조차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다른 커플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세 커플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키스 씬을 한다고 해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금 질릴 수밖에 없었다.
잘못하면 같은 장면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키스 씬이라는 게 남발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메인 남여주조차도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 키스 씬을 해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나와 이주연은 감정선 위주로 커플 연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딱히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이주연의 말처럼 아는 사이라는 게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대본 리딩장에서 처음 반가운 얼굴을 만났을 때처럼 한 명이라도 익숙한 사람이 있으면 안심이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심리였다.
그렇게 이주연과는 대화를 잘 나눴고 이후 다음 일정으로 진행된 회식 자리에서도 여러 배우와 친분을 쌓았다.
아직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라 <체포>의 종방연 때처럼 마시고 죽자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즐거운 분위기에서 너무 늦지 않게 2차 정도에 회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 여기서 공식적인 일정은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하셨고 혹시 3차 가실 분 있으면 이쪽으로 와 주세요!”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몇몇 사람들은 3차를 가기 위해서 따로 모이는 듯했지만 나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여경찬을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포>의 종방영 때처럼 강한성 감독이 붙잡는 둥 피치 못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경찬을 배려할 생각이었다.
딱히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 한 사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걸 원치 않을 뿐이었다.
꼭 이런 회식 자리가 아니어도 새벽 촬영을 따라다녀야 하는 매니저에게는 힘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런 까닭에 나는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서 3차를 따라가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새벽 운동을 위한 알람을 맞춘 뒤 곧장 잠이 들 수 있었다.
* * *
-배우님. 강한성 감독님이 다음 주중 시간 언제쯤 괜찮은지 물어보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번에도 대본 리딩인가요? 연습은 빠질 수 없죠. 매니저님이 적당한 날짜로 잡아 주세요.”
공개 대본 리딩 이후로도 강한성 감독은 주연급 배우들을 주기적으로 호출했다.
최대한 합을 맞춰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아슬아슬하게 주연급 배우 라인에 올라탄 덕분에 나는 몇 차례 더 대본 리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에 드라마 판으로 넘어오게 된 이주연을 제외하면 모두 이쪽에서 주목을 받는 배우였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서브 남여주를 맡고 있는 ‘공형준’과 ‘이미화’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메인 남여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 주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름이 정말 김정미 맞아요?”
“그, 그럼요.”
“그런데 왜 말을 더듬죠?”
“그, 그냥 버릇인데요?”
“말을 더듬는 게 버릇이라고요?”
“왜요? 그러면 안 되나요?”
“그런 것치곤 방금은 말을 안 더듬는데?”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니까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질문이 많아요? 질문 살인마예요?”
“세금 꼬박꼬박 잘 내는 사람한테 살인마라니. 그럼 그쪽은 반문이 많은데 반문 살인마인가요?”
“아. 짜증 나. 왜 한마디를 안 지세요?”
“솔직히 말하면 한마디 져 줄게요. 정말 이름이 김정미 맞아요?”
“맞다고 몇 번이나 말해요! 계속 이기든지, 말든지 할 말이 그것뿐이면 전 가겠습니다.”
김희수 작가의 대본이 워낙 괜찮은 것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대사의 티키타카만으로도 좋은 케미를 보여 주며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아마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방영되고 나면 두 사람은 업계에서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열연을 마치고 대본 리딩은 3부 22씬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촤락, 동시에 대본이 넘어가는 소리 뒤에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까지 공형진과 이미화의 연기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짓고 있던 김희수 작가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오늘도…. 박준 배우님은 오시지 못했군요.”
김희수 작가의 말에 강한성 감독이 멋쩍어하며 대답했다.
“네. 아직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의 후반부 촬영이 남았더라고요.”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은 KBC에서 한참 방영 중인 수목 드라마였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메인 남주이기도 한 박준은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에서 맹활약 중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본 리딩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다들 바쁘군….’
정규·케이블 방송국을 넘어서 각종 인터넷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장이 열리며 주연급 배우의 숫자가 많이 모자란 상태였다.
주연급으로 조금만 인기가 생기면 차기작은 물론 차차기작까지 계약해 놓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런 까닭에 최근에는 이런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하나의 현상이었다.
하지만 김희수 작가나 강한성 감독의 입장에서 계속 메인 남주가 대본 리딩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희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시청률 10%의 벽을 넘지 못할까 걱정이 많은 듯했다.
‘흐음.’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시청률 10%의 벽을 가볍게 넘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어두워지려고 할 때 강한성 감독이 서둘러 나섰다.
“3부 22씬은 나중에 보는 걸로 하고 넘어가죠. 다음 씬 진행해 주세요.”
그렇게 또 한 번 대본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3부 23씬.
하지만 이번에도 어쩐 일인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정적을 뚫고 김희수 작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세희 배우님도 촬영 때문에 오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메인 여주, 정세희는 현재 ITBC에서 방영하고 있는 <에스코트>라는 주말 드라마에 출연 중이었다.
박준과 비슷한 상황에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출연을 확정했다고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본 리딩에는 메인 남여주가 모두 참가하지 못한 상태였다.
방금 전 내가 서브 남여주를 보고 감탄한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었다.
아예 메인 남여주의 연기를 보지 못했으니 다음으로 실력이 좋은 서브 남여주 쪽으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메인 남여주가 서브 남여주보다 호흡이 좋은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공개 대본 리딩장에서 실력이 괜찮다는 걸 확인했지만 지금의 서브 남여주가 그때의 메인 남여주보다 배역의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후우.”
결국 김희수 작가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희수 작가로서는 드라마를 끌고 나가야 하는 메인 남여주의 연기가 중요한데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른 주연급 배우들도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표정이 굳었다.
이대로는 대본 리딩을 계속 진행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지 강한성 감독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대본 리딩 참가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리한 요구를 해서 분위기가 흐트러졌네요. 일단 15분 쉬었다가 연습을 재개하도록 하죠.”
확실히 지금은 좀 끊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 대본 리딩에 참가한 배우들이 연습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연습실을 빠져나오며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는데 강한성 감독과 김희수 작가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가 떠오를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시준아.”
“아. 네. 주연 선배.”
“그러고 있지 말고 나가자. 내가 커피 한잔 살게.”
그제야 나는 너무 뚫어져라 강한성 감독과 김희수 작가를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좋죠. 이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까요?”
* * *
그렇게 나와 이주연은 제작사 건물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 두 사람의 커피는 이주연의 매니저에게 따로 부탁해서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게로 직접 가서 커피를 사게 된다면 이목을 끌 게 분명했으니까.
“커피 잘 마실게요. 선배. 그리고 아까 넋 놓고 있던 거 구해 줘서 고마워요.”
“아니야. 이해해. 사실 나도 작가님이랑 감독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했으니까.”
사실 무슨 얘기를 했을지 뻔했다.
강한성 감독은 김희수 작가의 멘탈을 케어해 주고 있을 것이다.
김희수 작가가 신작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게 훤히 보였으니까.
하지만 박준과 정세희의 문제는 최근 이 바닥의 경향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본격적인 촬영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아마 강한성 감독도 이런 이유를 들면서 김희수 작가를 위로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안타깝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무척이나 잘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누구에게나 가장 좋은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니까.
“아마 두 분이 얘기를 잘 나누고 계실 거예요. 이런 쪽으로 경험이 많은 분들이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이주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런데 나는 왜 자꾸 불안한 느낌이 들까? 메인 남여주랑 작가님 사이에 갈등 같은 게 생기거나 막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러겠….”
나는 이주연의 말에 반박하려다가 뭔가가 떠올라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회귀 전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중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내부적으로 큰 갈등을 겪었다는 소문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얼굴 천재 배우님 3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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